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단 한 사람이면 되었다 텔레포터
정해연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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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 사람이면 됐는데...... 그냥 날 이해해 주는 딱 한 사람이면 됐는데”_중략_
"괜찮아. 너의 한 사람은 너야."
p107<잃다> 중에서

알록달록 책 표지 한편에 Telepoter라는 단어가 쓰여있다. 그래서 순간 이동을 다룬 책인 줄 알고 읽었다. 책을 다 읽고 의문이 들어 찾아보니, 텔레포터(Telepoter)는 북멘토 출판사의 장르소설 섹션라고 한다. 그리고 이 책 <사실은, 단 한 사람이면 되었다>는 텔레포터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라고 한다.

제목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사실은, 내 곁에 단 한 사람만 있었어도 내가 살 가치를 느꼈을 텐데, 내가 외롭지 않았을 텐데, 내가 행복했을텐데라고 말한다.

죽음의 문턱에 섰을 때 우리는 무엇을 후회할까. 그리고 후회와 실수를 되돌리려면 인생의 어느 시점으로 가야 할까. 이러한 고민을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는 것 같다. 현재 삶을 100% 만족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나 역시 후회가 찾아올 때 과거의 어디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래서 요즘 TV 드라마, 소설이나 웹툰에서 많이 나오는 소재가 과거 회귀 또는 타인으로의 환생이다. 드라마로도 방영돼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재벌집 막내아들>, <금수저>처럼 죽음의 문턱에서 겨우 살아나 눈을 떠보니 원래의 기억을 가진 후 과거의 한 시점으로 돌아오거나, 신비한 물건이나 경험을 접한 후 다른 사람으로 태어나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다른 사람한테 인정받겠다고 너를 힘들게 하지 마. 너를 지켜 줄 가장 첫 번째 사람은 너야. 네가 힘든 건 힘들다고 하고 화가 나는 건 화가 난다고 말해. 그래도 돼. 모든 걸 널 위주로 생각해. 이기적으로 되라는 말이 아냐. 네가 어떻게 하고 싶은지, 넌 뭘 하고 싶은지 항상 너한테 묻고 널 위주로 행동해. 넌 당당한 한 사람이야. 한 존재라고"
p68 <믿을 수 없는 비밀> 중에서

이 책의 주인공 은아는 바짝 주눅 든 고교생이다. 은아에게는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언니 은진이 있다. 언니는 장학금을 받으며 서울대에 다니는 수재에다가 얼굴도 예쁘고 옷도 잘 입고 유튜브 방송으로 큰돈도 벌어 가계에 보탬이 되는, 말 그대로 엄친아이다. 그에 비해 은아는 언니보다 공부도 외모도 뛰어나지 않다. 게다가 어릴 적 사건이 트라우마가 되어 늘 주눅 들어 있다. 그런 은아의 곁에는 마음을 나눌 친구도 없다. 그래도 은아는 대학만 가면는 괜찮아질 거라며 현재상황을 회피한다. 그러나 은아는 결국 원하는 삶을 채 누려보지 못한 채 죽음의 문턱에 선다.

청소년 소설이 아닌 SF에 가까운 소설이지만 청소년들이 읽어봤으면 하는 소설이다. 나 역시 똑같은 시기를 거쳤고, 소설 속 은아와 똑같은 삶을 살지는 않았지만 학창 시절 자존감이 바닥을 칠 때도 있었고 친구 때문에 너무 속상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나이를 먹고 많은 일을 겪게 되면서 그때보다는 마음이 조금 단단해졌다. 그리고 돌이켜보면 그때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아무렇은 과거이다.

힘든 일을 겪었을 때 <10년 뒤의 네가 지금 이 일을 기억할까? 10년도 못 가는 고민은 큰 고민이 아니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책에서 읽었는지 유명인의 인터뷰 기사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뻔한 말일 수 있지만 나를 나의 제일 친한 친구로 아껴주고 사랑해 줬으면 한다. 그리고 때로는 남들 눈치 안 보고 이기적으로 살아도 된다.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지 말고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에게 더욱 잘해줄 궁리를 했으면 좋겠다.

책의 앞부분은 등장인물들이 하는 말을 그대로 믿으며 읽었다. 그러나 뒤로 가면서 숨겨진 사실들이 드러난다. 책 끝에 이 책의 주요한 부분들을 일러스트로 그려놓고 등장인물들 주요 대사를 하나씩 써놓았다. 마치 영화가 끝난 뒤 빠르게 돌려보기 하는 느낌이다. 아울러, 앞서 책 내용과 텔레포터(Telepoter)의 관계에 의아함이 있다고 했는데, 한편으로는 이 책이 Telepoter에 관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판단은 독자의 몫이니까^^

(북멘토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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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니를 찾아서
엘렌 오 지음, 천미나 옮김 / 길벗스쿨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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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가는 세상이 아직 선하다고 믿는 이상주의자들이다.
냉소주의자는 세상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현실주의자들이다.
p197 p151 <3부 주니> 중에서

이민자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자기 앞의 생>을 쓴 로맹 가리, <로리타>를 쓴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등 정치적인 문제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모국에서 살지 못하고 타국에서 이민자로 사는 작가의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그들은 자신들아 태어난 나라와 현재 살고 있는 나라 어느 곳에도 속하지도 못한다고, 작품이나 인터뷰를 통해 종종 이야기한다.

한국인이 일본에서 이민자로 살면서 겪은 유미리 의 소설이나 가네시로 가즈키의 <GO>는 이민자의 무게가 고된 무게가 느껴진다.

만일 동양인이 비동양권 나라에서 살게 된다면 어떤 문제에 부딪힐까. 아이들 세계에는 어떤 문제들이 있을까. 위의 작가와 소설처럼 어른들 기준에서 흘러가는 이민자의 이야기는 많이 보았지만, 아이들의 입장에서 쓴 글은 많이 읽지 못했다. <김주니를 찾아서>는 중학생 아이의 시점에서 쓴 이민자의 책이라 골라보았다.

이 책은 한국계 미국인 작가 엘렌 오의 작품이다. 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 이민자 3세의 학교 내 인종차별 문제와 한국인 이민자 1세의 이야기(한국전쟁)를 번갈아가면서 풀고 있다.

한국계 이민자 3세, 12살 주니는 스쿨버스를 탈 때마다 심장이 콩닥콩닥하다. 자신을 공산당, 개고기 먹는 애, 짱깨라고 놀리며 무시하는 인종차별주의자 토비아스 때문이다. 게다가 학교 체육관에는 정체를 알수 없는 사람이 쓴 인종차별문구, 나치문양이 발견되었다. 인종차별 낙서로 인해 학교관계자는 물론 학교 내 비백인계 친구들은 발칵 뒤집어졌다. 경찰들도 오가고, 학부모들도 이를 알고 열을 올리고 있다. 주니의 라틴계, 유대계, 흑인 친구들은 인종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결책을 강구해야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주니는 자신이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고 믿지 못하고 침묵한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인종차별해결을 위한 모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이에 친구들은 주니에게 화를 내고 주니는 친구들과 서먹해지게 된다.

주니는 자신을 괴롭히는 인종차별주의자, 자신을 멀리하는 친구들, 한국인의 DNA에 새겨진 <참아!>라는 단어로 인해 누구에게도 고민을 말하지 못한다. 주니는 겉으로 괜찮은척하는 외톨이가 된다. 그러나 고민과 화는 삭힐수록, 참을수록 쌓이는 법이다. 주니는 외로움과 슬픔을 감당하지 못하고 쓰러진다.

살다 보면 옳은 일과 안전한 일 중에서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순간들이 오기 마련이지. 그건 살면서 가장 어려운 선택일 거고, 설령 네가 안전한 쪽을 택했다 해도 아버지는 절대 화내지 않았을 거야.
p151 <2부 도하> 중에서

일이 바쁜 부모님 때문에 주니는 근처에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댁에 방문한다. 할머니가 끓여준 보리차를 마시며 할아버지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조금씩 이야기한다. 할아버지는 주니에게 자신의 경험담을 말한다. 그렇게 주니는 현재 주니와 같은 나이의, 12살 한도하를 만나게 된다.

주니의 할아버지가 12살 때, 할머니가 10살 때 한국전쟁이 발발되다. 할아버지 한도하는 충남 서산에서 태어나 한국전쟁으로 친구들이 서로 증오하고 배신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할머니 이진주는 인천에서 태어나 수원에서 서울, 서울에서 다시 군산으로 피난하며 살아남았다. 살아남은 둘은 먼 훗날 결혼을 하고 미국 애틀랜타와 뉴욕을 거쳐 현재의 메릴랜드에 정착한다.

할아버지는 주니에게, 침묵은 남을 괴롭히는 무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방관하는 사람의 침묵은 약자를 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며, 방관하지 말고 약자를 위해 행동하면 그들의 방패가 되어 줄 수 있다고 한다. 작가 엘렌 오는 이민 2세대이다. 이 책은 100% 상상으로 지은 책이 아니다. 어릴적 부터 들었던 어머니의 이야기(이진주의 이야기)와 현재 자신의 아이들이 겪고 있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책이다. 이 사실을 작가의 말을 통해 알고 난 뒤 진주의 모습이 머릿속에 다시 그려졌다. 한국 전쟁 당시 10살 밖에 안된 어린이가 더 어린 동생을 업고 먼 길을 걸어가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책 속에서 추천한 도서 <내 이름이 교코였을때> (린다 수 박 지음)도 읽어보고 싶다.

(길벗스쿨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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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캉디드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7
볼테르 지음, 김혜영 옮김 / 미래와사람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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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각각의 목적을 위해 만들어졌고 모든 건 최고의 목적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p10 <제1장 캉디드는 아름다운 성에서 어떻게 자랐고, 왜 쫓겨났을까> 중에서

캉디드(Candide)는 프랑스어로 <천진한, 솔직 담백한>의 뜻을 가지고 있다. 1759년에 출간된 이 작품은 <볼테르>라는 필명을 쓰는 프랑스 작가 프랑수아 마리 아루에가 썼다. 처음에 볼테르는 <랄프박사>라는 필명으로 이 작품을 발표하였다고 한다. 볼테르는 신학교에서 신학을 공부를 하다가 신에게 의문을 품고 <캉디드>를 쓴 것이라 본명으로 이 작품을 발표할 수 없었다고 한다.

툰더-텐-트론크 남작 성에서 더부살이를 하는 캉디드(남작의 조카로 추정)는 남작의 딸 퀴네공드와 사랑에 빠진다. 둘은 입맞춤을 하고 이 한 번의 입맞춤으로 퀴네공드는 성에 가둬지고 캉디드는 무일푼의 신세로 성 밖으로 추방된다. 그 후 캉디드는 아바르 군대와 전쟁 중인 불가리아 군대에 징집 당하기도 하고 네덜란드에서 친절한 재침례파(재세례파)교도 자크를 만나기도 하고 매독에 걸려 비렁뱅이처럼 떠도는 스승 팡글로스를 만나기도 한다. 리스본에 가다가 난파당해 죽을 위기도 넘기고 종교재판장에서 화형 당할 뻔도 하고 식인종에게 잡아먹힐 뻔하기도 한다. 독일에서 시작하여 전 유럽을 돌아다니가 다 아메리카 대륙으로 쫓겨간다. 그리고 아시아를 건너 다시 유럽으로 돌아와 이리저리 헤매기도 한다.

자신의 삶을 계속 저주해 본 적 없고,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불행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나를 바다에 거꾸로 던져 버리셔도 돼요.
p62 <제12장 할멈의 불행, 다음 이야기>중에서

이 작품은 본의 아니게 방랑을 하게 된 젊고 잘생기고 천진난만하고 순진한 남자 <캉디드>의 이야기이다. 낙관주의 스승 <팡글로스>에게 가르침을 받은 캉디드는 모든 건 최선의 상태로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러다 사고와 시련을 겪고, 사람들의 진짜 인생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는 스승 <팡글로스>의 가르침에 의문을 제기한다.

세상사람들은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산다. 누구 하나 불행 없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 베네치아에서는 왕이었던 사람들을 만난다. 캉디드 보다 형편없는 삶을 살고 있는 전직 왕이었던 사람들을 보며 이것이 과연 최선의 상태일까, 자신이 사랑하는 스승과 연인, 평범한 사람들이 고통받는 것도 최선의 상태인가 생각하게 된다.

세상 물정 모르고 마냥 낙관론자이며 착한 사람이었던 캉디드는 방랑하고 사람들도 죽이고, 적들 속에서 살아남으며 조금씩 단단해진다.

책을 읽다 보면 새뮤얼 존스의 <라셀라스>가 떠오른다. 라셀라스 역시 1759년에 쓰여진 계몽작가의 소설이기 때문이다. 라셀라스는 왕자의 신분으로 세상의 고통이 없는 골짜기 안에서 살다가 행복이란 무엇인지 알고 위해 스스로 둥지를 깨고 나온다. 캉디드는 타인에 의해 둥지에서 내쳐지나 길 위에서 삶이란 무엇인지 깨닫는다.

캉디드와 그의 스승은 <모든 건 최선의 상태로 존재한다>라고 읊조리지만 그들의 형편없는 모습과 행동거지에 웃음이 나온다. 종교에 대해 조금 말을 덧붙였다고 화형 당해야 한다니, 위험에 빠진 여인을 도와줬는데 식인종에게 잡아먹힐 팔자라니! 또한 남작의 아들은 캉디드와 자신의 여동생 퀴네공드의 사랑에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며 반대를 한다. 허울뿐인 가문을 내세우며 자신들의 현재를 직시하지 못하는 모습에 실소가 나온다.

캉디드는 그 무엇도 스스로 판단해 보지 못하면서 자랐기 때문에,
포코쿠란테의 말이 정말 놀라울 따름이었다.
p149 <제25장 베네치아 귀족 포코쿠런테 상원의원의 집을 방문하다>중에서

이 책에는 다양한 인간군상이 나온다. 그중에서 가장 호감이 가는 사람은 바로 마르탱이다. 마르탱은 운이 안 좋은 사람이라는 이유로 캉디드에게 발탁되어, 부자가 된 캉디드 옆에서 호의호식하여 유럽을 여행하는 기회를 잡는다. 이 책에 나오는 사람 중에서 가장 머리가 말랑말랑하고 깨어있는 사람은 어쩌면 마르탱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적당히 객관적이고 적당히 비관적으로 현실을 보면서 자신을 끼워넣는 사람이다.

(미래와 사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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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령들이 잠들지 않는 그곳에서
조나탕 베르베르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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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스스로의 힘으로 알아낸 각각의 마술은 내게 교훈을 준다고 믿기를 좋아한다. 그러한 마술들 덕분에 우리에게 모든 요소가 다 주어지지 않을 때라도 해결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p441


이 책은 저자 조나탕 베르베르가 쓴 첫 장편소설로 2020년에 출간되었다. 프랑스 작가이지만 작품의 배경은 1800년대 미국 뉴욕이다. 미국의 남북전쟁, 핑커턴 탐정사무소, 심령술사 폭스 자매와 같이 실제 있었던 사건에 상상력을 더하여 만든 소설이다.


1888년 10월 뉴욕에서 거리 마술을 공연하고 있는 26살의 마술사 제니 마턴은 아이들과 가난한 사람들을 상대로 푼돈을 벌고 있다. 그때 한 남자가 취업을 제안한다. 남자는, 자신은 로버트 핑커턴이라는 탐정이라고 밝힌다. 그리고 현재 미국 사회에 퍼져나가고 있는 심령술의 비밀을 파헤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중에서도 40여 년간 속임수의 비밀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는 <심령술사 폭스자매의 트릭>에 대해 파헤쳐 보자며 (가난한 제니에게는) 거액을 제시한다.


제시는 아버지 구스타브 마턴이 생전에 지은 <마술사의 길>을 읽으며, 아버지와 같이 마술을 트릭예술의 일종이 아닌 신비한 무언가(심령술, 마법 등)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비판했다. 그래서 아버지의 유지에 따라 로버트 핑커턴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사건은 007시리즈처럼 변장과 잠입, 칼과 나이프가 등장하여 펼쳐진다. 제니 마턴이 자녀가 둘 있는 과부 헤이즐 바월은 물론, 매춘부, 영국 여행객 애덜리아 말릭 등으로 변장하는 과정이 재미있다. 마술은 잘하지만 거짓말은 잘 못하는 그녀를 보며 그녀가 선보이는 마술의 정직함과 신뢰가 느껴진다. 그래서 이 소설의 미스터리를 제니 마턴이 풀겠구나 싶었다.


모든 것에는 저마다의 가격이 있고, 그런 생각에 찬성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저 그 가격이 늘 달러로 지불되는 것이 아님을 이해하지 못했을 뿐이다.p544


표지는 미국 국회도서관에 있는 실제 폭스자매의 사진을 사용하여 만든 것이다. 왼쪽부터 마거릿 폭스, 케이트 폭스, 리아 폭스이다. 1848년 3월 31일 하이즈빌이라는 시골에서 갑갑함을 느낀 10대 자매 둘은 여느때와 다름없이 심약한 어머니를 상대로 어떤 장난을 칠까 궁리한다. 그런데 어디선가 딱 소리가 울리고 유령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한다. 어머니는 물론 마을 주민들은 자매가 전해주는 유령(죽은 조상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이 소문은 일파만파로 퍼져나간다. 이 소식을 듣고 도시에 나가 살고 있던 서른이 넘은 맏언니 리아 폭스가 자매들을 도시로 데려간다. 그리고 이 세자매는 심령술사 사업을 벌이며 유명인이 된다.


한편 그즈음 앨런 핑커턴은 미국 최고의 사설탐정회사 핑커턴 탐정회사를 차리고 경찰보다 더 뛰어난 성과를 보이며 명성을 떨친다. 그리고 30여년간의 활약을 뒤로하고 앨런 핑커턴은 사망하고 그의 회사는 그의 아들 로버트와 윌리엄이 잇고 있다.


심령술의 세계를 믿으며 미국전체로 퍼뜨리는 폭스자매, 합리적으로 추론하며 마술과 심령 따위는 믿지 않는 핑커턴 형제는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을 것만 같다. 그 사이를 오가며 정보를 캐내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마술 세계를 선보이는 젊은 마술사 제니 마턴은 앞서 언급했듯이 이 소설의 (트릭을 푸는) 열쇠이다.


제니는 자신의 아버지와 핑커턴의 아버지가 쓴 책과 문장을 보며 사건을 복기한다. 그리고 그 책과 문장이 온전히 제니의 것이 되는 순간 사건은 풀리고 제니는 자유로워진다.


꽃집 주인이 그러는데 매번 다른 계좌에서 돈이 들어온다는군. 그렇긴 해도 꼬박꼬박 월요일마다 돈이 들어와서, 매번 모든 무덤에 꽃을 놓기에 충분한 액수래요.p436


책을 다 읽은 다음 실존하는 사건에 대한 기록을 읽어보는 것도 좋다. 사건을 있는 그대로 끌어다 쓰지 않고 작가의 상상력이 발휘된 부분이 있다 그래서 사실과 거짓을 구분하는 묘미가 있다.


(열린책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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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윌북 클래식 호러 컬렉션
에드거 앨런 포 지음, 황소연 옮김 / 윌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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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감과 승리감이 반씩 섞인 그 소리는 지옥에서 올라온 것 같았다. 고통스러워하는 인간의 목소리와 나락에 떨어진 자를 보고 기뻐하는 악마의 목소리가 합쳐진 듯한 소리였다.
p106 <검은 고양이> 중에서

어릴 적, 초등학생일 무렵에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를 읽은 적이 있다. 세계명작동화 코너에 <검은 고양이> 동화책이 있어서 월트 디즈니나 그림형제들의 동화처럼 예쁜 그림책인 줄 알고 읽었다. 동화책이 아이들용으로 순화되긴 했지만, 검은 고양이의 강렬한 인상(하필 동화책이라 그림이 강렬했음)이 뇌리에 박혀 한동안 덜덜 떨었던 기억이 난다. 이제 어른이 되었으니, 그 당시 읽었던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를 비롯한 단편집에 다시 도전을 해보기로 했다! 다 읽고 난 후 소감은, <난 덩치만 커진 겁쟁이>였다^^.

이 책은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 25편 구성된 책이다. 윌북에서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와 함께 호러 컬렉션 3부작으로 만든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인 만큼 그의 단편 중에서도 으스스한 이야기만을 담았다.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서늘한 공포, 다 읽고 나면 흠칫하면서 뒤늦게 깨닫는 공포 말이다. 침대에 누워 자려고 하면 누군가 침대 위에서 나를 내려다 볼 것 같은 공포도 있다.

나의 주적이자 사악한 천재인 주제에 자기가 내 학창 시절의 윌리엄 윌슨, 내 동명이인, 내 동급생, 내 라이벌, 브랜스비 교장의 학교에서 내가 증오하고 두려워했던 놈이라는 걸 들키지 않을 거라는 기대를 단 한 순간이라도 했단 말인가? 어림도 없지!
p85 <윌리엄 윌슨> 중에서

에드거 앨런 포는 불행한 삶을 살았다. 그는 어릴 적 부모를 잃고 부유한 상인에게 입양되었다. 그러나 양부와의 갈등이 심해져, 그는 버지니아 대학을 자퇴하고 경제적 궁핍 속에서 글을 쓰기 시작한다. 또한 에드거 앨런 포는 아내와도 사별하고 말년에는 길가에서 쓰러져 마흔의 나이에 병원에서 사망한다. 그는 자신의 어둡고 불우한 삶을 반영하여 그 글들을 쓴 것이 아닐까 한다.

단편 제목을 보고 끌리는 순서대로 읽었다. <검은 고양이>를 읽으며 어릴 적에 읽었던 내용이 다시 생각났다. 알콜 중독자의 폭력과 후회, 폭력과 후회. 동물학대와 살인으로 극대화되는 그들은 행동은 오랜 세월이 지난 오늘날에도 뉴스를 비롯한 미디어에서 볼 수 있다.

이 단편 속에는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기괴함이 있다. 유령, 정령, 천사, 악마 등 인간이 아닌 것들이 존재하고, 이 세계에서 경험할 수 없는 유령선을 본다거나 죽은 고양이와 똑같은 모습의 고양이를 본다거나 하는 기묘하고 두려운 경험하기도 한다. 또한 죽지 않은 사람을 고의 또는 실수로 매장하기도 하고, 죽은 사람을 갈바니 전지 등으로 살려내기도 하고, 죽은 사람이 산 사람의 몸을 빌어 다시 태어나기도 한다.

당신은 단 하루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살아 있는 여자는 증오했지만 죽은 여자는 사랑하게 될 거예요.
p358 <모렐라> 중에서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은 또한 논리적이지 않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노인의 이가 신경에 거슬려서 그를 죽이거나 자신과 똑닮았다고 생각해서 닮지도 않은 사람을 찾아죽인다. 무도회에 초대된 이가 쓴 가면이 마음에 들지 않아 그를 죽이려고 한다. 이게 왜 호러가 될까, 다시 읽어본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을 다시 읽어보면 놓친 부분이 다시 해석되고, 순간 주변이 섬뜩해진다.

무더운 여름에 다시 읽으면 좋을거 같다. 한권의 프랑켄슈타인 보다 이 책이 더 호러스럽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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