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이별의 말을 마친 사리불은 쿤티 사미 한 명을 데리고 어머니가 살고 있는 고향을 향해 떠났다. 그동안 사리불을 사모하며 존경해온 비구들이 뒤를 따르려 했지만 사리불은 정진에 방해가 되는 그런 미련을 기뻐하지 않았다. 결국 남은 사람들은 죽림정사 입구에서 사리불과 쿤티 사미가 떠나는 모습을 오래도록 지켜보는 것으로 이승에서의 마지막 이별의 아쉬움을 달랬다.


귀향 그리고 어머니와 아들
베르바나(죽림정사)에서 나온 사리불은 쿤티 사미 한 명만을 데리고 고향으로 향했다. 수도 라자가하(왕사성) 근처에 있는 그의 고향에는 100살이 다 되어가는 어머니가 아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는 어머니를 떠올리며 늙고 지친 다리를 움직였다. 마침내 고향 마을 근처에 도착한 사리불은 잠시 쉬기 위해 나무 아래 앉았다. 쿤티 사미는 묵묵히 사리불의 곁을 지켰다.
그 때 그곳을 지나가던 한 젊은이가 사리불을 보고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사리불의 고향은 그의 아버지가 다스리는 마을이었고, 사리불이 외삼촌을 비롯하여 그의 동생들과 함께 부처님께 귀의한 것은 너무나 유명한 일이었기 때문에 고향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마침 그에게 인사를 건넨 젊은이는 바로 사리불의 친조카인 우파알리푸타였다.
사리불은 조카를 불러 자신의 어머니가 집에 계신지, 건강하신지 물어본 뒤 먼저 가서 자신이 태어난 방을 치워 놓아 달라는 말을 전해줄 것을 부탁했다. 우파알리푸타는 존경하며 우러러보던 백부가 고향에 돌아온 것이 기뻐 얼른 집으로 뛰어갔다. 하지만 그는 사리불이 왜 고향에 돌아왔는지는 알지 못했다. 한편 100살이 다 되어가는 사리불의 어머니는 우파알리푸타의 말을 듣고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손수 아들의 방에 들어가 청소를 하였다. 그러자 집안사람들이 모두 나서서 서로 도와 어느덧 방은 금세 깨끗하게 정리 되었다.
해가 질 무렵 마침내 사리불이 집 안에 들어왔다. 태어나서부터 줄곧 너무나 총명하고 출중하여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장남이 출가를 하겠다고 했을 때, 사리불의 어머니는 눈앞이 캄캄했지만 그 후에도 줄곧 사리불이 태어나고 자란 방을 비워두고 있었다. 어머니의 눈에 사리불은 깨달음을 얻은 아라한이기에 앞서 손수 낳아 기른 아들이었다.

“어머니”

자신을 부르는 아들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사리불의 어머니는 목이 메었다.

“잘 돌아왔다. 아들아”

간신히 아들의 이름을 부른 사리불의 어머니는 그를 곧 방으로 안내했다. 사리불이 태어났던 바로 그 방이었다.

어머니, 저는 조용히 열반에 들기 위하여 돌아왔습니다.
사리불은 발을 씻고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 들어간 순간, 긴장이 풀리면서 기침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쇄약해진 사리불의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깜짝 놀랐지만 쿤티 사미는 침착하게 사리불을 간호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100살이 다 된 늙은 어머니 역시 놀라움에 앞서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일흔을 바라보는 늙은 아들의 등을 두드리며 어루만져 주었다.

“아들아, 괴롭지 않느냐?”

“이제 괜찮습니다. 이것은 육신의 괴로움일 뿐 저에게는 괴로운 것도 두려운 것도 없습니다. 저의 스승은 부처님이십니다. 그분의 가르침을 받은 저는 생사의 고해에서 해탈하고 있답니다.”

사리불은 한결 편안한 얼굴로 대답했다. 사리불의 어머니는 조용히 아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사리불은 계속하여 말했다.

“부처님의 모든 높은 제자는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기 전에 열반에 들게 되어 있답니다.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어머니, 저는 열반에 들기 위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아무런 걱정도 마십시오. 인간은 누구나 죽습니다. 모든 괴로움에서 해탈하여 열반에 드는 자만큼 행복한 사람은 없답니다.”

바라문 중에서도 뛰어난 논사였던 아버지 밑에서 자랐고, 또 그 아버지를 이길 만큼 뛰어난 학식과 언변을 지닌 남편과 결혼하였으며, 또한 하나같이 뛰어난 여덟 명의 아들을 낳아서 키운 사리불의 어머니는 매우 총명한 여자였다. 또한 나이가 들어서도 그 총명함이 조금도 시들지 않았다. 그녀는 곧 아들의 말을 이해하였다. 그리고는 슬픔을 억누르며 맑은 얼굴과 담담한 목소리로 아들에게 말했다.

“참으로 너의 말과 같다. 미혹함이 없이 열반에 들 수 있는 자는 행복한 사람이니라. 이 어미는 네가 적정 속에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감사합니다. 어머니.”

말을 마친 사리불의 어머니는 방에서 나왔다. 홀로 남은 사리불은 마음으로부터 어머니에게 감사함을 느꼈다. 그러나 사리불의 어머니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자마자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아들의 말처럼 한때 새처럼 푸르고 아름답다 칭송받았던 그녀의 눈은 여전히 아름다움이 남아있긴 하지만 세월의 흐름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모든 것은 무상했다. 그것을 알면서도 주름진 그녀의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그것은 깨달음조차 어찌할 수 없는 어머니의 마음이었다.


고향에서의 마지막 설법과 열반
사리불의 고향은 사리불의 아버지가 다스리는 곳이었고, 사리불이 출가한 이후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부처님께 귀의하였다. 그들은 사리불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는 그에게 설법을 듣고 싶어 하였다. 하지만 사리불의 건강을 염려한 쿤티 사미는 사리불에게 사람들이 설법을 기다린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은 채 사리불이 기척을 내기를 기다렸다.

뒤늦게 사리불이 고향에 돌아와 열반에 들 것이라는 소식을 들은 아사세삿투왕 또한 찾아와 사리불의 마지막 설법을 듣고자 하였다. 밤이 늦도록 기다렸지만 사리불의 방에서는 아무 기척이 없자 사람들은 하나 둘 사리불과의 만남을 단념하였다.
새벽 무렵, 사리불이 쿤티 사미를 불렀다.

“누가 온 것 같구나.”

그러자 쿤티 사미는 아사세삿투왕을 비롯하여 촌장과 마을 사람들이 설법을 해주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전했다. 그러자 사리불은 그들의 청을 수락하며 자신의 방으로 모셔오라고 말했다. 쿤티 사미는 사리불의 뜻이 진정인지 거듭 물어본 뒤 사람들에게 가서 사리불의 뜻을 전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기뻐하며 조용히 사리불이 태어난, 이제 곧 사리불이 열반하게 될 방으로 갔다.
사람들이 오자 사리불은 단정하게 앉아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야기 한 뒤 자신이 곧 열반을 할 것이며, 열반은 안정된 적정(寂靜)의 세계임을 알려 주었다. 그리고 열반의 깨우침을 가르쳐주신 것 또한 부처님의 덕임을 말한 뒤 설법을 마쳤다. 열반을 앞두고도 진정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펴는 사리불을 보며 사람들은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숭고하고도 신성한 감격에 쌓은 채 사리불에게 절을 하고 방에서 나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사람들이 모두 돌아간 후, 사리불은 잠시 괴로움을 겪었다. 그러나 잠시 후, 오른쪽으로 누운 채 선정에 들어가자마자 곧 열반에 들었다. 쿤티 사미는 사리불의 열반을 확인한 후 사리불의 어머니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녀는 아들의 죽음을 슬퍼하는 한편 성자의 아름답고도 숭고한 죽음에 감동하였다. 그리고 머지않아 자신에게 다가올 죽음을 기쁘게 맞이할 가르침을 얻었다.  
 
 
 
글 : 조민기(작가) gora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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