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플롯 짜는 노파
엘리 그리피스 지음, 신승미 옮김 / 나무옆의자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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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었지만 별다른 점이 없었다. 그런데 단서가 실제로 책 속에 있었다면?
p414 <33장 베네딕트: 커플 잠옷> 중에서

이 책을 읽기 전, 이 책의 소개글을 얼핏 읽어보았다. 미스 마플과 같은 노부인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라고. 미스 마플은 애거사 크리스티가 쓴 추리소설에 나오는 할머니 탐정이다. 그렇다면 표지 속 흔들의자에 앉아 있는 할머니가 탐정이겠구나, 할머니가 얼마나 멋진 추리를 할까 생각하며 책을 펼쳤다.

그러나 미스 마플, 아니 아흔 살의 페기 스미스는 프롤로그에서 흥미진진한 사건 수첩을 보여주더니, 그 다음 장에서 사망된 채 발견된다. 미스 마플이 주인공인데, 왜 미스 마플이 죽지?

이 작품은 영국 쇼어햄에 위치한 시뷰 코트(퇴직자용 공동주택)와 애버딘의 문학축제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9월 10일 월요일 간병인 나탈카가 아흔 살의 노부인 페기를 방문하는데, 페기는 의자에 앉은 채로 죽어 있다. 고령에다가 심장병도 있어서 처음에는 다들 자연사겠구나 생각했다.

나탈카와 베네딕트, 에드윈은 페니 가족의 부탁으로 페기의 유품을 정리한다. 그러던 중 <우리가 당신을 찾아간다>고 쓰인 수상한 엽서와 페니의 이름이 새겨진 <살인 컨설턴트> 명함을 발견하고 페니의 죽음에 의문을 갖는다. 어쩌면 노화와 심장병에 의한 자연사가 아닌 타인에 의한 살인사건이 아닐까?! 게다가 할머니가 탐정인줄 알았는데 악당이었다니!

경찰과 페니 지인들이, 페니의 타살에 무게를 두고 누가 범인일까 수사하기 시작할 때 나 역시 용의자 리스트를 만들고 모두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페니의 돈을 노린 아들 나이절과 며느리 샐리,
페니가 죽기 직전 관찰 노트에 적은 수상한 두 남자,
같은 시뷰 코트에 사는 인생이 따분한 노인 에드윈,
우크라이나에서 온 나탈카,
성직자 생활을 하다 뜬금없이 이 곳에 카페를 연 베네딕트,

그러다가 또 다른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이제는 경찰조차 의심스럽다. 작가가 애거사 크리스티 소설을 좋아한다고 했다. 애거사의 소설에서도 경찰이 범인인 소설이 있었다. 가장 믿음직스럽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용의자일지도 모르겠다. 경찰과 출판업계 종사자, 작가들을 용의자 리스트에 추가하고 책을 읽어나갔다. 도대체 몇 명이 더 죽어야하는 걸까.
이 사람이 의심스럽다고 생각되면 그 다음 장에서 그 사람이 살해당한다.

“저번에 코난 도일의 책을 읽는데 닥터 왓슨이 아프카니스탄 전쟁에서 막 돌아왔다는 말이 있더군요. 아직도 그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으니 정말 끔찍한 일이에요.”
“크림반도도 마찬가지예요.”
_중략_
“인간은 괴물이예요.”
p407~8 <33장 베네딕트: 커플 잠옷> 중에서

지금은 온화하고 간병인의 도움 없이 거동이 불편한 시부코트의 여든 살, 아흔 살, 백 살의 노인들에게는 그들만의 비밀이 있었다. 암살단(책 속에 언급된 전쟁이 지금도 반복된다. 어쩌면 암살자와 밀고자, 스파이가 아직도 우리 곁 살며 그들만의 비밀을 공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작가, 살인 컨설턴트, 동성애자…범인을 추리하는 과정은 물론 의외의 범인이 등장했을 때 머릿속의 물음표가 느낌표가 되는 희열을 느꼈다. 그래서 그때 그 사람이 그렇게 말한 거구나, 하고 말이다.
영미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읽을만하다. 만일 이 책이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면 나탈카가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하다.

아울러, 이 책을 읽는 동안 책 제목과 출판사 이름이 너무 잘 어울려서 나무 옆 의자(출판사 이름)에 앉아 살인 플롯 짜는 노파으로 읽었다. 책을 더 재미있게 읽고 싶다면 나처럼 뒤표지를 읽지 말고 바로 내용부터 읽기를 권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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