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안 마이어 - 보모 사진작가의 알려지지 않은 삶을 현상하다
앤 마크스 지음, 김소정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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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빼앗긴 사람들이 가장 열정적으로 사진을 찍게 되는 것 같다.

p85 수전 손택의 말 중에서


세상에 숨겨진 예술가들이 얼마나 많이 있을까. 비비안 마이어는 우연이 겹쳐 세상에 드러난 예술가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운이나 우연이 일어나지 않아 묻혀있는 예술가들도 많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죽기 전, 또는 그녀가 직업사진 작가가 되고 싶었을 무렵 진짜 직업사진작가가 되었다면 그녀의 삶은 조금 더 행복해졌을까 생각해 보았다.


이 책은 보모사진작가에 대한 이야기라는 부제에 호기심이 생겨 읽은 책이다. 사진을 잘 찍지는 못하지만 사진 보는 건 좋아해서, 이 책을 단순히 작가의 이야기가 조금 가미된 작품사진집정도로 알고 읽었다. 400페이지가 넘는 책 속에 얼마나 흥미로운 사진들이 많을까 기대하며 읽었다. 그런데 이 책은 사진집이라기 보다는 숨겨진 사진 작가 <비비안 마이어>를 추적하는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사진은 그녀가 누구였고 어떤 삶을 살았는지 보여주는 도구일 뿐이다.


비비안 마이어는 주변인들에게 프랑스 조상을 둔 미국 누욕태생의 보모, 180센치의 큰 키에 목에 카메라를 걸고 다니던 사람으로 기억되었다. 그녀가 세상에 알려진 계기는 한 경매장을 통해서였다. 2007년 시카고 경매장에서 존 말루프가 비비안 마이어의 네거티브 필름을 구매한다. 그 존 말루프는 자신이 구매한 사진이 자신이 작업하는 작품과 연계성이 없어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온라인에 그녀의 사진 몇 점을 올리고 사람들의 반응을 지켜봤다. 반응은 굉장했다. 그래서 존 말루프는 비비안의 사진을 대량 구매한 제프리 골드스타인과 비비안의 아카이브(기록보관소)를 준비한다.


존 말루프는 2013년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Finding Vivian Maier)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 및 상영하고 이를 이 책의 저자 앤 마크스가 보게 된다. 그러면서 저자는 숨겨진 비비안 마이어의 생애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다큐멘터리 영화도 조금 보고 이 책도 읽었다. 다큐멘터리에서는 비비안의 주변인과 그녀가 일했던 가족을 인터뷰하는 형식이었다. 그러나 비비안이 결국 누구였는지 밝히지는 못한다. 그 물음표를 느낌표가 바로 이 책에 나와있다.


비비안의 불행한 가족사는 2,3대에 걸쳐 후손에게 내려온다. 비비안의 어머니 <마리>는 생물학적 아버지에게 버림받아 추측컨데 정신병을 앓았던 것으로 판단된다. 마리의 아들 칼(또는 찰스라고도 불림) 마이어는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 그래서 비비안 가족은 여러 가지 불운이 겹쳐 함께 하지 못하고 흩어져 지내게 된다. 비비안 마이어의 혈육을 찾기 힘들었던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정신병이 있는 엄마 마리가 자신은 물론, 아이들의 이름과 기록을 여기저기 마음대로 바꿔 신고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비비안도 이들과 연을 완전히 끊었고 말이다.


그녀를 아는 한 지인은 비비안을 한순간의 이미지를 포착하고, 그 이미지를 다시 볼 거라는 기대와 바람은 없었던 사람같았다고 말한다. 그래서 현상되지 않은 필름들에 그렇게 많았던게 아닐까 싶다.


그녀가 평생 친하게 지냈던 겐스버그 가족들, 그 중 겐스버그 형제 외에, 그녀를 좋게 기억하는 사람이 몇 없다는게 아쉽다. 책 서문에 그녀에 대한 평가가 양극으로 갈려있다. 그녀가 죽기 전에 그녀를 만나 인터뷰를 했더라면 비비안으르파악하는데 많이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책 마지막에 비비안의 작품의 소유권, 저작권, 전시를 두고 많은 이야기가 오간다. 비비안이 살아있다면 어떻게 결론이 났을지도 궁금하다. 우리는 그녀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을 수 없고, 그녀의 사진과 상황만으로 판단해야하기 때문이다.


(북하우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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