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드링크 서점
서동원 지음 / 문학수첩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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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그저 잠깐 통과하는 '문' 같은 곳이야. 들어오고 나가는 문. 손님들이 이곳의 문을 열고 들어오면 나는 이곳에 준비된 걸 내어주는 거지. 하지만 '달'은 달라. 사람들은 달을 보면서 소원을 빌잖아. 여긴 소원을 이루어 주는 곳이 아니야.
p176 <5. 보석 요정> 중에서

달 드링크 서점은 작가의 첫 작품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출간되었다. 권서영 일러스트(레드벨벳 앨범 커버 작업으로 유명)가 표지 작업을 하여 표지가 모두 밝고 달콤한 느낌이다.

달 드링크 서점은 말만 <서점>이고 사실은 술을 파는 주점이다. 달 드링크 서점은 전직 하늘 도서관 관리자 문(주인)과 힘센 달토끼 보름이(종업원)가 달 드링크 서점이라는 주점에서 술을 팔고 안주를 제공하는 이야기이다. 문은 손님들에게 특이한 주류명이 가득한 메뉴판을 건네고 주문을 받는다. 그리고 손님이 주문한 술에 맞는 특별한 안주를 제공한다. 손님들은 술을 마시며 과거를 회상하기도 하고 죽은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미래의 자신을 만나기도 한다. 그래서 손님들은 술에 이상한 약이라도 탄 게 아니냐며 주인장 문과 종업원 보름이를 째려본다. 나 같아도 마시자마자 환상을 보게 되니, 의심스러울 거 같다. 특히 토끼귀(사실은 토끼라서 진짜 본인 귀) 머리띠를 하고 있는 종업원도 너무 수상쩍다.
주점에는 달콤한 술도 있고, 쓴맛나는 술도 있고, 마시자 마자 구역질나는 술도 있다. 또한 잘못 찾아온 미성년자를 위해 논알콜 음료도 있다.

책을 읽으면서 달 드링크 서점이 아무나 갈 수 없는, 특별한 주점이라는 점에서 어린이 도서 <만복이네 떡집>의 떡집, <전천당> 속 과자 가게가 생각났다. 어쩌면 달 드링크 서점은 꿈속의 주점일 수도 있고 저승과 이승 사이에 있는 주점일 수도 있다. 자신의 모습을 술에 취한 채 보게 된다는 점에서 <달러구트 꿈의 백화점>도 생각나고, 내가 좋아하는 웹툰 <쌍갑포차>도 생각난다. 문은 손님이 나갈 때 술값을 받는데 술값이 어떻게 책정되는지는 잘 나와있지 않다. 그래서 보름이는 문에게 물어보지만 문은 알려주지 않는다. 현실 세계가 아닌 거 같은데 현실의 돈으로 받아도 되나?

읽으면서 위의 책들과 웹툰이 떠오르지만 그럼에도 달 드링크 서점에는 힘센 달토끼 보름이, 수상한 전직 도서관리자 문, 그 외 다양한 우주 종족들이 나와 위의 책들과 차별된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문과 보름이의 인연은 물론 가게와 손님들과의 인연이 조금씩 밝혀진다. 이야기를 읽을 때는 손님당 하나의 이야기가 끊어져서 소개되는구나 생각했지만 책 한 권을 다 읽고 나서는 책 한권이 하나의 큰 이야기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마치 시작과 끝이 꼬리를 물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뒤돌아봤을 때, 후회가 적은 게 좋은 결말 아닐까? 고생했던 경험을 떠올리면서도 추억에 젖어 웃음을 터트리곤 하잖아.
p132 <4. 음료가 만들어지는 과정> 중에서

달 드링크 서점은 불법 주점이다. 걸리면 철창신세를 져야 한다. 주인장인 문은 쿨하게 말하지만, 힘은 세지만 간이 콩알만 한 보름이는 악몽까지 꾼다. 내가 책에서 제일 좋아하는 부분은 보름이가 경찰한테 취조를 당하는 모습이다. (우주 경찰이라 사람이랑 생김새가 다르다) 알 전구 모양의 몸에 팔 다리가 붙은 우주 경찰이 보름이를 취조한다. 보름이가 대답하지 않자 테이블에 전구를 깨고, 경찰은 깨진 알 전구의 모습으로 보름이를 위협한다. 심각한데 협박하는 알 전구 경찰의 모습이 너무 코믹하지 않은가.

주인장 가슴에는 <문>이라는 이름표가 붙어 있다. 보는 사람에 따라 달(mooon) 또는 공간을 연결하는 문(door)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달은 소원을 이루어주는 존재지만, 문(door)은 잠시 통과하는 존재하는 말처럼 글을 읽는 독자가 생각하기에 따라 느낌이 달라질 것 같다.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저런 아기자기한 코믹 요소가 있어서 가볍게 읽었다. 2권이 나온다면 보름이와 문의 관계가 더 자세히 밝혀지지 않을까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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