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 중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이금이 청소년문학
이금이 지음 / 밤티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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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 살은 스무 살로 가는 길목으로써 존재할 뿐이다. 입시 준비 이외의 것은 모두 대학 합격 뒤로 유보하는 현실을 당연하게 생각해 왔다.
p141 <생 레미에서, 희수> 중에서

이금이 작가는 청소년 소설을 쓰는 분이라고 알고 있다. 책을 읽기 전 이 책의 제목 <벼랑>과 청소년 소설가를 연관 지어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벼랑 끝에 선 아이들에 대한 쓴 글인가 어림 짐작해 보았다. 이금이 작가는 교과서에 수록된 <너도 하늘말나리야>로 처음 접했다. 이 책 <벼랑>은 다섯 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청소년 소설이다. 다섯 개의 이야기, 다섯 명의 주인공이 모두 고등학생 또는 고등학생 나이의 청소년으로 이야기가 조금씩 연결되어 있다.

이 책에 나온 십 대 주인공들은 일반적이지 않은 형태를 띠고 있다. 우리가 아는 17살~19살의 아이들의 일반적인 형태란, 정해진 시간에 등하교를 하고 대입을 준비하고, 친구들과 큰 문제 없이 교류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 나오는 각 편의 주인공 아이들은 학교를 자퇴하고, 원조교제를 하고, 아는 동생을 옥상에서 떠밀기도 한다. 어떤 아이들은 부모의 결정에 따라 선택권을 빼앗긴다. 대입에 유리한 전공을 찾아 입시를 준비하기도 하고, 부모의 결정에 따라 취미와 애완동물을 빼앗기기도 한다. 어떤 아이는 이러한 강압으로 끝내 목숨을 끊기도 한다.

바다 위의 집_이상한 아이로 소문난 은조의 이야기
초록빛 말_ 헬렌(영어 이름, 빛이라는 뜻)의 필리핀 연수와 알렉산더라는 말에 관한 이야기
벼랑_노는 아이로 소문난 난주의 이야기
생 레미에서, 희수_ 노랑머리 자유분방 희수와 마마보이 현우의 이야기
늑대거북의 사랑_민재와 늑대거북 울프의 이야기

이 주인공들 중 일반적인 고등학생에 가까운 아이라고 한다면 <생 레미에서, 희수>에 나오는 현우가 아닐까 싶다(헬렌도 너무 현실적인 아이인데, 죽은 친구를 둔 것이 흔치 않으니). 같이 등장하는 희수는 고등학생 나이인데 학교를 다니지 않고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귀에 피어싱을 잔뜩 하는 등 외모부터 심상치 않다. 또한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하며 부모님과 아무 상의 없이 홀로 유럽으로 여행을 떠나려고 한다. 내 기 준에 희수가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 아이라 현우가 더욱 현실감 있는 아이로 느껴진다.

책을 다 읽고 마지막에 나오는 작가의 말을 읽었다. 어떤 마음으로 이 책을 썼는지, 작가의 자녀 이야기도 짤막하게 기재되어 있다. 작가가 자녀들에게 말을 거는 심정으로 글을 썼구나 알 수 있다. 누구나 십 대를 겪어 이십 대가 되었고 지금의 우리가 되었다. 누군가에게 십 대는 아름다운 추억이 될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기억조차 하기 싫은 시간일 수도 있다. 대학입시를 위해 행복을 저당잡힌 고등학생들처럼 말이다.

만일 신이 내게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하면 처음에는 과거로 돌아가길 거부할 거 같다. 현재 삶이 백 프로 만족스럽다기보다는 과거가 쌓여 오늘 내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과거로 돌아가 바꾸고 싶지 않다. 그러나 만약 과거의 한 지점으로 꼭 돌아가야 한다고 한다면 고등학생 시절, 특히 고2, 고3 시절만큼은 피하고 싶다. 입시에 대한 스트레스도 크고 친구들과 매 시험마다 경쟁해야 하는 관계도 너무 싫기 때문이다. 선생님과 날 세운 상담도 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 책은 2008년에 초판이 발행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잘하지 않는 고교 0교시 수업, 야간자율학습 등이 나와있다. 그래서 읽는 내내 나의 고등학교 시절이 오버랩되었다. 나의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선생님으로부터의 체벌도 당연시되었다. 시험 점수가 교실 안 게시판에 붙어져 있어서, 시험을 보면 개인별 등수가 전부 공개되었다.

주변의 중고등학생들과 이야기하거나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와 이야기할 때가 있다. 그나마 우리 때 보다 사생활을 보호해 주고 체벌을 금지하고 있다는 말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벼랑>이 쓰였을 때 보다 조금 더 나은 세상에서 아이들이 살길 바란다. 십 대를 먼저 겪은 어른들이 벼랑에 선 아이들의 옷깃을 잡아 단단한 땅 위로 끌어올려 주길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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