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노블로 읽는 서양 철학 이야기 쉽고 재미있는 인문학 1
인동교 지음 / 시간과공간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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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논은 참된 행복이란 쾌락을 느끼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어찌할 수 없는 것(출신, 타고난 부, 명성)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할 때 얻게 되는 것이라고 말해.
p81 <핼레니즘 시대의 철학> 중에서

서양소설을 읽거나 인문학 서적을 읽을때 마다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서양 철학과 성경을 좀 공부해 둘 걸! 서양사회의 정신적인 토대가 되는 철학과 종교를 이해하면 그들이 쓴 책들을 훨씬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다.

왜 나는 서양철학을 깊게 공부하지 못했을까? 나 같은 일반인은 서양철학에 선뜻 다가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발음하기 어려운 철학자들과 학파의 이름, 라틴어와 다양한 유럽어로 쓰인 구절, 직관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철학용어들이 철학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아이들은 어떨까. 그나마 불교, 유교로 대표되는 동양철학(및 종교)은 어릴 적부터 귀동냥으로 들은게 있어 그나마 가깝게 느껴지지만 서양철학은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해야 되기 때문에 막막할 것이다.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중세 철학의 끝, 근대 철학의 시작이라고 일컬어지는 르네 데카르트에 대해 설명하고, 그의 철학으로 현대 인간중심의 서양문화가 만들어졌다고 말로 설명해봤자 아이들은 절반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당장 우리가 서양사회에 속해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쉽게 철학을 알려줄 수 있을까?

그래픽노블로 읽는 서양 철학이야기는 두 아이의 아빠이자,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저자가 많은 아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인문학, 특히 서양철학을 배울 수 있도록 만든 책이다.

소개글에 하룻밤에 읽는 한 권의 인문학이라는 말이 있다. 명랑만화 스타일의 그래픽노블이라 그림만 봐도 재미있다. 그리고 글밥이 많지 않아 수월하게 읽을 수 있다. 중간에 슬램덩크 패러디도 있고, 유행가 패러디도 있어 웃으면서 읽었다(우리 애는 슬램덩크 패러디를 이해하지 못한다. 최근 슬램덩크 극장개봉했는데 다른 아이들은 이 패러디 알아보겠지…;;).

그림체와 대사가 재미있어 읽는건 빨리 읽을 수 있지만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여러번 반복해서 봐야한다. 다행히 아이들은 재미있는 만화책을 여러번 반복해서 보는 경향이 있어 자연스레 반복해서 읽을 것 같다.

아테네시대의 철학자인 소피스트학파와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를 시작으로 헬레니즘 시대의 철학, 중세암흑시대의 철학(철학은 신학의 시녀), 근대 인간 중심의 철학, 현대 개인성 회복의 철학들이 시대순으로 나열되어 있다.
처음부터 읽는게 좋지만, 아이들의 경우 마음에 드는 부분부터 자유롭게 읽게 놔둬도 좋을듯하다. 프리드리히 니체도 소개될 줄 알았는데, 빠져 있어서 조금 아쉽다^^

(시간과공간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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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의 세 딸
엘리프 샤팍 지음, 오은경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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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신에게서 그토록 많은 것을 배우다 보니
나는 더는 기독교인도, 힌두교도도, 이슬람교도도,
불교도도, 유대교인도 아니다……
내가 그토록 많은 진리를 깨닫다 보니
나는 이제 남자도, 여자도, 천사도 아니며,
더욱이 순수한 영혼이라고 생각지도 않는다……
p282 <페르시아 고대 시인인 하피즈의 시> 중에서

튀르키예(구, 터키)는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혼재되어 있는 곳으로, 동양에서 봤을 때도, 서양에서 봤을 때도 이국적인 나라다. 작품 속 튀르키예 부르주아들 역시 자신들의 나라를 다양한 것들이 혼재된 혼란스러운 나라라고 말한다.
이 책의 저자 엘리프 샤팍은 노벨문학수상자 후보로 거론되는 튀르키예 작가라고 한다. 프랑스에서 태어나 외교관인 부모님을 따라 미국과 유럽의 다양한 나라에서 살다가 지금은 투르키예 이스탄불에 정착했다고 한다. 그녀는 자신의 소설 <이스탄불의 사생아>로 인해 국가 모욕죄 혐의로 기소된 적도 있다고 한다(무죄로 풀려남). 작가의 이력과 이 책 이브의 세 딸을 통해 튀르키예와 중동의 종교 무슬림이 국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알게 되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형상 아래에는 "나쁜 것을 보았다.". 나쁜 것을 들었다."라고 쓰여 있었다. 세 번째 형상 아래에는 '나쁜 짓을 했다!"라고 쓰여 있었다.
_중략_ 그녀는 세 번째 원숭이, 사악한 원숭이었다.
p411

이브의 세 딸은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교차로 보이며 이야기된다. 하나는 페리의 현재 시점(2016년 튀르키예 부르주아의 만찬장)이고 하나는 과거 시점(페리의 어린 시절 가족사와 2002년 옥스퍼드 재학 시절)이다. 세 아이의 어머니이자 선량한 튀르키예 시민 페리는 사춘기 딸과 힘겨운 하루를 보내는 부유층의 평범한 주부이다. 페리와 그녀의 10대 딸은, 부유한 사업자가 연 부르주아 만찬에 가던 중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하게 된다. 그리고 뜻하지 않은 사고 틈새로 페리의 오래된 죄의식이 조금씩 새어 나오기 시작한다. 균열은 점점 더 커지고 그녀는 감춰둔 죄의식을 무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이 책의 주인공인 페리는 튀르키예 집안의 늦둥이 막내딸로 태어났다. 그러나 그녀의 집안은 무슬림 종교색이 강한 어머니와 둘째 오빠, 반무슬림 또는 무종교성향의 아버지와 첫째 오빠로 나뉘어 있다. 그녀는 가족들의 눈치를 보며 아버지의 편을 들어주려고 한다. 어린 시절 사건으로 아버지는 술을 더욱 가까이하게 되고 어머니는 종교에 더 심취하게 된다. 페리가 일곱 살 즈음 큰 오빠의 투옥으로 집안의 갈등은 더 커진다. 페리가 여덟 살 되던 해 납치를 당할 뻔하고 그로 인해 그녀는 안개에 싸인 아기 환영을 보기 시작한다.

페리는 숨 막히는 튀르키예와 갈등이 많은 가족을 떠나는 한편, 아버지의 자랑스러운 딸이 되기 위한 방법으로 유학을 생각한다. 그리고 2000년 영국 옥스포드로 드디어 유학을 떠난다. 영국에서 페리는 외로운 외국인이었다. 그리고 돌아온 고향에서도 무슬림이 아닌 페리는 이방인이었다. 영국에서 지낼수록 페리는 어머니를 비롯한 고향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영 못마땅했다. 자유로운 연애와 혼전 관계를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영국 사회와, 신부의 처녀성 검사를 위해 오밤중에 병원에 신부를 끌고 가는 튀르키예 사회...

이브의 세 딸은 무슬림 영향권 아래에 있는 세 여자를 의미한다. 반무슬람인인 튀르키예 여자 페리, 이란에서 태어났으나 정치적 망명으로 여러 국가를 전전하다 영국에 정착한 쉬란, 이집트계 미국인이자 모나는 옥스퍼드 대학에서 만난다. 페리는 무신론자에 가까운 아버지와 독실한 무슬림 어머니 사이에서 유유 부단하게 살고 있다. 쉬란의 가족은 이란의 내분으로 정치적 망명을 하였다. 쉬란은 자신들을 밖으로 내몬 이란과 무슬림에 대해 극히 거부감을 느낀다. 모나는 히잡을 쓰고 코란을 해석하여 알라를 섬기는 독실한 무슬림이다.

무슬람이라는 영향 아래 우유부단 무슬림, 반무슬림, 극무슬림 성향을 띤 세 여자는 우연한 기회에 한집에 모여살게 되고 쉬란과 모나는 서로의 의견을 가지고 서로 대립한다. 페리는 그곳에서도 침묵을 지킨다. 이브의 세 딸이라고 불리지만 그들은 종교적으로 친밀함과 공통점은 없다.

사랑하는 사람을 마음속에서 지나치게 과장하다 보면, 신처럼 숭배하게 되잖아요. 그러다 그 사랑이 반응이 없으면, 단번에 신을 파괴해 버리고요.
p552

옥스퍼드 대학의 신(神) 강좌의 안토니오 자카리아스 아주르 교수는 숫자 10은 온전함을 의미하기 때문에 10명의 학생과 1명의 교수, 즉 11이라는 불완전한 인원을 모아 강의를 개설한다. 2016년 부유한 사업가의 만찬에는 13명의 부르주아들이 만찬을 즐긴다. 불길한 숫자 13에는 집 주인인 사업가와 그의 아내, 페리와 아드난, 은행 CEO, 언론사 사장, 유명 기자와 그의 여자 친구, 성형외과 의사, 미국인 펀드 매니저(유일한 외국인), 인테리어 디자이너, 광고 회사 대표 (후에 심령 술사가 더해져 14명이 됨)로 구성되어 있고 이들은 국내 정세가 악화되면 언제든지 해외로 이주할 수 있는 부르주아이다. 그래서 페리는 농담으로 이번 만찬을 튀르키예 부르주아의 최후의 만찬이라고 비꼰다.

만찬으로 가는 길과 만찬에서의 일, 만찬이 끝날 무렵 벌어진 일은, 과거에 있었던 페리의 기억과 맞물려 간다. 이야기는 절정에 다다르다가 열린 결말로 끝을 맺는다.

이 책에는 무슬림과 관련된 사건들이 종종 언급된다. 그 중 하나가 9.11 사건이다. 그 뉴스를 보며 경악하는 사람들, 걱정하는 사람들과 조소를 날리는 사람들이 있다. 종교라는 이름 아래 얼마나 많은 일이 발생하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종교를 믿고 해명하는 사람과 철저히 무시하는 사람들 또한 책에 나온다.

페리의 첫째 오빠 고문 사건에서는 우리나라 7,80년대 고문 사건이 떠오른다. 전기고문, 파이프 고문 등 끔찍한 고문 장면이 묘사된다. 둘째 오빠 하칸의 결혼식에서는 히잡 드레스를 입은 새언니의 모습이 나온다. 더위로 고생하면서도 드레스를 벗지 못하는 새언니와 달리 오빠는 결혼 예복을 훌훌 벗어버린다. 결혼식이 끝나고 새언니의 엄마는 신부의 허리에 처녀임을 나타내는 처녀 리본을 매 준다. 그리고 그날 밤 새언니의 처녀성을 의심하는 둘째 오빠와 그의 가족들, 명예를 위해 딸을 끌고 병원에 가는 새언니의 엄마... 내 마음속에 복잡한 심정이 인다.

영국에서 공부하여 유럽 문화를 본 페리는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입을 다문다. 그리고 이 결혼이 유지될까 생각하지만 페리의 엄마(새언니의 시어머니) 말처럼 상처 위에 결혼은 계속 이어진다.

부르주아 만찬의 뼈 있는 농담도 많은 생각거리를 준다. 소설이라는 형식으로 쓰인 사회 종교철학 인문학 서적 같다.

(소담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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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인생 1 - 홍끼의 맛있고 따뜻한 음식 일기
홍끼 지음 / 비아북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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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데 진심입니다.
먹는 것을 보여주는 데도 진심입니다.
한 컷으로 누군가를 배고프게 만들 수 있다면 여한이 없습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웹툰을 좋아해서 시간날때 웹툰을 몰아서 본다. 그 다음편을 기다리기 너무 힘들어서 묵혀서 보거나 미리보기 선결제를 해서 몰아본다. 요즘에는 새로운 웹툰을 보기보다는 기존에 보던 작품 또는 아는 작가의 후속작을 즐겨본다. 예전부터 좋아하는 웹툰이 몇개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네이버웹툰의 <노곤하개>였다. 홍끼작가가 제주도에서 반려견과 반려묘를 키우며 이에 대한 에피소드를 그린 생활웹툰으로, 나의 힐링툰이었다. 몇년동안 쭉 보던 웹툰이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홍끼 작가님이 노곤하개 연재를 중단해버렸다! 홍구(멍멍이), 재구(멍멍이), 종구님(작가님 남편분;;), 귀여둥이 고양이들과 야생 맴을 웹툰으로 더 볼 수 없어서 속상.

그런데 어느 날 네이버웹툰에 새로운 공지가 올라온다. 노곤하개의 작가가 새로운 웹툰을 연재하기 시작했다고!

홍끼 작가님이 새로운 준비한 웹툰이 바로 <먹는 인생>이었다. 매회 맛있는 음식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아주 가끔 노곤하개 반려동물들도 카메오 출연을 한다. 소식가이지만 미식가이고 직접 만들어 먹는 걸 좋아하는 홍끼 작가님과 피자와 라면, 육류를 사랑하는 막입(죄송합니다;;) 종구님의 에피소드가 웹툰을 명랑만화로 만든다. 홍끼 작가님을 도와 그림을 전공한 종구님이 가끔 본인이 그린 삽화를 웹툰에 올리는데, 실사인지 그림인지 구분이 안간다. 독자들 사이에서 음식사진을 웹툰에 바로 올리시면 어떡하냐는 농담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먹는 인생은 총 3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웹툰이 총 100회로 마무리되었으므로 권당 약 30개의 음식이 등장한다. 1권에서는 라면죽, 떡볶이, 아이스크림, 해물파전, 간장계란밥 등이 음식이 등장한다. 같은 음식 다르게 먹는 법도 등장하는데, 작가님이 음식에 대한 실험정신이 강해서이다(쩝쩝박사님!). 풀반찬을 싫어하는 종구님의 표정도 리얼하다.

힐링웹툰을 좋아하는 분, 명랑툰, 생활툰을 좋아하는 나같은 독자라면 보는내내 입꼬리를 올린채 흐뭇하게 볼 수 있다. 별로 안좋아하는 음식도 웹툰에서는 맛있어 보이고, 좋아하는 음식은 내일 꼭 먹어야지 다짐하게 만든다.

핸드폰 작은 화면으로 보던 웹툰을 큰 종이책으로 볼 수 있어 좋다. 그리고 종이책에만 특별부록(특별음식그림)과 저녁메뉴 카드가 따라와서 선물받는 느낌이다. 내가 받은 저녁메뉴 카드는 소고기 톳밥이다(달래를 구하기 힘드니 소고기 톳밥은 나가서 사먹는 걸로 ^^;;).

홍끼 작가님의 그림과 이야기에는 따뜻함이 있어서 늘 기분이 좋다. 먹는 인생도 100화를 끝으로 연재종료하셨는데, 후속작도 기대된다. 노곤하개도 좋고, 먹는 인생 다른 시즌도 좋고, 노곤하개 먹는 인생도 좋다. 건강하게 돌아오시길 기다립니다~

(비아북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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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드링크 서점
서동원 지음 / 문학수첩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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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그저 잠깐 통과하는 '문' 같은 곳이야. 들어오고 나가는 문. 손님들이 이곳의 문을 열고 들어오면 나는 이곳에 준비된 걸 내어주는 거지. 하지만 '달'은 달라. 사람들은 달을 보면서 소원을 빌잖아. 여긴 소원을 이루어 주는 곳이 아니야.
p176 <5. 보석 요정> 중에서

달 드링크 서점은 작가의 첫 작품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출간되었다. 권서영 일러스트(레드벨벳 앨범 커버 작업으로 유명)가 표지 작업을 하여 표지가 모두 밝고 달콤한 느낌이다.

달 드링크 서점은 말만 <서점>이고 사실은 술을 파는 주점이다. 달 드링크 서점은 전직 하늘 도서관 관리자 문(주인)과 힘센 달토끼 보름이(종업원)가 달 드링크 서점이라는 주점에서 술을 팔고 안주를 제공하는 이야기이다. 문은 손님들에게 특이한 주류명이 가득한 메뉴판을 건네고 주문을 받는다. 그리고 손님이 주문한 술에 맞는 특별한 안주를 제공한다. 손님들은 술을 마시며 과거를 회상하기도 하고 죽은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미래의 자신을 만나기도 한다. 그래서 손님들은 술에 이상한 약이라도 탄 게 아니냐며 주인장 문과 종업원 보름이를 째려본다. 나 같아도 마시자마자 환상을 보게 되니, 의심스러울 거 같다. 특히 토끼귀(사실은 토끼라서 진짜 본인 귀) 머리띠를 하고 있는 종업원도 너무 수상쩍다.
주점에는 달콤한 술도 있고, 쓴맛나는 술도 있고, 마시자 마자 구역질나는 술도 있다. 또한 잘못 찾아온 미성년자를 위해 논알콜 음료도 있다.

책을 읽으면서 달 드링크 서점이 아무나 갈 수 없는, 특별한 주점이라는 점에서 어린이 도서 <만복이네 떡집>의 떡집, <전천당> 속 과자 가게가 생각났다. 어쩌면 달 드링크 서점은 꿈속의 주점일 수도 있고 저승과 이승 사이에 있는 주점일 수도 있다. 자신의 모습을 술에 취한 채 보게 된다는 점에서 <달러구트 꿈의 백화점>도 생각나고, 내가 좋아하는 웹툰 <쌍갑포차>도 생각난다. 문은 손님이 나갈 때 술값을 받는데 술값이 어떻게 책정되는지는 잘 나와있지 않다. 그래서 보름이는 문에게 물어보지만 문은 알려주지 않는다. 현실 세계가 아닌 거 같은데 현실의 돈으로 받아도 되나?

읽으면서 위의 책들과 웹툰이 떠오르지만 그럼에도 달 드링크 서점에는 힘센 달토끼 보름이, 수상한 전직 도서관리자 문, 그 외 다양한 우주 종족들이 나와 위의 책들과 차별된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문과 보름이의 인연은 물론 가게와 손님들과의 인연이 조금씩 밝혀진다. 이야기를 읽을 때는 손님당 하나의 이야기가 끊어져서 소개되는구나 생각했지만 책 한 권을 다 읽고 나서는 책 한권이 하나의 큰 이야기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마치 시작과 끝이 꼬리를 물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뒤돌아봤을 때, 후회가 적은 게 좋은 결말 아닐까? 고생했던 경험을 떠올리면서도 추억에 젖어 웃음을 터트리곤 하잖아.
p132 <4. 음료가 만들어지는 과정> 중에서

달 드링크 서점은 불법 주점이다. 걸리면 철창신세를 져야 한다. 주인장인 문은 쿨하게 말하지만, 힘은 세지만 간이 콩알만 한 보름이는 악몽까지 꾼다. 내가 책에서 제일 좋아하는 부분은 보름이가 경찰한테 취조를 당하는 모습이다. (우주 경찰이라 사람이랑 생김새가 다르다) 알 전구 모양의 몸에 팔 다리가 붙은 우주 경찰이 보름이를 취조한다. 보름이가 대답하지 않자 테이블에 전구를 깨고, 경찰은 깨진 알 전구의 모습으로 보름이를 위협한다. 심각한데 협박하는 알 전구 경찰의 모습이 너무 코믹하지 않은가.

주인장 가슴에는 <문>이라는 이름표가 붙어 있다. 보는 사람에 따라 달(mooon) 또는 공간을 연결하는 문(door)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달은 소원을 이루어주는 존재지만, 문(door)은 잠시 통과하는 존재하는 말처럼 글을 읽는 독자가 생각하기에 따라 느낌이 달라질 것 같다.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저런 아기자기한 코믹 요소가 있어서 가볍게 읽었다. 2권이 나온다면 보름이와 문의 관계가 더 자세히 밝혀지지 않을까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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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플롯 짜는 노파
엘리 그리피스 지음, 신승미 옮김 / 나무옆의자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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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었지만 별다른 점이 없었다. 그런데 단서가 실제로 책 속에 있었다면?
p414 <33장 베네딕트: 커플 잠옷> 중에서

이 책을 읽기 전, 이 책의 소개글을 얼핏 읽어보았다. 미스 마플과 같은 노부인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라고. 미스 마플은 애거사 크리스티가 쓴 추리소설에 나오는 할머니 탐정이다. 그렇다면 표지 속 흔들의자에 앉아 있는 할머니가 탐정이겠구나, 할머니가 얼마나 멋진 추리를 할까 생각하며 책을 펼쳤다.

그러나 미스 마플, 아니 아흔 살의 페기 스미스는 프롤로그에서 흥미진진한 사건 수첩을 보여주더니, 그 다음 장에서 사망된 채 발견된다. 미스 마플이 주인공인데, 왜 미스 마플이 죽지?

이 작품은 영국 쇼어햄에 위치한 시뷰 코트(퇴직자용 공동주택)와 애버딘의 문학축제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9월 10일 월요일 간병인 나탈카가 아흔 살의 노부인 페기를 방문하는데, 페기는 의자에 앉은 채로 죽어 있다. 고령에다가 심장병도 있어서 처음에는 다들 자연사겠구나 생각했다.

나탈카와 베네딕트, 에드윈은 페니 가족의 부탁으로 페기의 유품을 정리한다. 그러던 중 <우리가 당신을 찾아간다>고 쓰인 수상한 엽서와 페니의 이름이 새겨진 <살인 컨설턴트> 명함을 발견하고 페니의 죽음에 의문을 갖는다. 어쩌면 노화와 심장병에 의한 자연사가 아닌 타인에 의한 살인사건이 아닐까?! 게다가 할머니가 탐정인줄 알았는데 악당이었다니!

경찰과 페니 지인들이, 페니의 타살에 무게를 두고 누가 범인일까 수사하기 시작할 때 나 역시 용의자 리스트를 만들고 모두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페니의 돈을 노린 아들 나이절과 며느리 샐리,
페니가 죽기 직전 관찰 노트에 적은 수상한 두 남자,
같은 시뷰 코트에 사는 인생이 따분한 노인 에드윈,
우크라이나에서 온 나탈카,
성직자 생활을 하다 뜬금없이 이 곳에 카페를 연 베네딕트,

그러다가 또 다른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이제는 경찰조차 의심스럽다. 작가가 애거사 크리스티 소설을 좋아한다고 했다. 애거사의 소설에서도 경찰이 범인인 소설이 있었다. 가장 믿음직스럽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용의자일지도 모르겠다. 경찰과 출판업계 종사자, 작가들을 용의자 리스트에 추가하고 책을 읽어나갔다. 도대체 몇 명이 더 죽어야하는 걸까.
이 사람이 의심스럽다고 생각되면 그 다음 장에서 그 사람이 살해당한다.

“저번에 코난 도일의 책을 읽는데 닥터 왓슨이 아프카니스탄 전쟁에서 막 돌아왔다는 말이 있더군요. 아직도 그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으니 정말 끔찍한 일이에요.”
“크림반도도 마찬가지예요.”
_중략_
“인간은 괴물이예요.”
p407~8 <33장 베네딕트: 커플 잠옷> 중에서

지금은 온화하고 간병인의 도움 없이 거동이 불편한 시부코트의 여든 살, 아흔 살, 백 살의 노인들에게는 그들만의 비밀이 있었다. 암살단(책 속에 언급된 전쟁이 지금도 반복된다. 어쩌면 암살자와 밀고자, 스파이가 아직도 우리 곁 살며 그들만의 비밀을 공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작가, 살인 컨설턴트, 동성애자…범인을 추리하는 과정은 물론 의외의 범인이 등장했을 때 머릿속의 물음표가 느낌표가 되는 희열을 느꼈다. 그래서 그때 그 사람이 그렇게 말한 거구나, 하고 말이다.
영미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읽을만하다. 만일 이 책이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면 나탈카가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하다.

아울러, 이 책을 읽는 동안 책 제목과 출판사 이름이 너무 잘 어울려서 나무 옆 의자(출판사 이름)에 앉아 살인 플롯 짜는 노파으로 읽었다. 책을 더 재미있게 읽고 싶다면 나처럼 뒤표지를 읽지 말고 바로 내용부터 읽기를 권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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