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스강의 작은 서점
프리다 쉬베크 지음, 심연희 옮김 / 열림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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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스 강은 영국 런던에 있는 강이다. 표지에 작은 서점이라는 제목과 책을 읽고 있는 여자, 그리고 그 아래 Riverside bookshop이라는 단어를 조합해 볼 때 서점에 얽힌 이야기라는 것을 추측해 볼 수 있다. 표지와 책 소개 글만 보고 영국 런던 템스강 근처 작은 서점에서 일어나는 잔잔한 에피소드를 그렸다고 생각했다.

해외판 표지만 보더라도 고양이가 있는 경쾌한 서점 외에는 생각할 수가 없다. 그런데 책을 읽자 슬픔을 극복해나가는 성장 소설에서 역사소설, 그리고 미스터리 추리소설로 읽히기 시작했다. 그래서 범인이 누구야?!

어느 날 영국 변호사 쿡은 이모 사라가 샬로테에게 템스강의 서점을 유산으로 상속했다고 전한다. 변호사는 유산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샬로테에게 영국으로 오라고 한다. 샬로테는 스웨덴 태생으로 자기 이름으로 된 화장품 회사를 갖고 있다. 본업이 바빠 차일피일 일정을 미루다가 샬로테는 영국으로 날아간다. 샬로테는 1년 전에 남편 윌리엄을 자동차 사고로 잃었다. 사람들은 윌리엄이 일부러 나무를 들이박은 거라며, 그래서 브레이크도 밟지 않았다고 수군거린다. 의기소침해진 샬로테는 충격으로 정신과 상담을 한다. 샬로테에게는 의지할 친구도 없는 거 같고 아버지는 저 멀리 떨어져 있다. 이번 영국행은 유산상속 처리 목적도 있지만 기분전환을 위한 목적도 있다.

<템스강의 작은 서점>은 샬로테의 스웨덴 화장품 회사와 영국 서점, 엄마의 과거와 딸의 현재, 죽은 이들과 살아남은 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죽은 남편을 떠나보내지 못하는 샬로테와 갑작스러운 친구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마르티니크를 보고 책 초반에는 우울했다.

샬로테는 한 번도 만난 적 없고 심지어 엄마로부터 이야기도 들어본 적 없는 이모가 있다는 것도 놀라운데, 유산으로 서점까지 물려준다니 어안이 벙벙하다. 샬로테는 서점에서 직원을 만난 후 한번 놀라고 서점 재정상태를 보고 또 놀란다. 일단 자신은 책에 대해 무지한데 서점 직원들은 책에 대해 척척박사다. 입이 거친 레즈비언 아르바이트생조차 샬로테 보다 책 지식이 풍부하다. 그러면 서점을 타인에게 양도하고 자신은 본업으로 돌아가면 될 거 같은데, 서점 재정이 엉망이다. 은행 대출은 한도까지 끌어쓰고, 게다가 이자는 연체되었다. 상속을 받기는커녕 서점을 팔아 상속세를 낼 수나 있을까 의심스럽다. 샬로테는 서점에서 하루 이틀 머물다가 스웨덴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일이 너무 많다. 이모는 샬로테를 사랑해서 서점을 물려준 걸까, 아니면 그녀를 궁지로 몰기 위해 서점을 물려준 걸까, 독자인 나는 헷갈리기 시작한다. 잔잔한 책이 아니었나 보다. 그 와중에 샬로테는 사라 이모 집에서 이상한 편지를 발견하게 된다.

서점 업무에 깔려죽어가는 현재의 샬로테와 사라 이모와 엄마 크리스티나의 과거가 교차되면서 소설은 계속 이어진다.

어릴 적 꿈 중 하나가 서점(또는 도서관)에서 일하는 것이었다. 서점에서 일하면 책을 실컷 볼 수 있을 거 같아서였다. 커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막상 서점 직원들은 신간 진열하고 재고 반품 처리하고 청소하고 손님들 응대하느라 서점에서 책 볼 시간이 없다고 한다. 서점 직원도 서점에서 일하는 직장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는 서점에 대한 나의 로망이 그대로 담겨있다. 리버사이트 187번지에 있는 <리버사이트 서점>은 100년이 넘는 서점으로 주인은 여러 번 바뀌었지만 주인들은 모두 서점을 사랑했다. 가난한 아이들에게 공간을 주고, 언제든지 책을 읽어볼 수 있게 해주었다. 손님이 엉뚱한 책 제목을 말해도 직원들은 찰떡같이 알아듣고 찾아준다. 책 취향을 말하면 책 추천까지 해준다. 손님이 읽으면 잠이 오는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자 <콘크리트 역사의 전성기>를 추천해 준다. 지루한 책도 다 쓸모가 있다며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말을 건네는 마르티니크와 샘을 보자니, 이거 미스터빈의 영국식 유머 같아 피식 웃게 된다.
스웨덴 작가 <프리다 쉬베크>가 영국을 배경으로 쓴 소설이다. 그래서 스웨덴 음식이 많이 나오고 영국 음식에 대한 코미디도 종종 그려진다.

책을 다 읽고 보니, 미스터리 추리 소설이 다시 휴먼 드라마로 돌아와 있다. 슬픔과 유머가 있는 잔잔한 드라마 같은 소설이다.

(열림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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