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로병사(生老病死)를 비롯하여 모든 번뇌와 집착, 괴로움을 떠난 아라한이었지만 목건련 역시 한 어미의 아들이었다. 본디 효자(孝子)인 그는 어머니가 죽어서 지옥에 떨어졌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괴로웠다. 게다가 뛰어난 신통력을 갖춘 바람에 어머니가 지옥에서 고통 받는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고 그 고통의 원인까지도 한 치의 가감도 없이 스승인 부처님께 들었다. 그의 어머니가 아귀지옥에서 고통 받는 것은 정확한 인과(因果)였고 과보였다.


지옥에서 어머니를 구원한 아들 그리고 우란분절의 기원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도저히 그는 어머니의 고통을 지켜보고 있을 수가 없던 목건련은 부처님께 어머니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여쭈어보았다. 하지만 대답은 절망적이었다.

“목건련아, 네 어미의 죄는 너무 크고 무거워서 네가 어떤 신통력이 있다 하더라도 결코 대신하거나 구제할 수 없을 것이다. 너의 효심(孝心)이 아무리 넘친다 하여도 삼보(부처님(佛)과 부처님의 가르침(法)과 부처님의 제자인 승려(僧)를 일컫는 말)를 비방한 어미의 죄는 어찌할 수 없다. 그러나......”

가슴이 아프고 목이 메여와 아무 말도 하지 못하던 목건련이 ‘그러나’라는 부처님의 목소리를 듣자 갑자기 얼굴을 번쩍 들고 부처님을 바라보았다.

“네가 너무나 측은하여 내가 한 가지 방법을 가르쳐 주겠다.”

과연 목건련은 부처님의 상수제자였다. 부처님은 자신이 각별하게 아끼는 제자가 청한 도움을 외면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쩌면 그가 아마도 평생을 짊어지고 갈지 모를 슬픔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일러주었다.

“시방(十方)의 출가 대중들에게 지성으로 공양을 하라. 그러면 삼보에 공양한 공덕의 힘으로 네 어미의 죄가 가벼워져서 아귀지옥은 면할 수 있을 것이다.”

아귀지옥을 면할 수 있다는 부처님의 말씀에 절망으로 가득했던 목건련의 눈이 작게나마 희망을 찾은 듯 빛나기 시작했다.

“그럼 언제 어떤 방법으로 대중공양을 올라면 되겠습니까?”

목건련이 물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출가 사문들이 하안거를 마치고 자유스러운 수행에 들어가는 음력 보름 7월 15일에 진수성찬과 그 해에 농사지은 신선한 햇과일들을 마련하여 정성껏 공양하면, 그 공덕으로 인해 일곱 생 동안의 선친과 현세의 부모들이 모두 재앙에서 벗어난다. 뿐만 아니라 현세의 부모들은 모든 액난(厄難)에서 벗어나 장수와 복을 누리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너는 앞으로 너의 어미를 위해 7월 보름, 출가 대중에게 공양하도록 하여라.”

부처님의 말씀을 들은 목건련은 매우 기뻐하였다. 그리고 7월 보름이 되었을 때, 잊지 않고 지극한 정성을 다해 과일과 음식을 마련하여 시방(十方)의 출가 대중들과 부처님께 공양을 올렸다. 그러자 그날로 목건련의 어머니는 아귀지옥에서 벗어났다. 아귀지옥에서 벗어났을 뿐 당장 천상에 간 것은 아니었지만 목건련은 그것만으로도 부처님께 크게 감사하였다. 그리고 매년 7월 보름날마다 대중공양을 올렸으며,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날 스님들에게 공양을 올리고 지옥에 떨어진 조상들의 천도를 기원하고 살아있는 부모의 복덕을 기원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또한 권장하였다.

이것이 바로 불교의 5대 명절 중 하나인 백중, 즉 우란분재(盂蘭盆齋-산스크리트어 ullambana를 한역한 것. 원래 뜻은 거꾸로 매달린 것을 풀어놓는다는 뜻으로 거꾸로 매달리는 것 같은 고통으로부터 죽은 사람을 구원하기 위해 행하는 천도재(薦度齋)를 말한다)의 유래이다.


효(孝), 종교를 뛰어넘어 아시아를 관통하는 대중적인 정서
지금도 음력 7월 15일에는 불자들은 천도재(薦度齋)를 올리고 대중공양을 한다. 목건련과 그의 어머니의 이야기가 기록된 우란분경(盂蘭盆經)은 중국에서 찬술되어 지금까지도 널리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목건련의 효심은 유교(儒敎)와도 상통하여 중국과 한국에서 불교가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는데 많은 공헌을 하였다.

또한 불교를 국교로 삼았던 신라나 고려시대의 경우 우란분절은 국가적인 행사이기도 했으며 유학(儒學)을 숭상하고 불교를 억압했던 조선시대에도 석가탄신일 연등일(음력 4월 8일)과 더불어 2대 명절로 자리 잡았다. 태어나는 사람은 누구나 자식이다. 그리고 부모님께 효도를 다하지 못했다는 후회는 시공을 초월하여 자식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밖에 없는 감정이다. 목건련이 죽은 어머니를 지옥에서 구해내는 이야기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모은 어렵고 난해한 경전 가운데에서 국가와 민족의 차이, 신분과 빈부의 차이, 남녀노소의 차이를 뛰어넘어 가장 대중적으로 다가온다.

목건련은 10대 제자 중에서도 출중하게 지혜롭고 자질이 훌륭하며 신통력까지 갖추어 우리에게 너무나 멀게만 인식될 수 있는 존재이다. 하지만 이토록 인간적인 정서와 감수성을 가지고 있으며, 측은한 한 명의 아들이 되어 부처님의 지혜를 구하고 또 마침내 실천했다는 점에서 그는 누구보다 친근한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여기서 더 나아가 자신이 어머니를 구원했던 방법을 기꺼이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방안이 우리가 실천하기에 결코 어렵지 않다는 점에서 고상하게만 여겨질 수 있는 아라한이라는 존재와 불법의 오묘함에 위력적인 대중성과 친화력을 부여한다.


오르페우스와 목건련
오르페우스는 세상을 떠난 에우리디케를 찾아 지옥에 가는 데에는 성공하지만 아내를 지옥에서 데리고 나오는데 실패했다. 하지만 실패함으로써 그의 사랑은 전설이 되었다. 목건련 또한 어머니를 찾아 지옥에 가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그토록 엄청난 신통력을 지니고도 고통 받는 어머니가 살아서 어떤 죄를 지었는지 찾는 데에는 실패한다. 하지만 그럼으로써 목건련은 부처님의 위신력을 증명한다. 그의 어머니의 과보는 살아서 부처님과 그의 제자들을 비방한 것이었다. 따라서 부처님만이 그녀를 구제할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여섯 가지 신통력을 부족함 없이 구족하고도 스승의 위신력을 한껏 드높이고, 신통력으로도 구제할 수 없던 어머니를 ‘특정한 날 출가사문에게 지극한 정성으로 대중공양을 올리는’ 순수한 노력으로 구원하였으며 ‘효(孝)’라는, 시공을 초월하여 오늘날까지도 가장 대중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이야기’의 주인공인 그는 단순한 신통력이 아닌 다양한 의미에서 부처님의 제자들 가운데 진정한 신통제일(神通第一)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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