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범죄 대책과 시라타카 아마네
가지나가 마사시 지음, 김은모 옮김 / 나무옆의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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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가지나가 마사시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참자>을 참고하며 소설을 구상했다고 한다. 그 결과 2013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을 수상하여 화려하게 추리소설 작가로 데뷔한다. <조직범죄 대책과 시라타카 아마네>라는 한글 제목만 보고, <과>를 and로 해석했다. 그런데 한자를 보니 형사 부서를 말하는 과(課)이다. 조직범죄 대책 부서에서 근무하는 시라타카 아마네씨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읽었다.

제목 대로 시라타카 아마네는 도쿄 무사시노 경찰서의 형사로, 조직범죄 대책과에서 근무하고 있다. 연인이자 사수였던 구사노는 무사시노 경찰서를 떠나 도쿄 본청으로 승진이동했다. 구사노 형사 대신 들어온 파트너 우즈카 신사쿠는 갈 길이 멀어 보이는 신참내기 형사이다.

어느 날 일본 도쿄 이노카시라 공원에서 삐에로 분장을 한 남자의 시체가 발견된다. 시체를 검시해 본 결과 복어독에 중독되어 죽은 것으로 나타났다. 형사들은 삐에로 남자의 죽음을 살인사건으로 판단하고 수사에 들어간다. 본청과 무사시노 경찰서, 인근 경찰서의 경찰들이 모여 빠르게 수사한다. 삐에로 남성은 와카야마 가즈야로 35세, 혼마치 2번지에서 양과자점 파티스리 조네스를 운영하는 점주 겸 파티시에이다. 남들에게 원한 살인 없는 유학파 출신의 파티시에가 왜 피살을 당하였는지 알 수가 없다. 삐에로 남성 피살 사건의 실마리도 풀지 못했는데 또다른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조사결과 이 피해자들 사이에는 어떠한 연결고리도 보이지 않는다. 시라타카 아마네 형사는 무차별 살인사건의 범인이 누구인지, 왜 이런 범죄를 저지르는지 밝혀내야 하는데, 온통 의문투성이다. 답이 없는 물음을 머리에 넣은 채 사건을 풀기위해 뛰어다닌다.

소설이 빠르게 전개되기 때문에 답답함이 없다. 형사들이 대거 등장하는 추리소설에는 선한 형사와 악한 형사들이 대립하며 싸우기도 한다. 범인을 잡으려는 건지, 동료형사를 잡으려는건지 난감할 때도 있다. 그런데 여기에 등장하는 형사들은 모범적인 형사의 모습을 보여준다. 검문하고 SNS 분석하고 CCTV도 수차례 돌려보며 범인 검거에 앞장선다. 다만, 형사마다 실력 차이가 있다 보니 사건을 정확히 파악하는 사람도 있고, 엉뚱한 증거를 가져오는 사람도 있다. 구사노와 아마네가 진지한 역할을 맡았다면, 우즈카 신사쿠는 엉뚱한 역할을 맡아 소소한 웃음을 준다. 우즈카 신사쿠가 구사노를 째려보고 (자신 보다 훨씬 무섭고 능력 있는) 아마네를 지켜주려고 하는 게 엉뚱하고 어떨때는 애잔하기까지 하다. 숨어서 지켜보는데 자꾸 들킨다. 아마네의 독백처럼, 우즈카 신사쿠 어떻게 형사가 되었는지 알 수 없다.

수사과장이 일선 경찰들에게 큰 소리로 윽박지를때도 있다. 그러나 경찰들은 수사과장이 얼마나 범인을 잡고 싶어하는지 알기 때문에 모두 이해하고 넘어간다. 이전 사건을 통해 경찰이 범인을 못 잡으면 어떤 불행이 일어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의 모범적인 모습과 범인이 사용한 트릭이 인상적이다. 다 읽고 나면 범인과 피해자들의 모습이 우리 언론의 모습 같아 조금 씁쓸해진다.

마지막으로 이 소설은 일본에서 <하쿠타카 시라타카 아마네의 수사파일>이라는 드라마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나무 옆 의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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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행복할 수 있는가 - 삶의 의미와 행복을 찾아가는 인생 수업
장재형 지음 / 미디어숲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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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가치가 무너지는 혼돈과 과도기의 시대
고전에 불안한 내 인생의 길을 묻다! 책 표지 중에서

내가 어떻게 행복할 수 있는지 고전을 읽으며 그 속에서 방향을 찾는다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유명인들의 서적 및 인터뷰에서 그들은 삶이 흔들릴 때 인문학에서 길을 찾았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유명인들의 서재와 인생 책을 다룬 기사는 일반인들에게 큰 영감을 준다. 이 책도 그런 관점에서 쓰인 책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작가의 소개를 보니 한 달에 100여 편이 넘는 책을 소화하는 다독가라고 한다. 벽돌책을 보름 동안 붙잡고 있는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독서를 꾸준히 오래 하면 책 근육이 붙어, 빠르게 읽고 빠르게 소화시킬 수 있는 것인가 보다!

이 책은 <마흔에 읽는 니체>를 펴낸 장재형 작가의 신간으로 28편의 고전을 소개하고 그 속에 담긴 주요 감정과 철학을 이야기한다. 책은 6장으로 나눠져 있다. 각 장을 세분화된 감정 <자아, 사랑, 슬픔, 고독, 관계>등으로 나누고 그 감정에 맞는 작품을 소개한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책의 목차를 살펴보았다. 데미안, 달과 6펜스, 좁은 문, 위대한 개츠비, 마지막 잎새, 이반 일리치의 죽음 등 낯익은 작품들이 보인다. 작품이 낯익지 않은 경우에는 작가가 낯익다(장 폴 사르트르의 희곡은 닫힌 방만 읽어봤다). 저자는 내가 읽었던 이 고전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왜 스콧 피츠제럴드는 책 제목을 <위대한> 개츠비라고 했는지, 앙드레 지드는 왜 남녀 주인공을 닿을 수 없는 <좁은 문> 속에 가둬놨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의문이 들었던 고전 파트부터 읽기 시작했다. 저자는 해당 고전의 주요 구절을 소개하고 니체의 철학을 비롯한 여러 철학들을 작품에 대입시켜 해석한다.

같은 책을 읽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어떤지 알고 싶어 독서모임에 참여하기도 하고 다른 분들이 쓴 글을 읽기도 했다. 타인의 생각을 통해 나의 앎을 조금씩 확장했는데, 이 책에서도 생각지도 못한 저자의 해석이 나왔다(나의 앎이 조금 더 확장되었다). 고전의 이 구문을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겠구나, 이런 철학을 대입시켜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하고 말이다.

저자는 많은 책을 읽기보다는 좋은 책을 많이 읽으라고 이야기한다. 좋은 책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여러 세대에 걸쳐 오랫동안 읽힌 고전이야말로 검증된 양서라고 쓴다. 오래전에 출간된 책들(고전)이 지금 감성과 맞지 않아 읽기 불편할 때도 있다. 불편한 감성과 사회상을 걷어내고 그 책이 말하고 있는 본질을 발견한다면 <나는 어떻게 행복할 수 있는가>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도 내가 읽었던 책을 다독가는 어떻게 해석하는지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미디어숲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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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 : 쿠쉬룩 림LIM 젊은 작가 소설집 1
서윤빈 외 지음, 전청림 해설 / 열림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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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만나면 관계가 생기지만 셋이 모이면 세계가 탄생한다는 것을 나는 그때 알았다. p133 <하나 빼기_이혜오>중에서

책 제목만 들어서는 도무지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다. 림 LIM이 무엇을 뜻하는지, 쿠쉬룩은 또 어느 나라말(외계어?)인지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제목이 뜻하는 바를 알고 싶기도 하고 한국의 젊은 작가들이 어떤 주제로 어떤 글을 쓰는지 알고 싶기도 해서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림은 숲을 뜻하는 숲 림(林) 자가 아닌지 살짝 생각해 본다. 쿠쉬룩은 수메르어로 상자를 뜻한다고 책 안에 적혀 있다.

림 LIM 젊은 작가 단편집은 첫 소설을 출간한지 5년 미만의 젊은 작가들의 단편 모음집이다. 열림원 출판사에서 출간한 이 책은 일 년에 두 권씩 발매될 예정이며, <림 LIM : 쿠쉬룩>이 그 첫문을 연다! 7명의 작가 중 낯익은 <천선란> 작가의 이름이 보인다. 그래서 이 책의 부제목이기도 천선란 작가의 쿠쉬룩을 먼저 읽고 나머지 작품을 차례대로 읽어보았다.

인간의 미래는 죽음, 불안, 불확실, 절망, 나아지지 않음, 달라지지 않음, 변화하지 않음, 정세의 악화, 그런 것들로 가득해. 누구도 미래를 기대하지 않아. 누구도 미래를 바라지 않아. 누구도 미래에서 희망을 느끼지 않아. 인간에게 미래는 그렇다.p171 <쿠쉬룩_천선란> 중에서

이 단편집은 가까운 미래를 다루는 <마음에 날개 따윈 없어서>, <돌아오지 않는다>, <쿠쉬룩>과 학창 시절을 다루는 <영의 존재>, <이십 프로>, <하나 빼기>, 동화를 다시 재해석한 <멀리서 인어의 반향은>으로 나눌 수 있다. 단편을 읽을 때마다 젊고 아름다웠지만 치열했고 친구가 전부였던 학창 시절이 생각나기도 하고, 디스토피아적인 미래가 눈앞에 있는 거 같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가장 마음 편히 읽은 작품은, 최의택 작가의 <멀리서 인어의 반향은>이다. 책을 읽는 동안 어릴 적부터 수없이 보았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와 인어공주의 OST, 가재 세바스찬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작가는 인어공주를 재해석하여 써놓았다. 인간이 되는 약물을 자주 복용해 내성이 생긴 아리엘 공주와 사악한 문어 마법사의 엉뚱한 딸 샤샤, 멀쩡한 허우대에 마음이 여린 에릭 왕자로 바꿔서 말이다. 최의택 작가 노트에 담긴 말처럼 쿨내나는 동화 인어공주이다.

실은 우리가 공유하고 공감한 것이 서로의 불행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꾸던 날들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제야 들었다. 나는 너의 꿈이었을까. p64 <영의 존재_서혜듬> 중에서

아울러, 이혜오 작가의 <하나 빼기>가 나의 지나간 학창 시절을 보는 것 같다면 설재인 작가의 <이십 프로>는 아직도 진행 중인 우리 아이들의 학창 시절을 엿보는 것 같다. 성적에 매달려 앞만 보고 달리는 모습에 마음이 무겁고 불편하다. 설재인 작가는 전 특목고 교사였다. 그래서 학생들을 관찰한 경험이 풍부하고 학교 이해관계에 얽힌 사람들의 뒷모습을 잘 알고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소설 <이십 프로>가 더 사실처럼 느껴진다. 물론 빙의라는 소재를 썼지만 이 부분을 제외하면 지금도 있을법한 이야기이다.

한 작품 뒤에 바로 작가의 노트가 실려있다. 어디서 소재를 얻었는지 어떤 목적으로 글을 썼는지 주변 평은 어땠는지 짤막하게 기재되어 있다. 젊은 한국작가의 글이 궁금하다면 읽어볼 만하다. 몇몇 주제는 그리 가볍지 않으니, 집중해서 읽어보길 바란다^^

(열림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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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30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 - 벌써 마흔이 된 당신에게 해 주고 싶은 말들 42
김혜남 지음 / 메이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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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 추천 책이다. <만일 내가 인생을 산다면>은 김혜남 신경정신과 의사의 에세이이다. 이 책은 2015년에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라는 이름으로 출판되었고, 2022년 제목을 바뀌고 내용을 일부 삭제 및 추가하여 재출간되었다. (현재 20만 부 넘게 판매되어 양장 에디션이 나왔다는데... 왜 내가 사면 왜 스페셜 에디션이 나오는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도 스페셜 커버가 나오고... 슬프다. 나도 양장본 좋아하는데 ㅜㅜ)

30년 동안 정신분석 전문의로 일한 저자가 마흔이 된 독자에게 해 주고 싶은 말 42(소주제는 43개인데, 무슨 의미일까? 파킨슨병 진단을 받기 전 나이인 42세로 돌아간다는 뜻일까?)라는 소개 글이 적혀있다. 마흔셋, 개인 병원을 개업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 저자는 파킨슨 진단을 받는다. 파킨슨병은 희귀질병으로 몸이 점점 굳다가 발병 후 15년~17년이 지나면 사망 또는 심각한 장애를 얻는 병이다. 부작용이 나타날지 모르는 약도 지속적으로 복용해야 하는데, 약을 먹는다고 몸이 마냥 좋아하지는 것도 아니다. 병의 일시적인 호전 및 전체적인 병의 속도를 늦춰줄 뿐이다. 그녀의 말처럼 3시간 동안만, 2시간 동안만 사람다운 사람으로 만들어 줄 뿐이다. 그녀는 60세를 넘기지 못하고 사망 또는 심각한 장애를 얻을 것이라는 생각에 한 달 동안 침대에 누워 원망하였다. 그러다 불현듯 일어나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 대신,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기로 한다.

2015년에 출간된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에는 저자의 딸과 아들에게 해줄 이야기를 적었다고 한다. 2022년에 재출간된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에서는 딸과 아들에게 해줄 이야기를 걷어내고 마흔 살에 알았다면 좋았을 내용을 추가하였다고 한다. 그녀가 마흔으로 돌아간다며 그녀는 자신에게 무슨 말을 해 줄 것인지 들어보자.

두 언니와 남동생은 예쁘고 멋있는 외모를 타고났는데, 본인은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주위에서도 왜 너만 그러냐고 농담 삼아 이야기했다고 한다. 외모 콤플렉스는 어릴 때 상처가 되었지만 그녀는 결국 강점을 개발하여 열등감을 벗어난다. 돈과 외모만 가졌다고 농담 삼아 이야기할 정도로^^ (병이 발병한 후에는 병과 빚만 가졌다고 한단다).

또한 저자가 고등학생 시절, 연년생 둘째 언니가 대학 예비 소집을 갔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한 달 뒤 할머니까지 돌아가신다. 언니의 몫까지 해내기 위해 저자는 버티기를 한다. 슬픔을 참고 대입을 준비하고, 전문의 준비를 하며 버틴다. 우리는 흔히 버티기가 나쁜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자의 버티기는 추후 성장을 위한 발판이 되었다.

환자와의 상담 내용과 자신의 이야기를 엮어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그래서 이 책에는 신경정신과 의사로서, 육십을 넘게 산 인생 선배로서 어린이, 청소년, 중년, 노년에게 하는 이야기는 물론 사회 초년생을 포함한 직장인, 부모의 역할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와 조언이 담겨있다.

아무리 착하게 살아도 불행이 오며, 완벽한 시기라는 것은 없다. 나라는 사람은 미움과 불행을 떠안은 사람이 아니라 다만 상황이 좋지 않아 나쁜 대접을 받은 것이다. 모든 것이 다 자신의 잘못이라고 자책하지 말아야 한다. 배운다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고 배움에는 끝이 없다.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걱정하지 않고,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 문제의 해결 방법은 자신 안에 있으니 자신만 태도를 바꾸면 삶이 훨씬 가벼워진다. 읽을수록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나중에 우리 아이가 조금 더 커서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프로이트가 정의한 정상적인 사람은 약간의 히스테리, 편집증, 강박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남들이 정해준 기준에 따라 나를 포장하면서 살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 크게 해를 가하지 않는 이상) 나답게 나를 위해 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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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갚는 기술 - 돈 한 푼 안 들이고 채권자 만족시키기 고전으로 오늘 읽기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이선주 옮김 / 헤이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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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오 영감>으로 유명한 오노레 드 발자크는 1799년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그는 소로본 대학 법대를 중퇴하고 수많은 가명으로 글을 쓴다. 본명으로 쓴 최초의 글이 1829년에 나온 <올빼미당원 (Les Chouans)>이라 올빼미당원을 발자크의 데뷔작으로 치지만, 발자크는 1829년 이전에도 수많은 글을 썼다.

발자크는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인쇄소를 차리고 유명 작가의 문학서적과 가명으로 쓴 자신의 책도 출판하지만, 경영에는 소실이 없었는지 결국 빚만 잔뜩 남기고 사업을 말아먹는다. 빚을 갚기 위해 하루에 커피 40잔씩 마시며 발자크는 글을 썼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쓰지도 않는 글을 대가로 돈을 빌려서 다른 채권자에게 빚을 갚는 모습도 눈에 선하다. 생전에 유명한 작가 반열에 올랐음에도 왜 빚에 허덕였는지, 정말 독특한 작자가 아닐 수 없다. 정원에다 기후에 맞지 않는 사치스러운 파인애플 나무를 키우면서, 동생에게는 옷이 해질까 봐 외출도 못 나간다는 편지를 쓴다. 샤를르 보들레드는 그런 발자크를 보며 글을 쓰는 재주만큼이나 빚 청구서를 쓰는 재주가 있다고 언급한다. <빚 갚는 기술>을 읽다 보면 발자크의 생존법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소설이 아니라 실제 경험담이구나.

<빚 갚는 기술>은 발자크가 인쇄소를 운영하던 시절인 1827년, 가명으로 쓴 책이다. 화자인 조카 앙페제 남작(발자크의 가명)이 삼촌의 유지에 따라, 삼촌이 어떻게 많은 채권자들에게 많은 돈을 빌리고도 당당하게 죽음을 맞이했는지 그 경험담을 풀어나가는 이야기이다. 결국 돈 한 푼 갚지 않고도 채권자들 앞에서 당당하게 죽음을 맞이한 한 채무자가 빚을 갚지 않고 버티는 이야기이다. 이 책의 부제가 <돈 한 푼 안 들이고 채권자 만족시키기>이다. 채권자 입장에서 들으면 속이 터질만한 제목이다^^.

삼촌 앙페제 남작은 채권자를 생산자로 보고 채무자를 소비자로 본다. 가난한 채무자는 돈 많은 채권자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빌려 사는 것이 문제없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빌린 돈을 갚는 게 문제가 될 수 있으니 갚지 말라고 한다. 삼촌은 빚의 종류, 채권자와 채무자의 종류, 여러 나라에서 빚을 안 갚으면 발생하는 일 등을 자신의 경험과 함께 나열한다. 진지하게 읽으면 이 삼촌은 정말 몹쓸 사람 같아 화가 나지만, 별별 사람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 거리라고 생각하면 웃으면서 읽을 수 있다.

삼촌은 부자에게 돈을 빌리라고 한다. 그들에게 자신이 빌린 몇 푼의 돈은 큰 금액이 아니라고 말한다. 또한 채권자들을 오전 10시부터 집 응접실에 대기시키고 순서대로 한 명씩 이야기하라고 한다. 웃음 포인트는 돈을 갚는 게 아니라 돈을 더 빌릴 궁리를 하라는 것! 채권자들이 돈을 갚을 수 있냐고 물어보면 돈이 없을 수도 있다고 짧게 얼버무리며 말하라고 한다. 그러면서 건강한 신체를 유지해 언제든지 (죽지않고) 돈을 갚을 수 있을 것 같은 모습(희망)을 보이는게 중요하다고도 한다. 삼촌이 채권자들에게 끊임없이 희망고문을 하며 돈을 당당하게 빌리는 모습, 채무자가 아파하는 모습에 어쩔 줄 몰라하는 채권자의 모습을 생각하니 아찔하다. 내 주변에 이런 사람이 없나 돌아보게 된다.

삼촌은 집을 빌릴 경우 어떤 수위를 만나야하고 어떤 집을 빌려야 하는지도 알려준다(길이 보이는 5층 이상 아파트로 빌려야 한다. 왜냐하면 채권자를 오는 것을 보며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고 채권자가 높은 계단을 오르는 동안 채권자가 지칠 수 있기 때문이다). 듣다 보면 발자크의 삶과 너무 겹친다. 채권자를 피해 다니느라 이사를 수없이 다니고, 늘 정문과 후문(도망치는 용도)이 함께 있는 집을 선호하는 발자크 역시 채권자를 피해 다녔기 때문이다. 심지어 후원자가 그에게 돈을 주고 싶어도 (빚쟁이를 피해 도망다느라 바쁜) 발자크를 만날 수 없어 후원해줄 수 없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책을 다 읽고 앞표지를 다시 본다. 가난한 자는 부자의 주머니를 털고 있고, 부자는 가난한 자의 주머니를 뒤지나 나오는 게 없다. 그래도 둘은 서로 손을 잡고 협력한다. 이것이 글 속 삼촌과 어쩌면 발자크가 생각하는 채권자와 채무자, 즉 생산자와 소비자의 모습일 것이다. 책의 말미에 화자는 삼촌은 이런 방법으로 살아왔지만 오늘날에는 이런 채권자와 채무자가 되기 쉽지 않다며 따라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이야기는 이야기로 받아들여야지 불법적인 행위를 따라하면 안된다!

알쓸인잡(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인간 잡학사전)에서 김영하 작가가 발자크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이 있다. 그래서 발자크의 책을 한번 읽어보고 싶었는데, 발자크와 너무나 닮아있는 <빚 갚는 기술>을 읽게 되어 너무 재미있었다. 빚이라는 것은 발자크 개인에게 있어서는 무거운 짐이지만, 빚이 있었기에 우리가 발자크의 수많은 글을 볼 수 있어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한마디로 말하기 힘들다.

(헤이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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