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연
요코제키 다이 지음, 김은모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아이돌 오타쿠다. 호시야는 이 사실을 자각하고 있으며, 그렇다고 해서 자기 비하를 할 생각은 없다.
p130

분홍 표지 위에 제목 <악연 惡緣>이 쓰여 있다. 악연이라는 글씨는 빨간색 홀로그램으로 쓰여 있어 보는 각도에 따라 붉은 피가 흐르는 느낌이 든다. 그 아래 빨간 공이 검은색 도미노들을 무너뜨리며 지나간다. <정말로 우연이었다고 생각하세요?>라는 문구가 박힌 도미노. 잘못된 인연으로 범죄가 이루어지는 미스터리 추리소설이구나 짐작할 수 있다.
<악연 惡緣>은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한 일본 미스터리 추리소설이다. 심사위원 히가시노 게이고는 현실을 묘사하고 감정의 흐름을 관찰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말하고 있다. 일본 미스터리 추리소설을 좋아하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긍정적인 심사평까지 있으니 안 읽어볼 수가 없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악의>와 제목의 앞 글자가 같고 제목의 글자 수도 같아 느낌이 비슷하다~

이 책은 2020년 9월 3일 세이부이케부쿠로선 근처 카페 <론도>에서 오후 동안 일어나는 일을 쓴 책이다. 이야기는 2020년과 2017년, 2011년을 오가며 진행된다.

특히 2011년 3월 11일 일본 대지진과, 2017년 9월 1일에서 9월 3일에 일어난 살인사건들을 중심으로 카페에 모인 사람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물론 사회자 같은 사람이 있고 나머지는 사회자의 이야기에 살을 보탠다.
방송에 출연하지 않고 지하 라이브 공연장에서만 공연하는 아이돌을 일본에서는 <지하아이돌>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인디밴드, 인디 아이돌이라고 하려나?

주오선 방위대는 총 5명의 여성 멤버로 구성된 지하아이돌이다. 스스로 오타쿠라고 여기는 아저씨 팬을 포함 대략 4, 500명의 고정 팬이 있다. 어느 날 아이돌 멤버 중 두 번째로 인기 많은 오기쿠보(바바) 히토미가 돌연 활동을 중단한다. 그리고 그녀는 연고가 없는 외진 공원에서 살해당한다. 살해 용의자가 곧 검거되며 사건이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인다.
어떠세요. 구라타 씨? 정말로 우연이었다고 생각하세요?"
p71

그러나 석연찮은 수사 결과에 한 아저씨 팬이 사람들을 카페로 불러 모은다. 이 악연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모든 사건은 우연에서 시작되었을까. 모인 사람들은 하나씩 품고 있던 이야기를 꺼내고 그렇게 하나씩 꼬인 실타래가 풀린다. 구라타 유미가 시청에 재직할 당시 주변의 모든 공무원을 의심하며 공황이 오기 시작한다. 나 역시 읽는 내내 모든 등장인물들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등장인물이 하나씩 나올 때마다 헷갈리지 않으려고 이름과 인적 사항을 적어가며, <범인은 어쩌면 당신?>이라는 생각으로 다 의심했다. 머릿속으로 나만의 범인과 범행 동기를 만들어가면서~

굉장히 잘 만들어지고 재미있는 미스터리 추리소설이다. 아울러 멋진 소설과 더불어 일본 지하아이돌과 아이돌 오타쿠의 생활도 엿볼 수 있어 지식이 하나 더 늘었다.

숨을 멈추고 수영장에 잠수한 것 같다.
p414

추리소설을 좋아한다면 진실이 풀리기 전까지 숨을 멈추고 책장을 빠르게 넘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하빌리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뒤집힌 세계, 신비한 시간 책 읽는 샤미 24
김상윤 지음, 정은규 그림 / 이지북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 이제 우리 어른답게 대화를 나눠 볼까요?
본문 중에서

우리 그냥 힘으로 해결하자. 난 너희 전부 다 두들겨 패고 싶어서 못 참겠거든.
본문 중에서

위의 대화만 들어서는 누가 악이고 누가 선인지 모르겠다. 이 책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쓰인 아동소설이다. 실존 인물인 장영실과 가상의 요괴들을 섞어 재미있는 이야기 한편이 뚝딱 만들어졌다. 작가는 어릴 적 쥘 베른의 <해저 2만리>를 읽고 과학과 환상과 모험에 상상력을 곱하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탄생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야기 쓸 때 과학, 환상, 모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장영실은 조선 세종시절 실존한 인물이다. 부산 동래현에서 관노로 태어났지만 그 실력을 인정받아 궁에서 일을 하게 된다. 그 후 혁혁한 공을 세우며 노비 신분에서 해방되어 종3품의 대호군 자리까지 오른다. 어른들은 어릴 적 동화책이나 최근 영화를 통해 장영실에 대해 많이 보고 들었을 것이다.

뒤집힌 세계, 신비한 시간은 동래현에 살던 어린 장영실을 주인공으로 쓴 가상의 소설이다. 어린 영실은 큰 폭죽(꽃불)을 만들어 산에 불을 내는 등 수많은 발명품을 만들고 이로 인해 사건사고를 일으킨다. 동네 사람들은 영실이를 보고 호환마마 보다 무섭다고 혀를 내두른다. 영실이의 어머니는 마을사람들에게는 미안해하며 영실이에게는 사고치지 말라고 호통을 놓는다.

​하늘에는 흐르는 시간을 관장하는 신선 백학선옹과 그를 보좌하는 500살 먹은 소미가 있다. 소미는 어린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하늘을 훨훨 날아다니는 학이다. 백학선옹의 백학이 하얀 학이라는 뜻인 듯하다. 그래서 백학선옹 곁에 소미가 있는 게 아닐까 생각된다. 700년 동안 시간을 관장하느라 힘든 백학선옹은 영실이 만든 물시계를 보게 된다. 그리고 영실의 물시계에 시간을 관장하는 도술을 걸고 본인은 느긋하게 소미와 휴가를 간다. 소미는 미심쩍어하는데, 역시나 일은 터진다!

믿었던 물시계가 고장 나 세상의 시간이 멈추고 세상은 뒤집힌다. 요괴들이 이틈을 타 이승으로 내려온다. 영실과 친구들, 신선과 천상계 장군은 시간이 제대로 흘러가도록 힘을 보탠다.

인간은 비록 결점도 많고 문제도 많지만, 그래도 난 인간이 좋아. 살아 있다는 게 좋아. 살아 있으면 잘못을 고치고 앞으로 더 나아질 희망이 있는 거니까!"
본문 중에서

표지 일러스트가 낯익어 정은규 그림작가의 기존작품을 살펴보았다. 청소년 소설 <구덩이>의 일러스트를 그리셨다고 한다. 구덩이를 다 읽고 표지 일러스트를 다시 보면서 그림작가가 작품을 꼼꼼하게 잘 읽고 일러스트를 그렸다는 생각을 했었다. 뒤집힌 세계, 신비한 시간 역시 중간에 삽입 된 삽화가 글의 분위기를 잘 대변하고 있다. 아이들이 글을 읽고 삽화를 보면 내용 파악이 더 쉬울 거 같다.

​장영실에 대해 관심이 있는 어린이나, 글만 있는 책은 읽기가 힘든 아이가 읽으면 좋을 듯하다. 요괴들과 신선들이 옛날 분들이라 종종 사자성어를 쓰니, 아이들이 사자성어를 공부할 수 있는 기회도 될 듯하다^^

(이지북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개 - 영화로 읽는 ‘무진기행’, ‘헤어질 결심’의 모티브 ‘안개’ 김승옥 작가 오리지널 시나리오
김승옥 지음 / 스타북스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안개, 무진의 안개, 무진의 아침에 사람들이 만나는 안개,
사람들로 하여금 해를, 바람을, 간절히 부르게 하는 무진의 안개.
p23 <윤기준의 대사> 중에서

이 책은 김승옥 본인의 단편소설 <무진기행>(1964년 발표)을 바탕으로 쓴 시나리오집이다. 소설 무진기행은 <안개>라는 이름으로 1967년 극장 개봉한다. 남자 주인공은 신성일, 여자 주인공은 윤정희이었다.

이 작품이 최근 회자되고 있는 이유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박해일, 탕웨이 주연) 때문이다. 박찬욱 감독이 인터뷰를 통해 헤어질 결심의 모티브가 정훈희 가수의 <안개>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노래는 영화 <안개>의 주제곡이었다.

김승욱 작가는 신문사 인터뷰를 통해 시나리오집을 낸 이유를 밝히고 있다. 단편소설 <무진기행>에서 영화 <안개>, 그리고 시나리오집 <안개>로 멀고 긴 세월을 건너왔다.

무진은 인구 사, 오만 명 정도가 사는 그럭저럭 먹고사는 바닷가 옆 작은 마을이다. 주인공 윤기준이 밝히는 무진은 특산품이 안개일 만큼 무진은 안개가 자욱한 심심한 마을이다. 그리고 동향 사람에게는 팔이 안으로 굽게 타지인에게는 배타적인 마을이다. 마을 사람들은 고향을 찾아온 윤기준을 따뜻하게 안아주지만, 타지에서 온 음악선생 하인숙에게는 그렇지 못하다. 한 순간 연애상대로 생각하거나 뒤에서 수군대서 웃어댈 뿐이다. 안개는 이 사람들의 마음을 숨겨준다. 그리고 두 남녀 주인공의 속내로 숨겨준다.

안개 때문이었을까, 기준은 무진에서 숨는 법을 배웠다. 의용군으로 잡혀갈까 봐 숨고, 군대 영장을 받고 숨고, 폐병에 걸려 숨어 지냈다. 윤기준은 서울이라는 큰 도시로 나가지만 스스로가 아닌 처가의 힘으로 제약회사의 전무가 된다. 큰 도시에 나가서도 기준은 처가의 그늘에 다시 숨은 것이다. 일가친척과 고향사람들은 그를 칭찬하고 금의환향했다며 자랑스러워한다. 그럴 수록 그는 희미하게 웃으며 위축될 뿐이다.

60년, 70년대 성우가 더빙한 한국 흑백영화를 본 적이 있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읽는 내내 그 당시 남자 성우의 굴직한 목소리와 여자 성우의 낭랑한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진다.

무진이 좋아? 안개에 흘린 모양이군. 나는 내일이면 또 딴 곳 나그넬세.
p108 <윤기준의 대사> 중에서

윤기준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서 그에 대해서는 궁금한 점이 없다. 서울에서 사고를 치고 무진으로 안개같이 숨어들어 온 그의 이야기는 대강 짐작이 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인숙, 그녀는 어떤 이야기를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정말 무진 사람들을 저울질하며 뒤에서 함께 웃어댔을까, 그리고 윤기준을 정말 사랑했을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킬리만자로의 눈 원전으로 읽는 움라우트 세계문학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들이 돌아오기 전날 밤 그녀는 결코 잠들 수 없었는데, 꿈속에서 자고 있지 않은 것과 실제로 자고 있지 않은 것이 전부 뒤섞였기 때문에 그녀는 잠을 잤다고 생각할 수도 없었다.
p101 <미시간 북부에서> 중에서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단편집 <킬리만자로의 눈>은 총 6편의 단편, <킬리만자로의 눈, 킬러들, 흰 코끼리 같은 산등성이, 미시간 북부에서, 혁명가, 빗속의 고양이>로 이루어져 있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1. 노인과 바다를 쓴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단편선이라는 점, 2. 이정선 번역가가 번역한 작품이라는 점 때문이다. 번역가가 기존의 번역 오류를 지적하며 작품을 홍보하는게 신선했다. 대형출판사의 번역과 자신의 번역을 비교분석하는 것도 매우 이례적이라 읽어보고 싶었다. 기존 이정선 번역가가 옮긴 조지 오웰의 <1984>를 읽어본 적이 있어 이번 작품도 기대를 안고 읽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킬리만자로의 눈>은 작가 해리 렌트의 이야기이다. 해리 렌트의 심각한 현 상황(다리가 썩고 있음)과 자신의 과거 기억(또는 그의 글)과 교차편집되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킬러들>은 스웨덴 사람인 올레 안드레슨을 죽이기 위해 식당을 점령한 두 킬러 맥스 & 알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두 킬러의 인질이 된 세 사람! 나서지 않는 요리사 샘, 순응하는 조지, 이를 박차고 나가는 닉의 모습이 대조를 이룬다.

<흰 코끼리 같은 산등성이> 속 여자와 남자는 기차를 갈아타기 위해 잠시 정차한다. 여자는 간단한 수술을 앞두고 있고 남자는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여자가 수술을 받으면 더욱 더 행복해질 거라고 하며, 그녀를 배려 하는 척 계속 수술을 권한다. 여자와 남자의 시선이 엇갈린다. 왜 사랑을 받기 위해 원치 않는 수술까지 받아야 하는 걸까. 여자는 이제 그 이유를 깨달았겠지. <미시간 북부에서>에는 짐이라는 남자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로라가 나온다. 남들이 단점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모습도 로라는 사랑한다. 하지만 짐을 그런 로라의 마음을 뭉갠다. 그렇지만 로라는 그를 위해 자신의 망토를 벗어 덮어준다. <혁명가>은 매우 짧은 단편이다. 헝가리 소년이 무임승차를 하며 여러 나라를 떠돌며 무전취식하는거 같은데...이 소설이 제일 짧지만 헤밍웨이의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워 나에겐 제일 난해한 작품이었다.

<흰 코끼리 같은 산등성이> 속 여자와 남자는 기차를 갈아타기 위해 잠시 정차한다. 여자는 간단한 수술을 앞두고 있고 남자는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여자가 수술을 받으면 더욱더 행복해질 거라고 하며, 그녀를 배려하는 척 계속 수술을 권한다. 여자와 남자의 시선이 엇갈린다. 왜 사랑을 받기 위해 원치 않는 수술까지 받아야 하는 걸까. 여자는 이제 그 이유를 깨달았겠지. <미시간 북부에서>에는 짐이라는 남자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로라가 나온다. 남들이 단점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모습도 로라는 사랑한다. 하지만 짐을 그런 로라의 마음을 뭉갠다. 그렇지만 로라는 그를 위해 자신의 망토를 벗어 덮어준다. <혁명가>은 매우 짧은 단편이다. 헝가리 소년이 무임승차를 하며 여러 나라를 떠돌며 무전 취식하는 거 같은데... 이 소설이 제일 짧지만 헤밍웨이의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워 나에겐 제일 난해한 작품이었다.

이정선 번역가는 작품 해설 부분을 통해 기존 번역 및 파파고 번역과 <빗속의 고양이>를 비교 분석한다. 호텔에 머물던 미국 여자는 비를 피해 야외 테이블 아래로 들어간 새끼 고양이를 발견한다. 이탈리아를 하는 사람들 속에, 영어를 자유로이 쓰는 사람은 자신과 남편 둘뿐인데, 남편과도 정서적으로 말이 안 통한다. 그녀는 그 외로움을 새끼 고양이를 소유하고 싶다는 걸로 나타낸다. 남편은 그녀의 말을 들은 척 만 척 귀찮아한다. 또한, 그녀의 말을 잘못 알아들은 이탈리안 호텔 주인은 그녀에게 큰 고양이를 데려다준다. 그녀가 원한 건 말을 들어줄 사람과 새끼 고양이뿐인데, 어디서 잘못된 것일까. 그녀의 외로움이 빗소리를 타고 전해진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하드 보일드한 문체를 지향하다. 세세히 감정표현이나 상황 등을 설명하지 않고 필요한 말한 압축적으로 집어 넣는다. 펼쳐 놓고 보여주기 보다는 내용의 1/8만 드러내놓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며 독자는 그의 구두점 하나, 단어 하나를 놓고 많은 상상을 펼칠 수 있다. 그래서 꼼꼼히 읽지 않으며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그냥 지나칠 수 있다. 번역가의 설명을 들으니 <빗속의 고양이>가 왜 뛰어난 작품이지 잘 이해가 된다.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그 의미가 제대로 전달 안된 부분도 있을텐데, 원문과 한국어를 함께 읽으니 그나마 이해가 잘 된다.

출판사 이름이 로고 <Ü>로 표시되어 있어 궁금했다. Ü는 중국어 배울 때 <위>에 가깝게 내는 소리라고 배웠다. 출판사 이름을 다시 찾아보니 움라우트이다. 움라우트(Umlaut)는 [a], [o], [u] 등의 소리가 후속음절의 영향으로 소리가 변하는 현상(두산백과 발췌)이라고 한다. 그 중 한 기호인 Ü를 출판사 로고로 쓰고 있나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래도 조금 공부되는 만화
노재승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눈 맞아 휘어진 대나무를
누가 굽었다고 했던가

신간 검색을 하다가 <할아버지가 주인공인 좀비물>에 대한 글을 보았다. 전직 국어선생님이었던 할아버지와 과외, 그리고 좀비? 내용이 특이해서 책에 관심이 생겼다. 표지만 보면 러닝 차림에 머리숱도 몇 가닥 안 남은 할아버지가 정면을 바라보며 <고전운문편>이라고 말하고 있다. 고전운문편을 입술을 동그랗게 말고 속삭일 일인가! 내 웃음 포인트다. 할아버지 모습 뒤로 영화 <부산행>을 떠올리는 기차 추격신이 그려져 있다. 그리고 하단 돌비 사운드 페이지, 상영 중이라고 쓰여 있는데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목차를 펼쳐보니 정말 표지에서 말한 대로 한국 고전 운문에 대한 내용이다. 중고등학교 때 배운 운문들이 여기 다 나와있다. 제목을 읽을 때마다 머릿속에서 재생되는 어구들,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 뉘와 함께 돌아갈고, 얄리얄리 얄라썽 얄라리 얄라,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소.

목차를 보니 정말 고전 운문을 다룬 국어문제집 같은 책일까, <그래도 조금 공부되는 만화>가 제목인데 진짜 만화책일까. 정답은 정말 고전 운문을 좀비물로 그린 만화책이다. 왜 좀비물에 수학능력시험에 나올범한 내용들이 나오는 거야?
작가 <노재승>은 현직 고등학교 국어선생님이다. 작가는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수업은 지루해하면서 수업과 관련 없는 이야기를 해줄 때는 눈이 초롱초롱해진다고 한다. 나 역시 중고등학생 시절 선생님의 첫사랑 이야기, 대학교 이야기, 기타 다른 사설은 참 좋아했었다. 수업은 좋아하는 과목만 좋아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눈빛이 흐려졌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아이들은 모두 똑같은 거 같다. 그래서 작가는 재미있는 이야기에 수업내용을 섞어보면 어떨까 해서, 5년 동안 <그래도 조금 공부되는 만화>를 그린다. 그리고 네이버 도전 웹툰에 연재한다. 검색해 보니 이 만화는 현재 네이버 도전 웹툰에 재연재 중이다. 2022년 수능에 맞춰 재연재하고 있는 게 참 흥미롭다. 학창 시절 고전 운문을 이렇게 배웠다면 내가 운문을 더 좋아하지 않았을까. 아이들에게 더 즐겁게 수업내용을 전달하려는 스승님이 계셔서 그 제자들은 성적과는 상관없이 그 수업 시간을 좋아할 것 같다.

만화의 주인공은 표지에 나온 70대 박삼술 할아버지이다. 전직 국어교사였던거 같다(아마, 작가의 먼 미래 모습이 아닐까 예상된다). 박할아버지는 손녀의 국어과외를 맡아서 해주다가 손녀의 친구와 아는 오빠의 국어 과외까지 같이 도맡는다. 수업을 잘 듣는 녀석, 아는 척하며 수업을 가로채는 녀석, 수업을 안듣는 녀석~ 교실에 있을법한 학생들의 모습이 보인다. 수업을 하던 어느 날 좀비 바이러스가 한국에 퍼져 사람들이 좀비가 된다. 할아버지는 학생들을 데리고 좀비 청정구역인 부산으로 떠난다. 영화 부산행을 보는거 같은데, 주인공이 공유가 아니라 기력이 부족한 할아버지다! 할아버지와 학생들의 티키타카도 재미있고, 부인 정옥순 할머니에게 구박을 당하는 모습도 너무 코믹하다. 작가님의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와 영화 캐릭터도 중간중간 등장하는데, 개인적으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바르뎀>이 내 기준 제일 코믹했다.

네이버 웹툰 댓글을 읽어보니, 이 만화의 최강자는 좀비떼한테 습격을 당하면서도 국어 수업을 계속하는 박삼술 할아버지라는 말이 있다. 책 뒤표지에도 실려있다. 그런데 내 생각은 세계관 최강자는 할아버지가 아니라 정옥순 할머니이다. 좀비 보다 무서운 할머니라 할아버지는 집 앞에서 문고리를 돌리지 못한다.

무협지, 좀비물, SF, 패러디를 섞어 정신이 없지만 그 와중에도 할아버지가 시대순으로 시를 읊어대는 통에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시를 공부하고 있다. 방학을 맞아 운문을 만화로 읽고 싶은 중학생, 재미로 만화를 읽기에 찔리는 고등학생들이 읽으면 좋을 거 같다. 물론 나 같은 성인이 읽어도 재미있다. 책에 대한 내용을 미리 알고 싶으면 먼저 네이버 웹툰에 들어가서 살펴봐도 좋다.

(뿌리와 이파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