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제자 중 생사를 벗어나 사과(四果)를 이룩하고 최고의 경지인 열반에 든 아라한이 1200명이었다고 한다. 그 가운데서도 뛰어난 ‘아라한’이 500명이었다고 하며 그 중에서도 으뜸이었던 10분을 10대제자라고 부른다. 아라한이 된 제자 1200명 중 뛰어난 500명 안에 들어가기까지 경쟁률은 약 2.4:1, 둘이나 셋 중의 한 명이었다. 하지만 그 500명 중에서 10대 제자 안에 들려면 50:1이라는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처음 1200명의 아라한 중에서 으뜸가는 10명이라고 하면 120:1이라는 엄청난 경쟁률이다. 이 정도라면 지옥 같다거나 살인적이라고 불리는 입시나 취업 경쟁률을 너끈히 뛰어넘을 정도가 아닐 수 없다. 그러니 10대 제자라고 불리는 분들은 두말할 것 없이 최고 중의 최고라고 할 수 있다.


<꽃보다 남자>의 F4를 닮은 마하가섭, 아난, 사리불, 목건련
하지만 2명만 모여도 알게 모르게 승부근성이 발휘되고, 비교하게 되는 것이 본능이다. 그런 중생의 본능에 충실한 시선으로 보았을 때 10대 제자 중에서도 유독 두드러지는 인물이 4명이 있으니 가히 10대 제자 중의 ‘F4(만화 <꽃보다 남자>에 등장하는 말로 작품의 배경이 되는 고등학교에서 월등하게 뛰어난 미모와 권력과 부유함을 꽃미남 4명을 일컫는 말)’라고 할만하다. 재미있는 것은 이 'F4' 중에서도 다시 두드러지는 2명의 남자가 있다.

앞서 소개했던 사리불과 목건련은 상수제자이자 실질적으로 부처님의 뜻을 알고 승단을 이끌었던 쌍두마차라 할 수 있으니 당연히 10대 제자 중 F4에 들어간다. 하지만 이들은 두드러지는 2명에 속하지는 않는다. 지금 소개하려는 마하가섭이야말로 부처님의 제자로서의 존재감이며 지위를 비롯하고, 출가 전 집안이며 환경 등을 두루 고려했을 때 F4의 압도적인 리더, 구준표(한국에서 제작된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등장한 ‘한국형’ 이름. 원작의 이름은 ‘도묘지 츠카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잘 생긴 외모로 유명한 아난은 F4 중에서 ‘구준표’와 전혀 다른 부드러운 매력과 사랑의 라이벌로 주인공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렸던 ‘윤지후(원작의 이름은 ‘하나자와 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마하가섭, 아난, 사리불, 목건련은 10대 제자 중에서 지혜, 신통, 수행, 포교뿐만 아니라 활약이며 인지도, 출가 전 출신배경, 외모 등에 있어서도 의심의 여지가 없는 F4라고 할 수 있다. 구준표와 윤지후가 같은 F4의 멤버였으면서도 때로 대립하고 티격태격 하는 관계인 것처럼 마하가섭과 아난도 가장 가까우면서도 은근히 예민한 관계였다.


F4의 리더, 구준표와 마하가섭의 공통점
마하가섭이 얼마나 F4의 리더, 구준표와 닮았는지, 얼마나 압도적인 존재감을 지닌 인물이었는지를 비교해보기 위해서는 먼저 그가 출가하기 전의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마하가섭은 빔비사라왕이 다스리던 시절, 마가다국의 서울 라자가하(왕사성)에서 그리 멀지 않은 마하사타라 마을에서 이름 높은 바라문의 외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마가다국에서도 제일가는 부호 느야그로다(Nyagrodha) 바라문이었는데 그 부유함의 정도가 마가다국 국내 장자(경제력과 사회적 지위 그리고 선량함과 덕을 모두 갖춘 오늘날의 ‘명망 높은 재벌’) 수준이 아니라 중인도 전체를 통틀어서도 손꼽힐 정도였다. 부처님의 제자 중에는 부처님보다 신분이 높은 바라문을 비롯하여 왕과 장자 등 권력과 지위와 재력을 갖춘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 중에서 꼽았을 때에도 마하가섭의 집안은 압도적이었다.

마하가섭의 탄생은 부처님의 탄생과 비슷한 점이 많은데, 부처님의 생모이신 마야부인이 산달이 가까워오자 아이를 낳기 위해 친정으로 가던 중 진통을 느껴 보리수 아래에 산실을 마련하고 왕자 싯다르타를 낳았던 것처럼 마하가섭도 나무 아래서 태어났다. 마하가섭의 어머니는 산달이 가까워진 어느 날, 정원을 산책하던 중 진통을 느꼈다. 그래서 근처에 있는 커다란 핍팔라(pippala:畢鉢羅) 나무 그늘에 앉아서 휴식을 취했다. 그때 공중에서 홀연히 하늘의 옷(天衣)이 내려워 나뭇가지에 걸쳐졌고 자연스럽게 산실이 마련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하가섭이 태어났다.


승단을 이끈 압도적인 카리스마의 비결
그의 어머니가 잠시 휴식을 취하던 중, 마하가섭을 낳은 핍팔라(pippala:畢鉢羅) 나무는 칠엽수(七葉樹)로 그 근처에 커다란 굴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 굴을 핍팔라 굴, 즉 칠엽굴(七葉窟)이라고 했는데 이 굴이 훗날 부처님이 반열반에 드신 후, 500명의 장로들이 모여 제1차 결집을 했던 장소로 유명한 바로 그 굴이다. 정원 부근에 500명이 모일 정도로 커다란 굴이 있다니, 마하가섭의 어머니가 집안이 아니라 정원에서 그를 낳았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단박에 와 닿는다. 아마도 진통을 느낀 후, 곧바로 집안으로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정원이 크고 넓었던 것이리라.

부처님의 의발을 이어받아 결집을 주도한 사람이 마하가섭이었다. 그가 일사천리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500명의 인원이 모여서 밤낮없이 회의를 할 편안하고 적절한 장소를 제공하고, 그 뒷바라지를 살뜰하게 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도 종종 드라마나 영화에서 부자들이 모여서 화려하게 가든파티를 하는 모습이 나오곤 한다. 결집은 결코 파티도 아니고 화려하지도 않았겠지만 자신의 집 안마당에 500명을 초대할 수 있는 남자는 오늘날에도 그리 흔치 않다. 출가 후, 재산을 정리하고 두타행(頭陀行)을 즐기며 물질적인 것을 철저하게 벗어났던 마하가섭이었지만 그의 집안과 재산은 부처님의 뒤를 이어 그가 승단을 이끌어 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이다.

500명의 장로를 결집시키고 밤낮으로 회의를 하는, 감히 엄두가 나지 않았을 일을 그토록 쉽게 해낸 마하가섭을 떠올릴 때면 재력이 주는 자유와 카리스마를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생각한 것을 곧바로 현실에서 실천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엄청난 ‘부자집 아들’이라는 마하가섭의 출신이 멋지고 부러운 것을 넘어 그의 존재가 승단에게도 얼마나 다행이었는지를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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