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 : 쿠쉬룩 림LIM 젊은 작가 소설집 1
서윤빈 외 지음, 전청림 해설 / 열림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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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만나면 관계가 생기지만 셋이 모이면 세계가 탄생한다는 것을 나는 그때 알았다. p133 <하나 빼기_이혜오>중에서

책 제목만 들어서는 도무지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다. 림 LIM이 무엇을 뜻하는지, 쿠쉬룩은 또 어느 나라말(외계어?)인지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제목이 뜻하는 바를 알고 싶기도 하고 한국의 젊은 작가들이 어떤 주제로 어떤 글을 쓰는지 알고 싶기도 해서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림은 숲을 뜻하는 숲 림(林) 자가 아닌지 살짝 생각해 본다. 쿠쉬룩은 수메르어로 상자를 뜻한다고 책 안에 적혀 있다.

림 LIM 젊은 작가 단편집은 첫 소설을 출간한지 5년 미만의 젊은 작가들의 단편 모음집이다. 열림원 출판사에서 출간한 이 책은 일 년에 두 권씩 발매될 예정이며, <림 LIM : 쿠쉬룩>이 그 첫문을 연다! 7명의 작가 중 낯익은 <천선란> 작가의 이름이 보인다. 그래서 이 책의 부제목이기도 천선란 작가의 쿠쉬룩을 먼저 읽고 나머지 작품을 차례대로 읽어보았다.

인간의 미래는 죽음, 불안, 불확실, 절망, 나아지지 않음, 달라지지 않음, 변화하지 않음, 정세의 악화, 그런 것들로 가득해. 누구도 미래를 기대하지 않아. 누구도 미래를 바라지 않아. 누구도 미래에서 희망을 느끼지 않아. 인간에게 미래는 그렇다.p171 <쿠쉬룩_천선란> 중에서

이 단편집은 가까운 미래를 다루는 <마음에 날개 따윈 없어서>, <돌아오지 않는다>, <쿠쉬룩>과 학창 시절을 다루는 <영의 존재>, <이십 프로>, <하나 빼기>, 동화를 다시 재해석한 <멀리서 인어의 반향은>으로 나눌 수 있다. 단편을 읽을 때마다 젊고 아름다웠지만 치열했고 친구가 전부였던 학창 시절이 생각나기도 하고, 디스토피아적인 미래가 눈앞에 있는 거 같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가장 마음 편히 읽은 작품은, 최의택 작가의 <멀리서 인어의 반향은>이다. 책을 읽는 동안 어릴 적부터 수없이 보았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와 인어공주의 OST, 가재 세바스찬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작가는 인어공주를 재해석하여 써놓았다. 인간이 되는 약물을 자주 복용해 내성이 생긴 아리엘 공주와 사악한 문어 마법사의 엉뚱한 딸 샤샤, 멀쩡한 허우대에 마음이 여린 에릭 왕자로 바꿔서 말이다. 최의택 작가 노트에 담긴 말처럼 쿨내나는 동화 인어공주이다.

실은 우리가 공유하고 공감한 것이 서로의 불행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꾸던 날들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제야 들었다. 나는 너의 꿈이었을까. p64 <영의 존재_서혜듬> 중에서

아울러, 이혜오 작가의 <하나 빼기>가 나의 지나간 학창 시절을 보는 것 같다면 설재인 작가의 <이십 프로>는 아직도 진행 중인 우리 아이들의 학창 시절을 엿보는 것 같다. 성적에 매달려 앞만 보고 달리는 모습에 마음이 무겁고 불편하다. 설재인 작가는 전 특목고 교사였다. 그래서 학생들을 관찰한 경험이 풍부하고 학교 이해관계에 얽힌 사람들의 뒷모습을 잘 알고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소설 <이십 프로>가 더 사실처럼 느껴진다. 물론 빙의라는 소재를 썼지만 이 부분을 제외하면 지금도 있을법한 이야기이다.

한 작품 뒤에 바로 작가의 노트가 실려있다. 어디서 소재를 얻었는지 어떤 목적으로 글을 썼는지 주변 평은 어땠는지 짤막하게 기재되어 있다. 젊은 한국작가의 글이 궁금하다면 읽어볼 만하다. 몇몇 주제는 그리 가볍지 않으니, 집중해서 읽어보길 바란다^^

(열림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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