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윌북 클래식 호러 컬렉션
에드거 앨런 포 지음, 황소연 옮김 / 윌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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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감과 승리감이 반씩 섞인 그 소리는 지옥에서 올라온 것 같았다. 고통스러워하는 인간의 목소리와 나락에 떨어진 자를 보고 기뻐하는 악마의 목소리가 합쳐진 듯한 소리였다.
p106 <검은 고양이> 중에서

어릴 적, 초등학생일 무렵에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를 읽은 적이 있다. 세계명작동화 코너에 <검은 고양이> 동화책이 있어서 월트 디즈니나 그림형제들의 동화처럼 예쁜 그림책인 줄 알고 읽었다. 동화책이 아이들용으로 순화되긴 했지만, 검은 고양이의 강렬한 인상(하필 동화책이라 그림이 강렬했음)이 뇌리에 박혀 한동안 덜덜 떨었던 기억이 난다. 이제 어른이 되었으니, 그 당시 읽었던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를 비롯한 단편집에 다시 도전을 해보기로 했다! 다 읽고 난 후 소감은, <난 덩치만 커진 겁쟁이>였다^^.

이 책은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 25편 구성된 책이다. 윌북에서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와 함께 호러 컬렉션 3부작으로 만든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인 만큼 그의 단편 중에서도 으스스한 이야기만을 담았다.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서늘한 공포, 다 읽고 나면 흠칫하면서 뒤늦게 깨닫는 공포 말이다. 침대에 누워 자려고 하면 누군가 침대 위에서 나를 내려다 볼 것 같은 공포도 있다.

나의 주적이자 사악한 천재인 주제에 자기가 내 학창 시절의 윌리엄 윌슨, 내 동명이인, 내 동급생, 내 라이벌, 브랜스비 교장의 학교에서 내가 증오하고 두려워했던 놈이라는 걸 들키지 않을 거라는 기대를 단 한 순간이라도 했단 말인가? 어림도 없지!
p85 <윌리엄 윌슨> 중에서

에드거 앨런 포는 불행한 삶을 살았다. 그는 어릴 적 부모를 잃고 부유한 상인에게 입양되었다. 그러나 양부와의 갈등이 심해져, 그는 버지니아 대학을 자퇴하고 경제적 궁핍 속에서 글을 쓰기 시작한다. 또한 에드거 앨런 포는 아내와도 사별하고 말년에는 길가에서 쓰러져 마흔의 나이에 병원에서 사망한다. 그는 자신의 어둡고 불우한 삶을 반영하여 그 글들을 쓴 것이 아닐까 한다.

단편 제목을 보고 끌리는 순서대로 읽었다. <검은 고양이>를 읽으며 어릴 적에 읽었던 내용이 다시 생각났다. 알콜 중독자의 폭력과 후회, 폭력과 후회. 동물학대와 살인으로 극대화되는 그들은 행동은 오랜 세월이 지난 오늘날에도 뉴스를 비롯한 미디어에서 볼 수 있다.

이 단편 속에는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기괴함이 있다. 유령, 정령, 천사, 악마 등 인간이 아닌 것들이 존재하고, 이 세계에서 경험할 수 없는 유령선을 본다거나 죽은 고양이와 똑같은 모습의 고양이를 본다거나 하는 기묘하고 두려운 경험하기도 한다. 또한 죽지 않은 사람을 고의 또는 실수로 매장하기도 하고, 죽은 사람을 갈바니 전지 등으로 살려내기도 하고, 죽은 사람이 산 사람의 몸을 빌어 다시 태어나기도 한다.

당신은 단 하루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살아 있는 여자는 증오했지만 죽은 여자는 사랑하게 될 거예요.
p358 <모렐라> 중에서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은 또한 논리적이지 않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노인의 이가 신경에 거슬려서 그를 죽이거나 자신과 똑닮았다고 생각해서 닮지도 않은 사람을 찾아죽인다. 무도회에 초대된 이가 쓴 가면이 마음에 들지 않아 그를 죽이려고 한다. 이게 왜 호러가 될까, 다시 읽어본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을 다시 읽어보면 놓친 부분이 다시 해석되고, 순간 주변이 섬뜩해진다.

무더운 여름에 다시 읽으면 좋을거 같다. 한권의 프랑켄슈타인 보다 이 책이 더 호러스럽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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