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인간혐오자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5
몰리에르 지음, 김혜영 옮김 / 미래와사람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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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류에 편승한 방식은 비굴하기 짝이 없지. 나는 자네 같은 사람들을 차마 두고 볼 수가 없어. 과장된 태도가 너무 혐오스럽거든.
p12 <알세스트>의 대사 중에서

<인간 혐오자>는 17세기 프랑스 3대 희곡작가이자 희극을 대표하는 작가 <몰리에르>의 작품이다. 제목을 듣고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처럼 우울한 내용인가 생각하다가, 몰리에르의 이전 작 <타르튀프>처럼 누군가를 비꼬아 비판하는 내용인가 생각하며 읽었다. 인간 혐오자는 1666년에 초연된 작품으로 17세기 프랑스 귀족사회를 떠올리며 읽으면 좋다.

인간 혐오자의 주인공은 귀족 청년 <알세스트>이다. 그는 인간의 위선을 극히 싫어한다. 속으로는 못마땅하지만 겉으로는 상냥한 척하는 행동이 너무 싫다. 그래서 자신은 언제나 솔직하게 살 것이라고 말하고 행동한다. 그에 반해 알세스트의 친구 필랭트는 인간관계에 있어 적절한 가식을 떨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알세스트는 필랭트의 다정한 말을 끝내 무시한다.

어느 날 알세스트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오롱트가 알세스트에게 친구가 되어 줄 것을 간청한다. 그러나 알세스트는 솔직한 이유를 들어 거절한다. 또한 오롱트의 소네트를 듣고, 필랭트는 좋은 소네트라고 칭찬하지만 알세스트는 문학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고 일침을 놓는다. 자신은 소네트나 문학에 대해 잘 모르므로 평가를 할 수 없다고, 잘 아는 필랭트의 말만 들어보는 게 어떻겠냐고 지나가면 될 것을 꼭 일을 만든다! 결국 오롱트는 알세스트에게 불같이 화를 내고 알세스트를 모함하고 그에게 소송을 건다.

그런 알세스트가 한 여자를 열렬히 사랑한다. 그녀의 이름은 셀리멘으로 스무살의 과부이다. 셀리멘은 눈앞에 있는 사람에게는 한없이 다정한 여자이지만, 그들이 자리를 비우면 엄청나게 험담을 하는 여자이다. 입으로도 험담을 하고 편지로도 다른 사람의 험담을 나눈다. 겉과 속이 똑같을 것을 강조하는 알세스트와 겉과 속이 완전히 다른 셀리멘. 알세스트가 처한 상황이 진짜 희극이다. 사람들은 알세스트가 셀리멘을 만나면 정말 불행하다는 것을 아는데 본인만 모른다. 아니 알면서도 그가 셀리멘을 구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셀리멘은 겉과 속이 다른 아부와 사랑놀이로 알세스트, 클리탕드르, 아카스트를 비롯한 남자들은 물론 알세스트와 대립 중인 오롱트에게도 구애를 받는다. 셀리멘과 이 남자들이 다 같이 모여 누구를 택할 거냐고 묻는 장면도 너무 우스꽝스럽다. 사랑놀이에 눈이 먼 알세스트의 대사도 하나같이 어이없다.

얼마 전에 읽은 책(삶의 자극제가 되는 발칙한 이솝우화_최강록 지음)에서 <솔직함>과 <정직함>에 대해서 배웠다. 솔직함은 사실 그대로 이야기하고 행동하는 것이지만 그것으로 인해 때로 타인이 불편을 겪든 그렇지 않든 상관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한다. 알세스트는 <솔직>하게 살고자 한다. 그러나 사람이 서로 만나다 보면, 직설적으로 말하기 보다는 상대의 기분을 생각하며 에둘러 말할 필요가 있다. 이는 아부나 아첨이 아니라 진실을 다르게 표현하는 예의라고 생각한다.

알레스트는 솔직했지만 교만했다. 이 책에 나온 인생의 승자는 알레스트의 친구 필랭트와 그의 연인 엘리앙트가 아닐까 싶다. 400년 전 희곡이지만 지금도 주변에 알레스트와 셀리멘 같은 사람이 툭하고 튀어나올만큼 현실적이다. 다른 출판사의 인간 혐오자는 읽어보지 않았지만 미래와 사람 출판사의 <읽기 쉽게 풀어 쓴 현대어판> 버전은 현대어로 번역되어 있어 술술 읽었다. 다음 시리즈도 기대된다.

(미래와사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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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리트의 껍질
최석규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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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타인의 눈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정작 두려워해야 할 것은 아무도 걱정하지 않는다. 인공의 렌즈든 생명체의 각막이든 그건 그저 껍데기일 뿐이다. 진짜 중요한 것은 그 너머 심연 아래에 있다.p149 <제3장 미술관 작업실> 중에서

한국 작가가 쓴 미스터리 추리소설이라고 해서 고른 책이다. 이 책은 뒷 표지에서도 언급했듯이 기억소실에 관한 미스터리 추리 소설이다. 주인공이 기억을 되찾는 과정과 그로인해 발생하는 일들을 얼마나 만들었냐에 따라 작품의 완성도가 달라질 수 있다.
마그리트가 들어간 제목을 듣고 화가 르네 마그리트를 떠올렸다. 그리고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을 검색해 보았다. 마그리트의 그림 중 앞표지에 나온 그림과 비슷한 느낌의 그림은 보이지 않는데, 제목과 마그리트는 무슨 연관이 있을까.

기억이 지워졌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스릴러 영화에 한참 몰입하다가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지려는 순간 갑자기 필름이 툭 끊어져 버리는 것 같은 그리고 다시 영사기가 켜졌을 때 스크린에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것 같은 느낌이다.p28

마그리트의 껍질은 서른두 살의 강규호가 병원에서 눈을 뜨면서 시작된다. 강규호는 강에서 발견되었다. 강에서 발견된 강규호는 후두부에 큰 상처가 났고 갈비뼈도 부러져 있었다. 그가 자살을 하려던 것인지 아니면 강도를 당한 것인지 우연히 발을 헛디뎌 사고를 당한 것인지 알 수 없다. 다만, 이로 인해 그는 사고 직전 2년간의 기억을 잃는다.
병원에서는 정신상담을 받을 수 있는 신경정신과를 소개해 준다. 신경정신의 박서준 원장은 강규호에게 과거의 기억을 하나씩 떠올려보자며 노트를 하나 준다. 그 노트에 그려진 그림이 바로 표지의 사과 그림이다. 사과가 공중에 떠 있고 껍질은 돌돌 벗겨져 있는데, 알맹이는 없다. 의사는 강규호에게 하루에 있었던 일이나 기억에 남는 물건 등 단서가 될 만한 것들을 적어 다음 상담 시간에 가져오라고 한다.

병원에서 퇴원한 강규호는 자신이 살고 있는 원룸으로 돌아온다. 화장실을 둘러보던 중 화장실 타일 속에 숨겨진 금고와 금고 옆에 놓은 여자의 사진을 한 장 발견한다. 여자의 사진 뒤에는 <뒤를 조심할 것>이라는 문구가 쓰여있다.

미스터리 추리소설답게 나 <강규호>가 누구인지 알아내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화장실에 금고는 왜 있는지, 금고 비밀번호는 무엇인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여자의 사진에는 그녀의 이름도 직업도, 자신과 어떤 관계였는지 전혀 적혀있지 않다. 모든 게 다 의문일 뿐이다. 그 와중에 강규호의 사수 최경식 대리(서른다섯)는 사람 좋은 웃음으로 강규호를 대한다. CCTV 회사에서 일해서인지 강규호는 CCTV와 같은 눈을 모든 것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비디오 도서 대여점 주인아주머니가 자신을 쳐다보는 모습이 의심스럽다.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서비스로 주는 주인도 의심스럽다. 스펙 좋은 이병우 박사가 중소업체인 자사의 영업총괄팀장으로 온 것인지도 의심스럽고, 그에게 칼리 무술(필리핀 말로 손 그림자)을 가르쳐 준다는 것도 수상쩍다. 이병우 박사의 소개로 온 사장의 비서 차수림(서른 하나)도 의심스럽다. 차갑게만 보이는 그녀가 왜 봉사를 좋아하는지, 강규호에게 다정하게 대하는지도 이상하다. 회식자리에서 술에 취한 사장이 강규호에게 <마그리트의 사과껍질>같다고 했는데, 그게 무슨 말인지도 의심스럽다.

하나부터 열까지 주변 사람들을 다 의심하기 시작하면서 강규호는 신경정신과에서 처방한 약도 먹지 않고 버린다. 아픈 사람이 약을 안 먹으면 더 아프다고 하는데 슬슬 그가 걱정되기 시작한다. 어떨 때는 강규호는 제외한 모든 이들이 의심스럽다가, 약을 안 먹는 강규호를 보면서 강규호의 망상일까 싶어 걱정되었다.

강규호는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을 수 있을까, 그는 왜 그날 그곳에서 사고를 당한 것일까, 왜 책 제목이 마그리트의 껍질일까 생각하며 읽으면 이 책이 한층 더 재미있을 것이다. 그리고 후반부에 등장하는 선과 악의 대결장면도 흥미롭다. 누가 악이고 누가 선인지 누가 판단할 수 있단 말인가!

(팩토리나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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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너머로 달리는 말 (리커버 에디션)
김훈 지음 / 파람북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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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작가의 <달 너머로 달리는 말>이 리커버 에디션으로 나왔다. 작가는 지하철 3호선을 타고 다니며 창밖을 바라보다 얼굴이 하얘지고 놀랐다고 한다. 세상을 지워버리고 싶은 충동이 한 켠에 있었던 것 같다며, 이 책은 그 답답함의 소산이라고 책 끝에 언급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작품 속의 인물, 특히 초 나라, 월 나라 사람들은 늙고 죽어 가는 것에 초연하다. 초 나라 사람들은 늙어 때가 되면 홀연히 홀로 또는 무리 지어 배를 타고 강으로 나가 죽음을 맞이한다. 초 나라 왕인 목(木)도 그렇게 죽음을 맞이했다.

아주 오래전 사람과 개와 말이 있었다. 개와 말은 사람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살았다. 그러나 사람들은 개를 길들여 전쟁에 내보냈고, 말을 길들여 이동 수단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먼 옛날 초 나라가 있었다. 그리고 초 나라 아래에는 나하라는 강이 있고 초 나라가 세워지고 오랜 시간이 흘러 강 이남에 단 나라가 세워진다. 초 나라는 문자를 경계하고 문자에 묶여 사는 삶을 경하였으나 단 나라는 문자로 드러나는 것을 귀하게 여겼다. 초 나라는 평평한 초원을 사랑하고 높은 건물을 경계하였으나 단 나라는 땅에 금을 긋고 성을 높게 쌓은 것을 즐겼다.

이에 초 나라는 단 나라와 전쟁을 한다. 목 왕은 죽기 전까지 아들 표(猋)에게 높은 돌담장을 경계하며, 글과 말에 묶여 사는 삶을 피하라고 유훈한다. 늙은 목 왕은 첫째 아들 표에게 전쟁을 맡기고 자신은 돈몰(늙은이들이 홀로 또는 여럿이 배를 타고 명도섬에 가서 죽음을 맡는 것)을 한다.

단 나라 왕 칭은 군장들에게 인색한 왕이었다. <상양성>이 초 나라 군인들에게 포위당하자 칭 왕은 가짜 왕을 내보내고 자신은 도망친다. 그리고 용맹한 군독 황을 죽음으로 내몰기도 한다.

야백은 늘 싸움터에 있었으나 싸움은 남의 것이었다. 죽고 죽이는 인간의 싸움을 보면서, 야백은 자신이 인간이 아니고 말이라는 것을 알았다.
p144 <탈출> 중에서

초 나라와 단 나라 사람들 간의 전쟁 속에 말들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한다. 초승달을 향해 달려가는 신월마의 후손 토하(초 나라 표의 군마), 지는 해를 향해 달려가는 비혈마의 후손 야백(단 나라 군독 황의 군마)를 비롯한 말들은 사람들에게 계속 말하고 묻지만 말(馬)의 말(言)은 사람에게 닿지 않는다. 왜 재갈을 물고 사람을 등에 태워야 하는지 알지 못한 채 살아간다. 늙고 병들어 어금니가 빠지기 전까지 말들은 재갈을 벗을 수도, 죽기 직전까지 짐을 내릴 수도 없다
.
배들은 점점 다가왔다. 귀 밝은 요망군 한 평이 물속에 긴 대나무를 박고 물의 소리를 들었다. 요망군은 멀리서 노 젓는 소리가 들린다고 군장에게 보고했다.
p107 < 돌무더기> 중에서

단 나라가 흩어지고 단 나라 사람들은 월나라로 퍼진다. 월 나라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하루 안에 장례를 치르고 혼백이 민망해질 수 있으므로 장례식장에서는 아무도 울지 않는다. 나라의 흥망성쇠가 이루어지고 짐승들은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원치 않는 굴레를 쓰고 살다 죽는다.

..말[言]이란 개 떼와 같구나. 풀어놓아서 마구 날뛰어야 힘이 생긴다. 말은 말[馬]로 막지 못한다. 개로도 막지 못한다.
p218 <삼등마> 중에서

초나라, 단 나라, 월 나라 모두 허구지만, 작가는 허구의 역사서를 언급하며 실제 있었던 기록인 양 서술한다. 사람들이 아이를 낳은 것, 죽는 것, 시체를 말려 동물들의 먹이가 되어가는 모든 것들이 원초적으로 씌어 있다. 그래서 한편의 잃어버린 오랜 역사서를 읽는 느낌이 난다.

단 나라의 왕 칭은 살아남기 위해 진짜 가왕을 앞세우고 자신은 도망 나온다. 진짜 가왕이 초 나라 군인들에 의해 죽자 진짜 단 왕 칭은 가짜 가왕이 되었다. 그리고 칭은 <모두들 진짜 왕이 죽은 줄 알았다면 나는 진짜 죽은 것이 아닐까> 계속 되뇐다. 초 나라가 경계하던 말(言)에 묶여 사는 삶이 이것이 아닐까 싶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들은 나이 듦과 그에 따른 죽음을 부자연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너무 많은 것들을 길들이고 소유하려고 한다. 그러다 모두 잃어버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그래서 작가는 세상을 무로 돌리고 싶어 그 감정을 이 작품에 고스란히 담아내었나 보다.

(파람북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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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샤 페이지터너스
아이작 바셰비스 싱어 지음, 정영문 옮김 / 빛소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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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간이 사라지는 것을 막는 것이 문학의 목표라고 믿었지만 정작 나 자신의 시간은 허비하고 있었다.
p28

소설 <쇼사>는 197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아이작 바셰비스 싱어의 소설이며, 작가 자신이 제일 좋아한 소설(정영문 번역가의 말 참고)이다. 쇼샤 Shosha는 주인공이 사랑한 소녀(여인)의 이름이자 아름다웠던 시절에 대한 추억이 담긴 이름이다.

아론 그라이딩거는 유대인으로 폴란드 바르샤바, 그중에서도 도둑과 매춘부가 극성인 가난하고 범죄가 많은 동네 크로크말나 가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아론 그라이딩거의 아버지는 랍비이고 어머니는 정숙한 부인이다. 아론 그라이딩거에게는 남동생 므와셰가 있다. 므와셰는 후에 아버지를 이어 랍비가 된다.

7, 8살 아론 그라이딩거 근처에 바셸레 부인(바샤 술디네르)과 젤리그 아저씨 부부가 살고 있다. 그들에게는 세 딸이 있는데 그중에 아론은 9살 쇼샤에게 관심이 있다. 1910년 경 쇼샤의 가족이 다른 구역으로 이사를 가기 전까지 아론과 쇼샤는 즐겁게 논다. 쇼샤는 백치미가 있는 소녀로, 배우는 것이 뎌뎌 학교에서 쫓겨난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아론과 백치미 있는 쇼샤는 책 전반에 걸쳐 대비가 된다.

세계 1차 대전을 겪으며 폴란드의 크로크말나 거리의 사람들은 더욱 혹독한 가난을 경험한다. 아론 그라이딩거의 가족들은 다른 지방으로 이사를 간다. 그리고 쇼샤네 가족 및 크로크말나 가 사람들과 완전히 연락을 끊는다.

성인이 된 아론은 다시 바르샤바로 돌아온다. 바르샤바에서 잡지에 글을 기고하고 번역 일을 하며 근근이 먹고산다. 아론은 작가클럽에서 활동하면서 25살 연상의 모리스 파이텔존 박사를 만나 호감을 갖고 교류하게 된다. 모리스는 아론에게 하이믈 첸트시너와 그의 부인 셀리아 첸트시너를 소개해준다. 그리고 미국에서 온 여배우 베티 슬로님과 그의 백만장자 동거인 샘 그라이만(나이가 많은 남자)도 소개해준다. 아론은 사람들 앞에서 얼떨결에 희곡 <루드미르 출신의 처녀>를 쓰고 있다고 말하고, 베티와 샘은 호기심을 갖고 희곡을 완성하라고 재촉한다. 베티는 그 희곡의 여주인공이 될 것이며, 샘은 공연장을 계약하고 모든 홍보를 맡고 금전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한다.

아론은 공산당원인 여자친구 도라와도 만나고, 셀리아 부인과도 만나고, 베티와도 만나 육체적인 관계를 갖는다. 어느 날 아론은 베티와 데이트를 하며 그가 어릴 적 살던 크로크말나 가에 간다. 20여 년 만에 돌아온 동네를 살펴보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쇼샤를 찾는다. 쇼샤는 크로크말나 가 7번지에 그대로 살고 있다. 아버지는 장의사가 되어 집을 나갔으며, 쇼샤는 영양실조와 병으로 9살 때와 키와 얼굴, 몸매가 거의 동일하다. 둘째 동생은 병으로 사망하였다. 셋째 동생 타이벨레는 정상적으로 성장하여 다른 동네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다. 아론은 쇼샤를 만나 다시금 사랑에 빠진다. 사람들은 그녀를 백치라고 했지만 아론에게 그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론은 자신의 하숙집과 쇼샤를 집을 오가며 생활한다.

한편, 독일의 나치당이 세를 확장하고 있고 히틀러가 유대인을 학살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폴란드 및 유럽에 퍼져 있다. 유럽 내 유대인에 대한 평도 좋지 않다. 폴란드 내 유대인은 미국으로 이민을 가고자 하나, 미국인 이민 할당제가 있어 원한다고 다 미국으로 이민을 갈 수가 없다. 어느 날 샘이 위독하여 다급히 아론을 부른다. 그리고 샘은 아론에게 베티와 결혼을 하여 미국에 같이 가달라고 부탁한다. 금전적인 지원도 해줄 것이며, 쇼샤도 하녀라는 명목으로 미국에 데려가 치료를 받게 해 주겠다고 한다. 그러나 아론은 거절한다. 마음 한편에 쇼샤가 있기 때문에 베티와 거짓으로 결혼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론은 실제로 쇼샤와 결혼한다. 샘과 베티가 떠난 폴란드에서 아론은 다시 가난에 빠진다.

어느 날 베티가 아론을 찾아온다. 폴란드에 전쟁이 시작될 거라며 유대인이 폴란드에 남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한다. 베티는 샘도 죽고 자신에겐 의지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며, 자신과 함께 미국으로 떠나자고 말한다. 그러나 아론은 역시 거절한다. 베티는 자존심에 폴란드에 친척을 보러 왔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아론을 보기 위해 미국에서 폴란드로 온 것이다. 아론은 뒤늦게 이를 깨닫지만 베티를 다시는 보지 못한다. 먼저 알았다고 해도 쇼샤를 떠나지 못했을 것이다.
시간은 흘러 아론은 미국에서 일을 한다. 그리고 이스라엘의 텔아비브를 여행한다. 어떻게 된 일일까.

아론은 쇼샤를 쇼셀레라고 부르고, 쇼샤는 아론을 아렐레라고 부른다. 서로의 애칭이 귀엽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연상의 여인들과 육체적인 사랑을 나눈 아론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어린 아이 같은 쇼샤를 버리고 떠나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리고 약혼을 깨지는 않을까, 결혼을 깨지는 않을까, 홀연히 짐도 챙기지 않고 베티와 떠나지는 않을까.

쇼샤는 알 수 없는 것들을 보고 상상한다. 흡사 정신병 같기도 하고 실제 귀신을 보는 사람 같기도 하다. 행동도 너무 굼뜨고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말을 알아듣기도 힘들다. 그녀의 동생 타이벨레까지 쇼샤와 결혼하는 아론을 이상하게 쳐다본다. 나 역시 아론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금전적인 지원을 받으며 타국에서 편하게 원하는 글을 쓰고 살 수도 있을텐데, 굳이 전운이 감도는 곳에서 백치의 여자친구와 그의 어머니를 모시며 힘들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랍비인 아버지를 둬서일까 어릴 적부터 받았던 교육때문에 약속을 깰 수 없었던 것일까, 아니면 진지하게 쇼샤를 사랑해서 진실로 그녀를 지켜주고자 한 것일까. 아론은 쇼샤와 결혼생활을 하면서 다른 여인도 만나고 하숙집도 처분하지 않았는데...이 소설은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그대로 그린게 맞나보다.

아이작 바셰비스 싱어는 실제 랍비의 아들로 태어나 전통적인 유대식 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로 많은 유대인 친구과 가족의 죽음을 목격하고 회의론자로 남았다고 한다. <나는 내 형제에게 일어난 일 때문에 하나님에게 화가 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쇼샤>의 아론도 랍비 집안의 장남이지만 유대인답지 않게 현대 독일인처럼 꾸미고 다닌다. 그렇지만 겉은 신식독일인처럼 꾸미고 다니지만 속은 어쩔 수 없는 독실한 (아버지처럼 약속을 지키는) 유대인일 수 밖에 없나보다.

(빛소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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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첫 부동산 공부 - 청약부터 세금까지 50문 50답으로 완성하는
전형진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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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전형진은 한국경제 기자의 책으로 다른 강사들에 비해 객관성 있게 쓴 책이다. 이 책은 주택 청약, 매매, 재개발, 재건축, 리모델링, 세금에 대한 50문답으로 이루어져 있다. 인생 첫 부동산 공부에 관한 책이므로 부동산을 처음 접하는 대학생, (전월세/매매) 집을 구하기 시작한 사회 초년생, 부동산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은 기본서 같은 책이다. 단 한 채의 집이 없는 당신에게 건네는 단 한 권의 부동산 입문서라는 설명이 어울린다. 사회 초년생 일 때 읽었다면 나도 조금 준비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더 많이 보고 집을 고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직장을 오래 하고 차곡차곡 월급을 모으다 보면 월세와 전세를 거쳐 언제 가는 집을 구매하게 된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작은 집에서 큰집으로 평수를 늘릴 수 있다. 이것이 내가 부모님과 친인척들로부터 들은 막연한 부동산, 내집 마련에 대한 이야기였다. 주택 청약은 해야 된다고 하는데, 왜 좋은지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했다. 나는 왜 이율도 낮은 주택청약을 장기간 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청약 납입과 해지를 반복했다.

주택청약은 돈이 없는 사람이 집을 사기 위한 좋은 방법이다. 시세보다 저렴하게 새집을 살 수 있고, 잔금 상환까지 긴 유예기간도 있고, 여차하면 새집을 원하는 세입자를 구해 잔금을 치룰 수도 있다. 집을 구하는 다른 방식들보다 저렴하게, 위험부담도 낮은 방식으로 집을 구할 수 있다. 그리고 신혼부부 특별공급 등을 통하면 청약당첨 가능성도 높아진다. 10년 전에만 알았어도, 누군가가 진지하게 상담해줬거나 내가 미리 공부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십수년 전에는 주택가격 하락장이어서 청약이 없어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미래를 위한 보험이라고 생각하고 해약하지 않았다면...

청약 등을 통해 이미 주택을 구매한 사람이라면 <Part2 매매>, <Part3 재개발, 재건축, 리모델링>, <Part4 세금> 부분을 먼저 읽는 게 좋다. 상승장에서 주택을 사고팔 때 주의해야 할 점, 오래된 주택을 매매할 경우 재개발/재건축의 차이와 조합 구성에 대한 점, 리모델링의 주의점, 1가구 1주택자와 다가구주택자들의 세금 정보 등을 배울 수 있다. 특히 세금의 경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완화하기도 하고 규제를 강화하기도 때문에 이 책을 보고 그대로 따라 할 수는 없다. 다만, 앞서 언급하였듯이 부동산시장도 주기가 있으므로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예상해 볼 수는 있다.

예전에는 부동산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뉴스를 통해 부동산을 통해 부를 축적한 사람도 보고, 하우스푸어가 되었다는 사람도 보다보니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가족이 생기다보니 안정적으로 살아갈 주거공간도 필요해지다 보니 조금씩 관심이 생겼다(또래 친구들도 주변에서도 부동산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니 들을 수 밖에 없다). 저자는 건설부동산부 기자였던 만큼 인터뷰를 통해 부동산에 얽힌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그 중에 흥미로운 내용은 p177에 나오는 <아랫바지와 윗바지>이다. 경매에 대한 것이었는데, 왜 부동산 매매와 경매를 통해 부를 축척한 사람들이 강사로 활동하는지 조금 이해가 되었다. 선한 강사님들도 계시겠지만, 이 챕터에 나온 아랫바지와 윗바지, 이 점은 나도 오랫동안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저자가 밝힌 바와 같이 이 책에는 적은 금액으로 벼락부자가 되는 방법은 나와있지 않다. 그러나 부동산에 대한 기초와 어떻게 하면 나쁜 부동산 거래를 피할 수 있을까 안내를 해주니, 부동산 초보길라잡이 책으로 읽어보면 좋을 듯 하다.

아울러, 여러 부동산 서적에서 하는 이야기! 지역주택조합은 절대로 쳐다보지도 말고 가입도 하지 말라!! 원수가 있다면 추천해줘라~

(알에이치코리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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