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리크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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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리크.
기욤 뮈소의 기존 작품과 달리 이번에는 사람 이름을 책 제목으로 사용하고 있다.

표지에는 한 여자가 집을 내려다보고 있다. 이 여자가 안젤리크인가? 뒤표지에 안젤리크는 죽은 스텔라의 집에 붕대를 교체주기 위해 드나드는 간호사라고 적혀 있다. 이 간호사가 이 책의 주인공일까 생각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결론은, 읽는 사람에 따라 안젤리크를 주인공으로 생각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2021년 12월 27일 월요일 오전 마티아스 타유페르는 심장 이상으로 파리 퐁피두 병원에 입원했다. 잠결에 들리는 첼로 소리를 듣고 눈을 떠 보니 한 소녀가 자신의 옆에서 진짜로 첼로를 켜고 있다. 마티아스는 소녀에게 누구냐고 묻고 소녀는 자신은 루이즈 콜랑주이며 17살로 의대 2학년이라고 밝힌다. 그리고 석 달 전 엄마 스텔라 페트렌코가 집에서 추락사(2021년 9월 6일)를 당했는데 아마 살인사건 같다고 수사를 부탁한다. 경찰에서는 사고사로 판단하고 수사를 종결한 것 같다고...

사실 마티아스는 5년 전에 은퇴한 전직 형사이다. 마티아스는 은퇴를 이유로 이 사건 의뢰를 거부한다. 그러나 소녀의 끈질긴 부탁에 결국 사건 수사에 끼어든다.


사건이 진행될수록 마티아스의 과거, 스텔라 페렌트코의 비밀, 소녀가 콕 집어 마티아스에게 사건을 의뢰한 이유가 밝혀진다. 역자의 말처럼 1. 어두운 과거를 딛고 밝은 곳으로 나가고자 하는 사람과 2. 어두운 과거를 묻고 더 어두운 곳으로 가고자 하는 사람의 대립이 이 책의 묘미이다.

이 책은 최근에 읽었던 <파리의 아파트>(2017년작)와 비슷하게 흐른다. 과거에 있었던 일을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이고 사건 의뢰에서 해결까지 6일이 소요된다. 그러나 내용은 전혀 다르다. 기욤 뮈소의 소설은 한편의 서스펜스 오락영화를 보는 거 같다. 다양한 인물들이 제한된 시간동안 동분서주 뛰어다닌다. 얽힌 하나의 실타래를 풀면 다른 실타래가 툭 튀어나온다. 그러나 그 실타래를 푸는 속도가 매우 빨라 지루하지는 않다.

앞서 말한 표지의 아파트는 스텔라가 살해당한 아파트의 이미지를 가져왔지만 그렇다고 사실대로 표현하지도 않았다. 사건이 해결되는 순서를 아래층에서 위층으로 그린 것이다. 맨 아래 첼로 켜는 소녀와 환자의 모습은 루이즈 콜랑주와 마티아스 타유페르의 만남을, 발레리나의 집은 사망한 스텔라 페트렌코의 집을 두 사람이 방문하여 재차 현장검증하는 모습을, 그 위 화가의 방은 스텔라 페렌트코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여 수사하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실제 스텔라가 거주하는 아파트는 7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는 6층까지만 운영한다.
맨 아래층인 2층과 3층은 복층 아파트로 랑베르 부부가 변호사 사무실로 사용하면서 거주하는 곳,
4층에는 블랑 박사의 진료실과 살림집이고,
5층은 미국인 소유로 봄에만 거주한다.
6층에는 사망한 스텔라 페트렌코의 집과 마르코 사바티니라는 화가의 미술 도구 보관실이 있고,
7층은 마르코 사바티니(아쿠아 알타 명품브랜드 상속자)의 작업실이 있다. 마르코 사바티니는 코로나19에 걸려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오른쪽에 망원경이 있는 집은 이들을 염탐하는 사람을, 왼쪽은 어쩌면 스텔라 페트렌코 사망 당시 목격자가 있지 않았을까 의심되는 사람이 살고 있다. 어쩌면 경비원 미리암 모를리노가 경비를 맡고 있는 27, 29, 31번지 건물 세 채를 나란히 그린 것일 수도 있다.


2021년 12월 27일 파리의 병원에서 사건이 시작되어 2021년 12월 31일 이탈리아의 병원에서 사건이 끝난다.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내는 재미도 있지만 이들의 과거를 밝혀내는 재미도 있다. 그리고 기욤 뮈소의 책이 그렇듯이, 이전 작품의 등장인물이 카메오로 등장하기도 한다. 이번에 발견한 인물은 <파리의 아파트>에 나온 화랑 주인 베르나르 베네딕이다. 다른 책을 읽으신 분들은 다른 카메오를 발견할 것이다. ^^

대학 다닐 때 기욤 뮈소의 책 정말 많이 읽었는데, 다시 만나 반갑다.

(밝은 세상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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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 나이가 들어도 몸의 시간은 젊게
정희원 지음 / 더퀘스트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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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산병원 노년내과 전문의가 쓴 인문서적으로 젊은이들에게 건강하게 늙는 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목차를 살펴보다가 <4부 나이를 먹으면 아픈 것이 당연하다는 착각> 부분이 눈에 띄었다. 주위 사람들에게 나이를 먹으니 무릎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다고 투정 부렸는데, 뜨끔했다. <나이가 들어도 몸의 시간은 젊게>라는 부제에 맞춰 이 책은 몸의 노화를 늦추는(노화 가속화를 막기 위한) 이야기, 건강하게 늙기 위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책에서 강조하는 점은 내 몸은 빠르게 나빠질 수는 있으나 빠르게 좋아질 수는 없다는 것이다. 꾸준히 운동하고 좋은 책을 읽고 좋은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은 힘들지만, 텔레비전 앞에 앉아 한 손에 리모컨을 쥐고 한 손으로 고칼로리의 음식을 먹는 것은 참 쉽기 때문이다. 새해 계획을 짜지만 작심삼일로 끝나는 게 좋은 줄은 알지만 지키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에서는 천천히 늙기 위해 나쁜 습관 회로(부정적인 중독)를 없애고 좋은 습관 회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좋은 습관 회로는 사람들이 바르게 앉기, 충분히 운동하기, 좋은 음식을 적당히 먹기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단계를 높여간다. 좋은 습관 회로는 내재 역량을 높이고, 내재 역량이 높아지면 노화가 느리게 진행된다.

노화, 질병, 장애 욕조에 물이 가득 차면 사람들이 노화, 질병, 장애를 얻는다고 생각해 보자. 욕조에 물이 빨리 차지 않기 위해서는 1. 욕조를 넓히거나 2. 욕조에 흘러가는 물의 속도와 양을 줄이면 된다. 1,2의 방법으로 저자는 내재 역량을 이야기한다.

여러 가지 내재 역량이 있겠지만, 이 책에서는 미국 병원협회 (American Hospital Association, AHA)와 미국 노인병 학회(American Geriatrics Society, AGS)에서 간결하고 이해하기 쉽게 분류한 4M에 따라 서술하고 있다.

4M은 아래와 같다. 그리고 삶을 이루는 여러 영역, 즉 도메인(Domain)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1) 이동성 Mobility (신체기능, 활동, 운동)
(2) 마음건강 Mentation (정서, 인지, 회복)
(3) 건강과 질병 Medical issues (식습관, 건강관리, 의료)
(4) 나에게 중요한 것 What Matters (삶의 목표 설정)

내재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위 네가지 항목 중 하나만 발달시켜서는 안된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으므로 골고루 향상시켜야 한다. 아무리 좋은 걸 먹어도 정신적 스트레스가 너무 크다면 내재 역량이 전체적으로 높아졌다고 보기 힘들다.

인간의 신체는 사냥하고 수렵하던 시대와 비슷한데, 최근 일 이백 년 사이에 주변 환경이 많이 변했다. 고열량의 식사를 하고 적게 움직인다. 사무직 업무를 볼 때도 25분 일하고 5분 몸을 풀어줘야 하는데, 우리는 편안한 의자에 앉아 일어나지 않는다. 나쁜 습관 회로이다. 이래서는 미래 사무직 노동자 엠마의 모습이 곧 현실로 닥칠지도 모른다.


또한 쉴 새 없이 울려 퍼지는 휴대폰 메시지 알람으로 우리의 뇌는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늘 긴장상태에 머물러 있다. SNS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삶을 드러내고 그들의 삶을 보면서 스스로에게 과한 스트레스를 부여하고 있다. 현대인의 많은 문제를 콕 집어 이야기하면서, 이래서는 건강하게 늙을 수 없다고 저자는 재차 이야기한다.

문제 해결은 (심한 질병이 없다는 전제하에) 자신에게 있으며, 하루아침에 좋은 습관을 만들 수는 없지만 목표를 정하고 서서히 고쳐야 한다. 4M을 골고루 균형 있게 높이면서! 사람들이 100살까지 산다고 했을 때, 100살까지 건강하게 살다가 죽을 것인지, 아니면 80세부터 20년간 병원에 누워 지낼 것인지 자신이 선택해야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앞서 언급했듯이 노년내과 전문의이다. 그래서 의학 용어들(구체적인 사례를 언급하기 위해 꼭 써야 하는 단어들)이 있어 어렵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 책의 핵심은 왜 건강하게 늙어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어떤 현실적인 문제가 있는지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흐름만 파악하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예전에 미국의 노인 병동이나 클리닉센터는 평가자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내용의 책을 본 적 있다. 노인들의 병 특성상 병의 완치가 아니라 병의 호전이나 유지를 목적으로 치료가 진행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이 책은 20대부터 40대의 청장년층에게 여러 번 이야기한다. 젊을 때 좋은 습관을 만들어 두면 나이가 들어서 덜 고생할 수 있다고. 노인이 된 이후에는 완치는 없다, 더 나빠지지 않기 위해 힘든 치료만 있을 뿐이다.

(더퀘스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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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
요코제키 다이 지음, 김은모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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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이돌 오타쿠다. 호시야는 이 사실을 자각하고 있으며, 그렇다고 해서 자기 비하를 할 생각은 없다.
p130

분홍 표지 위에 제목 <악연 惡緣>이 쓰여 있다. 악연이라는 글씨는 빨간색 홀로그램으로 쓰여 있어 보는 각도에 따라 붉은 피가 흐르는 느낌이 든다. 그 아래 빨간 공이 검은색 도미노들을 무너뜨리며 지나간다. <정말로 우연이었다고 생각하세요?>라는 문구가 박힌 도미노. 잘못된 인연으로 범죄가 이루어지는 미스터리 추리소설이구나 짐작할 수 있다.
<악연 惡緣>은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한 일본 미스터리 추리소설이다. 심사위원 히가시노 게이고는 현실을 묘사하고 감정의 흐름을 관찰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말하고 있다. 일본 미스터리 추리소설을 좋아하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긍정적인 심사평까지 있으니 안 읽어볼 수가 없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악의>와 제목의 앞 글자가 같고 제목의 글자 수도 같아 느낌이 비슷하다~

이 책은 2020년 9월 3일 세이부이케부쿠로선 근처 카페 <론도>에서 오후 동안 일어나는 일을 쓴 책이다. 이야기는 2020년과 2017년, 2011년을 오가며 진행된다.

특히 2011년 3월 11일 일본 대지진과, 2017년 9월 1일에서 9월 3일에 일어난 살인사건들을 중심으로 카페에 모인 사람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물론 사회자 같은 사람이 있고 나머지는 사회자의 이야기에 살을 보탠다.
방송에 출연하지 않고 지하 라이브 공연장에서만 공연하는 아이돌을 일본에서는 <지하아이돌>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인디밴드, 인디 아이돌이라고 하려나?

주오선 방위대는 총 5명의 여성 멤버로 구성된 지하아이돌이다. 스스로 오타쿠라고 여기는 아저씨 팬을 포함 대략 4, 500명의 고정 팬이 있다. 어느 날 아이돌 멤버 중 두 번째로 인기 많은 오기쿠보(바바) 히토미가 돌연 활동을 중단한다. 그리고 그녀는 연고가 없는 외진 공원에서 살해당한다. 살해 용의자가 곧 검거되며 사건이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인다.
어떠세요. 구라타 씨? 정말로 우연이었다고 생각하세요?"
p71

그러나 석연찮은 수사 결과에 한 아저씨 팬이 사람들을 카페로 불러 모은다. 이 악연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모든 사건은 우연에서 시작되었을까. 모인 사람들은 하나씩 품고 있던 이야기를 꺼내고 그렇게 하나씩 꼬인 실타래가 풀린다. 구라타 유미가 시청에 재직할 당시 주변의 모든 공무원을 의심하며 공황이 오기 시작한다. 나 역시 읽는 내내 모든 등장인물들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등장인물이 하나씩 나올 때마다 헷갈리지 않으려고 이름과 인적 사항을 적어가며, <범인은 어쩌면 당신?>이라는 생각으로 다 의심했다. 머릿속으로 나만의 범인과 범행 동기를 만들어가면서~

굉장히 잘 만들어지고 재미있는 미스터리 추리소설이다. 아울러 멋진 소설과 더불어 일본 지하아이돌과 아이돌 오타쿠의 생활도 엿볼 수 있어 지식이 하나 더 늘었다.

숨을 멈추고 수영장에 잠수한 것 같다.
p414

추리소설을 좋아한다면 진실이 풀리기 전까지 숨을 멈추고 책장을 빠르게 넘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하빌리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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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힌 세계, 신비한 시간 책 읽는 샤미 24
김상윤 지음, 정은규 그림 / 이지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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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우리 어른답게 대화를 나눠 볼까요?
본문 중에서

우리 그냥 힘으로 해결하자. 난 너희 전부 다 두들겨 패고 싶어서 못 참겠거든.
본문 중에서

위의 대화만 들어서는 누가 악이고 누가 선인지 모르겠다. 이 책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쓰인 아동소설이다. 실존 인물인 장영실과 가상의 요괴들을 섞어 재미있는 이야기 한편이 뚝딱 만들어졌다. 작가는 어릴 적 쥘 베른의 <해저 2만리>를 읽고 과학과 환상과 모험에 상상력을 곱하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탄생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야기 쓸 때 과학, 환상, 모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장영실은 조선 세종시절 실존한 인물이다. 부산 동래현에서 관노로 태어났지만 그 실력을 인정받아 궁에서 일을 하게 된다. 그 후 혁혁한 공을 세우며 노비 신분에서 해방되어 종3품의 대호군 자리까지 오른다. 어른들은 어릴 적 동화책이나 최근 영화를 통해 장영실에 대해 많이 보고 들었을 것이다.

뒤집힌 세계, 신비한 시간은 동래현에 살던 어린 장영실을 주인공으로 쓴 가상의 소설이다. 어린 영실은 큰 폭죽(꽃불)을 만들어 산에 불을 내는 등 수많은 발명품을 만들고 이로 인해 사건사고를 일으킨다. 동네 사람들은 영실이를 보고 호환마마 보다 무섭다고 혀를 내두른다. 영실이의 어머니는 마을사람들에게는 미안해하며 영실이에게는 사고치지 말라고 호통을 놓는다.

​하늘에는 흐르는 시간을 관장하는 신선 백학선옹과 그를 보좌하는 500살 먹은 소미가 있다. 소미는 어린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하늘을 훨훨 날아다니는 학이다. 백학선옹의 백학이 하얀 학이라는 뜻인 듯하다. 그래서 백학선옹 곁에 소미가 있는 게 아닐까 생각된다. 700년 동안 시간을 관장하느라 힘든 백학선옹은 영실이 만든 물시계를 보게 된다. 그리고 영실의 물시계에 시간을 관장하는 도술을 걸고 본인은 느긋하게 소미와 휴가를 간다. 소미는 미심쩍어하는데, 역시나 일은 터진다!

믿었던 물시계가 고장 나 세상의 시간이 멈추고 세상은 뒤집힌다. 요괴들이 이틈을 타 이승으로 내려온다. 영실과 친구들, 신선과 천상계 장군은 시간이 제대로 흘러가도록 힘을 보탠다.

인간은 비록 결점도 많고 문제도 많지만, 그래도 난 인간이 좋아. 살아 있다는 게 좋아. 살아 있으면 잘못을 고치고 앞으로 더 나아질 희망이 있는 거니까!"
본문 중에서

표지 일러스트가 낯익어 정은규 그림작가의 기존작품을 살펴보았다. 청소년 소설 <구덩이>의 일러스트를 그리셨다고 한다. 구덩이를 다 읽고 표지 일러스트를 다시 보면서 그림작가가 작품을 꼼꼼하게 잘 읽고 일러스트를 그렸다는 생각을 했었다. 뒤집힌 세계, 신비한 시간 역시 중간에 삽입 된 삽화가 글의 분위기를 잘 대변하고 있다. 아이들이 글을 읽고 삽화를 보면 내용 파악이 더 쉬울 거 같다.

​장영실에 대해 관심이 있는 어린이나, 글만 있는 책은 읽기가 힘든 아이가 읽으면 좋을 듯하다. 요괴들과 신선들이 옛날 분들이라 종종 사자성어를 쓰니, 아이들이 사자성어를 공부할 수 있는 기회도 될 듯하다^^

(이지북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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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 영화로 읽는 ‘무진기행’, ‘헤어질 결심’의 모티브 ‘안개’ 김승옥 작가 오리지널 시나리오
김승옥 지음 / 스타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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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무진의 안개, 무진의 아침에 사람들이 만나는 안개,
사람들로 하여금 해를, 바람을, 간절히 부르게 하는 무진의 안개.
p23 <윤기준의 대사> 중에서

이 책은 김승옥 본인의 단편소설 <무진기행>(1964년 발표)을 바탕으로 쓴 시나리오집이다. 소설 무진기행은 <안개>라는 이름으로 1967년 극장 개봉한다. 남자 주인공은 신성일, 여자 주인공은 윤정희이었다.

이 작품이 최근 회자되고 있는 이유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박해일, 탕웨이 주연) 때문이다. 박찬욱 감독이 인터뷰를 통해 헤어질 결심의 모티브가 정훈희 가수의 <안개>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노래는 영화 <안개>의 주제곡이었다.

김승욱 작가는 신문사 인터뷰를 통해 시나리오집을 낸 이유를 밝히고 있다. 단편소설 <무진기행>에서 영화 <안개>, 그리고 시나리오집 <안개>로 멀고 긴 세월을 건너왔다.

무진은 인구 사, 오만 명 정도가 사는 그럭저럭 먹고사는 바닷가 옆 작은 마을이다. 주인공 윤기준이 밝히는 무진은 특산품이 안개일 만큼 무진은 안개가 자욱한 심심한 마을이다. 그리고 동향 사람에게는 팔이 안으로 굽게 타지인에게는 배타적인 마을이다. 마을 사람들은 고향을 찾아온 윤기준을 따뜻하게 안아주지만, 타지에서 온 음악선생 하인숙에게는 그렇지 못하다. 한 순간 연애상대로 생각하거나 뒤에서 수군대서 웃어댈 뿐이다. 안개는 이 사람들의 마음을 숨겨준다. 그리고 두 남녀 주인공의 속내로 숨겨준다.

안개 때문이었을까, 기준은 무진에서 숨는 법을 배웠다. 의용군으로 잡혀갈까 봐 숨고, 군대 영장을 받고 숨고, 폐병에 걸려 숨어 지냈다. 윤기준은 서울이라는 큰 도시로 나가지만 스스로가 아닌 처가의 힘으로 제약회사의 전무가 된다. 큰 도시에 나가서도 기준은 처가의 그늘에 다시 숨은 것이다. 일가친척과 고향사람들은 그를 칭찬하고 금의환향했다며 자랑스러워한다. 그럴 수록 그는 희미하게 웃으며 위축될 뿐이다.

60년, 70년대 성우가 더빙한 한국 흑백영화를 본 적이 있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읽는 내내 그 당시 남자 성우의 굴직한 목소리와 여자 성우의 낭랑한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진다.

무진이 좋아? 안개에 흘린 모양이군. 나는 내일이면 또 딴 곳 나그넬세.
p108 <윤기준의 대사> 중에서

윤기준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서 그에 대해서는 궁금한 점이 없다. 서울에서 사고를 치고 무진으로 안개같이 숨어들어 온 그의 이야기는 대강 짐작이 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인숙, 그녀는 어떤 이야기를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정말 무진 사람들을 저울질하며 뒤에서 함께 웃어댔을까, 그리고 윤기준을 정말 사랑했을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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