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가섭은 효자였다. 하지만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에 ‘출가수행’을 하기로 결심했던 그에게 부모님의 뜻에 어쩔 수 없이 따랐던 10여 년간의 결혼 생활은 결코 짧지 않았다. 그래서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그는 크게 슬퍼하기 보다는 마침내 출가를 할 수 있음을 기뻐했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부처님과 반대로 마하가섭에게는 부모가 출가에 ‘장애’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각보다 출가가 늦어졌다고 해서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먼저 지역과 일족의 지도자 겸 가장이라는 지위를 내려놓고, 지혜로운 아내에게 집안과 재산을 맡겨놓고 자신이 좋은 스승을 만나면 데리러 올 테니 함께 수행을 하자는 약속을 하고 솜털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최고의 아들, 최고의 남편에서 최고의 제자로
훗날 부처님이 반열반에 들어가신 후, 승단의 지도자가 된 마하가섭이 500명의 장로들을 이끌고 고향에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막무가내로 그저 다 버리고 나온 것이 아니라 이처럼 단계적으로 마무리를 잘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부모님의 소원대로 ‘결혼’을 했으니 효자요, 결혼을 하고 나서는 출가수행을 원하는 아내와 함께 세속적인 부부생활을 하지 않았으니 아내에게도 최고의 동반자였다. 또한 일족의 가장이며 지역의 지도자라는 자리는 버렸지만 그를 의지해서 살아야 할 사람들을 버리지 않았고 아내에게 위탁하여 소위 자신이 없더라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할 ‘적응기간’을 주었으니 일족에게도 책임감 있는 현명한 지도자였다.

마하가섭은 그의 나이 서른이 넘어서 출가를 했다. 그가 출가할 무렵 부처님께서는 보리수 아래에서 새벽별을 보고 성도(成道)하여 깨달음을 전파하기 시작했을 무렵이었다. 하지만 부처님과 마하가섭의 만남이 곧바로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부처님의 의발제자라는 인연을 가진 마하가섭이 나타날 때까지 부처님께도 약간의 시간과 준비가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출가를 했지만 부처님을 만나지 못해 평온을 찾지 못해 마하가섭이 방황 아닌 방황을 하는 동안 부처님은 반대로 그를 만날 준비를 착착 하고 계셨다.

재가 제자로써 마가다국 빔비사라 왕의 후원과 귀의를 받고, 베르바나(죽림정사)라는 머물 곳이 생기고, 사리불과 목건련이라는 걸출한 상수제자들이 이끄는 천여 명의 승가가 생기기까지의 시간은 고작 2~3년에 불과했다. 하지만 출가를 하고 스승을 찾았으나 진리라는 깨달음의 길을 제시해주는 이를 만나지 못했던 마하가섭에게 2~3년이라는 세월은 너무나 길었다. 그리고 마침내 역사상 가장 멋진 이 두 남자는 정해진 운명대로 만났다.

성도 후, 부처님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갈구하는 또 갈구하지 않더라도 가르침이 필요한 제자들을 위해 거의 하루도 쉬지 않고 법륜을 굴리셨다. 항상 ‘고요한 수행’을 중요하게 말씀하신 부처님이셨지만 초기에는 정말 워커홀릭이 따로 없었다. 하지만 정말 지혜롭고 신통한 사리불과 목건련을 제자로 맞이한 후,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 자질구레하고 어지간한 일들은 그들이 알아서 잘 처리해 주었기 때문이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부처님은 마하가섭을 맞이하러 가셨다.


역사상 가장 멋진 두 남자의 운명적인 만남
만약에 타임머신이라는 것이 발명되어 과거로의 시간여행이 가능해진다면 가장 보고 싶은 장면 중에 하나가 바로 이 ‘부처님과 마하가섭의 만남’이다. 두 번째로 보고 싶은 것은 삼국지 적벽대전의 주역인 주유와 그의 절친한 친구이자 주군이었으나 일찍 세상을 떠난 손책의 만남이다. 멋진 남자들의 만남은 정말 그 자체로 흥미진진하다.

부처님과 마하가섭은 길에서 만났다. 더 엄밀하게 말하자면 마하가섭이 지나가게 될 길에 부처님이 의도적으로 미리 앉아계셨다. 예정된 만남이었다. 그때 부처님은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혼자 조용히 승단을 빠져나와 라자가하(왕사성)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길가 나무 아래에 앉아 마하가섭을 기다리고 계셨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너무나 간절하게 스승과 깨달음을 구하는 마하가섭과 만났다. 부처님은 마하가섭을 만나기 전에 이미 그가 의발제자가 될 것을 알고 맞이하러 나오셨던 것처럼, 마하가섭도 길가 나무 아래 앉아 계신 부처님을 보자마자 자신의 스승이라는 것을 알았다. 마하가섭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부처님께 가서 두 발에 이마를 대고 말했다.

“당신은 저의 스승이십니다.”

그때까지 마하가섭은 젊은 나이에 깨달음을 얻었다는 석가족의 성자에 대한 소문을 듣기는 했어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실제로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눈이 높기로는 세상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도도한 마하가섭은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부처님 앞에 무릎을 꿇고 두 발에 이마를 댄 것이다. 이에 대한 부처님의 대답은 더욱 멋졌다.

“가까이 오라, 그대를 기다렸다.”

두 사람은 이미 영산회상에서 연꽃을 매개로 염화미소를 주고받기 전, 첫 만남에서 이심전심(以心傳心)을 확인했던 것이다. 마하가섭과 부처님의 ‘말하지 않아도 아는 마음’은 부처님의 반열반 이후까지도 계속된다. 참으로 감격스럽다. 부처님의 말씀이 끝나자 마하가섭은 가슴속에서 솟구치는 기쁨을 참지 못해 정식으로 예배를 드리며 말했다.

“저는 카샤파 종족 카필라와 수마나데위의 아들 핍팔라야나입니다. 당신은 저의 스승이십니다. 저는 당신의 제자입니다. 당신은 진정 저의 스승이십니다. 저는 영원히 당신의 제자입니다.”

지금의 스승과 제자라는 개념으로 생각했을 때, 마하가섭의 행동이나 말이 다소 과장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스승’을 찾기 위해 마하가섭은 집 안에서 이미 10년이 넘는 세월을 기다려왔고, 출가 하고 난 이후에도 2년이 넘는 세월을 방황했다. 우리는 그런 마음으로 스승과 가르침을 구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진정한 스승을 찾았을 때의 기쁨을 알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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