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그리트의 껍질
최석규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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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타인의 눈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정작 두려워해야 할 것은 아무도 걱정하지 않는다. 인공의 렌즈든 생명체의 각막이든 그건 그저 껍데기일 뿐이다. 진짜 중요한 것은 그 너머 심연 아래에 있다.p149 <제3장 미술관 작업실> 중에서

한국 작가가 쓴 미스터리 추리소설이라고 해서 고른 책이다. 이 책은 뒷 표지에서도 언급했듯이 기억소실에 관한 미스터리 추리 소설이다. 주인공이 기억을 되찾는 과정과 그로인해 발생하는 일들을 얼마나 만들었냐에 따라 작품의 완성도가 달라질 수 있다.
마그리트가 들어간 제목을 듣고 화가 르네 마그리트를 떠올렸다. 그리고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을 검색해 보았다. 마그리트의 그림 중 앞표지에 나온 그림과 비슷한 느낌의 그림은 보이지 않는데, 제목과 마그리트는 무슨 연관이 있을까.

기억이 지워졌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스릴러 영화에 한참 몰입하다가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지려는 순간 갑자기 필름이 툭 끊어져 버리는 것 같은 그리고 다시 영사기가 켜졌을 때 스크린에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것 같은 느낌이다.p28

마그리트의 껍질은 서른두 살의 강규호가 병원에서 눈을 뜨면서 시작된다. 강규호는 강에서 발견되었다. 강에서 발견된 강규호는 후두부에 큰 상처가 났고 갈비뼈도 부러져 있었다. 그가 자살을 하려던 것인지 아니면 강도를 당한 것인지 우연히 발을 헛디뎌 사고를 당한 것인지 알 수 없다. 다만, 이로 인해 그는 사고 직전 2년간의 기억을 잃는다.
병원에서는 정신상담을 받을 수 있는 신경정신과를 소개해 준다. 신경정신의 박서준 원장은 강규호에게 과거의 기억을 하나씩 떠올려보자며 노트를 하나 준다. 그 노트에 그려진 그림이 바로 표지의 사과 그림이다. 사과가 공중에 떠 있고 껍질은 돌돌 벗겨져 있는데, 알맹이는 없다. 의사는 강규호에게 하루에 있었던 일이나 기억에 남는 물건 등 단서가 될 만한 것들을 적어 다음 상담 시간에 가져오라고 한다.

병원에서 퇴원한 강규호는 자신이 살고 있는 원룸으로 돌아온다. 화장실을 둘러보던 중 화장실 타일 속에 숨겨진 금고와 금고 옆에 놓은 여자의 사진을 한 장 발견한다. 여자의 사진 뒤에는 <뒤를 조심할 것>이라는 문구가 쓰여있다.

미스터리 추리소설답게 나 <강규호>가 누구인지 알아내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화장실에 금고는 왜 있는지, 금고 비밀번호는 무엇인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여자의 사진에는 그녀의 이름도 직업도, 자신과 어떤 관계였는지 전혀 적혀있지 않다. 모든 게 다 의문일 뿐이다. 그 와중에 강규호의 사수 최경식 대리(서른다섯)는 사람 좋은 웃음으로 강규호를 대한다. CCTV 회사에서 일해서인지 강규호는 CCTV와 같은 눈을 모든 것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비디오 도서 대여점 주인아주머니가 자신을 쳐다보는 모습이 의심스럽다.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서비스로 주는 주인도 의심스럽다. 스펙 좋은 이병우 박사가 중소업체인 자사의 영업총괄팀장으로 온 것인지도 의심스럽고, 그에게 칼리 무술(필리핀 말로 손 그림자)을 가르쳐 준다는 것도 수상쩍다. 이병우 박사의 소개로 온 사장의 비서 차수림(서른 하나)도 의심스럽다. 차갑게만 보이는 그녀가 왜 봉사를 좋아하는지, 강규호에게 다정하게 대하는지도 이상하다. 회식자리에서 술에 취한 사장이 강규호에게 <마그리트의 사과껍질>같다고 했는데, 그게 무슨 말인지도 의심스럽다.

하나부터 열까지 주변 사람들을 다 의심하기 시작하면서 강규호는 신경정신과에서 처방한 약도 먹지 않고 버린다. 아픈 사람이 약을 안 먹으면 더 아프다고 하는데 슬슬 그가 걱정되기 시작한다. 어떨 때는 강규호는 제외한 모든 이들이 의심스럽다가, 약을 안 먹는 강규호를 보면서 강규호의 망상일까 싶어 걱정되었다.

강규호는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을 수 있을까, 그는 왜 그날 그곳에서 사고를 당한 것일까, 왜 책 제목이 마그리트의 껍질일까 생각하며 읽으면 이 책이 한층 더 재미있을 것이다. 그리고 후반부에 등장하는 선과 악의 대결장면도 흥미롭다. 누가 악이고 누가 선인지 누가 판단할 수 있단 말인가!

(팩토리나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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