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인간혐오자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5
몰리에르 지음, 김혜영 옮김 / 미래와사람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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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류에 편승한 방식은 비굴하기 짝이 없지. 나는 자네 같은 사람들을 차마 두고 볼 수가 없어. 과장된 태도가 너무 혐오스럽거든.
p12 <알세스트>의 대사 중에서

<인간 혐오자>는 17세기 프랑스 3대 희곡작가이자 희극을 대표하는 작가 <몰리에르>의 작품이다. 제목을 듣고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처럼 우울한 내용인가 생각하다가, 몰리에르의 이전 작 <타르튀프>처럼 누군가를 비꼬아 비판하는 내용인가 생각하며 읽었다. 인간 혐오자는 1666년에 초연된 작품으로 17세기 프랑스 귀족사회를 떠올리며 읽으면 좋다.

인간 혐오자의 주인공은 귀족 청년 <알세스트>이다. 그는 인간의 위선을 극히 싫어한다. 속으로는 못마땅하지만 겉으로는 상냥한 척하는 행동이 너무 싫다. 그래서 자신은 언제나 솔직하게 살 것이라고 말하고 행동한다. 그에 반해 알세스트의 친구 필랭트는 인간관계에 있어 적절한 가식을 떨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알세스트는 필랭트의 다정한 말을 끝내 무시한다.

어느 날 알세스트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오롱트가 알세스트에게 친구가 되어 줄 것을 간청한다. 그러나 알세스트는 솔직한 이유를 들어 거절한다. 또한 오롱트의 소네트를 듣고, 필랭트는 좋은 소네트라고 칭찬하지만 알세스트는 문학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고 일침을 놓는다. 자신은 소네트나 문학에 대해 잘 모르므로 평가를 할 수 없다고, 잘 아는 필랭트의 말만 들어보는 게 어떻겠냐고 지나가면 될 것을 꼭 일을 만든다! 결국 오롱트는 알세스트에게 불같이 화를 내고 알세스트를 모함하고 그에게 소송을 건다.

그런 알세스트가 한 여자를 열렬히 사랑한다. 그녀의 이름은 셀리멘으로 스무살의 과부이다. 셀리멘은 눈앞에 있는 사람에게는 한없이 다정한 여자이지만, 그들이 자리를 비우면 엄청나게 험담을 하는 여자이다. 입으로도 험담을 하고 편지로도 다른 사람의 험담을 나눈다. 겉과 속이 똑같을 것을 강조하는 알세스트와 겉과 속이 완전히 다른 셀리멘. 알세스트가 처한 상황이 진짜 희극이다. 사람들은 알세스트가 셀리멘을 만나면 정말 불행하다는 것을 아는데 본인만 모른다. 아니 알면서도 그가 셀리멘을 구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셀리멘은 겉과 속이 다른 아부와 사랑놀이로 알세스트, 클리탕드르, 아카스트를 비롯한 남자들은 물론 알세스트와 대립 중인 오롱트에게도 구애를 받는다. 셀리멘과 이 남자들이 다 같이 모여 누구를 택할 거냐고 묻는 장면도 너무 우스꽝스럽다. 사랑놀이에 눈이 먼 알세스트의 대사도 하나같이 어이없다.

얼마 전에 읽은 책(삶의 자극제가 되는 발칙한 이솝우화_최강록 지음)에서 <솔직함>과 <정직함>에 대해서 배웠다. 솔직함은 사실 그대로 이야기하고 행동하는 것이지만 그것으로 인해 때로 타인이 불편을 겪든 그렇지 않든 상관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한다. 알세스트는 <솔직>하게 살고자 한다. 그러나 사람이 서로 만나다 보면, 직설적으로 말하기 보다는 상대의 기분을 생각하며 에둘러 말할 필요가 있다. 이는 아부나 아첨이 아니라 진실을 다르게 표현하는 예의라고 생각한다.

알레스트는 솔직했지만 교만했다. 이 책에 나온 인생의 승자는 알레스트의 친구 필랭트와 그의 연인 엘리앙트가 아닐까 싶다. 400년 전 희곡이지만 지금도 주변에 알레스트와 셀리멘 같은 사람이 툭하고 튀어나올만큼 현실적이다. 다른 출판사의 인간 혐오자는 읽어보지 않았지만 미래와 사람 출판사의 <읽기 쉽게 풀어 쓴 현대어판> 버전은 현대어로 번역되어 있어 술술 읽었다. 다음 시리즈도 기대된다.

(미래와사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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