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가섭의 어린 시절 이름은 핍팔라야나(pippalayana)였는데 이는 그가 핍팔라(pippala :畢鉢羅)라는 나무 아래에서 태어난 것을 기려서 불렀던 ‘애칭’이었다. 대부분의 명망 높은 바라문들이 자신이 태어난 지역이나 종족의 이름을 갖는 것처럼 마하가섭도 대를 이어 그가 속한 종족을 대표해야 하는 사람이었다. 따라서 성장하자 어린 시절의 이름 대신 그가 속한 종족, 마하가샤파(Makasyapa)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여 마하카샤파라 불리게 되었다. 이를 한자로 바꾼 것이 마하가섭(摩訶迦葉)이다. 그 외에도 마하가섭파(摩訶迦葉波), 대가섭(大迦葉), 대가섭파(大迦葉波)라고도 한다.


모든 것을 갖춘 남자의 한 가지 고독
어마어마한 집안의 외아들로써 마하가섭이 얼마나 부모님의 관심과 사랑, 기대를 듬뿍 받으며 자랐는지를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사랑 속에서도 그가 결코 버릇없는 아이로 성장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어려서부터 영특함과 비범함을 드러냈던 마하가섭은 부모님의 전폭적인 후원 속에서 학문에 정진하여 8세 때 바라문의 계조(戒條)를 외웠으며 제사법은 물룬 산술, 천문, 지리, 기상, 춤, 음악 등 못하는 것이 없는 아이로 성장하였다.

마하가섭이 훌륭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부모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윽고 그가 준수한 청년이 되어 결혼할 나이가 되자 그의 부모는 하루빨리 좋은 여자와 맺어주어 후손을 보고자 했다. 하지만 마하가섭은 어린 시절부터 여러 아이들과 놀기를 싫어했을 뿐 아니라 세속의 환락과 남녀 간의 정욕을 더럽게 생각했다. 자신의 성품을 잘 알았던 그는 일찌감치 출가에 뜻을 두었다. 하지만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부모님을 생각하여 부모님이 살아계신 동안에는 아들로써 정성껏 모시되, 부모님이 세상을 떠나시면 출가를 할 생각이었다.

남부러울 것 없는 하나뿐인 아들이 출가를 하겠다는 이야기가 너무나 뜻밖이었던 마하가섭의 부모는 깜짝 놀라 더욱 강하게 혼인을 추진했다. 결혼을 하게 되면 아들이 뜻을 바꿀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어떤 이야기에 따르면 마하가섭은 결혼을 피하기 위해 황금으로 실물크기의 완벽에 가까운 여인을 만든 뒤, 그녀가 자신의 이상형이며 ‘이런 여자’가 아니면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고 한다. 결혼을 원하는 부모의 뜻을 잠시라도 늦추기 위해 실물크기의 여인을 황금으로 빚다니, 과연 마가다국 제일의 부자집 아들이 아니라면 생각해낼 수 없는 작전이다. 그런데 더욱 대단한 것은 그의 부모가 결국 아들이 말한 ‘그런 여자’를 찾아냈다는 것이다. 마침내 마하가섭은 더 이상 부모의 뜻을 거스르지 못해 아버지가 결정해준 맛다국 사갈라의 꼬시야 종종 장자의 딸 밧다카필라니와 결혼하였다.


출가의 뜻을 둔 아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고르고 고른 며느리의 정체

마하가섭은 결혼과정은 부처님과 닮은 점이 많은데, 부처님 역시 스무살 무렵 출가의 뜻을 두었으나 자신을 지극히 사랑하는 아버지의 바람을 이기지 못해 출가 전, 결혼을 하셨다. 하지만 부처님과 마하가섭의 결혼생활을 사뭇 달랐는데, 부처님이 결혼 생활을 통해 아들을 하나 얻으신 것과 달리 마하가섭은 결혼생활 내내 청정함을 유지하였다. 그가 출가 전, 무려 12년 동안이나 정결한 부부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아내의 덕이 컸다.

바라문답게 마하가섭의 결혼은 중매였다. 밧다카필라니는 훌륭한 집안 출신이었으며 누구라도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고 빼어난 성품을 지녀 칭찬이 자자했다. 그런데 누가 알았으랴. 아들을 위해 고르고 고른 며느리는 알고 보니 결혼에 뜻이 없고 마하가섭과 마찬가지로 출가에 뜻을 둔 여인이었던 것이다. 과연 마하가섭의 부모는 세상에서 보기 드문, 아들과 꼭 맞는 천생연분을 골랐던 것이다.

신혼 첫날, 손끝하나 닿지 않은 채 밤새도록 마주앉아 밤을 새운 두 사람은 서로의 뜻이 같은 것을 알고는 부부의 모습을 유지하되 서로의 수행을 방해하지 않기로 약속을 했다. 그때부터 두 사람은 다른 침대를 썼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플라토닉’한 부부생활을 마하가섭의 부모님에게 들키고 말았다. 아들이 인생의 즐거움을 기꺼이 모두 누리기를 바랐던 마하가섭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마하가섭 부부의 방을 찾아와 한바탕 설교를 늘어놓은 뒤 침대 하나를 아예 부숴버렸다.


세상 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이 부부가 사는 법
그러자 두 사람은 차마 침대를 다시 들여놓을 수 없었다. 그래서 한 침대를 쓰되 결코 몸을 섞지는 말자고 굳게 약속을 하였다. 이를 지키기 위해 두 사람은 잠자는 시간을 정했다. 초저녁부터 한밤중까지는 마하가섭이 침대에서 잠을 잤고, 한밤이 지나서는 아내가 침대를 사용한다는 규칙을 세웠던 것이다. 하지만 매번 시간을 지킬 수 없을 때도 있었다. 그러자 두 사람은 매일 밤, 침대 가운데 꽃다발을 놓고 잠을 잤다. 마하가섭의 부모가 세상을 떠나고, 두 사람이 출가를 할 때까지 꽃다발은 한 번도 헝클어진 적이 없었다.

한번은 마하가섭이 한참 공부를 하고 있을 때, 곁에서 아내가 깊이 잠들어 있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 검은 빛이 도는 독사 한 마리가 침대 밑에서 나와 혀를 날름거렸다. 팔 하나를 침대 밖으로 늘어뜨린 채 단잠에 빠진 아내와 독사의 거리가 가까워 금방이라도 물릴 것 같았다. 그 상황을 발견한 마하가섭은 급히 옷을 벗어서 옷으로 아내의 팔을 잡아 침대 위로 올려 주었다. 혹시라도 맨살이 닿지 않도록 주의를 한 것이다.

그러나 그 바람에 잠에서 깬 아내는 옷을 벗고 있는 마하가섭을 보고는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는 마하가섭이 이제까지의 약속을 어기고 욕망을 누리고 싶어 했다고 생각해 근엄하게 꾸짖었다. 마하가섭은 아무 설명이나 변명도 하지 않은 채 묵묵히 아내의 책망을 들었다. 후에 마하가섭이 독사로부터 자신을 구해주었으며, 맨살을 닿지 않기 위해 옷을 벗어 팔을 올려 주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내는 그의 인품을 더욱 존경하게 되었다. 하물며 오해를 하여 비난하는 자신에게 한 마디 변명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 큰 존경의 마음이 솟구쳤다.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오해를 풀며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저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자기 수행’을 게을리 하지 않음으로서 상대방을 존중하는, 다른 부부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런 생활이 12년 동안 계속되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마하가섭의 부모가 세상을 떠났을 때, 장례를 치른 뒤에 두 사람이 가장 먼저 한 것은 서로의 머리를 깎아 준 것이었다. 드디어 출가의 시간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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