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펜하이머 아트북 : 크리스토퍼 놀란의 폭발적인 원자력 시대 스릴러
제이다 유안 지음, 김민성 옮김, 크리스토퍼 놀란 서문 / 아르누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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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하이머 아트북은 영화 오펜하이머(크리스퍼 놀란 감독, 킬리언 머피 주연의 2023년 개봉작)의 제작 과정과 참여자들의 인터뷰, 비하인드 스토리를 사진으로 담은 책이다. 영화 오펜하이머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주연 킬리언 머피 외에 70여 명의 묵직한 조연들의 캐스팅 비하인드와 인터뷰도 실려 있다.

오펜하이머 아트북의 저자 제이다 유안은 칼럼리스트이자 워싱턴 포스트지의 특별 기사 전문 기고가이다. 제이다 유안은 놀란 감독의 영화 오펜하이머가 자신의 고향 로스앨러모스에서 제작된다는 걸 알고, 감독에게 연락한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오펜하이머 아트북 제작에 참여하였다. 제이다 유안의 조부모 역시 과학자로서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고 한다.

영화 <오펜하이머>는 로버트 오펜하이머 평전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카이 버드, 마틴 셔윈 지음, 사이언스북스 출판사)를 토대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각본과 감독을 맡았다.
J. 로버트 오펜하이머(1904~ 1967년)은 미국의 이론물리학자이다. 그는 각 지역 대학과 연구소 등에 흩어진 유능한 과학자들을 하나로 모아 맨해튼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세계 2차대전 동안 원자폭탄을 개발하고 제조했던 미국 로스앨러모스 연구소의 소장을 지냈다. 오펜하이머와 동료들은 원자폭탄개발에 성공하고, 오피는 <원자 폭탄의 아버지>라고 불리게 된다. 그는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핵폭탄을 연구하고 제조하였으나, 핵폭탄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자 괴로워했다.

전쟁이 끝난 후 미국의 수소폭탄 제조에 반대하였다가, 공산당으로 몰려 1954년 보안 청문회에 나가게 된다. 많은 과학자들이 자신들의 명예를 걸고 오펜하이머를 지지했으나 결국 오피는 청문회에서 원자력 기밀에 대한 접근 권한을 박탈당한다. 2022년 12월이 되어서야 그의 누명이 벗겨진다. 보안 인가 말소 조치가 취소되고 미국 물리학자로서의 명예도 회복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2000년대 들면서 과학, 특히 양자물리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러한 관심은 영화 <인셉션>과 <테넷>에 드러난다. 세계대전과 물리학자, 원자핵, 오펜하이머에 관심을 갖고 있던 차에, 프로듀서 찰스 척 로벤은 크리스토퍼 놀란과 에마 토머스 부부를 불러 오펜하이머의 전기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애 대해 물어본다. 그리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차기작이 <오펜하이머>로 정해진다.

놀란 감독은 각본을 쓰고 핵심 협력자인 캐스팅 디렉터 팝시데라, 촬영감독 호이터 판 호이테마, 시각 효과 감독 앤드류 잭슨, 특수 효과 감독 스콧 R. 피셔를 불러 모은다. 주연 배우와 조연 배우를 물색한다. 재미있는 점은 이 영화에 나온 조연들이 한 시대를 풍미한 과학자나 정치가, 군인(아인슈타인, 파인만, 닐스 보어, 어니스트 로런스, 해리 트루먼 대통령 등)이었기 때문에, 70여 명에 달하는 조연들 역시 개성 있는 배우들로 캐스팅한다. 한 장면만 나오는데도 배우들은 놀란 감독과 작업하고 싶어 기꺼이 동참한다. 어떤 배우들은 배경으로 사용되는 신에도 기꺼이 출연한다. 감독과 배우가 한 작품을 위해 협력하는 모습이 멋지다.

이 책은 소재 선정에서 제작사 선정, 핵심 협력 멤버 구성, 배우 캐스팅, 촬영지 선정, 세트장 건설, 편집, OST 제작 등을 사진과 함께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촬영이 지연될 뻔한 에피소드, 유럽에서 헬리콥터로 저공 촬영을 하기로 한 날 각국 정상들이 회담을 위해 모이는 바람에 촬영이 취소된 에피소드, 빠른 촬영을 위해 배우들이 항상 의상을 차례 입고 촬영장을 배회하는 에피소드, 주연 배우 킬리언 머피의 체중 감량과 스트로스 역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앞머리를 밀어버린 에피소드, 시대 의상을 못 구해 의상팀에서 급히 만든 옷을 입고 연기한 배우들의 에피소드, 편집 담당자로 낙점한 사람이 임신과 출산 때문에 제안을 거절하자 놀란 감독이 스케줄을 조정한 에피소드. 읽다 보면 그 촬영 현장 스태프로 참여한 느낌이 든다.

조연 배우들 스틸 컷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이 배우가 조연을 맡고, 이 배우가 한 컷 밖에 안 나오는 단역을 맡았다는 걸 신기하게 쳐다봤다. 다른 영화에서는 주연 또는 주연에 준하는 조연 역할을 맡는 배우들인데 말이다.

감독은 단역 배우들을 캐스팅할 때 로스앨러모스 현장에 있는 과학자들에게도 연락을 취했다고 한다. 실제 과학자들이 캐스팅하는 바람에, 단역배우들(실제 과학자들)에게 실험도구 사용법을 따로 알려주지 않아 좋았다고 감독은 말한다. 힘든 제작 과정 속 깨알 같은 미국식 농담이 곳곳에 배어있다.

놀란 감독은 이 영화 한편에 세 편의 영화가 담겼다고 한다. 영웅적 기원 설화, 서부극, 법정 드라마이다. 시간을 교차편집하여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유명인의 성공과 고뇌를 잘 담아냈다고 생각된다.

영화가 제작되는 동안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의 공동 저자 중 한 분이 세상을 떠난다. 영화가 한창 제작 중일 때, 오펜하이머의 복권이 확정되었다.

우리는 오펜하이머와 맨해튼프로젝트가 남긴 핵으로 인해, 다모 클래스의 검 아래 살고 있다. 요즘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어 슬픈 생각을 들게 하는 영화다.

(아르누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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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의 심리학 - 화가들의 숨겨진 페르소나를 심리학으로 읽어 내다
윤현희 지음 / 문학사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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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속 자화상이 강렬하다. 본 그림은 귀스타프 쿠르베(Gustave Courbe)의 절망적인 남자(The Desperate Man, 1843~1845년작)이다. 남자는 양손으로 머리카락을 잡고 있다. 남자는 눈을 크게 뜨고 정면을 바라본다. 남자의 눈동자와 내 눈이 마주친다. 이 남자는 왜 화면 밖 독자들을 쳐다보는 걸까, 귀스타프 쿠르베는 왜 이 그림을 절망적인 남자로 명명한 걸일까, 궁금하다.

윤현희 심리학자가 쓴 <자화상의 심리학 >은 1부 위풍당당한 자아, 2부 성스러운 긍정의 자아, 3부 고통받는 내면의 자아 총 3부로 나눠져 있다. 이 챕터를 통해 저자는 중세부터 현대까지 활동한 16명의 화가를 소개한다. 아니, 루이스 부르주아는 화가 아니라 조각가, 설치 미술가이므로, 15명의 화가와 1명의 조각가라도 해야 맞다. 책에 프리드리히 니체가 여러 차례 언급된다.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인생의 각 국면을 헤쳐 나가는 마음 상태를 낙타와 사자, 어린아이에 비유한다. 1부 위풍당당한 자아, 2부 성스러운 긍정의 자아, 3부 고통받는 내면의 자아를 니체의 낙타와 사자, 어린아이로 생각하며 읽어도 무방하다.

윤현희 저자는 심리학자의 입장에서 예술가의 배경과 왜 그런 자화상을 남겼는지 설명한다. 요즘 우리들의 일반적은 자화상은 셀피이다. 우리는 왜 셀피를 남길까. 사람마다 제각각 답을 가지고 있다. 나는 현재 내 모습을 기록하기 위해 찍고 하나의 놀이처럼 셀피(스티커 사진 등)를 찍는다.

자화상은 셔터 하나만 누르면 되는 셀피와 달리 작업 시간이 길고 재료에 따라 비용도 상당하다. 또 화가의 자화상은 돈벌이가 안되었다. 이런 점에서 많은 자화상을 남긴 중세 화가 알브레히트 뒤러와 르네상스 화가 렘브란트의 자화상은 의외였다.

화가는 왜 자화상을 그렸을까. 어떤 화가는 자신을 널리 알리기 위해, 어떤 화가는 어릴 적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화가는 자신의 의지를 나타내기 위해, 어떤 화가는 모델료를 지불할 수 없어 자신을 모델로 그렸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우리는 자화상을 통해 화가의 심리를 읽을 수 있다. 뭉크의 자화상은 세계 1차 대전과 스페인 독감에서 살아남은 자의 절규와 충격, 황망함을 나타낸다.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자화상은 세상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강한 힘을 보여준다. 귀스타프 쿠르베의 <절망적인 남자>은 지식인의 절망을 보여준다. 예술가의 뒷이야기와 자화상을 번갈아보니, 왜 이런 자화상이 탄생하게 되었는지 이해가 된다.


기존에 알던 예술가와 새로 알게 된 예술가가 있다. 기존에 알던 예술가도 읽다 보니 새로 알게 된 부분이 있다. 심리학자가 예술가의 심리를 자화상으로 풀어 설명한 점을 눈여겨볼 만하다.

(문학사상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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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력 (일력, 스프링) - 부와 성공을 부르는 하루 한 줄 명언
이민숙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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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다가오자 다양한 달력이 나오고 있다. 중요한 일정, 행사를 기억할 때는 달력을 쓴다. 그러나 매일 아침 오늘의 격언, 오늘의 마음가짐을 새길 때는 일력을 본다. 요즘 일력은 월과 날짜만 기재되고 년도와 요일은 기재되지 않아, 몇 년동안 사용할 수 있다.

올 한해 타 출판사의 일력을 잘 사용했다. 책장 사이에 올려져 있는 인력을 보면서 내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생각했다. 내년에는 지금 보고 있는 일력과 더불어 어떤 일력을 고를까 고민했다. 올해 마음과 행동이 느슨해진 나를 반성하고 좀더 부지런한 사람이 되기 위해 이와 관련된 일력을 살펴보았다. 그러던 차에 금색으로 포장된, 부와 성공을 부르는 하루 한줄 명언 <부자력> 일력이 눈에 띄었다.

종이 케이스를 조심스레 열면 일력이 나온다. 일력 첫 페이지는 일력 제목과 저자, 출판사 명이 쓰여있다. 두어 장 넘기면 일력 서문이 나온다.

저자는 어떻게 하면 부를 이룰 수 있는지 궁금해하다 수백권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답을 찾았다. 그녀는 왜 <부자력>을 읽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부와 성공을 일군 사람들의 말을 매일매일 읽으며 그들과 같은 마음가짐을 갖는다. 마지막으로 저자는이 일력을 읽는 모든 사람들이 경제적 자유를 이룰 것을 바란다고 말한다.

수백권의 책을 읽고 메모한 성공한 사람들의 말은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일력은 양면으로 되어 있다. 앞면은 1월부터 6월까지, 뒷면은 7월부터 12월까지이다. 앞면을 한 장씩 넘기다가 6월 30일이 되면 뒤집어서 7월 1일부터 읽으면 된다.

일력에는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람,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과 그들의 말이 나온다. 한페이지에는 월과 날이 기재되고 한글 번역된 격언과 영어 원문이 함께 기재된다.

하루에 한장씩 넘겨봐야하지만, 내용이 궁금해서 한장 한장 살펴 보았다. 이름을 들어본 사람이 나오면 내적 반가움에 글을 꼼꼼히 읽어보았다. 이 사람이 이런 말도 했구나 생각한다. 예전에 보험사는 맑은 날 우산을 빌려주고 비가 오면 우산을 가져간다는 말을 들어본적이 있다. 일력을 보고 이 말을 마크 트웨인이 했다는 걸 알고, 100 여년 전에 미국 작가가 이런 발언을 했다는게 놀라웠다.

일력에는 익히 들어본 <성공의 법칙> 저자 나폴레온 힐,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 로마 정치가 키케로, 철학자 쇼펜하우어, 헨리 데이비드 소로, 니체, 투자자 워렌 버핏, <톰 소여의 모험> 작가 마크 트웨인, 테슬라 CEO 일론 머스는 물론, 많은 정치가와 투자전문가들의 격언이 새겨져 있다. 모르는 분도 많아서 이분들의 격언이 새겨진 날에는 인터넷 검색을 해봐야겠다.

내년에는 꼭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더도 말고 올해 보다 조금더 부지런한 사람이 되고 싶다. 책장 한켠에 <부자력>일력을 세워두고 아침마다 격언을 보며 긍정적인 마음을 가슴에 새기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위인과 유명인의 생활태도를 닮고 싶다.


(동양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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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 시대예보
송길영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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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 초반에 태어난 Z세대, 2010년 이후에 태어난 Alpha 세대는 부모 세대와 어떻게 다를까. <시대 예보: 핵개인의 시대>는 부모 세대와 현 청년 세대, 그리고 Z-Alpha 세대가 어떻게 성장할지 예보한다.
TV 강연을 통해 송길영 작가를 처음 접했다. 당시 강연 사회자는 송길영 작가를 빅데이터 분석가로 소개했다. 송길영 작가는 강연에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현 사람들의 생각과 앞으로 벌어질 일을 예보하였다. 강의는 작가의 찰랑거리는 긴 머리카락만큼 인상적이었다.

<시대 예보: 핵개인의 시대>는 전통적인 한국 사회가 어떻게 변했고 어떻게 변할지 예상해 보는 책이다. <제1장 K는 대한민국이 아니다>에서는 K가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적을 지닌 단일 민족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한국적 스타일을 지향하는 모든 것이 K라고 말한다. 한국계 미국인, 외국계 한국인, 파란 눈의 한국인 모두 K이다. 한국 정서를 이해하는 모든 사람도 K이다. 내가 어릴 적만 해도 살색 크레파스가 있었다. 크레파스에 <살색>이라는 용어가 떡 하니 붙어 있어, (한국) 사람을 칠할 때는 살색 크레파스를 사용했다. 그러나 요즘은 살색 크레파스 대신 살구빛 크레파스로 용어가 바뀌었다. 다문화가정의 증가와 귀화를 통한 다양한 사람들이 한국인이 되면서 살색은 차별적인 용어가 된 것이다. 다양성이 인정되고, 포용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제2장 코파일럿은 퇴근하지 않는다>는 AI와 사람의 업무 분화를 말한다. 시간과 노동을 많이 투자하는 영역과 답이 정해진 영역에는 AI가 우세할 것이므로 사람은 답이 없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몰두할 것이라고 말한다. <제3장 채용이 아니라 영입>에서는 사내 권위가 해체되고 권위 빅뱅에 의해 핵개인화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기업은 학벌이나 연공서열에 의지하지 않고 더욱더 노골적으로 완성된 숙련자를 영입하려고 할 것이다. 지금도 숙련된 중고 신입을 원하는데, 미래는 경쟁이 더 치열해질 거 같다. 고용주는 쾌재를 부를 텐데 고용인은 마냥 좋다고만 할 수 없을 거 같다.
<제4장 효도의 종말, 나이듦의 미래>에서는 아버지(부모) 중심의 경제활동에서 자녀 중심으로 경제활동이 변화될 수 있다고 말한다. 과거 평균 수명이 60세였을 때, 자녀는 20년간 보살핌을 받고 부모의 노후 20년을 책임졌다. 그러나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외동들이 많아짐에 따라 20_20년 룰은 깨졌다. 자식들이라도 많으면 돌아가면서 부모를 돌볼 텐데, 외동은 부모와 조부까지 돌봐야 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자녀 세대는 엄청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우리 세대만 하더라도 연금이나 저축을 통해 노후를 준비하지만, 우리 부모님 세대는 노후 준비 없이 자식에게 올인을 많이 했다. 이슬아 작가가 쓴 <가녀장의 시대> 내용이 인상 깊다.

<제5장 핵개인의 출현>에서는 수평적인 관계, 다양성을 이해하는 관계를 설명하며 핵개인에 대해 설명한다. 가족 중 피를 나눈 가(家)는 사라지고 공동체 족(族)이 더 커질 것이라고 한다. 온라인 교보문고에서 송길영 작가와 만남을 진행했다. 사회자는 효도의 종말 편에 소개된 소설 <가녀장의 시대>의 이슬아 작가였다. 내가 대학생 때만 하더라도 <작가와의 만남 & 작가 사인회>는 오프라인에서 진행되었다. 그러나 십수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온라인을 통한 사인회는 물론 온라인을 통한 친목 도모는 너무나도 당연하다. 선택지가 넓어지고 다양해진 것이다. 식사만 하더라도 가족이 같은 메뉴를 배달시켜 먹었다면 요즘은 각자 먹고 싶은 걸 주문한다. 한 집에 있어도 남편은 텔레비전으로 야구 중계를 보고, 아내는 패드로 유튜브 예능을 보고, 아이는 컴퓨터로 친구들과 가상 공간에서 게임을 한다.

부모 세대는 가부장 중심 가정에서 연공서열을 따지고 수직적인 사회를 경험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입사시험을 거쳐 회사에 들어간다. 평생직장이라고 할 만큼 한 회사에서 30여 년 일하는 경우도 흔했다. 그러나 지금은 근속연수가 5년 내외라고 한다. 과거 수직적 사회를 경험한 임원이나 관리급 사원은 수평적 사회에 속한 사원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가정에서부터 수평적 사회를 경험한 사람은 수직적 문화가 갑갑하다. 추이로 봤을 때, 한국은 점점 수평적 사회가 되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기성세대가 이를 인정하고 변화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책 속에는 이러한 변화를 K 문화, 핵개인화, AI와 디지털 가속화, 가부장과 기득권의 와해 등을 예로 들며 설명한다.

기성세대와 새로운 세대의 입장 차이를 이해하고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 예측해 보고 싶다면 읽기 좋은 책이다.

(교보문고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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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스강의 작은 서점
프리다 쉬베크 지음, 심연희 옮김 / 열림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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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스 강은 영국 런던에 있는 강이다. 표지에 작은 서점이라는 제목과 책을 읽고 있는 여자, 그리고 그 아래 Riverside bookshop이라는 단어를 조합해 볼 때 서점에 얽힌 이야기라는 것을 추측해 볼 수 있다. 표지와 책 소개 글만 보고 영국 런던 템스강 근처 작은 서점에서 일어나는 잔잔한 에피소드를 그렸다고 생각했다.

해외판 표지만 보더라도 고양이가 있는 경쾌한 서점 외에는 생각할 수가 없다. 그런데 책을 읽자 슬픔을 극복해나가는 성장 소설에서 역사소설, 그리고 미스터리 추리소설로 읽히기 시작했다. 그래서 범인이 누구야?!

어느 날 영국 변호사 쿡은 이모 사라가 샬로테에게 템스강의 서점을 유산으로 상속했다고 전한다. 변호사는 유산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샬로테에게 영국으로 오라고 한다. 샬로테는 스웨덴 태생으로 자기 이름으로 된 화장품 회사를 갖고 있다. 본업이 바빠 차일피일 일정을 미루다가 샬로테는 영국으로 날아간다. 샬로테는 1년 전에 남편 윌리엄을 자동차 사고로 잃었다. 사람들은 윌리엄이 일부러 나무를 들이박은 거라며, 그래서 브레이크도 밟지 않았다고 수군거린다. 의기소침해진 샬로테는 충격으로 정신과 상담을 한다. 샬로테에게는 의지할 친구도 없는 거 같고 아버지는 저 멀리 떨어져 있다. 이번 영국행은 유산상속 처리 목적도 있지만 기분전환을 위한 목적도 있다.

<템스강의 작은 서점>은 샬로테의 스웨덴 화장품 회사와 영국 서점, 엄마의 과거와 딸의 현재, 죽은 이들과 살아남은 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죽은 남편을 떠나보내지 못하는 샬로테와 갑작스러운 친구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마르티니크를 보고 책 초반에는 우울했다.

샬로테는 한 번도 만난 적 없고 심지어 엄마로부터 이야기도 들어본 적 없는 이모가 있다는 것도 놀라운데, 유산으로 서점까지 물려준다니 어안이 벙벙하다. 샬로테는 서점에서 직원을 만난 후 한번 놀라고 서점 재정상태를 보고 또 놀란다. 일단 자신은 책에 대해 무지한데 서점 직원들은 책에 대해 척척박사다. 입이 거친 레즈비언 아르바이트생조차 샬로테 보다 책 지식이 풍부하다. 그러면 서점을 타인에게 양도하고 자신은 본업으로 돌아가면 될 거 같은데, 서점 재정이 엉망이다. 은행 대출은 한도까지 끌어쓰고, 게다가 이자는 연체되었다. 상속을 받기는커녕 서점을 팔아 상속세를 낼 수나 있을까 의심스럽다. 샬로테는 서점에서 하루 이틀 머물다가 스웨덴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일이 너무 많다. 이모는 샬로테를 사랑해서 서점을 물려준 걸까, 아니면 그녀를 궁지로 몰기 위해 서점을 물려준 걸까, 독자인 나는 헷갈리기 시작한다. 잔잔한 책이 아니었나 보다. 그 와중에 샬로테는 사라 이모 집에서 이상한 편지를 발견하게 된다.

서점 업무에 깔려죽어가는 현재의 샬로테와 사라 이모와 엄마 크리스티나의 과거가 교차되면서 소설은 계속 이어진다.

어릴 적 꿈 중 하나가 서점(또는 도서관)에서 일하는 것이었다. 서점에서 일하면 책을 실컷 볼 수 있을 거 같아서였다. 커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막상 서점 직원들은 신간 진열하고 재고 반품 처리하고 청소하고 손님들 응대하느라 서점에서 책 볼 시간이 없다고 한다. 서점 직원도 서점에서 일하는 직장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는 서점에 대한 나의 로망이 그대로 담겨있다. 리버사이트 187번지에 있는 <리버사이트 서점>은 100년이 넘는 서점으로 주인은 여러 번 바뀌었지만 주인들은 모두 서점을 사랑했다. 가난한 아이들에게 공간을 주고, 언제든지 책을 읽어볼 수 있게 해주었다. 손님이 엉뚱한 책 제목을 말해도 직원들은 찰떡같이 알아듣고 찾아준다. 책 취향을 말하면 책 추천까지 해준다. 손님이 읽으면 잠이 오는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자 <콘크리트 역사의 전성기>를 추천해 준다. 지루한 책도 다 쓸모가 있다며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말을 건네는 마르티니크와 샘을 보자니, 이거 미스터빈의 영국식 유머 같아 피식 웃게 된다.
스웨덴 작가 <프리다 쉬베크>가 영국을 배경으로 쓴 소설이다. 그래서 스웨덴 음식이 많이 나오고 영국 음식에 대한 코미디도 종종 그려진다.

책을 다 읽고 보니, 미스터리 추리 소설이 다시 휴먼 드라마로 돌아와 있다. 슬픔과 유머가 있는 잔잔한 드라마 같은 소설이다.

(열림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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