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샤 페이지터너스
아이작 바셰비스 싱어 지음, 정영문 옮김 / 빛소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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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간이 사라지는 것을 막는 것이 문학의 목표라고 믿었지만 정작 나 자신의 시간은 허비하고 있었다.
p28

소설 <쇼사>는 197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아이작 바셰비스 싱어의 소설이며, 작가 자신이 제일 좋아한 소설(정영문 번역가의 말 참고)이다. 쇼샤 Shosha는 주인공이 사랑한 소녀(여인)의 이름이자 아름다웠던 시절에 대한 추억이 담긴 이름이다.

아론 그라이딩거는 유대인으로 폴란드 바르샤바, 그중에서도 도둑과 매춘부가 극성인 가난하고 범죄가 많은 동네 크로크말나 가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아론 그라이딩거의 아버지는 랍비이고 어머니는 정숙한 부인이다. 아론 그라이딩거에게는 남동생 므와셰가 있다. 므와셰는 후에 아버지를 이어 랍비가 된다.

7, 8살 아론 그라이딩거 근처에 바셸레 부인(바샤 술디네르)과 젤리그 아저씨 부부가 살고 있다. 그들에게는 세 딸이 있는데 그중에 아론은 9살 쇼샤에게 관심이 있다. 1910년 경 쇼샤의 가족이 다른 구역으로 이사를 가기 전까지 아론과 쇼샤는 즐겁게 논다. 쇼샤는 백치미가 있는 소녀로, 배우는 것이 뎌뎌 학교에서 쫓겨난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아론과 백치미 있는 쇼샤는 책 전반에 걸쳐 대비가 된다.

세계 1차 대전을 겪으며 폴란드의 크로크말나 거리의 사람들은 더욱 혹독한 가난을 경험한다. 아론 그라이딩거의 가족들은 다른 지방으로 이사를 간다. 그리고 쇼샤네 가족 및 크로크말나 가 사람들과 완전히 연락을 끊는다.

성인이 된 아론은 다시 바르샤바로 돌아온다. 바르샤바에서 잡지에 글을 기고하고 번역 일을 하며 근근이 먹고산다. 아론은 작가클럽에서 활동하면서 25살 연상의 모리스 파이텔존 박사를 만나 호감을 갖고 교류하게 된다. 모리스는 아론에게 하이믈 첸트시너와 그의 부인 셀리아 첸트시너를 소개해준다. 그리고 미국에서 온 여배우 베티 슬로님과 그의 백만장자 동거인 샘 그라이만(나이가 많은 남자)도 소개해준다. 아론은 사람들 앞에서 얼떨결에 희곡 <루드미르 출신의 처녀>를 쓰고 있다고 말하고, 베티와 샘은 호기심을 갖고 희곡을 완성하라고 재촉한다. 베티는 그 희곡의 여주인공이 될 것이며, 샘은 공연장을 계약하고 모든 홍보를 맡고 금전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한다.

아론은 공산당원인 여자친구 도라와도 만나고, 셀리아 부인과도 만나고, 베티와도 만나 육체적인 관계를 갖는다. 어느 날 아론은 베티와 데이트를 하며 그가 어릴 적 살던 크로크말나 가에 간다. 20여 년 만에 돌아온 동네를 살펴보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쇼샤를 찾는다. 쇼샤는 크로크말나 가 7번지에 그대로 살고 있다. 아버지는 장의사가 되어 집을 나갔으며, 쇼샤는 영양실조와 병으로 9살 때와 키와 얼굴, 몸매가 거의 동일하다. 둘째 동생은 병으로 사망하였다. 셋째 동생 타이벨레는 정상적으로 성장하여 다른 동네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다. 아론은 쇼샤를 만나 다시금 사랑에 빠진다. 사람들은 그녀를 백치라고 했지만 아론에게 그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론은 자신의 하숙집과 쇼샤를 집을 오가며 생활한다.

한편, 독일의 나치당이 세를 확장하고 있고 히틀러가 유대인을 학살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폴란드 및 유럽에 퍼져 있다. 유럽 내 유대인에 대한 평도 좋지 않다. 폴란드 내 유대인은 미국으로 이민을 가고자 하나, 미국인 이민 할당제가 있어 원한다고 다 미국으로 이민을 갈 수가 없다. 어느 날 샘이 위독하여 다급히 아론을 부른다. 그리고 샘은 아론에게 베티와 결혼을 하여 미국에 같이 가달라고 부탁한다. 금전적인 지원도 해줄 것이며, 쇼샤도 하녀라는 명목으로 미국에 데려가 치료를 받게 해 주겠다고 한다. 그러나 아론은 거절한다. 마음 한편에 쇼샤가 있기 때문에 베티와 거짓으로 결혼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론은 실제로 쇼샤와 결혼한다. 샘과 베티가 떠난 폴란드에서 아론은 다시 가난에 빠진다.

어느 날 베티가 아론을 찾아온다. 폴란드에 전쟁이 시작될 거라며 유대인이 폴란드에 남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한다. 베티는 샘도 죽고 자신에겐 의지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며, 자신과 함께 미국으로 떠나자고 말한다. 그러나 아론은 역시 거절한다. 베티는 자존심에 폴란드에 친척을 보러 왔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아론을 보기 위해 미국에서 폴란드로 온 것이다. 아론은 뒤늦게 이를 깨닫지만 베티를 다시는 보지 못한다. 먼저 알았다고 해도 쇼샤를 떠나지 못했을 것이다.
시간은 흘러 아론은 미국에서 일을 한다. 그리고 이스라엘의 텔아비브를 여행한다. 어떻게 된 일일까.

아론은 쇼샤를 쇼셀레라고 부르고, 쇼샤는 아론을 아렐레라고 부른다. 서로의 애칭이 귀엽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연상의 여인들과 육체적인 사랑을 나눈 아론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어린 아이 같은 쇼샤를 버리고 떠나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리고 약혼을 깨지는 않을까, 결혼을 깨지는 않을까, 홀연히 짐도 챙기지 않고 베티와 떠나지는 않을까.

쇼샤는 알 수 없는 것들을 보고 상상한다. 흡사 정신병 같기도 하고 실제 귀신을 보는 사람 같기도 하다. 행동도 너무 굼뜨고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말을 알아듣기도 힘들다. 그녀의 동생 타이벨레까지 쇼샤와 결혼하는 아론을 이상하게 쳐다본다. 나 역시 아론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금전적인 지원을 받으며 타국에서 편하게 원하는 글을 쓰고 살 수도 있을텐데, 굳이 전운이 감도는 곳에서 백치의 여자친구와 그의 어머니를 모시며 힘들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랍비인 아버지를 둬서일까 어릴 적부터 받았던 교육때문에 약속을 깰 수 없었던 것일까, 아니면 진지하게 쇼샤를 사랑해서 진실로 그녀를 지켜주고자 한 것일까. 아론은 쇼샤와 결혼생활을 하면서 다른 여인도 만나고 하숙집도 처분하지 않았는데...이 소설은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그대로 그린게 맞나보다.

아이작 바셰비스 싱어는 실제 랍비의 아들로 태어나 전통적인 유대식 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로 많은 유대인 친구과 가족의 죽음을 목격하고 회의론자로 남았다고 한다. <나는 내 형제에게 일어난 일 때문에 하나님에게 화가 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쇼샤>의 아론도 랍비 집안의 장남이지만 유대인답지 않게 현대 독일인처럼 꾸미고 다닌다. 그렇지만 겉은 신식독일인처럼 꾸미고 다니지만 속은 어쩔 수 없는 독실한 (아버지처럼 약속을 지키는) 유대인일 수 밖에 없나보다.

(빛소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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