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리만자로의 눈 원전으로 읽는 움라우트 세계문학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들이 돌아오기 전날 밤 그녀는 결코 잠들 수 없었는데, 꿈속에서 자고 있지 않은 것과 실제로 자고 있지 않은 것이 전부 뒤섞였기 때문에 그녀는 잠을 잤다고 생각할 수도 없었다.
p101 <미시간 북부에서> 중에서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단편집 <킬리만자로의 눈>은 총 6편의 단편, <킬리만자로의 눈, 킬러들, 흰 코끼리 같은 산등성이, 미시간 북부에서, 혁명가, 빗속의 고양이>로 이루어져 있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1. 노인과 바다를 쓴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단편선이라는 점, 2. 이정선 번역가가 번역한 작품이라는 점 때문이다. 번역가가 기존의 번역 오류를 지적하며 작품을 홍보하는게 신선했다. 대형출판사의 번역과 자신의 번역을 비교분석하는 것도 매우 이례적이라 읽어보고 싶었다. 기존 이정선 번역가가 옮긴 조지 오웰의 <1984>를 읽어본 적이 있어 이번 작품도 기대를 안고 읽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킬리만자로의 눈>은 작가 해리 렌트의 이야기이다. 해리 렌트의 심각한 현 상황(다리가 썩고 있음)과 자신의 과거 기억(또는 그의 글)과 교차편집되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킬러들>은 스웨덴 사람인 올레 안드레슨을 죽이기 위해 식당을 점령한 두 킬러 맥스 & 알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두 킬러의 인질이 된 세 사람! 나서지 않는 요리사 샘, 순응하는 조지, 이를 박차고 나가는 닉의 모습이 대조를 이룬다.

<흰 코끼리 같은 산등성이> 속 여자와 남자는 기차를 갈아타기 위해 잠시 정차한다. 여자는 간단한 수술을 앞두고 있고 남자는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여자가 수술을 받으면 더욱 더 행복해질 거라고 하며, 그녀를 배려 하는 척 계속 수술을 권한다. 여자와 남자의 시선이 엇갈린다. 왜 사랑을 받기 위해 원치 않는 수술까지 받아야 하는 걸까. 여자는 이제 그 이유를 깨달았겠지. <미시간 북부에서>에는 짐이라는 남자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로라가 나온다. 남들이 단점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모습도 로라는 사랑한다. 하지만 짐을 그런 로라의 마음을 뭉갠다. 그렇지만 로라는 그를 위해 자신의 망토를 벗어 덮어준다. <혁명가>은 매우 짧은 단편이다. 헝가리 소년이 무임승차를 하며 여러 나라를 떠돌며 무전취식하는거 같은데...이 소설이 제일 짧지만 헤밍웨이의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워 나에겐 제일 난해한 작품이었다.

<흰 코끼리 같은 산등성이> 속 여자와 남자는 기차를 갈아타기 위해 잠시 정차한다. 여자는 간단한 수술을 앞두고 있고 남자는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여자가 수술을 받으면 더욱더 행복해질 거라고 하며, 그녀를 배려하는 척 계속 수술을 권한다. 여자와 남자의 시선이 엇갈린다. 왜 사랑을 받기 위해 원치 않는 수술까지 받아야 하는 걸까. 여자는 이제 그 이유를 깨달았겠지. <미시간 북부에서>에는 짐이라는 남자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로라가 나온다. 남들이 단점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모습도 로라는 사랑한다. 하지만 짐을 그런 로라의 마음을 뭉갠다. 그렇지만 로라는 그를 위해 자신의 망토를 벗어 덮어준다. <혁명가>은 매우 짧은 단편이다. 헝가리 소년이 무임승차를 하며 여러 나라를 떠돌며 무전 취식하는 거 같은데... 이 소설이 제일 짧지만 헤밍웨이의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워 나에겐 제일 난해한 작품이었다.

이정선 번역가는 작품 해설 부분을 통해 기존 번역 및 파파고 번역과 <빗속의 고양이>를 비교 분석한다. 호텔에 머물던 미국 여자는 비를 피해 야외 테이블 아래로 들어간 새끼 고양이를 발견한다. 이탈리아를 하는 사람들 속에, 영어를 자유로이 쓰는 사람은 자신과 남편 둘뿐인데, 남편과도 정서적으로 말이 안 통한다. 그녀는 그 외로움을 새끼 고양이를 소유하고 싶다는 걸로 나타낸다. 남편은 그녀의 말을 들은 척 만 척 귀찮아한다. 또한, 그녀의 말을 잘못 알아들은 이탈리안 호텔 주인은 그녀에게 큰 고양이를 데려다준다. 그녀가 원한 건 말을 들어줄 사람과 새끼 고양이뿐인데, 어디서 잘못된 것일까. 그녀의 외로움이 빗소리를 타고 전해진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하드 보일드한 문체를 지향하다. 세세히 감정표현이나 상황 등을 설명하지 않고 필요한 말한 압축적으로 집어 넣는다. 펼쳐 놓고 보여주기 보다는 내용의 1/8만 드러내놓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며 독자는 그의 구두점 하나, 단어 하나를 놓고 많은 상상을 펼칠 수 있다. 그래서 꼼꼼히 읽지 않으며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그냥 지나칠 수 있다. 번역가의 설명을 들으니 <빗속의 고양이>가 왜 뛰어난 작품이지 잘 이해가 된다.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그 의미가 제대로 전달 안된 부분도 있을텐데, 원문과 한국어를 함께 읽으니 그나마 이해가 잘 된다.

출판사 이름이 로고 <Ü>로 표시되어 있어 궁금했다. Ü는 중국어 배울 때 <위>에 가깝게 내는 소리라고 배웠다. 출판사 이름을 다시 찾아보니 움라우트이다. 움라우트(Umlaut)는 [a], [o], [u] 등의 소리가 후속음절의 영향으로 소리가 변하는 현상(두산백과 발췌)이라고 한다. 그 중 한 기호인 Ü를 출판사 로고로 쓰고 있나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래도 조금 공부되는 만화
노재승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눈 맞아 휘어진 대나무를
누가 굽었다고 했던가

신간 검색을 하다가 <할아버지가 주인공인 좀비물>에 대한 글을 보았다. 전직 국어선생님이었던 할아버지와 과외, 그리고 좀비? 내용이 특이해서 책에 관심이 생겼다. 표지만 보면 러닝 차림에 머리숱도 몇 가닥 안 남은 할아버지가 정면을 바라보며 <고전운문편>이라고 말하고 있다. 고전운문편을 입술을 동그랗게 말고 속삭일 일인가! 내 웃음 포인트다. 할아버지 모습 뒤로 영화 <부산행>을 떠올리는 기차 추격신이 그려져 있다. 그리고 하단 돌비 사운드 페이지, 상영 중이라고 쓰여 있는데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목차를 펼쳐보니 정말 표지에서 말한 대로 한국 고전 운문에 대한 내용이다. 중고등학교 때 배운 운문들이 여기 다 나와있다. 제목을 읽을 때마다 머릿속에서 재생되는 어구들,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 뉘와 함께 돌아갈고, 얄리얄리 얄라썽 얄라리 얄라,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소.

목차를 보니 정말 고전 운문을 다룬 국어문제집 같은 책일까, <그래도 조금 공부되는 만화>가 제목인데 진짜 만화책일까. 정답은 정말 고전 운문을 좀비물로 그린 만화책이다. 왜 좀비물에 수학능력시험에 나올범한 내용들이 나오는 거야?
작가 <노재승>은 현직 고등학교 국어선생님이다. 작가는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수업은 지루해하면서 수업과 관련 없는 이야기를 해줄 때는 눈이 초롱초롱해진다고 한다. 나 역시 중고등학생 시절 선생님의 첫사랑 이야기, 대학교 이야기, 기타 다른 사설은 참 좋아했었다. 수업은 좋아하는 과목만 좋아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눈빛이 흐려졌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아이들은 모두 똑같은 거 같다. 그래서 작가는 재미있는 이야기에 수업내용을 섞어보면 어떨까 해서, 5년 동안 <그래도 조금 공부되는 만화>를 그린다. 그리고 네이버 도전 웹툰에 연재한다. 검색해 보니 이 만화는 현재 네이버 도전 웹툰에 재연재 중이다. 2022년 수능에 맞춰 재연재하고 있는 게 참 흥미롭다. 학창 시절 고전 운문을 이렇게 배웠다면 내가 운문을 더 좋아하지 않았을까. 아이들에게 더 즐겁게 수업내용을 전달하려는 스승님이 계셔서 그 제자들은 성적과는 상관없이 그 수업 시간을 좋아할 것 같다.

만화의 주인공은 표지에 나온 70대 박삼술 할아버지이다. 전직 국어교사였던거 같다(아마, 작가의 먼 미래 모습이 아닐까 예상된다). 박할아버지는 손녀의 국어과외를 맡아서 해주다가 손녀의 친구와 아는 오빠의 국어 과외까지 같이 도맡는다. 수업을 잘 듣는 녀석, 아는 척하며 수업을 가로채는 녀석, 수업을 안듣는 녀석~ 교실에 있을법한 학생들의 모습이 보인다. 수업을 하던 어느 날 좀비 바이러스가 한국에 퍼져 사람들이 좀비가 된다. 할아버지는 학생들을 데리고 좀비 청정구역인 부산으로 떠난다. 영화 부산행을 보는거 같은데, 주인공이 공유가 아니라 기력이 부족한 할아버지다! 할아버지와 학생들의 티키타카도 재미있고, 부인 정옥순 할머니에게 구박을 당하는 모습도 너무 코믹하다. 작가님의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와 영화 캐릭터도 중간중간 등장하는데, 개인적으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바르뎀>이 내 기준 제일 코믹했다.

네이버 웹툰 댓글을 읽어보니, 이 만화의 최강자는 좀비떼한테 습격을 당하면서도 국어 수업을 계속하는 박삼술 할아버지라는 말이 있다. 책 뒤표지에도 실려있다. 그런데 내 생각은 세계관 최강자는 할아버지가 아니라 정옥순 할머니이다. 좀비 보다 무서운 할머니라 할아버지는 집 앞에서 문고리를 돌리지 못한다.

무협지, 좀비물, SF, 패러디를 섞어 정신이 없지만 그 와중에도 할아버지가 시대순으로 시를 읊어대는 통에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시를 공부하고 있다. 방학을 맞아 운문을 만화로 읽고 싶은 중학생, 재미로 만화를 읽기에 찔리는 고등학생들이 읽으면 좋을 거 같다. 물론 나 같은 성인이 읽어도 재미있다. 책에 대한 내용을 미리 알고 싶으면 먼저 네이버 웹툰에 들어가서 살펴봐도 좋다.

(뿌리와 이파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생철학자와 함께한 산책길 -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살아가는 노학자 6인의 인생 수업
정구학 지음 / 헤이북스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강 언저리의 숲길을 걸어가는 인터뷰어와 인터뷰이의 모습이 표지에 그려져 있다. 한분은 이 책을 쓴 정구학 기자일테고 나머지 한분은 그때그때 달라지겠지. 이 책의 제목은 <인생철학자와 함께한 산책길>, 부제는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살아가는 노학자 6인의 인생수업>이다.

정구학 기자가 여섯 분의 노학자 이시우, 강신익, 조장희, 백종현, 윤석철, 이어령 님과 산책을 하면서 인터뷰한 책이다. 여섯 분은 1930년, 40년, 50년 대에 태어나 모두 서울대를 졸업하고 이어령 님(이어령 님은 국문학과)을 제외하고는 외국으로 유학도 다녀오시고, 일부는 외국대학에서 교편도 잡으셨다.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않은 시절에 한국에 없거나 부족했던 천문학, 철학, 응용물리학 등을 배우기 위해 떠났다. 어떤 분들은 국가장학금을 받아 유학을 가고 연구를 진행한 것이라 국가에 부채를 갚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연구하셨다. 어떤 분은 기업과 정치권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으나 부채에 대한 의무로 이를 거절했다고 한다. 대신 대학과 연구소에 남아 후학을 양성하고 연구를 계속했다고 한다. 인터뷰이의 말들이 모두 인상 깊다. 선배들과의 대화를 통해 국가에 도움이 될만한 학문을 선택했다는 분도 계셨다. 전공분야는 다양하지만 모두 나름의 인생철학이 있었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2022년 2월에 작고하신 이어령 문학평론가의 인터뷰가 들어있고, 이시우 천문학자의 <우리는 모두 별에서 왔다>는 문구가 감동적이어서다. 문학적이고 매우 낭만적인 문구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별을 좋아하고 그리워한다고 한다.

인터뷰어 정구학 기자는 책상이 아닌, 인터뷰이들과 일대일 산책을 하면서 인터뷰를 했다. 산책을 하면 생각을 정리할 수 있고 뇌를 사용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산책은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령 님만 산책을 즐기지 않는데, 대신 하루 두차례 뇌호흡을 한다고 하신다. 예외가 많은 이어령님^^ 질문에 대한 대답이 길어져서 정구학 인터뷰어가 말을 끊고 다음 질문을 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얼마나 조근조근 설명해주시고 싶을셨을지 눈에 선하다.

저자는 하나의 이어지는 <삶>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여섯 분에게 인터뷰를 한다. 우선 이시우 천문학자와의 인터뷰에서는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를 질문한다. 그리고 별에서 온 <우리의 몸은 무엇이냐>고 강신익 의철학자에게 다시 묻는다. 우리 몸에 대해 알았으니 조장희 뇌과학자에게 <뇌는 어떻게 몸과 행위를 지배하는가>라고 묻는다. 백종현 칸트철학자에게는 <우리가 정신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 묻고, 윤석철 경영과학자에게는 양쪽을 아우르는 <통섭의 지혜란 무엇인가>, 이어령 문화 평론가에게는 <생명 자본주의의 인생 수업이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그리고 여섯 분으로부터 들은 질문의 답을 적어 나간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부터 어떻게 살아야 하나로 이어지는 이 책은, 내 기준에서 많은 것을 이룬 대학자의 이야기가 백 프로 공감하기는 어렵지만 그들은 정말 자신만의 철학을 열심히 살아오셨구나, 그래서 노년에 이런 발언을 망설이지 않고 이야기 할 수 있구나 느끼게 된다.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리처드 파인만은 <이방에서 내가 제일 똑똑하다면 나는 그 방을 잘못 찾은 것이다>라는 말을 한다. 권위적이기만 할 것 같은 노학자들은 여전히 일하며 젊게 산다(강신익 님은 이런 말을 싫어하시겠지만). 후학들이 자신의 논문이나 수업내용을 비판하는 것에 대해 만족한다고 한다. 선배와 후배, 교수와 학생이 수직관계에서 수평관계가 되어야 다음 연구를 이어나갈 수 있다고 말이다. 대학가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도제식 교육과 논문에 대한 이야기가 이들에게는 남의 이야기인 듯하다.

정구학 기자는 이어령 님을 인터뷰하고 내용을 정리하던 중 이어령 님의 부고를 들었다고 한다. 책을 완성해서 보여드리고 싶었을 텐데 얼마나 놀랐을까. 독자 중 한 명인 나도 그분의 부고를 듣고 큰 어른이 돌아가신거 같아 안타까웠다.

나도 이분들만큼 나이가 들면 내 인생철학은 이랬노라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원한다.

(헤이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위로가 필요한 날, 친절한 상어 씨를 만나 봐
안드레스 J. 콜메나레스 지음, 최지원 옮김 / 코리아닷컴(Korea.com)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들은 힘쎄고 강한 동물을 참 좋아한다. 토끼나 강아지, 고양이 인형도 좋아하지만 공룡인형과 곰인형도 참 좋아한다. 강한 동물에 대한 동경은 아이때부터 사람들의 머릿 속에 존재하는 하는 것일까. <위로가 필요한 날, 친절한 상어 씨를 만나 봐>는 백상아리가 주인공인다. 영어명은 great white shark(큰 흰 상어)이다. great의 크다는 뜻이, 이 책에서는 훌륭한, 위대한이라는 뜻으로 다가온다.

외톨이 백상아리는 만타가오리 manta ray로부터 동갈방어 pilot fish를 소개받는다. 만타가오리는 백상아리에게 우정은 돈으로 살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그 이야기를 듣고 백상아리와 동갈방어는 진정한 친구로 거듭난다.
삶에 위로가 필요할 때, 우정이 뭔지 알고 싶을 때, 모험이 필요할 때 이 책은 바다동물들의 모습을 빌려 이야기를 해준다. 웹툰 같기도 한 그림에세이로 성인이 읽어도 좋은 내용이고, 귀여운 그림을 좋아하는 아이가 읽어도 좋다.
메기 catfish는 고양이처럼 도도하게 그려져 있다. 백상아리는 혼자 있고 싶은 메기를 졸졸 쫓아다니다가 잔소리를 듣는다. 머쓱해하는 백상아리가 귀엽다. 자연상태에서는 메기는 백상아리의 간식거리 정도일텐데(구글에서 백상아리 실제 모습 찾아보고 깜짝 놀랐다! 이가 참 뾰족뾰족하구나~)

동갈방어 pilot fish는 백상아리 great white shark의 친구이자 넥타이 역할을 맡고 있다.

이 책은 한글로 번역된 글과 영어 원문을 병기해서 실어놨다. 번역글만으로 느낌을 완전히 이애하지 못했을 때는 하단에 적힌 원문을 보면 된다. 영어로 언어유희를 시도했기 때문에 영어로 읽는게 더 느낌이 올때가 있기 때문이다. 백상아리가 투자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Shark tank라는 투자 관련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언급하여 언어유희를 한다. 펭귄들은 Ice breaking- Break the ice을 통해 언어유희를 한다. 달팽이 친구는 Netflix and chil을 Netflix and shell로 바꿔 언어유희를 한다.
새해 귀여운 바다동물 캐릭터들과 함께 힐링하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거 같다. 아울러 사운드 트랙을 들으면서 같이 책을 읽으면 더 좋다. 사운트트랙 소개가 마지막 페이지에 나와있어서, 나는 음악 따로 책 따로 듣고 읽었다.

(코리아닷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삶을 견디는 기쁨 - 힘든 시절에 벗에게 보내는 편지
헤르만 헤세 지음, 유혜자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헤르만 헤세하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 <싯다르타> 등을 쓴 작가의 머릿속에서 번뜩 떠오른다. 헤르만 헤세는 1877년 독일에서 태어났다. 목사인 아버지와 신앙심이 깊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학창 시절 신학교에 들어가 신학공부를 한다. 그러나 엄격한 학교 규율을 버티지 못하고 몇 개월 만에 학교를 뛰쳐나와 자살기도를 한다. 일반학교에도 입학하나 역시 얼마 버티지 못하고 그만둔다. 그 후 서점 견습원 일과 시계수리공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나간다.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한스 기벤트의 이야기 아니야 생각할 수 있다. 수레바퀴 아래서는 헤세의 자전적 소설로, 주인공 소년 한스 기벤트는 헤세의 분신이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책벌레라고 불리는 그들은 다른 사람들이 신간 서적에 대해 이야기를 낼 때 함께 대화를 나누지 못하게 된다면 스스로에게 짜증이 날 수도 있다. 몇 번은 다른 사람들의 비웃음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머지않아 그는 스스로 여유 있는 웃음을 지을 수 있게 될 것이다.
p16 <1부 영혼이 건네는 목소리> 중에서

이 책은 헤르만 헤세의 에세이와 그가 직접 그린 그림과 시로 구성되어 있다. 총 3부로 이어져 있다. 헤세는 시간에 쫓기듯 독서를 하는 사람들과 공연 관람을 하는 사람들이 못마땅하다. 그리고 어려운 상황에서 한자한자 고심하여 글을 쓴 철학자와 작가의 글을, 안락의자와 소파에 앉아 편안하게 읽는 사람들이 그 뜻을 완전히 이해하기는 힘들다고 말한다.
나 역시 책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번 반복해서 읽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다. 또한 책 속 상황과 나의 상황이 일치할 경우에는 더욱 의미가 와닿는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아직도 좋을 책을 많이 선별하지 못해 마냥 읽을 수밖에 없는 나에게, 헤세는 성급하게 읽지 말라고 다그친다.

나는 그동안 편지를 통해 나에게 자살하겠다며 위협을 가하거나 혹은 자살을 옹호하는 듯한 글을 써 보낸 사람들에게 답장을 쓰는 데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나는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이렇게 편지를 보내 주었다. 자살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으로 옮긴 자살을 보면서 그것을 다른 종류의 죽음보다 더 소홀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이다.
p161 <2부 조건 없는 행복> 중에서

헤세는 삶을 견디는 방법으로 독서, 음악, 그림, 음주 등을 나열하였다. 그럼에도 삶을 견디기 힘든 사람들의 자살도 이해한다고 말한다. 자살을 권유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결정에 이유가 있었으라, 삶을 소홀히 여긴 것이 아니라 그만큼 고통이 컸을 것이라고 말한다.

헤세는 전쟁의 어리석음을 이야기하고 다녔다. 또한 문학과 정치를 다룬 잡지 <생명의 외침(Vivos voco)> 발행인으로서 자국민 뿐 아니라 많은 독자들로부터 비판의 편지를 받는다. 그는 앞부분만 읽고 대답할 가치가 없으면 더 이상 읽지 않았다고 하지만,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글을 쓴다고 항의하는 사람들을 보며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을까 생각해 본다. 그 역시 힘이 들었다고 한다.

나는 오랫동안 그 이상한 포스터를 제작한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가롯 유다도 자신의 스승을 배반했고 예수 그리스도는 너무나 자주 배반을 당하여 그런 것에 이미 익숙해 있었는지도 모른다.
p275 <3부 삶의 진정한 아름다움>중에서

헤르만 헤세는 개신교 집안에서 태어나 신학교도 다녀 기독교 교리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어느 날 기차 여행을 하다가 피 흘리는 그리스도의 광고 포스터를 보고 헤세는 괴로워한다. 사람들이 이 포스터에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않자, 그는 그리스도가 사람들로부터 너무나 많은 배신을 당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한다.

헤세는 인도를 여행하며 불교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다. 이를 바탕으로 <싯다르타>로 집필하였다. 헤세는 자신이 죽은 후 자신의 작품들로 출판업자와 관계자들이 돈을 벌 것이라고 자조적인 목소리를 낸다. 자신은 죽어서 헤세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태어나 삶을 누리고, 또다시 죽고 태어나 어쩌면 또다시 글을 쓸지도 모른다고 불교의 윤회사상을 언급한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어떤 것도 아닌 무위로 있고 싶다고 한다. 삶은 굴곡진 만큼 결국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남고 싶었나 보다.

에세이 속에 기독교, 불교를 비롯한 다양한 신을 언급하며 우리의 역사와 비교한다. 그리고 니체와 같은 철학자는 물론 음악가, 정신분석학자들을 조목조목 나열한다(아는 것이 많아야 헤세처럼 하나씩 끄집어내어 글을 쓸 수 있는 것이다!).
한편, 헤세는 1921년에 에세이를 쓰면서 자신의 마지막 전성기는 1919년였다고 말한다. 더 이상 좋은 글을 쓸 수 없자 이같이 되뇐 것이다. 쓰고 있는 싯다르타도 더 이상 쓸 수 없어 괴로워하면서.

그러나 독자들은, 적어도 나는 이 말에 동의할 수 없다. 글쓰기가 힘들었던 대가의 억지가 섞인 투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1922년 싯다르타, 1943년 유리알 유희를 출간하고 1946년 노벨문학상과 괴테상을 수상한다.

스스로 굴곡진 삶을 살았다고 언급하며 기쁜 날 보다 나쁜 날이 더 많았다고 이야기하는 헤르만 헤세. 표지는 베이비핑크에 밝은 녹색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 가운데 고양이를 올려다보며 환하게 웃고 있는 헤르만 헤세가 있어, 처음에 이 에세이가 아름다운 삶에 대한 힐링 에세이인 줄 알았다. 표지만 힐링이고 안에 들어간 내용은 무겁다. 요즘 읽었던 에세이들은 가볍게 읽혔는데, 이 책은 꼬박 사나흘에 걸려 완독했다.

치열한 헤세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이 에세이를 읽어보시길~ 그리고 독자가 이야기를 힘들어할 만할 즈음 그의 그림이 쉬어갈 시간을 내어준다.

(문예춘추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