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샤 페이지터너스
아이작 바셰비스 싱어 지음, 정영문 옮김 / 빛소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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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간이 사라지는 것을 막는 것이 문학의 목표라고 믿었지만 정작 나 자신의 시간은 허비하고 있었다.
p28

소설 <쇼사>는 197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아이작 바셰비스 싱어의 소설이며, 작가 자신이 제일 좋아한 소설(정영문 번역가의 말 참고)이다. 쇼샤 Shosha는 주인공이 사랑한 소녀(여인)의 이름이자 아름다웠던 시절에 대한 추억이 담긴 이름이다.

아론 그라이딩거는 유대인으로 폴란드 바르샤바, 그중에서도 도둑과 매춘부가 극성인 가난하고 범죄가 많은 동네 크로크말나 가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아론 그라이딩거의 아버지는 랍비이고 어머니는 정숙한 부인이다. 아론 그라이딩거에게는 남동생 므와셰가 있다. 므와셰는 후에 아버지를 이어 랍비가 된다.

7, 8살 아론 그라이딩거 근처에 바셸레 부인(바샤 술디네르)과 젤리그 아저씨 부부가 살고 있다. 그들에게는 세 딸이 있는데 그중에 아론은 9살 쇼샤에게 관심이 있다. 1910년 경 쇼샤의 가족이 다른 구역으로 이사를 가기 전까지 아론과 쇼샤는 즐겁게 논다. 쇼샤는 백치미가 있는 소녀로, 배우는 것이 뎌뎌 학교에서 쫓겨난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아론과 백치미 있는 쇼샤는 책 전반에 걸쳐 대비가 된다.

세계 1차 대전을 겪으며 폴란드의 크로크말나 거리의 사람들은 더욱 혹독한 가난을 경험한다. 아론 그라이딩거의 가족들은 다른 지방으로 이사를 간다. 그리고 쇼샤네 가족 및 크로크말나 가 사람들과 완전히 연락을 끊는다.

성인이 된 아론은 다시 바르샤바로 돌아온다. 바르샤바에서 잡지에 글을 기고하고 번역 일을 하며 근근이 먹고산다. 아론은 작가클럽에서 활동하면서 25살 연상의 모리스 파이텔존 박사를 만나 호감을 갖고 교류하게 된다. 모리스는 아론에게 하이믈 첸트시너와 그의 부인 셀리아 첸트시너를 소개해준다. 그리고 미국에서 온 여배우 베티 슬로님과 그의 백만장자 동거인 샘 그라이만(나이가 많은 남자)도 소개해준다. 아론은 사람들 앞에서 얼떨결에 희곡 <루드미르 출신의 처녀>를 쓰고 있다고 말하고, 베티와 샘은 호기심을 갖고 희곡을 완성하라고 재촉한다. 베티는 그 희곡의 여주인공이 될 것이며, 샘은 공연장을 계약하고 모든 홍보를 맡고 금전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한다.

아론은 공산당원인 여자친구 도라와도 만나고, 셀리아 부인과도 만나고, 베티와도 만나 육체적인 관계를 갖는다. 어느 날 아론은 베티와 데이트를 하며 그가 어릴 적 살던 크로크말나 가에 간다. 20여 년 만에 돌아온 동네를 살펴보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쇼샤를 찾는다. 쇼샤는 크로크말나 가 7번지에 그대로 살고 있다. 아버지는 장의사가 되어 집을 나갔으며, 쇼샤는 영양실조와 병으로 9살 때와 키와 얼굴, 몸매가 거의 동일하다. 둘째 동생은 병으로 사망하였다. 셋째 동생 타이벨레는 정상적으로 성장하여 다른 동네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다. 아론은 쇼샤를 만나 다시금 사랑에 빠진다. 사람들은 그녀를 백치라고 했지만 아론에게 그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론은 자신의 하숙집과 쇼샤를 집을 오가며 생활한다.

한편, 독일의 나치당이 세를 확장하고 있고 히틀러가 유대인을 학살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폴란드 및 유럽에 퍼져 있다. 유럽 내 유대인에 대한 평도 좋지 않다. 폴란드 내 유대인은 미국으로 이민을 가고자 하나, 미국인 이민 할당제가 있어 원한다고 다 미국으로 이민을 갈 수가 없다. 어느 날 샘이 위독하여 다급히 아론을 부른다. 그리고 샘은 아론에게 베티와 결혼을 하여 미국에 같이 가달라고 부탁한다. 금전적인 지원도 해줄 것이며, 쇼샤도 하녀라는 명목으로 미국에 데려가 치료를 받게 해 주겠다고 한다. 그러나 아론은 거절한다. 마음 한편에 쇼샤가 있기 때문에 베티와 거짓으로 결혼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론은 실제로 쇼샤와 결혼한다. 샘과 베티가 떠난 폴란드에서 아론은 다시 가난에 빠진다.

어느 날 베티가 아론을 찾아온다. 폴란드에 전쟁이 시작될 거라며 유대인이 폴란드에 남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한다. 베티는 샘도 죽고 자신에겐 의지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며, 자신과 함께 미국으로 떠나자고 말한다. 그러나 아론은 역시 거절한다. 베티는 자존심에 폴란드에 친척을 보러 왔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아론을 보기 위해 미국에서 폴란드로 온 것이다. 아론은 뒤늦게 이를 깨닫지만 베티를 다시는 보지 못한다. 먼저 알았다고 해도 쇼샤를 떠나지 못했을 것이다.
시간은 흘러 아론은 미국에서 일을 한다. 그리고 이스라엘의 텔아비브를 여행한다. 어떻게 된 일일까.

아론은 쇼샤를 쇼셀레라고 부르고, 쇼샤는 아론을 아렐레라고 부른다. 서로의 애칭이 귀엽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연상의 여인들과 육체적인 사랑을 나눈 아론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어린 아이 같은 쇼샤를 버리고 떠나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리고 약혼을 깨지는 않을까, 결혼을 깨지는 않을까, 홀연히 짐도 챙기지 않고 베티와 떠나지는 않을까.

쇼샤는 알 수 없는 것들을 보고 상상한다. 흡사 정신병 같기도 하고 실제 귀신을 보는 사람 같기도 하다. 행동도 너무 굼뜨고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말을 알아듣기도 힘들다. 그녀의 동생 타이벨레까지 쇼샤와 결혼하는 아론을 이상하게 쳐다본다. 나 역시 아론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금전적인 지원을 받으며 타국에서 편하게 원하는 글을 쓰고 살 수도 있을텐데, 굳이 전운이 감도는 곳에서 백치의 여자친구와 그의 어머니를 모시며 힘들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랍비인 아버지를 둬서일까 어릴 적부터 받았던 교육때문에 약속을 깰 수 없었던 것일까, 아니면 진지하게 쇼샤를 사랑해서 진실로 그녀를 지켜주고자 한 것일까. 아론은 쇼샤와 결혼생활을 하면서 다른 여인도 만나고 하숙집도 처분하지 않았는데...이 소설은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그대로 그린게 맞나보다.

아이작 바셰비스 싱어는 실제 랍비의 아들로 태어나 전통적인 유대식 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로 많은 유대인 친구과 가족의 죽음을 목격하고 회의론자로 남았다고 한다. <나는 내 형제에게 일어난 일 때문에 하나님에게 화가 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쇼샤>의 아론도 랍비 집안의 장남이지만 유대인답지 않게 현대 독일인처럼 꾸미고 다닌다. 그렇지만 겉은 신식독일인처럼 꾸미고 다니지만 속은 어쩔 수 없는 독실한 (아버지처럼 약속을 지키는) 유대인일 수 밖에 없나보다.

(빛소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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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첫 부동산 공부 - 청약부터 세금까지 50문 50답으로 완성하는
전형진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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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전형진은 한국경제 기자의 책으로 다른 강사들에 비해 객관성 있게 쓴 책이다. 이 책은 주택 청약, 매매, 재개발, 재건축, 리모델링, 세금에 대한 50문답으로 이루어져 있다. 인생 첫 부동산 공부에 관한 책이므로 부동산을 처음 접하는 대학생, (전월세/매매) 집을 구하기 시작한 사회 초년생, 부동산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은 기본서 같은 책이다. 단 한 채의 집이 없는 당신에게 건네는 단 한 권의 부동산 입문서라는 설명이 어울린다. 사회 초년생 일 때 읽었다면 나도 조금 준비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더 많이 보고 집을 고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직장을 오래 하고 차곡차곡 월급을 모으다 보면 월세와 전세를 거쳐 언제 가는 집을 구매하게 된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작은 집에서 큰집으로 평수를 늘릴 수 있다. 이것이 내가 부모님과 친인척들로부터 들은 막연한 부동산, 내집 마련에 대한 이야기였다. 주택 청약은 해야 된다고 하는데, 왜 좋은지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했다. 나는 왜 이율도 낮은 주택청약을 장기간 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청약 납입과 해지를 반복했다.

주택청약은 돈이 없는 사람이 집을 사기 위한 좋은 방법이다. 시세보다 저렴하게 새집을 살 수 있고, 잔금 상환까지 긴 유예기간도 있고, 여차하면 새집을 원하는 세입자를 구해 잔금을 치룰 수도 있다. 집을 구하는 다른 방식들보다 저렴하게, 위험부담도 낮은 방식으로 집을 구할 수 있다. 그리고 신혼부부 특별공급 등을 통하면 청약당첨 가능성도 높아진다. 10년 전에만 알았어도, 누군가가 진지하게 상담해줬거나 내가 미리 공부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십수년 전에는 주택가격 하락장이어서 청약이 없어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미래를 위한 보험이라고 생각하고 해약하지 않았다면...

청약 등을 통해 이미 주택을 구매한 사람이라면 <Part2 매매>, <Part3 재개발, 재건축, 리모델링>, <Part4 세금> 부분을 먼저 읽는 게 좋다. 상승장에서 주택을 사고팔 때 주의해야 할 점, 오래된 주택을 매매할 경우 재개발/재건축의 차이와 조합 구성에 대한 점, 리모델링의 주의점, 1가구 1주택자와 다가구주택자들의 세금 정보 등을 배울 수 있다. 특히 세금의 경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완화하기도 하고 규제를 강화하기도 때문에 이 책을 보고 그대로 따라 할 수는 없다. 다만, 앞서 언급하였듯이 부동산시장도 주기가 있으므로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예상해 볼 수는 있다.

예전에는 부동산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뉴스를 통해 부동산을 통해 부를 축적한 사람도 보고, 하우스푸어가 되었다는 사람도 보다보니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가족이 생기다보니 안정적으로 살아갈 주거공간도 필요해지다 보니 조금씩 관심이 생겼다(또래 친구들도 주변에서도 부동산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니 들을 수 밖에 없다). 저자는 건설부동산부 기자였던 만큼 인터뷰를 통해 부동산에 얽힌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그 중에 흥미로운 내용은 p177에 나오는 <아랫바지와 윗바지>이다. 경매에 대한 것이었는데, 왜 부동산 매매와 경매를 통해 부를 축척한 사람들이 강사로 활동하는지 조금 이해가 되었다. 선한 강사님들도 계시겠지만, 이 챕터에 나온 아랫바지와 윗바지, 이 점은 나도 오랫동안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저자가 밝힌 바와 같이 이 책에는 적은 금액으로 벼락부자가 되는 방법은 나와있지 않다. 그러나 부동산에 대한 기초와 어떻게 하면 나쁜 부동산 거래를 피할 수 있을까 안내를 해주니, 부동산 초보길라잡이 책으로 읽어보면 좋을 듯 하다.

아울러, 여러 부동산 서적에서 하는 이야기! 지역주택조합은 절대로 쳐다보지도 말고 가입도 하지 말라!! 원수가 있다면 추천해줘라~

(알에이치코리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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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읽는 카네기 - 인간관계 자기관리 그리고 삶의 철학
데일 카네기 지음, 서상원 옮김 / 스타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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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이유 중 하나는 다 아는 이야기지만 다시 한번 그것을 확인받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데일 카네기의 <카네기 인간관계론>은 출판된 지 100여 년이 다 되어 가지만(1936년 출간), 아직까지도 인간관계 원리를 설명하는 고전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읽고 있다. 나 역시 대학시절부터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전해 들었다. 일부 문장은 내가 읽은 다른 책에 인용되기도 해서, 이 책이 완전히 낯설지는 않다.

데일 카네기 Dale Carnegie는 1888년 미국에서 태어나 1955년 사망하였다. 1912년 뉴욕 YMCA에서 성인을 위한 대화 및 연설 기술사례를 중심으로 강연하여 인기를 얻자, 그는 <데일 카네기 연구소>를 설립한다. 데일 카네기 연구소는 그 후 세계 110년간 90여 국가로 뻗어나갔으며 한국에도 1992년부터 <데일 카네기 연구소>가 설립되어 운영 중이다. 연구소 설립 이후 15년간의 노력 끝에 데일 카네기는 1936년 <카네기 인간관계론>을 출간한다. <카네기 인간관계론> 지금껏 인간관계론의 고전이라고 할 만큼 많은 사람이 읽고 있다. 특히 대학에서 경영학 수업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고객만족경영과 고객서비스(CS)에 대한 수업을 진행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이름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카네기는 이 책을 통해 아래와 같은 방법을 이야기한다.
1.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법
2. 사람을 설득하는 법
3. 사람의 호감을 사는 법
4. 정력과 정신을 건전하게 하는 여섯 가지 방법

그리고 반대에 대처하는 법과 반대를 하는 법, 상대의 말을 이해하고 설득하는 법, 여러 사람과 대화하는 법은 물론, 이 책의 제목 <마흔에 읽는~>답게 40대가 인간관계를 잘하는 법에 대해서도 나열하고 있다.

데일 카네기는 자신의 사례와 지인, 유명인(대통령, 유명 사업가, 전쟁영웅 등)의 사례를 통해 위 의견을 뒷받침한다.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전반에 나오는 내용은, 사람과 관계를 가질 때 자신의 의견을 전면에 내세우지 말고, 상대의 말을 먼저 잘 들어주고 공감해 주라고 한다. 그리고 그의 불만과 취미에 관심을 가지라고 한다. 상대로부터 무언가를 얻기 위해 가식적으로 연기하지 말고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진실한 마음으로 상대를 이해한다는 식으로 대하라는 것이다.

데일 카네기가 강연에서 청중들에게 한 사람의 머릿결을 칭찬해서 기분이 좋았다는 이야기를 했다. 한 청중이 그래서 카네기가 얻는 게 뭐냐고 하자, 사람들의 행복이 증가했고 자신도 그로 인해 기분이 좋아졌다고 그게 끝이라고 한다. 꼭 어떤 보상을 바라고 칭찬한 것이 아니라며.

칭찬과 허세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아는가? 간단하다. 하나는 성실한 말이고 하나는 성실치 못한 말이다. 하나는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것이고 하나는 입으로만 까부는 것이다. 하나는 이기심을 초월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기적인 것이다. 하나는 누구나 원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누구나 증오하는 것이다.
p172 <7장 아낌없이 칭찬하는 법_상대를 아낌없이 칭찬하라>중에서

우리가 잘 아는 미국의 링컨 대통령도 한때는 사람들을 비난하기 좋아했던 사람이었지만, 비난만으로 변하는 것이 없음을 알고 평온한 태도를 취하였다고 한다. 링컨이 자신이 비난한 사람과 1:1 결투를 할 뻔했다니, 비난으로 인해 역사상 중요 인물이 한 사람 사라질 뻔했다!

90년 전 출간된 책 <카네기의 인간관계론>는 오늘날의 인간관계서와 내용이 별반 다르지 않다. 인간의 마음이란 쉽게 변하지 않나 보다. 그리고 데일 카네기가 그만큼 사례 분석을 잘 한 것일 수도 있다.

<마흔에 읽는 카네기>는 원서에 없는 중간 제목을 달고 중요 부분의 글씨 폰트를 달리해서 조금 읽기 쉽게 쓰여 있다. 인간관계에 대해 다시 한번 점검하고 싶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는 건 어떨까 싶다.

그리고 힘이 들때는 온 몸의 힘을 다 빼고 낡은 양말처럼 쭉 쳐져 보는건 어떨까 싶다.

(스타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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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 중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이금이 청소년문학
이금이 지음 / 밤티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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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 살은 스무 살로 가는 길목으로써 존재할 뿐이다. 입시 준비 이외의 것은 모두 대학 합격 뒤로 유보하는 현실을 당연하게 생각해 왔다.
p141 <생 레미에서, 희수> 중에서

이금이 작가는 청소년 소설을 쓰는 분이라고 알고 있다. 책을 읽기 전 이 책의 제목 <벼랑>과 청소년 소설가를 연관 지어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벼랑 끝에 선 아이들에 대한 쓴 글인가 어림 짐작해 보았다. 이금이 작가는 교과서에 수록된 <너도 하늘말나리야>로 처음 접했다. 이 책 <벼랑>은 다섯 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청소년 소설이다. 다섯 개의 이야기, 다섯 명의 주인공이 모두 고등학생 또는 고등학생 나이의 청소년으로 이야기가 조금씩 연결되어 있다.

이 책에 나온 십 대 주인공들은 일반적이지 않은 형태를 띠고 있다. 우리가 아는 17살~19살의 아이들의 일반적인 형태란, 정해진 시간에 등하교를 하고 대입을 준비하고, 친구들과 큰 문제 없이 교류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 나오는 각 편의 주인공 아이들은 학교를 자퇴하고, 원조교제를 하고, 아는 동생을 옥상에서 떠밀기도 한다. 어떤 아이들은 부모의 결정에 따라 선택권을 빼앗긴다. 대입에 유리한 전공을 찾아 입시를 준비하기도 하고, 부모의 결정에 따라 취미와 애완동물을 빼앗기기도 한다. 어떤 아이는 이러한 강압으로 끝내 목숨을 끊기도 한다.

바다 위의 집_이상한 아이로 소문난 은조의 이야기
초록빛 말_ 헬렌(영어 이름, 빛이라는 뜻)의 필리핀 연수와 알렉산더라는 말에 관한 이야기
벼랑_노는 아이로 소문난 난주의 이야기
생 레미에서, 희수_ 노랑머리 자유분방 희수와 마마보이 현우의 이야기
늑대거북의 사랑_민재와 늑대거북 울프의 이야기

이 주인공들 중 일반적인 고등학생에 가까운 아이라고 한다면 <생 레미에서, 희수>에 나오는 현우가 아닐까 싶다(헬렌도 너무 현실적인 아이인데, 죽은 친구를 둔 것이 흔치 않으니). 같이 등장하는 희수는 고등학생 나이인데 학교를 다니지 않고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귀에 피어싱을 잔뜩 하는 등 외모부터 심상치 않다. 또한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하며 부모님과 아무 상의 없이 홀로 유럽으로 여행을 떠나려고 한다. 내 기 준에 희수가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 아이라 현우가 더욱 현실감 있는 아이로 느껴진다.

책을 다 읽고 마지막에 나오는 작가의 말을 읽었다. 어떤 마음으로 이 책을 썼는지, 작가의 자녀 이야기도 짤막하게 기재되어 있다. 작가가 자녀들에게 말을 거는 심정으로 글을 썼구나 알 수 있다. 누구나 십 대를 겪어 이십 대가 되었고 지금의 우리가 되었다. 누군가에게 십 대는 아름다운 추억이 될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기억조차 하기 싫은 시간일 수도 있다. 대학입시를 위해 행복을 저당잡힌 고등학생들처럼 말이다.

만일 신이 내게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하면 처음에는 과거로 돌아가길 거부할 거 같다. 현재 삶이 백 프로 만족스럽다기보다는 과거가 쌓여 오늘 내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과거로 돌아가 바꾸고 싶지 않다. 그러나 만약 과거의 한 지점으로 꼭 돌아가야 한다고 한다면 고등학생 시절, 특히 고2, 고3 시절만큼은 피하고 싶다. 입시에 대한 스트레스도 크고 친구들과 매 시험마다 경쟁해야 하는 관계도 너무 싫기 때문이다. 선생님과 날 세운 상담도 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 책은 2008년에 초판이 발행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잘하지 않는 고교 0교시 수업, 야간자율학습 등이 나와있다. 그래서 읽는 내내 나의 고등학교 시절이 오버랩되었다. 나의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선생님으로부터의 체벌도 당연시되었다. 시험 점수가 교실 안 게시판에 붙어져 있어서, 시험을 보면 개인별 등수가 전부 공개되었다.

주변의 중고등학생들과 이야기하거나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와 이야기할 때가 있다. 그나마 우리 때 보다 사생활을 보호해 주고 체벌을 금지하고 있다는 말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벼랑>이 쓰였을 때 보다 조금 더 나은 세상에서 아이들이 살길 바란다. 십 대를 먼저 겪은 어른들이 벼랑에 선 아이들의 옷깃을 잡아 단단한 땅 위로 끌어올려 주길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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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협력한다
디르크 브로크만 지음, 강민경 옮김 / 알레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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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협력한다>는 인간을 포함한 자연은 긴밀하게 연결되었음을 알려주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 디르크 브로크만은 이론물리학자이며 수학자, 복잡계 과학을 연구하는 학자이다. 사람들이 그에게 무엇을 연구하냐고 자세히 묻는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할 정도로 <자연은 협력한다>는 복잡계 과학에서의 연구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복잡계 과학이란 물리과학, 생물/생태과학 및 사회현상, 정치, 경제 등 일부를 합쳐서 연구하는 것이다. 뽕나무 균사체는 많게는 수 제곱킬로미터에 분포되어 있다. 수 제곱킬로미터에 걸쳐 있는 균사체에서는 (아무리 거리가 먼 곳에 떨어져 있다 해도) 동일한 버섯이 자란다. 그리고 뽕나무 버섯균사체는 복잡한 균사 그물을 통해 2,500년(미국 서북부 오리건 중에서 2000년에 발견, 최근에는 더 크고 더 오래된 버섯이 발견되었다는 기사를 봄) 간 살았다. 이 균사체가 연결하는 그물망을 볼 때 우리는 복잡계 과학에 대해 이해하기 쉽다.

과학의 한 분야에서 새로운 현상과 질서가 발견되었을 경우, 이를 다른 생물이나 인간들에게도 적용해 볼 수 없을까, 사례를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연구해 볼 수 있다. 특정 동물의 생애 주기(주기 매미의 13년, 17년 만의 동기화), 포식자와 피식자 간의 개체 수 증가와 감소 주기 등을 통해 창발과 동기화가 진행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건축에 적용하면 밀레니엄 브리지의 창발현상, 사회현상에 적용하면 유행병의 증가주기, 증권 거래인들이 주식을 주문하는 시간 등이 동일한 현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복잡한 그물망은 버섯균사 외에 어디서 볼 수 있을까를 두고, 온라인상의 노드와 링크, 고래의 노드와 허브/링크, 인간관계의 허브와 노브/ 그들이 연결된 링크를 통해 복잡성 그물망을 관찰할 수 있다.

그 외 티핑포인트와 임계점, 집단행동을 복잡성 과학에 근거하여 연구하고 설명하고 있다. 경제학에서 배웠던 <죄수의 딜레마>가 마지막 장에 나와서 인상 깊었다. 사람들은 공동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할 수 있나, 둘다 죄를 자백하지 않으면 최소한의 처벌을 받는다고 했을 때, 둘다 자백하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있나(서로 믿을 수 있나) 많이 들어봤던 내용이기 때문이다.

찌르레기무리와 청어무리, 군대개미 무리의 법칙을 예로 들면서, 이들보다 지능이 뛰어난 인간이 더 많이 모여 집단생활을 하면 이들보다 더 뛰어난 행동을 할 수 있냐고 물어보고 대답한다. 연구결과는 그렇지 않다이다. 중립을 지키려는 사람, 양 극단에서 의견을 설파하려는 사람들이 있어 무리는 옮은 방향으로 나갈 수 없을 수도 있다고 한다. 무리가 커진다고 뛰어난 우두머리가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한 우두머리가 담당하는 영역도 넓어져 결국 감당할 수 없다고 한다.

또한 과학이 어떠한 결과를 내놓으면, 예를 들면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진화론과 적자생존에 대해 언급하였는데 이를 해석하는 이들이 과학적 내용을 나쁜쪽으로 이용하여 우생학과 인종차별 문제를 일으켰다고 한다. 현재 어떤 이들이 권력을 쥐고 있냐에 따라 과학적 사실이 악용될 수도 있다는 점이 늘 으스스하다.

이와 더불어, 최근 많은 문제가 되고 있는 인류세(인간에 의해 여섯 번째 지구 대멸종이 올 것이라는 것)에 대해 언급하며 지구시스템의 티핑포인트를 언급하고 있다. 그린란드 얼음이 녹고, 아마존 열대우림이 줄어들고, 해수의 열염순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큰 재앙이 올 것이라는 것! 생물들은 균형을 맞추기 위해, 항상성을 유지하려고 한다. 인간은 이와달리 성장을 지속해 왔다. 인류세를 막기 위해 이제 지구의 다른 것들과 균형을 맞출 때인 것 같다.

복잡성 과학이란 무엇이고 무엇을 연구하는 지 알고 싶다면 읽을만한 책이다. 고대, 중세에는 과학자들이 철학자가 되기도 했고 예술가가 되기도 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아리스토텔레스처럼. 즉 과거에는 학문이 분야에 따라 나눠진 것이 아니라 하나로 합쳐져 있었다. 책에서 언급했듯이 너무 세분화된, 좁게 깊게 아는 학자들이 다른 분야의 학문을 같이 연구하므로서 학문을 넓게 파는 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그 것이 복잡성 과학에 담긴 의미가 아닐까 싶다.

(알레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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