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캉디드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7
볼테르 지음, 김혜영 옮김 / 미래와사람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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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각각의 목적을 위해 만들어졌고 모든 건 최고의 목적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p10 <제1장 캉디드는 아름다운 성에서 어떻게 자랐고, 왜 쫓겨났을까> 중에서

캉디드(Candide)는 프랑스어로 <천진한, 솔직 담백한>의 뜻을 가지고 있다. 1759년에 출간된 이 작품은 <볼테르>라는 필명을 쓰는 프랑스 작가 프랑수아 마리 아루에가 썼다. 처음에 볼테르는 <랄프박사>라는 필명으로 이 작품을 발표하였다고 한다. 볼테르는 신학교에서 신학을 공부를 하다가 신에게 의문을 품고 <캉디드>를 쓴 것이라 본명으로 이 작품을 발표할 수 없었다고 한다.

툰더-텐-트론크 남작 성에서 더부살이를 하는 캉디드(남작의 조카로 추정)는 남작의 딸 퀴네공드와 사랑에 빠진다. 둘은 입맞춤을 하고 이 한 번의 입맞춤으로 퀴네공드는 성에 가둬지고 캉디드는 무일푼의 신세로 성 밖으로 추방된다. 그 후 캉디드는 아바르 군대와 전쟁 중인 불가리아 군대에 징집 당하기도 하고 네덜란드에서 친절한 재침례파(재세례파)교도 자크를 만나기도 하고 매독에 걸려 비렁뱅이처럼 떠도는 스승 팡글로스를 만나기도 한다. 리스본에 가다가 난파당해 죽을 위기도 넘기고 종교재판장에서 화형 당할 뻔도 하고 식인종에게 잡아먹힐 뻔하기도 한다. 독일에서 시작하여 전 유럽을 돌아다니가 다 아메리카 대륙으로 쫓겨간다. 그리고 아시아를 건너 다시 유럽으로 돌아와 이리저리 헤매기도 한다.

자신의 삶을 계속 저주해 본 적 없고,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불행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나를 바다에 거꾸로 던져 버리셔도 돼요.
p62 <제12장 할멈의 불행, 다음 이야기>중에서

이 작품은 본의 아니게 방랑을 하게 된 젊고 잘생기고 천진난만하고 순진한 남자 <캉디드>의 이야기이다. 낙관주의 스승 <팡글로스>에게 가르침을 받은 캉디드는 모든 건 최선의 상태로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러다 사고와 시련을 겪고, 사람들의 진짜 인생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는 스승 <팡글로스>의 가르침에 의문을 제기한다.

세상사람들은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산다. 누구 하나 불행 없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 베네치아에서는 왕이었던 사람들을 만난다. 캉디드 보다 형편없는 삶을 살고 있는 전직 왕이었던 사람들을 보며 이것이 과연 최선의 상태일까, 자신이 사랑하는 스승과 연인, 평범한 사람들이 고통받는 것도 최선의 상태인가 생각하게 된다.

세상 물정 모르고 마냥 낙관론자이며 착한 사람이었던 캉디드는 방랑하고 사람들도 죽이고, 적들 속에서 살아남으며 조금씩 단단해진다.

책을 읽다 보면 새뮤얼 존스의 <라셀라스>가 떠오른다. 라셀라스 역시 1759년에 쓰여진 계몽작가의 소설이기 때문이다. 라셀라스는 왕자의 신분으로 세상의 고통이 없는 골짜기 안에서 살다가 행복이란 무엇인지 알고 위해 스스로 둥지를 깨고 나온다. 캉디드는 타인에 의해 둥지에서 내쳐지나 길 위에서 삶이란 무엇인지 깨닫는다.

캉디드와 그의 스승은 <모든 건 최선의 상태로 존재한다>라고 읊조리지만 그들의 형편없는 모습과 행동거지에 웃음이 나온다. 종교에 대해 조금 말을 덧붙였다고 화형 당해야 한다니, 위험에 빠진 여인을 도와줬는데 식인종에게 잡아먹힐 팔자라니! 또한 남작의 아들은 캉디드와 자신의 여동생 퀴네공드의 사랑에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며 반대를 한다. 허울뿐인 가문을 내세우며 자신들의 현재를 직시하지 못하는 모습에 실소가 나온다.

캉디드는 그 무엇도 스스로 판단해 보지 못하면서 자랐기 때문에,
포코쿠란테의 말이 정말 놀라울 따름이었다.
p149 <제25장 베네치아 귀족 포코쿠런테 상원의원의 집을 방문하다>중에서

이 책에는 다양한 인간군상이 나온다. 그중에서 가장 호감이 가는 사람은 바로 마르탱이다. 마르탱은 운이 안 좋은 사람이라는 이유로 캉디드에게 발탁되어, 부자가 된 캉디드 옆에서 호의호식하여 유럽을 여행하는 기회를 잡는다. 이 책에 나오는 사람 중에서 가장 머리가 말랑말랑하고 깨어있는 사람은 어쩌면 마르탱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적당히 객관적이고 적당히 비관적으로 현실을 보면서 자신을 끼워넣는 사람이다.

(미래와 사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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