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호의 인생 꽃밭 - 소설가 최인호 10주기 추모 에디션
최인호 지음 / 열림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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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 작가는 1963년 단편 <벽구멍으로>를 시작으로 정말 많은 작품을 썼다. 이 책에서 저자가 자신의 작품의 판매 부수를 어림잡아 700만 부 이상이라고 밝힐 정도로 상당히 많은 작품을 출품하였고,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후배 소설가 이문열은 1970년 대 소설가 가운데 글만 써서 밥 먹고 사는 작가는 최인호가 유일하다고 평가할 정도로 한국 문학에서 큰 영향을 미쳤다. 최인호 작가는 워낙 많은 작품을 썼기 때문에 나도 하나쯤은 읽은 것이 있지 않을까 찾아봤는데 장편소설 중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를 읽었던 기억이 났다. 그래도 하나라도 읽어 부끄럽지 않게 최인호 작가의 산문집을 읽을 수 있었다.

책 <최인호의 인생 꽃밭>은 소설가 최인호의 산문을 엮은 책이다. 이번 책은 최인호 작가가 작고한지 10주기를 추모하는 에디션이다. 책을 읽고 개인적으로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 수 없었으나 나중에 늙으면 당신처럼 늙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어렸을 때 자신의 부끄러웠던 행동을 충분히 부끄러워하면서도 충분히 반성하고, 현재 자신의 삶을 만족하며 인생은 아름답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구절은 모아봤다.

인생이란 짧은 기간의 망명이라고 플라톤이 말했던가.

나는 지금 그 망명지에서 손꼽아 유배기간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사형수와 같다. 내 전생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나는 이제 금생에 살고 있다. - p.22 line 3~6

 

선물은 하나의 물건이 아니다. 선물의 교환은 물물교환이 아니다. 그것은 사랑의 교환인 것이다. 사랑의 교환에 무슨 값비싼 선물이 필요할 것인가. 에머슨의 말처럼 농부에게는 곡식이, 처녀에게는 자신이 바느질한 손수건이 최고의 선물이 아닐 것인가. - p.51 line 15~19

 

5평의 방이 넓어지려면 집을 부숴서 8평의 방을 신축할 것이 아니라 5평의 방을 가득 채운 쓸모없는 것을 버려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하루 24시간은 고정되어 있다. 하루를 여유 있고 풍요롭게 보내기 위해 24시간을 26시간으로 연장할 수 없다. 다만 하루 속에 들어 있는 쓸모없는 생각의 잡동사니들을 정리하여 시간을 확보할 수는 었을 것이다. - p.92 line 18 ~ p.93 line 3

 

지금까지 수많은 책을 낸 다산 작가인 내게도 어느 누군가에겐 백해무익한 물건으로 취급되어 쓰레기처럼 버려지는 것은 아닐까. 내가 쓴 소설도 결국 터무니없는 거짓말만 늘어놓고 허튼수작이 아닐 것인가. 그렇게 보면 나 역시 디스레일리가 말하였던 시원치 않은 책을 통해 인간에게 저주를 양산해내고 있는 죄인은 아닐까. - p.264 line 20 ~ p.265 line 4

그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바로 선물과 관련된 부분이다. 나는 선물을 할 때 물건이 아닌 돈으로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왜냐하면 돈이 그 사람의 효용을 높이기 기장 좋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설령 상대방에게 꼭 필요하지 않는 선물이라 하더라도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외에도 정말 좋았던 부분이 많았다. 정말 늙어서도 최인호 작가처럼 생각하며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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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오페라 - 아름다운 사랑과 전율의 배신, 운명적 서사 25편 방구석 시리즈 2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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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오페라라고 하면 호주 시드니에 위치한 오페라 하우스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오페라를 자주 봤으면 한국의 예술의 전당이 생각나겠지만 오페라를 고등학생 때 학교에서 한번 보러간 것 이외에 보러가지 못했다. 그때도 무슨 오페라를 봤는지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냥 친구와 사당역으로 와 길거리 음식을 맛나게 먹었던 것만 기억난다. 그만큼 오페라를 제대로 경험한 기억이 없다. 최근 연극과 뮤지컬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오페라는 연극과 뮤지컬과 어떻게 구별되는지 궁금하여 읽게 되었다.

책 <방구석 오페라>는 이서희 저자가 <방구석 뮤지컬>이라는 책을 쓴 이후 새롭게 오페라에 관련되어 쓴 책이다. 이서희 저자는 홀로 떠난 호주 여행에서 오페라 하우스 공연을 접하고 오페라에 빠져들게 되었다. 그리고 사랑을 둘러싼 25가지 작품을 엮어 책으로 출판하였다. 가끔 나이가 많은 사람이 지금 노래를 들으면 '사랑노래' 밖에 없다고 비판하지만, 사실 사랑의 서사는 언제나 주요 주제였다. 그만큼 사랑을 둘러싼 25가지 내용은 모두 재미있다.

오페라를 책으로 엮는다는 것은 사실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헤어질 결심>을 영화보다 먼저 각본으로 접했는데, 개인적으로 무슨 이런 작품이 이렇게 이슈가 되었나 싶었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이해했다. 글자로 표현할 수 없는 탕웨이 배우의 얼굴이 작품의 개연성을 완성시킨 것이다. 오페라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저자는 오페라의 내용과 더불어 중요한 구절의 노래를 직접 적었지만 오페라를 듣는다기 보다는 오페라를 읽는 느낌이 너무 강했다. 이는 책이 갖는 한계인데, 그래도 QR코드로 유튜브를 통해 들을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주어 보다 쉽게 오페라를 접할 수 있었던 것 같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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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유고집 복각본 - 윤동주가 직접 뽑은 윤동주 시 선집
윤동주 지음 / 스타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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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2학년이었는지. 3학년이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수행평가로 문학인과 관련된 장소를 직접 가서 사진을 찍는 평가가 있었다. 원래 한 곳만 가도 상관이 없었지만 친구들과 노는 것이 좋아 두 군데를 갔다. 한 곳은 기념관 같은 곳이었는데 누구였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런데 남은 한 곳이 바로 연세대학교 내에 있는 윤동주 시비였다. 지금이야 연세대학교 내에 윤동주기념관이 있다만, 나 때만 해도 윤동주기념관은 없었다. 친구와 윤동주 시비 앞에서 빠르게 사진을 찍고 놀러갔던 기억이 난다.

윤동주 시인의 시들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기도 하고, 그만큼 책으로 많이 출판되었다. 심지어 윤동주 시인의 시집은 이미 복각본이 존재하기도 한다. 그래도 이 책이 마음에 들었던 것은 그림 없이 정말 윤동주 시인이 썼을 법한 디자인이 아닐까 싶다. 한장 한장 책을 넘기면서 사료 다루듯 조심히 다루면서 읽었다. 글자가 박물관에 있는 책에 쓰여 있는 활자와 비슷하다. 그 당시 윤동주 시인이 어떤 마음으로 시를 썼을지 조심히 읽어봤다.

시를 읽으면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역시 한자. 한자로 겨우 숫자 정도 셀 수 있는 나에게 한자 단어는 너무나 큰 벽이다. 그래서 한자가 있는 시는 네이버에서 찾으면서 읽어봤다. 그의 시를 읽으면서 일본으로 유학을 간 전후로 느낌이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유학 전엔 희망을 담고 있지만, 유학 중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자괴감을 담고 있다. 그래서 그의 대표작은 대부분 후기에 몰려 있지만, 개인적으로 <새로운 길>이라는 시가 마음에 들었다. 항상 가는 길이지만 새로운 길로 느낄 수 있는 윤동주 시인의 희망이 느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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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외로운 지구인들에게 - 이방인의 시선이 머무른 낯설고도 애틋한 삶의 풍경
홍예진 지음 / 책과이음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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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나의 외로운 지구인들에게>는 홍예진 저자가 프랑스와 미국에 살면서 이방인으로서 갖는 시선을 에세이로 엮은 책이다. 저자는 프랑스에서 유학을 보냈으며, 현재는 미국에서 살고 있다. 그의 남편이 한국인인지 외국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그는 한국인으로서 외국에서 살 때 갖게 되는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그는 평온하고 나른한 중부에서 아이를 낳았고, 이후 활기 넘치는 뉴욕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한국어로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 이 책에 등장하는 내용 가운데 중부에서의 기억을 쓴 것 같은 부분이 있는데. 아마 동부로 넘어간 이후 그 당시 기억을 다시 떠올리며 쓴 것이 아닐까 싶다.


이방인의 시선이 머무른 낯설고도 애틋한 삶의 풍경. 저자가 이 책을 소개한 문장이다. 이 문장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이방인의 시선으로 겪은 삶을 써 내려갔다. 사실 이방인의 시선이라고 해서 엄청 특별하지 않는다. 그냥 조금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삶에 대한 느낌이 강하다. 개인적으로 '거기서 거기'라는 말을 싫어하지만, 이 책에서만큼은 삶은 '거기서 거기'라고 쓰고 싶다. 어떻게 보면 프롤로그에서 나온 것처럼 '변해가는 세상의 표면에서 변하지 않는 것들'이 바로 삶이지 아닐까 싶다.

같은 삶이라도 기억을 어떻게 하고 어떻게 쓰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도 바로 삶이다. 그는 이방인으로서 갖는 낯섦과 외로움, 혹은 기대감 등을 포착하여 기억하고 기록하였다. 포도주도 적절한 시간이 필요하듯 글과 기억에도 적절한 시간으로 숙성된다면 좋은 글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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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의 살인자
시모무라 아쓰시 지음, 이수은 옮김 / 창심소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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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 이름의 살인자>는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 작가 시모무리 아쓰시가 쓴 미스테리 작품으로서 모든 등장인물이 오오야마 마사노리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어느 날 오오야마 마사노리라는 사람이 놀이터에서 초등학생 여아를 상대로 살인을 하면서 전개된다. 초등학생 여아를 대상으로 한 살인이었으므로 국민적 공분이 일었고, 가해자가 미성년자였으므로 제대로 된 신상공개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같은 '동성동명' 즉 범인이 아닌 오오야마 마사노리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 그래서 오오야마 마사노리들은 스스로 단체를 만들어 범인인 오오야마 마사노리를 공개하여 문제를 해결하고자 힘을 합친다.

시작하는 단계에서 등장하는 내용에서 알 수 있다시피 모든 등장인물이 오오야 마사노리이므로, 책을 읽는 내내 독자로 하여금 헷갈리게 만든다. 그래서 막상 이름보단 직업으로 기억하는 것이 편하다. 개인적으로 <내 이름의 살인자>라는 제목만 보고 추리소설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소설을 읽고나니 추리소설이라기보단 심리소설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범인이 누구인지 추리하는 것도 물론 재미있었지만, 동성동명의 범죄자로 인하여 아무 이유없이 사회에서 비판받는 이들의 아픔을 제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름과 관련하여 그들이 받는 피해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아니면 단순히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마다 이름 때문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는지 그 사이 속에서 방황하게 만든다. 그래서 이 추리소설은 반전이라는 쾌감을 주기보단 끝맛을 씁쓸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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