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철학자와 함께한 산책길 -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살아가는 노학자 6인의 인생 수업
정구학 지음 / 헤이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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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언저리의 숲길을 걸어가는 인터뷰어와 인터뷰이의 모습이 표지에 그려져 있다. 한분은 이 책을 쓴 정구학 기자일테고 나머지 한분은 그때그때 달라지겠지. 이 책의 제목은 <인생철학자와 함께한 산책길>, 부제는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살아가는 노학자 6인의 인생수업>이다.

정구학 기자가 여섯 분의 노학자 이시우, 강신익, 조장희, 백종현, 윤석철, 이어령 님과 산책을 하면서 인터뷰한 책이다. 여섯 분은 1930년, 40년, 50년 대에 태어나 모두 서울대를 졸업하고 이어령 님(이어령 님은 국문학과)을 제외하고는 외국으로 유학도 다녀오시고, 일부는 외국대학에서 교편도 잡으셨다.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않은 시절에 한국에 없거나 부족했던 천문학, 철학, 응용물리학 등을 배우기 위해 떠났다. 어떤 분들은 국가장학금을 받아 유학을 가고 연구를 진행한 것이라 국가에 부채를 갚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연구하셨다. 어떤 분은 기업과 정치권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으나 부채에 대한 의무로 이를 거절했다고 한다. 대신 대학과 연구소에 남아 후학을 양성하고 연구를 계속했다고 한다. 인터뷰이의 말들이 모두 인상 깊다. 선배들과의 대화를 통해 국가에 도움이 될만한 학문을 선택했다는 분도 계셨다. 전공분야는 다양하지만 모두 나름의 인생철학이 있었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2022년 2월에 작고하신 이어령 문학평론가의 인터뷰가 들어있고, 이시우 천문학자의 <우리는 모두 별에서 왔다>는 문구가 감동적이어서다. 문학적이고 매우 낭만적인 문구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별을 좋아하고 그리워한다고 한다.

인터뷰어 정구학 기자는 책상이 아닌, 인터뷰이들과 일대일 산책을 하면서 인터뷰를 했다. 산책을 하면 생각을 정리할 수 있고 뇌를 사용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산책은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령 님만 산책을 즐기지 않는데, 대신 하루 두차례 뇌호흡을 한다고 하신다. 예외가 많은 이어령님^^ 질문에 대한 대답이 길어져서 정구학 인터뷰어가 말을 끊고 다음 질문을 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얼마나 조근조근 설명해주시고 싶을셨을지 눈에 선하다.

저자는 하나의 이어지는 <삶>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여섯 분에게 인터뷰를 한다. 우선 이시우 천문학자와의 인터뷰에서는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를 질문한다. 그리고 별에서 온 <우리의 몸은 무엇이냐>고 강신익 의철학자에게 다시 묻는다. 우리 몸에 대해 알았으니 조장희 뇌과학자에게 <뇌는 어떻게 몸과 행위를 지배하는가>라고 묻는다. 백종현 칸트철학자에게는 <우리가 정신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 묻고, 윤석철 경영과학자에게는 양쪽을 아우르는 <통섭의 지혜란 무엇인가>, 이어령 문화 평론가에게는 <생명 자본주의의 인생 수업이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그리고 여섯 분으로부터 들은 질문의 답을 적어 나간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부터 어떻게 살아야 하나로 이어지는 이 책은, 내 기준에서 많은 것을 이룬 대학자의 이야기가 백 프로 공감하기는 어렵지만 그들은 정말 자신만의 철학을 열심히 살아오셨구나, 그래서 노년에 이런 발언을 망설이지 않고 이야기 할 수 있구나 느끼게 된다.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리처드 파인만은 <이방에서 내가 제일 똑똑하다면 나는 그 방을 잘못 찾은 것이다>라는 말을 한다. 권위적이기만 할 것 같은 노학자들은 여전히 일하며 젊게 산다(강신익 님은 이런 말을 싫어하시겠지만). 후학들이 자신의 논문이나 수업내용을 비판하는 것에 대해 만족한다고 한다. 선배와 후배, 교수와 학생이 수직관계에서 수평관계가 되어야 다음 연구를 이어나갈 수 있다고 말이다. 대학가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도제식 교육과 논문에 대한 이야기가 이들에게는 남의 이야기인 듯하다.

정구학 기자는 이어령 님을 인터뷰하고 내용을 정리하던 중 이어령 님의 부고를 들었다고 한다. 책을 완성해서 보여드리고 싶었을 텐데 얼마나 놀랐을까. 독자 중 한 명인 나도 그분의 부고를 듣고 큰 어른이 돌아가신거 같아 안타까웠다.

나도 이분들만큼 나이가 들면 내 인생철학은 이랬노라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원한다.

(헤이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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