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펜하이머 아트북 : 크리스토퍼 놀란의 폭발적인 원자력 시대 스릴러
제이다 유안 지음, 김민성 옮김, 크리스토퍼 놀란 서문 / 아르누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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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하이머 아트북은 영화 오펜하이머(크리스퍼 놀란 감독, 킬리언 머피 주연의 2023년 개봉작)의 제작 과정과 참여자들의 인터뷰, 비하인드 스토리를 사진으로 담은 책이다. 영화 오펜하이머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주연 킬리언 머피 외에 70여 명의 묵직한 조연들의 캐스팅 비하인드와 인터뷰도 실려 있다.

오펜하이머 아트북의 저자 제이다 유안은 칼럼리스트이자 워싱턴 포스트지의 특별 기사 전문 기고가이다. 제이다 유안은 놀란 감독의 영화 오펜하이머가 자신의 고향 로스앨러모스에서 제작된다는 걸 알고, 감독에게 연락한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오펜하이머 아트북 제작에 참여하였다. 제이다 유안의 조부모 역시 과학자로서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고 한다.

영화 <오펜하이머>는 로버트 오펜하이머 평전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카이 버드, 마틴 셔윈 지음, 사이언스북스 출판사)를 토대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각본과 감독을 맡았다.
J. 로버트 오펜하이머(1904~ 1967년)은 미국의 이론물리학자이다. 그는 각 지역 대학과 연구소 등에 흩어진 유능한 과학자들을 하나로 모아 맨해튼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세계 2차대전 동안 원자폭탄을 개발하고 제조했던 미국 로스앨러모스 연구소의 소장을 지냈다. 오펜하이머와 동료들은 원자폭탄개발에 성공하고, 오피는 <원자 폭탄의 아버지>라고 불리게 된다. 그는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핵폭탄을 연구하고 제조하였으나, 핵폭탄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자 괴로워했다.

전쟁이 끝난 후 미국의 수소폭탄 제조에 반대하였다가, 공산당으로 몰려 1954년 보안 청문회에 나가게 된다. 많은 과학자들이 자신들의 명예를 걸고 오펜하이머를 지지했으나 결국 오피는 청문회에서 원자력 기밀에 대한 접근 권한을 박탈당한다. 2022년 12월이 되어서야 그의 누명이 벗겨진다. 보안 인가 말소 조치가 취소되고 미국 물리학자로서의 명예도 회복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2000년대 들면서 과학, 특히 양자물리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러한 관심은 영화 <인셉션>과 <테넷>에 드러난다. 세계대전과 물리학자, 원자핵, 오펜하이머에 관심을 갖고 있던 차에, 프로듀서 찰스 척 로벤은 크리스토퍼 놀란과 에마 토머스 부부를 불러 오펜하이머의 전기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애 대해 물어본다. 그리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차기작이 <오펜하이머>로 정해진다.

놀란 감독은 각본을 쓰고 핵심 협력자인 캐스팅 디렉터 팝시데라, 촬영감독 호이터 판 호이테마, 시각 효과 감독 앤드류 잭슨, 특수 효과 감독 스콧 R. 피셔를 불러 모은다. 주연 배우와 조연 배우를 물색한다. 재미있는 점은 이 영화에 나온 조연들이 한 시대를 풍미한 과학자나 정치가, 군인(아인슈타인, 파인만, 닐스 보어, 어니스트 로런스, 해리 트루먼 대통령 등)이었기 때문에, 70여 명에 달하는 조연들 역시 개성 있는 배우들로 캐스팅한다. 한 장면만 나오는데도 배우들은 놀란 감독과 작업하고 싶어 기꺼이 동참한다. 어떤 배우들은 배경으로 사용되는 신에도 기꺼이 출연한다. 감독과 배우가 한 작품을 위해 협력하는 모습이 멋지다.

이 책은 소재 선정에서 제작사 선정, 핵심 협력 멤버 구성, 배우 캐스팅, 촬영지 선정, 세트장 건설, 편집, OST 제작 등을 사진과 함께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촬영이 지연될 뻔한 에피소드, 유럽에서 헬리콥터로 저공 촬영을 하기로 한 날 각국 정상들이 회담을 위해 모이는 바람에 촬영이 취소된 에피소드, 빠른 촬영을 위해 배우들이 항상 의상을 차례 입고 촬영장을 배회하는 에피소드, 주연 배우 킬리언 머피의 체중 감량과 스트로스 역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앞머리를 밀어버린 에피소드, 시대 의상을 못 구해 의상팀에서 급히 만든 옷을 입고 연기한 배우들의 에피소드, 편집 담당자로 낙점한 사람이 임신과 출산 때문에 제안을 거절하자 놀란 감독이 스케줄을 조정한 에피소드. 읽다 보면 그 촬영 현장 스태프로 참여한 느낌이 든다.

조연 배우들 스틸 컷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이 배우가 조연을 맡고, 이 배우가 한 컷 밖에 안 나오는 단역을 맡았다는 걸 신기하게 쳐다봤다. 다른 영화에서는 주연 또는 주연에 준하는 조연 역할을 맡는 배우들인데 말이다.

감독은 단역 배우들을 캐스팅할 때 로스앨러모스 현장에 있는 과학자들에게도 연락을 취했다고 한다. 실제 과학자들이 캐스팅하는 바람에, 단역배우들(실제 과학자들)에게 실험도구 사용법을 따로 알려주지 않아 좋았다고 감독은 말한다. 힘든 제작 과정 속 깨알 같은 미국식 농담이 곳곳에 배어있다.

놀란 감독은 이 영화 한편에 세 편의 영화가 담겼다고 한다. 영웅적 기원 설화, 서부극, 법정 드라마이다. 시간을 교차편집하여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유명인의 성공과 고뇌를 잘 담아냈다고 생각된다.

영화가 제작되는 동안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의 공동 저자 중 한 분이 세상을 떠난다. 영화가 한창 제작 중일 때, 오펜하이머의 복권이 확정되었다.

우리는 오펜하이머와 맨해튼프로젝트가 남긴 핵으로 인해, 다모 클래스의 검 아래 살고 있다. 요즘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어 슬픈 생각을 들게 하는 영화다.

(아르누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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