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
아민 말루프 지음, 이원희 옮김 / 정신세계사 / 1996년 9월
평점 :
품절


2002년 초겨울 쯤에 읽은 책일 거다, <마니>는.
생각보다 재밌었다. 유럽...아마 프랑스 작가가 쓴 책이었던 듯.
지금은 기억이 아른거리는데 책상정리를 하다 옛날 노트에서
<마니>의 몇 구절을 적어놓은 것을 발견했다.
정리를 위해 노트는 버려야하지만, 일부러 적어놓은 구절까지
버리기 아쉬워...이렇게 내 게시판에 옮겨 놓기로 했다.
그럼 첫번째 구절부터 시작! ㅋ

1.
너한테 몇가지 감춘 것은 있어도 거짓말은 하지 않았어.
내가 자두나무에 핀 꽃을 보고 "저기 자두가 있네" 하고 말하면
그게 거짓말이라고 할 수 있니? 그것은 절대 거짓말이 아니야.
난 단지 계절의 진리를 앞서 말한 것 뿐이라고.


2.
음식을 두고 깨끗하니 깨끗하지 않으니 하고 말하는 것은
어리석음일 뿐입니다.
인간을 두고 깨끗하니 깨끗하지 않으니 하고 말하는 것 역시
어리석음일 뿐입니다.
존재하는 모든 창조물과 무든 인간에게는 빛과 어둠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3.
참은 참이고 거짓은 거짓이니
여러분의 의견이나 제 의견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4.
우주의 법칙은 율법학자로 구성된 위원회가 결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려분이 어찌 우주의 법칙을 수정할 수 있겠습니까.


5.
저는 그분의 뜻에 질문하지 않습니다.
그분이 저를 선택하셨기 때문입니다.


신이 아닌 인간 마니의 이야기.
그러나 마니의 이름은 종교가 되었다.

마니는 어린시절 한 종교에 빠진 아버지에게 이끌려
속세와 동떨어진 채 그 집단 내에서, 강요당하며 살아야 했다.
종교적으로 비범한 인간이었기에 마니는 힘들었을 것이다.
마니의 아버지는 마침내 아들의 철학을 신봉하며 수행하는 사람이
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마니에게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했다.
마니는 그 시절을 잊지 않고 회상하며 어록을 남겼다.


그들 속에서 나는 지혜롭고 슬기롭게 대처하며 살았다.
나의 메시지는 동방세계와 사람이 살고있는
전세계의 구석구석까지 전해질 것이다.
나는 인류의 가슴에 영원히 남길 말을 하려고
바빌로니아에서 왔다.
나를 유심히 바라보고, 내 모습이 실증이 나도록 보아 두어라.
이 모습의 나를 다시는 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니라.  

 

 

태초에 두개의 세계, 즉 빛의 세계와 어둠의 세계가
따로 떨어져 있었습니다.
빛의 정원에 있는 것들은 모두 지혜로운 것들이었고,
암흑의 정원에는 권력욕, 독재욕 같은 무지의 욕심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별안간 두 세계의 경계 부근에서 엄청난 충돌이 일어났지요.
그리하여 빛의 조각들이 어둠의 조각들과 섞이면서
수만은 종류의 것들이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하늘, 물, 자연, 인간 등의 창조물은 이렇게 해서 생겨난 것입니다.
모든 존개 안에는 모든 사물과 마찬가지로 빛과 암흑이 함께
뒤섞여 있습니다. 여러분께서 깨무는 대추의 살은 여러분의 육신을
살찌우지만 달콤한 맛과 향기는 여러분의 정신을 살찌웁니다.
여러분 안에 있는 빛은 아름다움과 지식을 양식으로 삼고 있으니
그 점을 명심해서 육신을 살찌우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의 감각은 아름다움을 보고, 만지고, 냄새맡고, 맛을 느끼고,
듣고 생각하기 위해서 있는 것입니다.
형제들이여, 여러분의 오감은 빛의 증류기이니
향기, 음악, 색깔에 경의를 표하고 악취, 악담, 더러움을
너그럽게 볼 수 있는 마음을 키우십시오.


역대 종교지도자들 중에서 드물게 마니에게는 여인이 있었다.
말씀을 전하기 위해 유랑하던 마니가 어떤 마을에서 보고
선택한 여인이었다. 그녀는 마니의 충실한 동반자가 되었다.
마니는 그녀의 머리를 매일 빗기고 땋아준다.
난 참 신기했다.   

 

 

 

마니가 설법을 할 때 아버지가 항상 그를 수행한다. 제자처럼.
다른 종교 지도자들과 판이하게 다른 마니의 삶.
하지만 이 부자 역시 어느 순간 갈등은 생긴다.
이때 마니와 아버지의 대화.

아버지가 말한다>

"내 살과 피에서 네가 나왔다는 것을 잊었느냐?"

마니의 대답>

"한 남자가 나의 아버지라며 나타나기에는 이제 너무 늦었습니다. 우리가 애초에 한 몸으로 시작된 것은 숙명이지만 이제는 당신이라도 제가 가는 길을 막는 장애물이 될 수는 없습니다"

대단히 명료한 대답이었다.
마니의 아버지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다.
언젠가 부모가 몹시 원망되는 날, 이 말을 외워두었던 적이 있다.
잊고 있었는데 마니의 대답은 여전히 번개보다 강렬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