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 카즈무후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12
마샤두 지 아시스 지음, 임소라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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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카즈무후'는 사전적 의미가 아닌, 말이 없고 자기 세계에 빠진 사람에게 흔히 붙이는 별명이다. '동'은 귀족 냄새를 풍기기 위한 반어적 표현이다.
p8 <제1장 표제에 대하여> 중에서

동 카츠무후(Dom Casmurro)는 포루트칼어로 무뚝뚝 경, 퉁명 공이라는 뜻이다. 노란 표지에 독자를 바라보는 눈 하나가 인상적이다. 관음증이 있는 사람인 걸까, 아니면 어딘가 갇혀있는 사람이 나를 향해 살려달라고 쳐다보는 것일까.
표지도 인상적이지만, 출판사 소개 글에 <브라질의 문호가 쓴 1899년에 쓴 소설, 셰익스피어의 오셀로와 닮은 소설, 옆집 남자와 닮아가는 아들>이라는 내용이 있어 책 내용이 몹시 궁금하였다. 오셀로처럼 간신의 이간질이 나오려나, 오셀로처럼 주인공도 아내를 직접 죽이려나 궁금해하며 책을 읽었다.

이 이야기는 중장년이 된 벤투 산치아구(애칭, 벤치뉴)가 40년 전 여자친구이자 장래의 부인이 될 카피투와 사랑에 빠지게 된 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벤투 산치아구는 모든 사람들이 도련님으로 부르는 유복한 집안의 외아들이다. 아빠 페드루 지 아우브케르키 산치아구는 농장과 노예를 소유하고 있고, 엄마 마리아 다 글로리아 페르난지스 산치아구는 신앙심이 높은 사람이다. 첫번째 아이가 사망하자 두 번째 아이로 남자아이가 태어나면 교회로 보내 사제로 만들겠다고 신께 약속한다. 딸일 경우 사제가 될 수 없어, 엄마는 딸을 원했으나 결국 아들인 벤치뉴가 태어난다. 벤치뉴가 어린아이였을 때, 엄마가 31살 때 아버지는 돌아가신다. 아버지가 남겨놓은 유산(아홉채 이상의 집과 많은 노예들)이 많아 벤치뉴는 여전히 풍족하게 자란다. 집에는 주제 지아스라는 쉰 중반의 집사 같은 객식구가 있다. 아버지가 살아계실 적 집안의 노예들을 치료해 줘서 아버지 사후에도 숙식을 제공해 주고 있다. 아버지는 주제 지아스가 의사인 줄 오해했으나 그가 의사가 아니라고 고백한다. 또한 집에는 다른 객식구도 둘이나 더 있는데 엄마의 사촌 주스치나 당이모와 형법전문변호사인 코즈미 삼촌(엄마의 오빠)이다. 코즈미 삼촌에게는 친구 카브라우 신부가 있고 이 신부에게 벤치뉴는 라틴어와 교리를 배웠다.

한편 옆집에는 거북이라는 별명을 가진 파두아와 그의 아내 포르투나타 부인, 벤치뉴 보다 1살 어린 카피톨리나(애칭, 카피투)가 살고 있다. 파두아는 복권 당첨의 행운을 얻었다! 파두아는 벤치뉴를 도련님이라고 부르며 산치아구 집안을 좋아하고 존경한다.

그래서 내가 다른 약속을 하려고. 약속해, 내 첫아이의 세례는 너에게 부탁할게.
p133 <제44장 첫아이> 중에서

책의 1/3이 지나도록 오셀로와 닮은 소설, 옆집 남자를 닮아가는 아들에 대한 내용이 안 나온다. 10대 소년 소녀의 풋사랑 이야기만 나와서 본격적인 이야기는 언제 나오나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제45장 독자여, 고개를 저어라>편에서 지루함에 책을 버리고 싶었던 적이 없다면 이참에 이 책을 버려도 된다고 저자는 서술한다. 진짜로? 생각했는데 저자는 조금만 더 참고 읽어보라고 나를 토닥인다. 진짜 작가와 밀당하는 것처럼 다시 읽어나갔다.

옆집 카피투와 장래에 결혼을 하기로 약속하고, 신학교를 피해보려고 했으나 벤치뉴는 결국 엄마와 주변 사람들의 성황에 결국 16세가 되는 1858년 성요셉 신학교에 가게 된다. 그리고 신학교에서 있었던 추억을 되뇐다. 신학생 에제키에우 지소자 에스코바르와 이름을 밝히지 않은 다른 이의 이야기를 한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벤치뉴는 카피투와 결혼하고, 에제키에우는 산샤와 결혼한다. 그러나 벤치뉴의 자신의 아들이 에제키에우와 닮은 것 같아도 의심하면서 이야기는 불행으로 치닫는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나면 카피투가 에제키에우와 밀회를 즐겼고, 카피투가 벤치뉴를 속여 에제키에우와 똑닮은 아들을 낳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피투는 나쁜 여자이고, 벤치뉴는 평생 순정을 바쳤는데 주변에 아무도 없는 불쌍한 인생이 되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카피투 유죄, 벤치뉴 무죄!

그러나 임소라 번역가의 해설을 보면 왜 이 소설이 오셀로를 닮았는지 알 수 있다. 이 이야기는 벤치뉴 입장에서 쓰여진 것이다. 우리는 카피투의 이야기와 다른 이들의 직접적인 증언을 들어본 적 없다. 카피투를 법정에 세운 것도 벤치뉴, 이야기를 하는 것도 벤치뉴이다. 심지어 벤치뉴는 법학을 전공한 유능한 변호사이다. 벤치뉴는 오셀로를 보면서, 그깟 손수건으로 부인을 의심하는 오셀로를 이상하게 생각한다. 그러면서 자신은 확실한 증거가 있어서 카피투의 외도는 분명하다고 밝힌다.

똑같은 사건도 사건의 이해당사자가 되면 사람들은 자신에게 유리하게 말한다. 책을 다 읽고 꼭 해설을 읽어보길 바란다. 브라질 사람들이 가장 사람하는 고전이라고 하니 브라질 문학에 관심있거나 남미 문학에 관심이 있다면 공들여 읽어볼만하다.

(휴머니스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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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의 죽음 작품 해설과 함께 읽는 작가앨범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고정순 그림, 박현섭 옮김, 이수경 해설 / 길벗어린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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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불안에게(들어가는 말 중에서)


안톤 체호프의 단편 중 하나인 <관리의 죽음>을 어린이들도 읽기 쉽게 길벗어린이 출판사에서 그림책으로 만들어 출간하였다. <관리의 죽음>은 전에 읽은 적이 있어 내용은 익히 알고 있었다. 다만, 이반 드미트리치 체르뱌코프(이하, '이반'이라고 함)의 내면과 외면을 어떻게 그림으로 표현했을지 궁금하고 러시아문학을 전공한 이수경님의 작품해설도 들어보고 싶어서 이 책을 집어 들었다.


<관리의 죽음>은 짧은 단편소설이다. 회계원인 이반은 어느 날 저녁 공연을 보다가 크게 재채기를 하는데, 하필이면 그의 침이 사내 타부서장인 브리잘로프 장군에게 튀었다. 장군은 투덜대며 그의 대머리 위에 묻은 침을 연신 닦고 이반은 장군에게 거듭 사과한다. 장군이 알겠다고 무뚝뚝하게 대답하자, 자신의 사과가 미덥지 않았다고 생각한 이반은 또다시 사과한다. 장군이 계속 알겠다고 무뚝뚝하게 대답하자 이반은 장군의 사무실에까지 가서 찾아가 거듭 사과한다. 장군은 사무실까지 찾아온 이반에게 화를 내고 이반은 집으로 돌아와 소파 위에서 사망한다.

이반의 즐거운 감정, 놀란 감정, 좌절된 감정 등이 고정순 작가의 연필선으로 잘 표현되었다. 특히 이반이 좌절할 때 이반의 꺾인 목과 화분의 화초가 옆으로 꺾인 모습이 이러한 감정을 잘 나타낸다.


이 소설을 읽었을 때, 장군이 화를 냈다고 그게 뭐 이반이 급사할 정도로 큰 일인지 의아했다. 안톤 체호프 단편집의 등장인물들이 어이없이 죽는 경우 왕왕 있어서, 별것도 아닌 걸로 급사하거나 살인을 하면 지구상에 남아나는 사람이 없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큰일 보다는 사소한 일과 사소한 결정으로 다툼이 일어난다.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책 서두에 <내 안의 불안에게>라는 말이 말풍선에 써져있다. 이수경 교수는 이반의 모습을 <사소함에 병적으로 집착하다>라고 해석했다. 소심한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을 실제 있었던 일보다 크게 느낄 수 있다. 이반은 장군에게 사과하지만, 장군에게 있어 그 일은 그냥 어쩔 수 없이 일어난 작은 해프닝 같은 것이다. 그냥 투덜대고 머리에 침만 닦으면 잊혀질 일인 것이다. 그 후 공연에 집중하고 싶은데 이반이라는 사람이 공연에 집중도 못하게 거듭 사과한다. 괜찮다고 하는데도 사과한다면 슬슬 짜증이 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짜증에서 분노로 발전할 수도 있다

.

우리가 소극장에서 연극을 본다고 생각해 보자. 공연 중 누군가의 휴대폰이 실수로 울렸고 그 분이 진심으로 사람들에게 사과를 한다. 관객과 배우들은 순간 짜증이 났을 수도 있지만, 사과를 했으니 사건이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빨리 공연에 집중하고 싶어서 조용히 하는데, 실수한 사람이 거듭 큰 소리로 사과한다면 어떨까? 공연이 끝난 후 대기실로 찾아가 배우들에게 일일이 사과하고, 공연장 입구에서 관객들에게 일일이 악수하며 사과한다면? 나라면 이반과 같은 그 사람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행동을 할까, 왜 마음을 불편하게 할까...... 더 화가 날 수도 있을 거 같다. 그래서인지 나는 이반 보다는 브리잘로프 장군에게 감정이입이 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책이 쓰여진 시대와 상황을 돌이켜보았다. 다른 부서의 부서장에게 실수를 하였고, 그로인해 나의 사내 평판이 악화되고 생계가 위협된다면 나조차 브리잘로프 장군에게 확실히 사과하고 확신한 대답을 듣고자 노력하지 않았을까 싶다.


사람들은 어떤 면에서 약한 부분, 불안한 부분을 가지고 있다. 이를 잘 다스리고 균형을 맞춰야 잘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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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의 자화상 - 미래를 개척하는 창의력을 가진 과학자 60인
헤를린데 쾰블 지음, 이승희 옮김 / 북스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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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든 과학자에게 공식이나 철학 같은 연구의 핵심을 직접 손에 그려 달라고 요청했다. 이런 요청은 놀이 같은 성격을 띠고 있는데, 연구자로 성공하려면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아이 같은 호기심과 갈망을 반영한다.
p14 <서문2_헤를린데 쾰블> 중에서

고도록 발달된 과학은 마법과도 같다고 한다. 과학은 생활 곳곳에서 우리의 생활을 편안하게 해준다. 그러나 한편으로 <과학>과 나는 친해지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한다. 과학이론을 읽어도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학은 어렵지만 이런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 즉 과학자들과 수학자들에 대한 관심은 늘 있어왔다. 그러던 차에 아웃사이더에서 노벨상까지 받은 유명하고 유망한 현존하는 과학자들 64명(목차 기준)의 인터뷰책을 발견하였다!
이 책이 재미있는 점은, 이 책의 저자가 과학과는 무관한 독일의 사진 작가이자 다큐멘터리 작가인 <헤를린데 쾰블>라는 점이다. 헤를린데 쾰블은 <2013년 대한민국 파독 광부와 간호사 사진전>을 열었을 정도로 우리나라에 대한 애정이 깊다고 하다.

<과학자들의 자화상>은 헤를린데 쾰블과 과학자들이 문답을 주고 받는 인터뷰형식으로 쓰여졌다. 일부 과학자들의 인터뷰 영상은 책의 QR코드를 통해 유투브로 볼 수 있다. 저자가 찍은 과학자들의 사진을 보는 재미도 있다. 그녀는 인터뷰를 하면서 과학자들에게 연구에 대한 내용 또는 과학에 대한 견해를 손바닥에 간단히 적어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과학자들의 얼굴과 손바닥을 한 장의 사진으로 남겨놓았다.

저자는 과학자들과 1:1 인터뷰를 하면서 어릴 적 모습, 부모님에 대한 물음, 결혼생활과 아이 양육 등 지극히 개인적인 물음부터 과학자가 된 이유, 과학자로서의 어려움,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 그 연구가 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앞으로 젊은 사람들이나 젊은 과학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 등 과학자와 과학에 관한 전반적인 사정 등에 대해 묻는다.

과학자로서의 어려움은 연구하고 있는 것에 대한 내용(이 연구가 이대로 진행되는게 맞는지 아닌지 아닐지 불확실 등)에 대한 문제부터, 금전적 지원 문제, 여성 또는 남성과학자로서의 어려움, 방송의 지나친 노출과 동료과학자들의 시선 등 다양하다. 어떤 과학자는 어릴 적 부터 수학과 과학을 좋아해서 오로지 과학자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달려온 분도 있고, 어떤 과학자는 어릴적 집이 가난해서(난민) 부모님이 돈 버는 사업을 하라고 했는데 하다보니 과학자가 되고 교수가 되었다는 분도 있었다. 어떤 과학자는 과학자에 대한 막연한 생각이 있었는데 10학년 때 아버지가 과학 대학 견학을 시켜줘서 그쪽으로 공부를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물리학, 생명공학, 의학, 면역학, 고고학 등 다양한 분야의 과학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해준다. 모든 영상이 실려있지 않지만, 유투브에 이들의 실제 얼굴과 목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글을 읽으며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 이런 말투로 대학에서 수업을 하고 계시겠구나 싶어 웃음이 나왔다. ^^

책의 부제가 <미래를 개척하는 창의력을 가진 과학자 60인>이라 의아했는데, 마지막 4분은 전도유망한 연구자로 분류해 이 책의 주요 과학자 명단에 올리지 않은 것 같다. 실제로 4분은 손바닥 사진이 없고 인터뷰도 짤막하다. 과학자들의 자화상은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된다. 나의 경우에는 손바닥에 적힌 내용을 읽고 호기심이 가는 분들부터 읽었다. 그러다보면 다른 페이지의 과학자 이야기도 나오고, 다른 과학자와 협업했다는 이야기가 나와 다른 과학자도 찾아 읽었다.

또한 이 책은 몇 년간 진행된 인터뷰이다. 인터뷰 내용 중 이 연구가 큰 업적을 남길거 같냐고 물었더니 과학자분이 노벨상 받을거 같다는 내용의 뉘앙스를 풍겼다. 그리고 그 인터뷰 아래 번역가가 2020년에 노벨상을 수상하였다고 덧붙인 기록이 있다. 최근에 아인슈타인과 파인만 같은 이미 고인이 되신 과학자의 책을 읽다가, 연구를 계속하고 있는 유명&유망한 과학자들의 인터뷰를 보니 이분들덕에 아직도 과학은 진보할 수 있겠구나 느꼈다. 마지막으로 앞 표지 주인공은 생명공학의 <상기타 바이아>이다.

(북스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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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칼로, 붓으로 전하는 위로
서정욱 지음 / 온더페이지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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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칼로(Frida Kahlo)를 떠올리면
멕시코의 화가,
하나로 이어진 눈썹,
머리카락은 큰 꽃으로 장식,
멕시코 전통 옷을 화려하게 차려입고
자신만만하게 이쪽을 쳐다보는 여인,
어릴 적 교통사고로 인해 의사의 꿈을 접고
미술 스승이자 사랑하지만 원수 같은 남편을 두었으며
평생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안고 살다간 여인이 떠오른다.

그러나 전체적인 이미지는 자신만만하고 당돌한 여성이 떠오른다. 언뜻 본 그녀의 그림들은 모두 화려한 색채를 뒤집어쓴 자유분방한 그림들이었기 때문이다. 1907년에 태어나 1954년에 생을 마감할 때까지 원하는 방식으로 그림을 그렸기 때문이다. 또한 그녀는 일상생활에서도 매우 유쾌할 것 같은 착각이 든다. 후자는 애니메이션 영화 <코코>의 이미지 때문일 수도 있다.

작가는 일상 속에서 위로를 받고 싶을 때 그림을 보라고 권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타인에게 강요할 수도 있고 저마다 제한된 시간이 있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만나서 맘껏 이야기할 수 없다. 그러나 그림은 제한된 시간 없이 원하는 시간만큼 들여다볼 수 있고, 입으로 위로를 전하지 않는 대신 스스로가 생각할 수 있게 가만히 지켜본다.

이는 그림 뿐 아니라 노래, 춤, 문학 같은 모든 예술영역에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있는 곳에 그림, 노래, 춤, 문학 등도 언제나 함께 할 것이다. 이 책은 프리다 칼로의 조부모부터 그녀의 조카들에 관한 이야기, 프리다 칼로의 인생이 전환점이 된 18살 때의 교통사고, 남자친구와의 이별, 22살 때 21살 연상의 화가 디에고 리베(2번의 결혼 경험이 있음)를 만나 결혼한 것, 디에고 리베의 여성편력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 3번의 유산(마흔에 또 유산함) 등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고통에서 벗어나 위로받기 위해 프리다 칼로는 그림을 그릴 수 밖에 없었다고! 고통을 겪어본 이가 그린 그림이니 위로가 필요한 이들에게 진정한 위로가 될 것이라는 게 이 책을 쓴 이유였다.

내 머릿 속에 있는 프리다 칼로의 그림은 노란 메리골드(금잔화)처럼 강렬하고 밝은 느낌이었는데, 이 책을 읽으니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나도 모르게 공포스럽고 괴기스러운 그림들을 머릿 속에서 삭제하였나보다. 처음에 그녀는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그림을 그렸다. 남자친구 <알레한드로 고메스 아리아스>를 붙잡기 위해 그림을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결심을 담은 그림을 그렸다. 그래서 대중적이지 않고 상업적이지도 않고 독창적된다. 피카소 등은 초현실주의 작품이라고 극찬했는데 그녀의 그림은 현실에서 떠오른 것들을 그린 것이라, 정확히 초현실주의에 해당하는지 아닌지 갸우뚱하다.

이 책의 저자도 그녀의 삶을 소개하면서 그녀의 상황과 맞물린 작품들을 (잘게 쪼개어) 구체적으로 해석해놓고 있지만, 어느 것이 정답인지는 그녀만이 알고 있다고 한다. 해석은 그림을 본 사람들이 그녀의 배경을 토대로 추측한 것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도 덧붙인다. 아마 그 그림을 보는 관람자들도 각자 달리 해석할 수 있다. 내 현재 기분이나 내가 살아온 배경 등이 그림을 해석하는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초기 작품부터 그녀가 죽은 해에 그린 작품까지 그림의 화풍이 변화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유럽미술작가들의 도록은 본 적이 있는데, 멕시코 작가의 작품해설집은 읽은 적이 없는거 같다. 멕시코의 (오래 전) 인신공양 문화나 죽은자의 날과 같은 특별한 문화 배경이 잘 설명되어 작품을 이해하는데 참고가 되었다.

예술가인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의 결혼생활은 나로서는 이해가 잘 안되지만, 이런 고통이 프리다 칼로에게 영감을 준 것인지...... 프리다 칼로를 좋아하고 그녀의 삶과 그림을 보며 위로받고 싶은 분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좋을거 같다.

(온더페이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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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한 사람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작은 습관 (산타리코♡ 리커버)
니시와키 슌지 지음, 이은혜 옮김 / 더퀘스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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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과 백 사이에 넓은 회색지대(gray zone)가 존재한다. 인간의 생활은 옅은 회색이냐 짙은 회색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 모두 회색지대 안에 있다. 인간 세상은 이상적인 순백도, 칠흑 같은 암흑도 아니다. 기쁨과 슬픔, 잘남과 못남, 진실과 거짓, 선과 악, 고상함과 저급함, 양쪽이 뒤섞여 있다. 세상과 인간의 어두운 면만 보고 우울해하지 않고 '이것이 인생'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 훨씬 편안해질 수 있다.

p152 <part3. 나에게 너그러워지는 습관> 중에서

이 책의 부제는 <사소한 것이 마음에 걸려 고생해온 정신과의사가 실제로 효과 본 확실한 습관들>이다. 저자 니시와키 슌지는 자신은 정신과 전문의로 극도의 예민함을 가진 사람이고, 아스퍼거증후군을 겪은 경험이 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는데 효과적인 방법을 소개한다. 환자로서의 경험담과 의사로서 조언이 합쳐진 것이라 믿음이 간다.


예민한 사람은 섬세한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고, 섬세한 사람은 인간관계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높은 공감 능력이 있기 때문에 잘못된 인간관계를 단호히 끊을 수 없다. 또한 인간관계가 잘못되었을 경우 타인 보다 나 자신을 책망한다. 예민한 사람들은 그러한 잘못을 내가 아닌 남에게서도 찾아보자고 한다. 아니면 나를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AI)라고 생각하고 감정이 아닌 분석모드로 전환해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라고 조언한다.


정말 힘든 상황이 오면, <만약 나라면 그 사람한테 뭐라고 조언해 줄까>, <자녀에게 어떻게 하라고 할까?>라고 관점을 전환해보라고도 한다. 진짜 업무스트레스가 많고 상사와 동료관계가 힘들다고 자녀, 혹은 소중한 사람이 상담해 온다면 그 사람이 어떻게 하면 좋겠는지. 그렇게 얻은 답을 자신에게 적용하면 된다.


예민함은 스트레스로 인해 생기고 증폭된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인데, 스트레스를 줄이려면 이유를 찾아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유를 아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는 줄어든다고 한다. 예를 들면 깨끗한 성격인데 청소가 싫어, 그건 게으른게 아니라 더러운 것을 만지고 싶지 않은거야. 이런식으로 이유를 살피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일상적인 업무가 아닌 오늘 특별히 꼭 해야할 일(to do list)를 짠다. 혹은 어떤 일을 시작할 때는 일의 시나리오를 만들어 일의 경중을 구별한다. 되도록 구체적으로 자세히! 그리고 가끔은 필요한 (시간, 비용, 노력 등) 낭비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내가 쇼파에 누워 넷플렉스를 보는 건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잠깐 뇌를 쉬게 하는거야, 이런 것도 다 계획에 들어가 있어, 생각하는 것이 좋다.


사람들은 1영역의 일을 우선적으로 처리하고 3영역의 일을 어쩔 수 없이 처리하며, 1과 3영역에서 지칠 경우 4영역의 시간에서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그래서 2영역이 행복을 열쇠를 쥐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 하는 운동이나 자기계발이 여기에 해당되지 않을까. 나의 경우는 책 읽고 글 쓰는 것^^


지인들과 톡을 하다 계속 이어지는 말에 끝인사만 되풀이하며 톡방을 나가지 못하는 사람, 다른 사람이 혼나는 걸 보고 내가 혼나는 것처럼 놀라 심장이 쿵쾅되는 사람, 어색한 상황을 부드럽게 하려고 실없는 농담을 던졌다가 무안을 당한 일을 가슴 속에 오래 동안 담아둔 사람...이런 사람들이 이 책을 보면 조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더퀘스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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