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가 아름다운 남자를 흔히 ‘꽃미남’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모든 꽃이 똑같이 예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화려한 아름다움과 매혹적인 향기, 치명적인 가시까지 두루 갖춘 장미는 꽃 중의 왕 혹은 여왕이라고 불린다. 반면 백합은 단아한 생김새와 그윽한 향기, 견고하면서도 서늘한 감촉이 귀족적인 느낌을 준다. 그렇다면 꽃다운 남자의 아름다움 또한 서로 다른 매력으로 발산될 수 있다.

아름다움을 무기로 삼는 꽃, 장미  


장미 중에서 가장 유명한 장미는 아마도 <어린 왕자>에 나오는 콧대 높은 장미일 것이다. 한 행성의 왕자를 순식간에 정원사로 만들어 버리는 엄청난 능력을 가진 이 장미는 오랫동안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왔다.

꽃 중의 왕이라는 별명을 가졌지만, 먼 조상은 산과 들 어디서나 강인한 생명력으로 쑥쑥 자라는 야생의 찔레꽃이라는 것은 장미만의 특징이자 특권이다. 덕분에 장미는 혈통보다는 자체의 매력으로 승부하는 꽃으로 평가 받는다. 장미는 먼저 태양을 듬뿍 받으며 꽃을 활짝 피우고, 달콤한 향기를 뿜으며 아름다움을 과시한다. 그리고 사랑해 줄 것을 요구한다. 사랑 받기 위해 스스로 자신의 전부를 드러내면서 동시에 가시를 세워 자존심을 지킨다. 이러한 특징은 비현실적일 정도로 착하거나 정의롭지 않은 남자도 얼마든지 장미로 만들 수 있는 포용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빼어난 외모를 바탕으로 강아지 같은 눈망울과 상처받은 눈빛으로 여자의 마음을 자유자재로 쥐락펴락하는 남자야말로 장미의 화신이다. 장미 같은 남자는 최근 대세로 자리 잡은 ‘나쁜 남자’ 트랜드와도 어울린다.

팬들의 열렬한 환호를 즐기는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상처받는 것을 두려워하는 <프라이드>의 기무라 타쿠야, 형의 여자에게 자신을 봐 달라고 막무가내로 때를 쓰는 모습조차 귀엽게 보였던 <봄날>의 조인성, 어두운 과거를 지녔음에도 오히려 손을 내밀고 싶어지는 <달콤한 인생>의 이동욱,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오만함 속에 감춰진 여리고 순수한 속마음을 어색하게 표현하는 <꽃보다 남자>의 마츠모토 준이나 이민호 역시 장미 같은 남자이다.

장미의 이미지를 닮은 캐릭터의 공통점은 당당하게 사랑을 요구하고, 사랑 받길 원하고 풋풋한 질투와 소유욕을 미처 감출 줄 모른다는 것이다. 아직 원숙한 어른이 않은 소년의 느낌을 충분히 간직한 남자만의 아름다움은 여자, 특히 연상의 여자를 두근거리게 만든다.

선천적인 우아함을 무기로 삼는 꽃, 백합   


백합은 덩굴처럼 어우러져서 꽃을 피우기보다 한 송이마다 자신의 공간을 오롯이 차지한 채 정해진 모양대로 피어난다. 태양이 비추지 않는 그늘에서 자라는 백합은 발랄하고 명랑한 꽃들 사이에서 위화감을 만들 정도로 귀티가 난다. 그래서일까 몇 년 전, 장동건과 화보를 진행했던 한 패션지에서는 그에게 “사막에 핀 백합 같은 광대로 미소를 지었다”는 표현을 바치기도 했다.

청순한 기품을 자아내는 순백의 꽃잎과 고아함을 완성하는 깊고 그윽한 향기는 고아함을 완성하는 백합의 이미지는 군계일학처럼 무리 중에서 빛나는 남자에게 어울린다.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엘프 족, 그 중에서도 눈처럼 하얀 피부와 궁극의 스트레이트를 보여주는 긴 금발머리, 알통 하나 없을 것 같은 가녀린 몸매로 반지 원정대에서 비주얼을 담당한 레골라스는 진정 백합 같았다. 인간이 아닌 ‘엘프’라는 설정이 레골라스의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에 강력한 설득력을 부여했다. 100분 내내 부산스럽게 목소리를 높이며 당장이라도 침을 튀기며 싸울 것처럼 흥분한 사람들을 부드럽고 단호하게 제압하며 서늘한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손석희는 안개꽃 사이에 홀로 피어있는 한 떨기 백합처럼 빛난다. 사슴처럼 곧은 목덜미와 머릿속이 청량해지는 차분하고 지적인 눈빛, 잡스러운 헛소리를 용납하지 않는 엄격한 입술과 깨끗한 목소리, 뼈와 힘줄의 윤곽이 보이는 희고 마른 손과 여전히 날씬한 몸매를 가진 손석희의 아름다움은 백합과 닮아있다.

백합은 여자를 두근거리게 하기보다는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가시에 찔리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다가가기 보다는 그저 멀찍하게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는 것으로 충분히 흐뭇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빈틈을 보이는 순간, 공들여 쌓은 이미지가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장미와 백합은 색조화장과 투명화장처럼 다르다
색조화장과 투명화장의 매력이 다른 것처럼 장미와 백합은 명백하게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의 시선이 닿기 쉬운 햇살이 환한 곳에서 화려한 아름다움을 뽐내는 장미는 덩굴 곳곳에 날카로운 가시를 숨겨두고 자신을 방어한다. 그 모습이 오히려 보호본능을 자극한다. 반대로 사람들의 시선이 잘 닿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꽃을 피우는 백합은 그윽하고 강한 향기로 자신을 드러낸다.

색조를 지운 뒤 드러나는 얼굴에서 청순함이 빛을 발하기도 하는 것처럼 첫 인상의 강렬함 뒤에는 또 다른 매력이 숨어있는 것이 장미 같은 남자의 매력이다. 그리고 여자로 하여금 비록 가시에 찔리더라도 그 매력을 자신의 손으로 찾아주고 싶은 마음을 먹게 만든다. 반면에 공들여 완성된 투명화장은 굳이 지우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화장을 지우지 않은, 곱게 단장한 얼굴을 감상하는 것에서 충분한 만족감을 얻는다.

꽃미남 애호 칼럼니스트 조민기
gorah99@nate.com

기사입력 2009.04.22 (수) 07:50, 최종수정 2009.04.22 (수)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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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미남애호가 2011-04-11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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