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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니를 찾아서
엘렌 오 지음, 천미나 옮김 / 길벗스쿨 / 2023년 2월
평점 :
몽상가는 세상이 아직 선하다고 믿는 이상주의자들이다.
냉소주의자는 세상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현실주의자들이다.
p197 p151 <3부 주니> 중에서
이민자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자기 앞의 생>을 쓴 로맹 가리, <로리타>를 쓴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등 정치적인 문제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모국에서 살지 못하고 타국에서 이민자로 사는 작가의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그들은 자신들아 태어난 나라와 현재 살고 있는 나라 어느 곳에도 속하지도 못한다고, 작품이나 인터뷰를 통해 종종 이야기한다.
한국인이 일본에서 이민자로 살면서 겪은 유미리 의 소설이나 가네시로 가즈키의 <GO>는 이민자의 무게가 고된 무게가 느껴진다.
만일 동양인이 비동양권 나라에서 살게 된다면 어떤 문제에 부딪힐까. 아이들 세계에는 어떤 문제들이 있을까. 위의 작가와 소설처럼 어른들 기준에서 흘러가는 이민자의 이야기는 많이 보았지만, 아이들의 입장에서 쓴 글은 많이 읽지 못했다. <김주니를 찾아서>는 중학생 아이의 시점에서 쓴 이민자의 책이라 골라보았다.
이 책은 한국계 미국인 작가 엘렌 오의 작품이다. 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 이민자 3세의 학교 내 인종차별 문제와 한국인 이민자 1세의 이야기(한국전쟁)를 번갈아가면서 풀고 있다.
한국계 이민자 3세, 12살 주니는 스쿨버스를 탈 때마다 심장이 콩닥콩닥하다. 자신을 공산당, 개고기 먹는 애, 짱깨라고 놀리며 무시하는 인종차별주의자 토비아스 때문이다. 게다가 학교 체육관에는 정체를 알수 없는 사람이 쓴 인종차별문구, 나치문양이 발견되었다. 인종차별 낙서로 인해 학교관계자는 물론 학교 내 비백인계 친구들은 발칵 뒤집어졌다. 경찰들도 오가고, 학부모들도 이를 알고 열을 올리고 있다. 주니의 라틴계, 유대계, 흑인 친구들은 인종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결책을 강구해야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주니는 자신이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고 믿지 못하고 침묵한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인종차별해결을 위한 모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이에 친구들은 주니에게 화를 내고 주니는 친구들과 서먹해지게 된다.
주니는 자신을 괴롭히는 인종차별주의자, 자신을 멀리하는 친구들, 한국인의 DNA에 새겨진 <참아!>라는 단어로 인해 누구에게도 고민을 말하지 못한다. 주니는 겉으로 괜찮은척하는 외톨이가 된다. 그러나 고민과 화는 삭힐수록, 참을수록 쌓이는 법이다. 주니는 외로움과 슬픔을 감당하지 못하고 쓰러진다.
살다 보면 옳은 일과 안전한 일 중에서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순간들이 오기 마련이지. 그건 살면서 가장 어려운 선택일 거고, 설령 네가 안전한 쪽을 택했다 해도 아버지는 절대 화내지 않았을 거야.
p151 <2부 도하> 중에서
일이 바쁜 부모님 때문에 주니는 근처에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댁에 방문한다. 할머니가 끓여준 보리차를 마시며 할아버지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조금씩 이야기한다. 할아버지는 주니에게 자신의 경험담을 말한다. 그렇게 주니는 현재 주니와 같은 나이의, 12살 한도하를 만나게 된다.
주니의 할아버지가 12살 때, 할머니가 10살 때 한국전쟁이 발발되다. 할아버지 한도하는 충남 서산에서 태어나 한국전쟁으로 친구들이 서로 증오하고 배신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할머니 이진주는 인천에서 태어나 수원에서 서울, 서울에서 다시 군산으로 피난하며 살아남았다. 살아남은 둘은 먼 훗날 결혼을 하고 미국 애틀랜타와 뉴욕을 거쳐 현재의 메릴랜드에 정착한다.
할아버지는 주니에게, 침묵은 남을 괴롭히는 무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방관하는 사람의 침묵은 약자를 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며, 방관하지 말고 약자를 위해 행동하면 그들의 방패가 되어 줄 수 있다고 한다. 작가 엘렌 오는 이민 2세대이다. 이 책은 100% 상상으로 지은 책이 아니다. 어릴적 부터 들었던 어머니의 이야기(이진주의 이야기)와 현재 자신의 아이들이 겪고 있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책이다. 이 사실을 작가의 말을 통해 알고 난 뒤 진주의 모습이 머릿속에 다시 그려졌다. 한국 전쟁 당시 10살 밖에 안된 어린이가 더 어린 동생을 업고 먼 길을 걸어가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책 속에서 추천한 도서 <내 이름이 교코였을때> (린다 수 박 지음)도 읽어보고 싶다.
(길벗스쿨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