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왕위에 오른 소백은 자신이 왕위를 계승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포숙아를 재상에 임명했다. 그러자 포숙아는 극구 거절하며 활을 쏘아 소백을 죽이려 했던 관중을 재상에 천거했다. 소백이 거절하자 포숙아가 말했다.

“나라를 다스리는 일에 있어서 신은 결코 관중을 따를 수 없습니다. 그는 너그럽고 인자하며 충실하고 진실할 뿐 아니라 국가의 제반 제도를 규범화하고 제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군대를 다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에게는 이런 능력들이 구비되어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나라를 잘 다스리려면 반드시 관중을 재상으로 삼아야 합니다.”

군주인 소백에게 그를 죽으려 했던 관중을 이토록 적극적으로 추대하다니 실로 목숨을 건 천거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결국 진심을 다해 호소하는 포숙아의 마음과 원한에 연연하지 않은 채 인재를 등용할 줄 알았던 소백의 멋진 결단력이 더해져 관중은 완전히 바뀐 삶을 살게 되었다. 죽을 날을 기다리는 죄수에서 제나라의 재상이 된 것이다. 관중이 재상이 되자 포숙아는 기꺼이 그의 밑에서 일하기를 자청했다. 이는 패배자가 재상이 되고 승리자가 재상의 비서가 된, 실로 파격적인 인사 조치였다.


함께 있을 때 더욱 빛났던 남자들
포숙아는 관중의 능력이 어떤 자리에서 가장 빛나게 발휘될 수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았고 그런 관중을 위해 또 관중과 함께 일할 때 자신이 해야 할 일과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고 있었던 것이다. 완벽하게 마음이 맞는 두 사람이 힘을 합쳐 국사를 돌보니 제나라는 점차 강성해졌다.

이 부분을 볼 때면 동시에 귀의를 했을때 비구들에게 사리불을 생모(生母)로, 목건련을 양모(養母)로 여기라 하셨던 부처님의 말씀을 가감없이 기쁘게 받아들였던 목건련의 마음이 자꾸만 생각난다. 그는 아마도 오랜 시간 함께 지내면서 사리불이 자신보다 지혜롭다는 것을, 사리불의 역할과 자신의 역할이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지 않았을까.

사리불과 목건련은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만큼 출중한 수행자이자 부처님의 제자이지만 확실히 차이는 경전 속에서 보면 이들을 대하는 부처님의 태도는 확실하게 다르다. 사리불은 결단코 자랑스럽고 사랑하며 대견한 부처님의 수제자요, 장남이라면 목건련은 분명 신통력이 뛰어나며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을 많이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존재감 자체로 보면 사리불을 훌륭하게 보좌해주며 교단을 이끄는 역할이다. 부처님의 수많은 제자들 중 딱 사리불과 목건련 두 사람만 놓고 본다면 누가 봐도 목건련은 주연이 아닌 조연인 셈이다.

같이 출가하여 같이 수행하였고, ‘신통력’이라는 시각적으로 가장 효과적으로 사람들을 제도할 수 있는 탁월한 능력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칭찬 받지도 못했던 목건련이 그와 반대로 ‘칭찬 덩어리’인 사리불을 한시도 질투하지 않았다는 것은 정말 놀랍다.


나를 낳은 부모님보다 나를 알아준 것은 오직 한 사람
사리불이 목건련과 함께 44년간 교단을 이끌며 수많은 외도들로 득실거리는 곳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연꽃처럼 오롯하고 아름답게 수호했던 것처럼 관중 또한 포숙아와 함께 40년간 재상을 지내며 제나라를 춘추시대 최고의 강대국으로 이끌었으며 소백(훗날 환공)을 패자로 만들었다. 또한 관중 자신도 춘추전국 시대 가장 현명했던 재상으로 널리 인정을 받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 마침내 포숙아가 먼저 세상을 떠났을 때 관중은 그의 무덤 앞에서 눈물을 그치지 못했다. 그리고는 “나를 낳은 것은 부모님이시지만 나를 알아준 것은 오직 포숙아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 한 마디 또한 사리불과 목건련의 이야기와 닮아 있다.

목건련은 사리불이 어머니와 유난히 각별하고도 좋은 인연을 지녔던 것과 정 반대였다. 목건련의 어머니는 그토록 출중한 자식을 둔 부모치고 정말 특출 난 사람이었다. 사리불의 어머니는 장수(長壽)하여 사리불의 열반을 손수 준비해주고, 아들로부터 마지막 법문을 듣고 깨달음을 얻지만 목건련의 어머니는 악업을 끝도 없이 지어 아들보다 일찍 세상을 떠난 것은 물로 죽어서 아귀도에 떨어진다. 그 어머니를 구제하기 위한 목건련의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인데 이것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두 사람의 부모님은 인품이나 선근의 차이가 혁혁하다.

만약 “나를 낳은 것은 부모님이시지만 나를 알아준 것은 오직 포숙아 뿐이다.”라는 관중의 말을 목건련이 들었더라면 그도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낳은 것은 부모님이시지만 나를 알아준 것은 오직 사리불 뿐이다.”라고 외쳤을지도 모른다.

목건련의 출가와 수행, 귀의에는 늘 사리불이 함께했다. 아니 사리불이 가는 곳에 목건련이 늘 함께했다고도 할 수 있다. 아마도 목건련의 부모는 절대 이해하지 못했던 그가 가고픈 곳, 하고픈 일을 사리불만큼은 알고 있었고, 목건련이 용기를 내어 스스로 원하는 길을 걸을 수 있도록 함께 가자고 손을 내밀어 준 것이 아닐까 싶다. 또한 그것이 이들의 우정이 아름다운 이유일 것이다.

부처님을 만나 수제자가 되고 또 아라한이 되었지만 부모를 비롯하여 피할 수 없는 업을 지니고 태어나 그것을 완전히 받아들이고 열반을 이룬 목건련의 진짜 이야기는 다음 회부터 시작된다. 
 
 
글 : 조민기(작가) gora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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