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과 제자들의 인연은 전생부터 이어져 온 경우가 많은데 특히 상수제자인 사리불과 목건련 그리고 초전법륜을 굴리셨던 녹야원에서 만난 다섯 명의 비구는 매우 각별한 사연을 가지고 있다. 부처님이 사슴, 원숭이 등으로 태어나며 수생에 걸쳐 부처가 되기 위해 수행을 계속하던 시절, 새끼를 낳고 굶주린 어미 사자에게 스스로 몸을 던진 적이 있었다. 그런 지극한 공덕으로 부처님께서는 몇 생을 앞당겨 세상에 태어나게 되었다.

그때 굶주린 어미 호랑이가 낳은 일곱 마리의 새끼 호랑이들 역시 훗날 인간으로 태어나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다. 그들이 바로 바로 상수제자인 사리불과 목건련 그리고 녹야원에서 첫 가르침을 받은 다섯 명의 비구이다. 그러고 보면 사리불이 그 다섯 명의 비구 중 한 사람인 앗사지 비구를 만나 부처님께 귀의하게 된 것도 다 전생의 인연이 아닌가 싶다. 또한 목건련과 사리불이 비록 피를 나누지는 않았으나 평생을 형제보다 더한 친구로 함께했던 것도 어떻게 보면 전생에 한 뱃속에서 태어난 형제였던 인연 덕분일 수도 있다.


사리불과 함께 수재로 불리던 어린 시절
목건련은 마가다국 왕사성 근처의 콜리타(Kolita)라는 마을에 한 부유한 바라문의 외동아들로 태어났다. 당시 바라문 중에는 종종 왕으로부터 마을을 다스릴 권한을 받는 경우가 있었는데 목건련의 아버지 역시 그랬다. 그런 마을과 그 마을을 다스리는 바라문의 이름은 대게 일치했는데 그 예로 목건련의 아버지의 이름은 마을 이름과 같이 ‘콜리타(Kolita)’였고, 아버지의 뒤를 이어야 하는 외동아들 목건련의 이름 또한 아버지와 같은 ‘콜리타(Kolita)’였다.

어린 콜리타(훗날의 목건련)는 바라문 출신이라는 신분적인 지위와 부유한 가정환경 그리고 외동아들로써의 특권을 마음껏 누리며 성장하였다. 4가지 베다를 비롯한 고도의 학문 세계를 충분하게 학습하면서 그는 점차 빼어난 자질을 발휘하였다. 어린 나이에 뛰어난 지성과 지혜를 갖춘 그는 이내 콜리타 마을의 자랑이 되었고 인근 마을에서 마찬가지로 비범하기로 소문난 또래의 소년 우파티샤(훗날의 사리불)과 만나 우정을 키워나갔다.

외동아들이었던 콜리타가 보기에 우파티샤는 여덟 형제 중 장남답게 책임감이 남달랐고 항상 생각하는 것이며 행동하는 것이 자신보다 어른스럽고 의젓했다. 게다가 함께 학문이나 인생, 진리에 대하여 진지하게 토론할 때면 누구보다 지혜로웠다. 형제가 없는 콜리타는 우파티샤와의 우정을 무엇보다 소중하게 생각했고 그것은 소년에서 청년으로 성장한 후에도 변치 않았다.


출가에서 부처님 제자 되기까지 ‘친구 따라’ 인생
우파티샤에 대한 콜리타의 신뢰는 절대적이었는데 어느 날 산정제 참가 이후 우파티샤가 출가를 결심하고 그에게 함께 출가할 것을 권유하자 두말없이 따랐을 정도였다. 우파티샤의 부모는 장남을 포함하여 아들이 여덟이나 있었지만 출가를 반대하였다. 결국 우파티샤는 일주일간의 단식 끝에 출가를 허락받았다. 하지만 콜리타의 경우, 외동아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출가에 크게 반대하였다는 이야기는 없다. 어쨌든 두 아들 모두 부모에게 있어 출가시키기에 너무나 아까운 자식들이었음이 분명하다.

그들의 자질은 출가 후에도 빛을 발했다. 콜리타는 우파티샤와 함께 수도 라자가하에서 논사로 이름을 날리던 자야 벨라티 푸트라(Sanjaya belrati putra)의 문하에 들어간 지 7일 만에 스승의 가르침을 모두 터득했다. 두 사람은 동시에 제자에서 선생이 되어, 스승 산자야의 문하에 있는 250명의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맡게 되었다. 그러던 중 스승의 가르침에서 진리를 찾지 못해 고민하던 우파티샤가 운명처럼 앗사지 비구를 만나 그에게서 부처님의 가르침과 부처님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앗사지 비구와의 짧은 만남을 통해 우파티샤는 부처님의 가르침이야말로 자신과 콜리타가 늘 찾아 헤맸던 진리의 말씀이라고 확신했다. 그리고는 당장에 콜리타에게 달려와 부처님의 제자가 되자고 권했다. 이번에도 콜리타는 두말없이 친구의 말을 따랐다.

산자야는 두 사람을 말렸지만 우파티샤의 결심은 단호했고, 콜리타의 생각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우파티샤와 같았다. 결국 두 사람은 부처님이 계신 곳으로 향했고, 스승을 대신하여 그들이 지도했던 250명의 제자들이 산자야 대신 두 사람을 따라 부처님이 계신 곳으로 걸음을 함께했다. 그리고 마침내 부처님 앞에 도착했을 때, 부처님께서는 미소로 두 사람을 받아주셨다.

부처님께 귀의한 후, 콜리타는 어머니의 이름(Maudgaly)을 따서 목갈라나(Maudgalyayana)라 불렸고 우파티샤 역시 어머니의 이름(Rupasari)을 따서 샤리푸트라(Sariputra)로 불리게 되었다. 출가 전에는 마을의 이름(콜리타)과 똑같은 아버지의 이름(콜리타)을 그대로 물려받았던 외동아들은 출가 후, 부처님께 귀의한 다음 어머니의 이름을 따서 부처님의 제자로써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되었다.


질투는 나의 힘, 상수제자의 길
부처님은 목건련과 사리불을 제자로 받으며 곧장 상수제자의 자리를 내리셨기 때문에 다른 비구들의 반발이 심하였다. 하지만 목건련은 거만한 자세가 아닌 겸손한 마음가짐으로 그들을 비난하기보다 맹렬하게 수행하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터득했다. 그 결과 한달 남짓한 시간 만에 번뇌를 끊고 진리를 터득하여 아라한의 자리에 올랐다. 이토록 빠른 깨우침과 탁월한 자질 그리고 항상 자신을 낮추는 모습을 통해 그보다 일찍 부처님께 귀의했던 비구들로부터는 차츰 불만이 잦아들었다.

사실 어디에나 빼어난 사람은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을 질투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예를 들어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보다 어렵다는 취업의 문을 뚫고 온갖 노력 끝에 취직을 했는데 갑자기 낙하산으로 누군가 들어왔다고 생각해보라. 얼마나 화가 나겠는가. 차라리 실력이나 능력이 형편없으면 앞에서나 뒤에서나 놀리고 무시라도 할 텐데 그 낙하산이 실력까지 월등해버리면, 게다가 겸손까지 하다면 불만이 쌓여도 할 말이 없기 마련이다.

먼저 출가한 비구들이 사리불과 목건련을 비방하며 불만을 제기한 이야기를 볼 때마다 출가자나 재가자나, 옛 사람이나 요즘 사람이나 조직 생활에 있어서 구조란 참 변치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목건련은 실력, 외모, 인간성 3박자를 모두 갖춘 멋진 특채였던 것이 분명하다.  
 
 글 : 조민기(작가) gora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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