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건련의 능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연달아 여섯 가지 신통력을 터득하였다. 여섯 가지 신통력이란 천안통(天眼通), 천이통(天耳通), 타심통(他心通), 숙명통(宿命通), 신족통(神足通), 누진통(漏盡通)을 말하는데 신통력은 좋은 의미에서 매우 비범하고 뛰어난 능력이긴 했지만 자칫 사용하는 자가 마음먹기에 따라서 악용될 수도 있다. 단적인 예로 사람들과 왕의 눈을 미혹시킨 제바달다의 신통력이 그러했다. 그런 일을 막고자 부처님은 신통력의 사용을 자제시키기도 하셨다.

하지만 목건련은 자신의 신통력을 오직 중생교화를 위해 꼭 필요할 때만 사용했을 뿐 악용된 적이 없었다. 심지어 그는 자신의 신통력을 이용하여 이 세상의 중생 뿐 아니라 천상과 지옥에 있는 중생까지 적극적으로 구제하고자 노력했다. 그렇기 때문에 부처님께서도 마음 놓고 '나의 제자 중에 신통 제일은 목건련이다(『증일아함경』)'라고 칭찬을 하실 수 있었을 것이다. 그는 오히려 자신이 지닌 신통력을 사용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알리고 교단을 유지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다.


비범한, 너무나 비범한 능력 육신통(六神通)을 갖추다
천안통(天眼通)은 육안으로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는 능력으로 단순히 멀리 있는 것까지 잘 보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눈에는 보이지 않는 차원을 뛰어넘은 세계마저 보는 눈을 말한다. 또 천이통(天耳通)은 보통 귀로는 들을 수 없는 것을 들을 수 있는 능력으로 천안통과 마찬가지로 대단히 뛰어난 청각을 지닌 것 뿐 아니라 이 세상 뿐 아니라 여러 세상의 온갖 소리를 모두 들을 수 있는 신비한 힘을 말한다. 이 두 가지가 그래도 직접 확인하고 또 그저 신기해 할 수 있는 능력이라면 뒤로 갈수록 능력의 범위는 점점 엄청나게 커진다.

눈과 귀를 넘어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타심통(他心通)과 전생을 알 수 있는 숙명통(宿命通)이 그것이다. 그저 보고, 듣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읽고 사람의 전생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부러우면서도 일순 오싹한 능력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신통력이란 요가 등의 선정 수행으로 어느 정도 단계에 오르다 보면 생겨나는 초인적인 능력이다. 그래서일까 요즘에도 요즘도 이런 능력을 가지고 세상을 농락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고 또 이런 능력을 지닌 사람들 중 스스로 감당하지 못하여 온전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 다음은 바로 신족통(神足通)으로 주위 환경을 마음대로 변화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는 대로 모습을 바꾸고 그곳이 어떤 곳이든 원하는 장소에 언제든지 도달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지금까지 말한 이 능력들은 부처님도 지니고 계셨던 것으로 경전에 등장하는 다양한 환상적인 요소들 역시 부처님이 지닌 신통력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10대 제자 중 목건련만이 신통력을 지니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교단의 화합을 깨뜨리려 했던 제바달다로 신통력을 가지고 있었고, 10대 제자 중 한 명인 아나율은 천안통(天眼通)을 가지고 있었고 목건련이 훗날 제도한 연화색 비구니는 수행 끝에 숙명통(宿命通)을 얻게 된다. 중요한 것은 그 신통력을 어떻게 사용하느냐다.

바로 이것이 마지막 신통력 누진통(漏盡通)을 지녔는가 아닌가로 나뉜다. 왜냐하면 누진통(漏盡通)을 제외한 다섯 가지는 다른 종교적 수행을 통해서도 도달할 수 있는 경지이기 때문이다. 누진통(漏盡通)은 번뇌를 스스로 끊을 수 있는 능력으로 아라한만이 갖출 수 있는 신통력이다. 또한 누진통(漏盡通)을 갖추게 되면 사바세계에서 결코 고통을 당하지 않는다. 이 마지막 신통력은 목건련이 스스로 열반을 선택함에 있어 결정적 역할을 했다. 훗날 그가 자신을 죽이고자 한 사람들에 대한 원한이나 증오의 마음 없이 기꺼이 순교의 길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아라한만이 지닐 수 있는 누진통(漏盡通) 덕분이었다. 
 
 
신과 인간 사이를 소통하며 교단의 홍보와 대중성을 담당하다
목건련의 신통력에 대한 이야기 중 가장 유쾌한 것은 부처님을 뵙기 위해 33천에 올랐다가 제석천을 골탕 먹인 이야기이다. 부처님이 돌아가신 어머님이 계신 천상으로 설법을 하러 가셨을 때 많은 비구들이 부처님을 그리워하자 신통력을 지닌 목건련은 그들의 마음을 읽고 비구들을 대표하여 부처님을 모셔오기 위해 천상에 갔다. 그때 다른 신들과 함께 부처님으로부터 집착을 버림으로써 해탈로 들어서는 이치를 접한 제석천왕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이해했다는 생각에 뿌듯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래서 우쭐한 마음으로 거처인 도리천으로 돌아갔다가 천상에 온 목건련을 만나게 되었다.

목건련이 부처님의 상수제자임을 알고 있던 제석천왕은 자신 또한 이제 부처님의 가르침을 알고 있다는 거만한 마음이 들어 그를 불렀다. 그때 제석천왕은 500명의 천녀들과 못에서 목욕을 하고 있었는데 자신의 거처와 누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목건련에게 신나게 자랑하였다. 그러자 목건련은 그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았다는 것조차 자랑거리로 여기고 또한 지나치게 부귀영화와 아름다움에 집착함을 알고는 이를 깨우쳐 주기 위해 신통력을 부려 엄지발가락으로 누각을 쳤다. 그러자 누각이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흔들렸고 이에 500천녀들은 서둘러 그곳을 빠져나갔다.

역시 누군가를 골탕 먹이는 이야기는 통쾌함을 줄 뿐 아니라 부처님의 제자가 제석천왕(옥황상제)보다 뛰어나다는 교훈으로 중생을 교화하기에도 그만이다. 아무리 그래도 천상의 주인이자 신들의 왕인 제석천왕을 발가락 하나로 비웃어 줄 정도의 신통력이라니 싶지만 한편으로는 이 정도는 되어야 중생들에게 이야기를 할 때 제대로 인식이 되었을 것이다. 또한 항상 느끼는 바이지만 수많은 몸 개그를 선보이며 망가지는 것에 개의치 않고 부처님의 위대함을 알리는데 다양한 역할을 하는 제석천왕이야말로 포교의 1등 공신이라고 할 수 있다. 하여튼 목건련은 이렇게 천계와 인간계를 모두 소통하는 신통을 구비한 부처님 제자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존재이다.

목건련의 신통력은 천상에만 발휘되지 않았다. 원하는 곳에 언제든지 마음대로 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던 그는 천상은 물론 지옥에도 다녀온다. 목건련이 이승과 저승 그리고 천상을 넘나들었던 이야기는 오디세이보다 흥미로울 뿐 아니라 ‘효(孝)’라는 주제를 가지고 있어 대중성이 뛰어난 것은 물론 교훈까지 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목건련이 지옥에 다녀오는 이야기는 다음 편에 계속된다.  
  
 
글 : 조민기(작가) gora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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