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 영화로 읽는 ‘무진기행’, ‘헤어질 결심’의 모티브 ‘안개’ 김승옥 작가 오리지널 시나리오
김승옥 지음 / 스타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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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무진의 안개, 무진의 아침에 사람들이 만나는 안개,
사람들로 하여금 해를, 바람을, 간절히 부르게 하는 무진의 안개.
p23 <윤기준의 대사> 중에서

이 책은 김승옥 본인의 단편소설 <무진기행>(1964년 발표)을 바탕으로 쓴 시나리오집이다. 소설 무진기행은 <안개>라는 이름으로 1967년 극장 개봉한다. 남자 주인공은 신성일, 여자 주인공은 윤정희이었다.

이 작품이 최근 회자되고 있는 이유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박해일, 탕웨이 주연) 때문이다. 박찬욱 감독이 인터뷰를 통해 헤어질 결심의 모티브가 정훈희 가수의 <안개>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노래는 영화 <안개>의 주제곡이었다.

김승욱 작가는 신문사 인터뷰를 통해 시나리오집을 낸 이유를 밝히고 있다. 단편소설 <무진기행>에서 영화 <안개>, 그리고 시나리오집 <안개>로 멀고 긴 세월을 건너왔다.

무진은 인구 사, 오만 명 정도가 사는 그럭저럭 먹고사는 바닷가 옆 작은 마을이다. 주인공 윤기준이 밝히는 무진은 특산품이 안개일 만큼 무진은 안개가 자욱한 심심한 마을이다. 그리고 동향 사람에게는 팔이 안으로 굽게 타지인에게는 배타적인 마을이다. 마을 사람들은 고향을 찾아온 윤기준을 따뜻하게 안아주지만, 타지에서 온 음악선생 하인숙에게는 그렇지 못하다. 한 순간 연애상대로 생각하거나 뒤에서 수군대서 웃어댈 뿐이다. 안개는 이 사람들의 마음을 숨겨준다. 그리고 두 남녀 주인공의 속내로 숨겨준다.

안개 때문이었을까, 기준은 무진에서 숨는 법을 배웠다. 의용군으로 잡혀갈까 봐 숨고, 군대 영장을 받고 숨고, 폐병에 걸려 숨어 지냈다. 윤기준은 서울이라는 큰 도시로 나가지만 스스로가 아닌 처가의 힘으로 제약회사의 전무가 된다. 큰 도시에 나가서도 기준은 처가의 그늘에 다시 숨은 것이다. 일가친척과 고향사람들은 그를 칭찬하고 금의환향했다며 자랑스러워한다. 그럴 수록 그는 희미하게 웃으며 위축될 뿐이다.

60년, 70년대 성우가 더빙한 한국 흑백영화를 본 적이 있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읽는 내내 그 당시 남자 성우의 굴직한 목소리와 여자 성우의 낭랑한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진다.

무진이 좋아? 안개에 흘린 모양이군. 나는 내일이면 또 딴 곳 나그넬세.
p108 <윤기준의 대사> 중에서

윤기준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서 그에 대해서는 궁금한 점이 없다. 서울에서 사고를 치고 무진으로 안개같이 숨어들어 온 그의 이야기는 대강 짐작이 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인숙, 그녀는 어떤 이야기를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정말 무진 사람들을 저울질하며 뒤에서 함께 웃어댔을까, 그리고 윤기준을 정말 사랑했을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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