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역 철학자 도감 - 어려운 척하지 않는 만만한 철학 읽기
토마스 아키나리 지음, 서희경 옮김 / 소보랩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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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확신이 안 서지만, 과거에는 철학자들이 각광받던 때가 있었다. 우리가 흔히 고전이라고 일컫는 스테디셀러를 읽어보면 작가마다 이야기하는 철학자들과 사상이 있다. 소크라테스를 따라 플라톤, 마키아벨리, 칸트, 니체, 마르크스, 프로이드의 이름과 사상은 대충은 들어봤다. 과학관련 서적에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종종 나오기도 한다.

<철학자 도감>은 60명의 대표 사상가들을 시대순으로 나눠, 한 명당 4p를 할애해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첫째, 앞 표지에 <어려운 척하지 않는 만만한 철학 읽기>라는 문구와 철학가들의 캐리커처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둘째, 뒷 표지에 나온 질문과 해답을 보고 싶어서이다. 버스를 타기 위해 뛰어오고 있는 노인을 기다리지 않고 정시 출발한 버스 기사는 옳은 선택을 했을까, 옳지 않은 선택을 했을까 묻고 있다. 나는 철학자마다 답이 다르겠지라고 생각했고 이 생각은 맞았다. 그리고 이 내용은 정의란 무엇인가 초반에 나오는, 선로가 끊긴 기차에 타고 있는 많은 승객과 다른 선로에 서 있는 사람에 대한 질문과도 비슷하다. 이 노인과 버스 기사에 대한 해답 및 해설은 책 안에 있다.

서양 철학자들만 언급할 줄 알았는데, 석가, 공자, 맹자, 노자, 장자 같은 동양사상가들도 소개되고 있다. 저자의 이름이 토마스 아키나리이고, 일본에서 공부한 사람이라고 하길래 야후(yahoo)재팬에서 검색해봤다. 한자로 富増章成(とます あきなり)라고 쓰인 저자의 프로필과 사진이 검색되었다. 작가가 동양인(일본사람)이라 동양사상가들도 여럿 소개되지 않았나 싶다.

이 책은 이 자체가 주요 철학가들와 그 사상에 대한 요약본이므로, 몇몇 사상가들을 서평에서 이야기하는게 무의미하다. 다만, 내가 아는 철학가들이 몇명 없었구나, 게다가 모르는 현대 철학가들이 많구나, 나의 무지를 다시금 깨달았다.

책은 철학가의 이름과 사상, 저서를 언급하고, 연습문제와 해설(QnA)이 나온다. 철학가들의 책은 장서인데, 4p에 담다보니 훑어보기식이다. 이 책을 읽어보고 마음에 드는 철학가가 있다면, 그 철학가의 저서를 한번 읽어보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나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꼭 한번 읽어보고 싶어졌다. 아니면 다른 책을 읽다 거기에 특정 철학자나 학파가 나오면, 인물사전처럼 이용해도 좋을거 같다.

나는 책의 시작하는 말과 마치는 말을 꼭 읽으려고 하는 편이다. 이 책의 시작하는 말과 마치는 말이 내 마음을 대변해준다. 읽기 전에는 철학이라는게 얼마나 어려운데 어떻게 이 안에 60명의 철학자를 푼다는 말인가, 읽고 난 후에는 그래서 문제에 대한 명확한 답이 없네라고 생각했는데, 작가도 책에서 비슷하게 말하고 있다.

결국 우리는 우리가 처한 상황에 맞는 철학사상을 선택할 수 밖에 없고, 이 것이 옳은지 그른지는 철학자들의 말을 반문하며 검증해나가야 할 것 같다.

고전을 읽다가 철학가들 때문에 문맥이 끊긴다면 참고용으로 읽어볼만 하다.
(소보랩 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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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고! 2 - 삼국 시대와 남북국 시대, 역사 악동즈 VS 역사 도둑 한국사 고! 2
김은의 지음, 김용길 그림, 이선희 감수 / EBS BOOKS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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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 초등학습만화나 이야기책이 너무 잘 나온다. 나도 어릴 때 이런 책으로 공부했다면, 공부에 흥미를 더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고등학교 때 선생님 추천으로 역사신문편찬위원회에서 펴낸 <역사신문>을 보면서 뒤늦게 역사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뭐든지 흥미가 있어야 그 뒤의 힘든 공부도 하는거 같다.

이 책은 ebs에서 출판한 초등역사이야기 책이라고 해서 읽어보게 되었다. ebs교육방송에 대한 믿음과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저녁에 아이와 함께, 먼저 구매한 한국사 고1권과 서평이벤트로 받은 2권을 놓고 같이 읽었다. 소설처럼 이어지는 이야기가 아닐거 같아 아이가 1권, 내가 2권부터 읽어 나갔다. 그런데 1권부터 순서대로 읽었으면 더 좋았을 뻔 했다. 1권에서 등장인물과 배경소개가 나오고, 2권은 소개 없이 바로 사건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독버섯 버클이나 샤바샤바 대왕, 단추이야기를 몰라 고개를 갸우뚱 저었다. 물론 1권을 먼저 읽은 아이가 옆에서 설명과 스포를 해주기는 했지만, 그래도 말해주는 것과 내가 읽는 것은 다르다.

​이 책은 초등학교 3-6학년 역사에 관심있는 아이들이 읽으면 좋겠다. 너무 어리면 광개토대왕비와 한강유역 등과 같은 단어가 너무 어려울 것 같다. 줄거리는 샤바샤바라는 남자가 사람들의 물건을 훔쳐가고, 이를 찾기 위해 초등학생 남매 현우와 수지, 반려묘 묘묘가 샤바샤바를 쫓는 것이다. 그 와중에 역사를 왜곡하는 수수께끼 인물 샤바샤바를 막고, 올바른 역사를 알려주는게 주인공 어린이들의 임무이다(물론 잃어버린 물건 찾아주는 일도 해야하고 말이다).

​샤바샤바는 과거의 물건과 비슷한 현대의 물건을 훔쳐 과거로 타임슬립한다. 아이들도 덩달아 타임슬립을 하고 그 곳에서 역사를 배우게 된다. 2권에선 고구려, 신라, 백제, 가야, 발해의 대표적인 유물에 대해 배운다. 이야기 사이사이에 선긋기, 숨은 그림찾기 등도 있어, 아이랑 손가락으로 빨리 찾기 놀이를 할 수도 있다. 숨은 그림찾기는 너무 쉬워서 손가락 빠른 사람이 이긴다. 그리고 책 맨 끝에는 앞에서 배운 내용을 점검하는 퀴즈와 해답이 있어, 앞서 읽은 내용을 확인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아이가 공부로 받아들이면 이 부분은 생략해도 될거 같다. 3권에서 샤바샤바의 진짜 정체가 밝혀지려나. 타임슬립 능력만 없으면 동네 이상한 아저씨인데 말이다.

(EBS교육방송공사 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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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담 싸부 - Chinese Restaurant From 1984
김자령 지음 / 시월이일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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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건담이 무슨 뜻이지요? 만화에 나오는 로봇을 말하는 건 아니겠죠? p133


책 제목에 로봇이름으로 익숙한 건담이 왜 나오는건지 의문을 가졌다. 그런데 표지의 그림은 중화요리집이다. 그리고 작가는 한국인이다. 한중일 삼국이 묘하게 섞여있는 이 책의 내용이 궁금해졌다.


중국어사전에서 건담을 찾아보았다. 중국어로 健啖이라쓰고 jiàndàn(지엔딴)이라 읽는다. 건강하게 먹이다는 뜻이다. 이 책의 주인공 두위광은 70대 중반의 산둥출신의 화교요리사이다. 한국전쟁 이후 꽤 어려웠던 시절 먹을게 넉넉치 않았다. 그래서 많이 먹고 건강하게 살라는 의미로 아버지가 두위광에게 지어준 별명이 지엔딴, 즉 건담이다. 두위광은 중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으나, 병든 엄마와 폭력적인 아버지 사이에서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다. 결국 10살 남짓한 위광이 구멍가게에서 양갱 하나를 훔치다가 주인에게 실컷 매맞는다. 10살이면 초등학교 3학년에 해당하는 어린아이인데, 학교도 못가고 배고픔에 도둑질을 하다니 시대가 시대인만큼 안타깝다. 그런 아이를 피가 나도록 때리는 어른도 너무하다. 이를 보다못한 구멍가게의 여주인이 위광을 중국집으로 데려가 자장면 한그릇을 먹인다. 자장면의 맛에 눈을 뜬 위광은 중국집에서 잡일을 하며 하루 자장면 한 그릇을 얻어먹으며 일을 배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우여곡절을 겪으며 연희동에 중화요리 건담을 운영한다.


현재 두위광은 70세가 넘은 노장이다. 그 세월의 굴곡만큼 두위광 개인의 삶도 굴곡지다. 꼬장꼬장한 두위광은 처세술에 익숙치 않아 사람들로부터 누명을 쓰기도 하고, 누명에 대한 해명을 제대로 하지 않아 가게 문을 닫기도 한다. 어느 날은 원리원칙대로 요리를 주문받다가 남산에 끌려가기도 한다. 요리 하나에 남산이라니 독재정권 너무하다.


그 지옥불에서 살아남으면 불사신이 된다. p73


지옥불에서 살아남으면 불사신이 된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지옥불에 타 죽든지 버텨내 불사신이 되든지 해야 한다. 두위광은 지옥불 같은 스승과 선배들 틈에서 살아남았고 이제 요리에 있어 불사신이 되었다. 그런데 그의 문제는 여기서 또 발생한다. 자기가 배운대로 제자들 역시 혹독하게 가르치는 것이다. 두위광의 행동 때문에 사람들은 오해를 반복한다. 시대는 계속 변화하는데 두위광은 맛에 대한 변화는 물론 시대흐름도 거부한다. 그런 고집이 중화요리 장인의 자리를 만들었지만, 그 고집 때문에 오해와 미움을 낳아 안타까웠다. 해명할 일은 해명하고, 문제가 생기면 합법적이고 적절한 선에서 타협하면 삶이 더 순탄했을 것이다.

중화요리집, 중국집이라고 하면 주방장과 보조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칼판/면판/싸완 같이 업무별로 분리되어 있다는 걸 알고 흥미로웠다.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밥을 먹어도 서빙해준 직원들만 만날뿐, 직접 주방에 들어갈 일이 없기도 할 것이다. 이 책은 중화요리가 주메뉴이지만 그 외에 유럽의 제과제빵 및 분자요리, 칵테일 등 다양한 먹거리를 선보이고 있다.





요리는 만드는 사람 뿐 아니라 먹는 사람에 의해 완성된다는 것, 머리 속에 있는 것들을 조합해 한접시의 요리가 된다는 등 많은 명언이 담겨있다. 두위광이 흥분하면 산둥식 중국어가 튀어나오는데, 무슨 말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문맥상으로 뜻을 유추하기는 쉽다. 베이징에서 먹었던 자장면은 정말 담백한 춘장에 면을 비빈것이라 한국 사자표 춘장에 맛들린 내 입맛에는 맛이 없었는데, 책에서 소개하는 글을 보니 다시 한번 맛보고 싶다.


다양한 요리를 글로 읽으니 어떤 모양인지, 어떤 빛깔인지 직관적으로 떠오르지 않는다. 드라마나 웹툰으로 나오면 요리를 눈으로 보는 재미가 있어 좋을거 같다.




(시월이일 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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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고바야시 서점에 갑니다
가와카미 데쓰야 지음, 송지현 옮김 / 현익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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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를 비하하는 말을 쓰면 정말 얄팍해져.

p114


고바야시 서점은 실존하는 서점이고 고바야시 서점의 주인 내외 역시 실존하는 인물이다. 의심이 많아서 야후 재팬에서 검색했더니 실제 고바야시 유미코 사장님이 검색되었다.


즉, <오늘도 고바야시 서점에 갑니다>는 실존하는 서점에 허구의 에피소드와 등장인물을 가미해 만들어낸 논픽션 노벨이다. 거대 출판유통사에 입사한 신입사원 오모리 리카가 작은 서점 <고바야시 서점> 주인인 고바야시 유미코를 만나 벌어지는 훈훈한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책을 좋아하지 않는 취업준비생 오모리 리카가, 유명한 회사를 다니고 싶어 관심도 없는 출판유통업체에 입사한다. 게다가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에서 오모리 리카는 도쿄 본가에서 갑자기 오사카 지점으로 발령나면서 위기를 느낀다. 꿈을 갖고 한 우물만 파는 사람도 있지만, 졸업 후 적당히 타협하여 취업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도 후자에 해당하였기 때문에 초반부 이야기는 나의 흥미를 끌었고 공감이 갔다. 나도 처음 회사에 입사해서 주눅 들었듯이, 오모리 리카양도 주눅이 들어 회사직원 및 거래처 사람들에게 계속 사과만 하고 다닌다. 그때 고바야시 사장님이 오모리양에게 자기비하하지 말라고 토닥여 준다. 출판유통업체 직원이 책을 많이 읽으면 좋지만, 책을 많이 안 읽어도 괜찮다고 말해 준다. 오모리 리카양은 책을 많이 안 읽는 독자 입장을 파악할 수 있으므로, 이를 강점으로 이용하라는 말이 해준다. 그 말이 낯선 신입시절의 나에게 말해 준거 같아 고마웠다.


일본소설이라 한국의 회사생활및 서점상황과 다르기도 하지만, 고바야시 유미코 사장님의 말은 사회초년생이나 자신감이 떨어진 직장인들이 읽으면 힐링이 될거 같다. 사장님 자체가 활기찬 사람이고 부정적인 상황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의 달인이기 때문이다. 옆에 이런 사람이 있으면 옆에 있는 사람까지 좋은 기운을 받을 수 있다고 할까.


실제로 사장님이 서점으로 가게 운영이 안되자, 서점을 포기할 수 없어 궁여지책으로 서점에서 우산을 팔기 시작한다. 서점에 앉아 어여부영 파는 것이 아니라 우산에 대해 공부하고 수레에 실고 다니면서 팔고 다닌다. "~하면 내가 이긴거지."라는 말을 말버릇처럼 하는 사장님. 하고싶은 말은 하면서, (상품을 팔기 위해) 무해한 속임수도 쓰는 사장님이 너무 유쾌하다. 오사카 사람은 부산사람과 비슷하다고 들은 적이 있다. 타인에게 실례되는 말을 꺼려하는 일본 타지역 사람들과 달리, 오사카는 비교적 직설적으로 말한다고 한다. 그래서 겉과 속도 같다고 한다. 이 책의 배경도 오사카 지역이라 그런지, 겉으로는 무뚝뚝하지만(그래서 초반에 많이 오해하지만) 정이 넘치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도 출판업계가 힘들다고 하던데, 일본도 출판업계가 힘들다고 한다. 책이 많이 팔려야 좋은 책들, 좋은 신입작가들이 많이 나올텐데 아쉽다. 이 책 후반부에 가면 일본서적인 백년문고 시리즈의 마지막 편에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이 쓰여져 있다고 언급한다. 외국서적에서 한국의 소설제목을 보니 반갑다.


일본은 대를 이어 가업을 잇는 가게들이 많다. 100년 이상의 가게들도 많고, 이 것들이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로 쓰이기도 한다. 고바야시 서점도 70년 동안 대를 이어 운영되고 있는 서점이다. 책을 덮고 나서 고바야시 유미코를 만난 오모리 리카양(리카양은 픽션임)이 부러우면서도, 대를 이어내려 운영되는 서점이 있다는게 대단하다고 생각되었다.



(현익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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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 마이어 - 보모 사진작가의 알려지지 않은 삶을 현상하다
앤 마크스 지음, 김소정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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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빼앗긴 사람들이 가장 열정적으로 사진을 찍게 되는 것 같다.

p85 수전 손택의 말 중에서


세상에 숨겨진 예술가들이 얼마나 많이 있을까. 비비안 마이어는 우연이 겹쳐 세상에 드러난 예술가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운이나 우연이 일어나지 않아 묻혀있는 예술가들도 많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죽기 전, 또는 그녀가 직업사진 작가가 되고 싶었을 무렵 진짜 직업사진작가가 되었다면 그녀의 삶은 조금 더 행복해졌을까 생각해 보았다.


이 책은 보모사진작가에 대한 이야기라는 부제에 호기심이 생겨 읽은 책이다. 사진을 잘 찍지는 못하지만 사진 보는 건 좋아해서, 이 책을 단순히 작가의 이야기가 조금 가미된 작품사진집정도로 알고 읽었다. 400페이지가 넘는 책 속에 얼마나 흥미로운 사진들이 많을까 기대하며 읽었다. 그런데 이 책은 사진집이라기 보다는 숨겨진 사진 작가 <비비안 마이어>를 추적하는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사진은 그녀가 누구였고 어떤 삶을 살았는지 보여주는 도구일 뿐이다.


비비안 마이어는 주변인들에게 프랑스 조상을 둔 미국 누욕태생의 보모, 180센치의 큰 키에 목에 카메라를 걸고 다니던 사람으로 기억되었다. 그녀가 세상에 알려진 계기는 한 경매장을 통해서였다. 2007년 시카고 경매장에서 존 말루프가 비비안 마이어의 네거티브 필름을 구매한다. 그 존 말루프는 자신이 구매한 사진이 자신이 작업하는 작품과 연계성이 없어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온라인에 그녀의 사진 몇 점을 올리고 사람들의 반응을 지켜봤다. 반응은 굉장했다. 그래서 존 말루프는 비비안의 사진을 대량 구매한 제프리 골드스타인과 비비안의 아카이브(기록보관소)를 준비한다.


존 말루프는 2013년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Finding Vivian Maier)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 및 상영하고 이를 이 책의 저자 앤 마크스가 보게 된다. 그러면서 저자는 숨겨진 비비안 마이어의 생애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다큐멘터리 영화도 조금 보고 이 책도 읽었다. 다큐멘터리에서는 비비안의 주변인과 그녀가 일했던 가족을 인터뷰하는 형식이었다. 그러나 비비안이 결국 누구였는지 밝히지는 못한다. 그 물음표를 느낌표가 바로 이 책에 나와있다.


비비안의 불행한 가족사는 2,3대에 걸쳐 후손에게 내려온다. 비비안의 어머니 <마리>는 생물학적 아버지에게 버림받아 추측컨데 정신병을 앓았던 것으로 판단된다. 마리의 아들 칼(또는 찰스라고도 불림) 마이어는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 그래서 비비안 가족은 여러 가지 불운이 겹쳐 함께 하지 못하고 흩어져 지내게 된다. 비비안 마이어의 혈육을 찾기 힘들었던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정신병이 있는 엄마 마리가 자신은 물론, 아이들의 이름과 기록을 여기저기 마음대로 바꿔 신고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비비안도 이들과 연을 완전히 끊었고 말이다.


그녀를 아는 한 지인은 비비안을 한순간의 이미지를 포착하고, 그 이미지를 다시 볼 거라는 기대와 바람은 없었던 사람같았다고 말한다. 그래서 현상되지 않은 필름들에 그렇게 많았던게 아닐까 싶다.


그녀가 평생 친하게 지냈던 겐스버그 가족들, 그 중 겐스버그 형제 외에, 그녀를 좋게 기억하는 사람이 몇 없다는게 아쉽다. 책 서문에 그녀에 대한 평가가 양극으로 갈려있다. 그녀가 죽기 전에 그녀를 만나 인터뷰를 했더라면 비비안으르파악하는데 많이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책 마지막에 비비안의 작품의 소유권, 저작권, 전시를 두고 많은 이야기가 오간다. 비비안이 살아있다면 어떻게 결론이 났을지도 궁금하다. 우리는 그녀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을 수 없고, 그녀의 사진과 상황만으로 판단해야하기 때문이다.


(북하우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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