"정말 아름다운 이름이네요." 킴벌리가 말했다. "뭔가 의미가 있는 이름인가요? 저는 다문화권 이름을 좋아해요. 거기에는 멋지고 풍요로운 문화에서 유래한, 멋진 의미가 담겨 있거든요." 킴벌리는 "문화"가 자신들에겐 낯선, 유색 인종들의 다채로운 보고라고, 반드시 "풍요로운" 이라는 형용사의 수식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특유의 다정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녀는 절대 노르웨이가 "풍요로운 문화"를 가졌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었다. - P240
훗날 그의 격정이 아주 지긋지긋한 화창함이 되어 이페멜루가 그것을 후려치고 부숴 버리고 싶어질 때, 여름 기운이 완연하던 어느 날 사우스 카의 타로 가게에 있던 그의 모습은 그녀가 커트에 대해 간직한 가장 아름다운 기억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그토록 잘생기고 그토록 행복하고, 진정한 믿음을 가졌던 사람. 그는 좋은 징조와 긍정적인 생각과 영화의 해피엔드를 믿었다. 깊이 생각한 뒤에 믿기로 결정한 것이 아니었으므로 근심 걱정 없는 믿음이었다. 그저 무조건 믿을 뿐이었다. - P321
알렉사와 다른 손님들, 어쩌면 조지나조차도 누군가가 전쟁으로부터, 또는 인간의 영혼을 파괴하는 가난으로부터 도망치는 것은 이해했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다는 사실이 가져다주는 억압적인 무기력으로부터 탈출하고 싶은 욕구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들은 오빈제 같은 사람들, 즉 유복하게 자랐지만 불만에 빠져 있고 태어날 때부터 고국이 아닌 다른 곳을 바라보도록 길들여진, 진정한 삶은 그 다른 곳에 있다고 영구불변하게 확신하는 사람들이 단지 떠나기 위해- 그들 중 어느 누구도 굶주리거나 강간 당하거나 마을이 불타지 않았지만 그저 선택의 가능성과 확실성에 목말라서- 위험한 일, 불법적인 일을 하기로 결심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 P89
그렇다고 커트가 미국에서 흑인으로 사는 것과 백인으로 사는 것이 똑같은 척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가 어떤 건 이해하면서 어떻게 비슷한 다른 것에는 완전히 무감각할 수 있는지, 어떤 건 쉽게 뛰어넘으면서 어떻게 다른 것 앞에서는 다리를 저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 P112
마침내 그가 말했다, "네가 얼마나 비참하고 외로웠을지 상상이 안 가. 나한테 말했어야지. 나한테 말했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 그의 말이 그녀의 귀에는 노래처럼 들렸고 그녀는 자신이 숨을 불규칙하게 쉬면서 공기를 벌컥벌컥 들이마시고 있음을 느꼈다. 그녀는 울지 않을 것이었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우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고, 가슴이 돌을 얹은 듯 답답했고, 목구멍이 따가웠다. 눈물이 간지러웠다. 그녀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가 그녀의 손을 끌어당겨 탁자 위에서 양손을 꼭 쥐었고 그들 사이에 침묵이 점점 커져 갔다. 두 사람이 잘 아는, 오래된 침묵이었다. 그녀는 그 침묵 속에 있었고, 이제 안전했다. - P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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