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잃어버린 꽃미남을 찾아서 - 적벽의 꽃들
좀 지난 이야기이지만 오우삼 감독의 신작 <적벽>의 캐스팅이 발표되었다. 삼국지를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주유 역할을 맡은 사람은 양조위. 연기력은 물론 이미 왕가위 감독의 <동사서독>과 장예모 감독의 <영웅> 등을 통해서 사극에 등장했을 때의 비주얼까지 훌륭하게 소화한 양조위이기에 주유를 연기하기에 비록 나이가 좀 많기는 하지만 팬들은 즐겁게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주유의 유일한 라이벌, 제갈공명은 장예모 감독의 <연인>에서 자유로운 영혼의 무사를 연기했던 금성무(가네시로 다케시)이다. 마지막 적벽의 주 무대인 오나라의 군주, 손권을 연기하는 사람은 <와호장룡>의 마적 두목으로 이름을 알린 장첸으로 그는 김기덕 감독의 <숨>에서 주인공을 연기하기도 했다. 이렇게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는 적벽이 그 모습을 드러내기 전, 적벽에 함께 있었으면 정말 훈훈했을 한 명의 안타까운 꽃미남을 소개하고자 한다.
화려한 등장과 눈부신 필로그라피 - 진정한 스타 손책
이번에 소개할 미남은 지난 회에 소개했던 손견 문대의 장남, 손책 백부이다. 적벽대전이 시작하기 전, 고작 26살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 손책은 짧은 생애에 시간 활용의 극치를 보여준 경제형 리더였으며 모든 전장에서 스스로 솔선수범한 멋진 남자였다. 그가 단신으로 일으킨 (吳)라는 이름을 가진 나라는 중국 역사에서 두 번이나 유명세를 떨쳤다. 비록 다른 시대였지만 같은 국명(國名)을 가진 다른 오(吳)나라를 잠깐 소개하자면 먼저 춘추시대 12 열국 시대이다. 당시 오(吳)나라의 군주인 부차는 라이벌인 월(越)나라에서 미인계로 보낸 아름다운 여인 서시를 진심으로 사랑한 나머지 꽤 로맨틱하게 멸망, 많은 사가들과 작가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리고 두번째가 바로 삼국지의 오(吳)나라이다. 맨주먹으로 강남 세력을 규합, 오(吳)나라의 기틀을 만들고 군주의 자리에 오른 손책은 주유, 태사자 등 미모와 실력을 동시에 겸비한 용장들을 거느리고 빠른 시간 내에 강남을 삼국지의 중심으로 부각시킨 인물이다. 또한 자칫 소홀하기 쉬운 로맨스 부분에서도 막강한 힘을 발휘한 매력남이기도 한다.
적에서 아군으로 - 태사자와의 만남
때는 바야흐로 흥평(興平)2년(195년) 양주(陽州) 신정산에서 손책(孫策)이 강남을 제패하는 과정에서 양주의 유요(劉繇)를 공격할 당시 손책(孫策)과 태사자(太史慈)가 만났다. 태사자는 그때 유요의 부장으로 있었는데 영웅이 영웅을 만나자 호기가 생겼는지 유요에게 손책을 이번 기회에 생포하라는 명령을 내려달라고 부탁했다. 이때 일기토를 벌인 두 사람은 결국 비긴 채로 물러나게 된다. 하지만 훗날 손책에게 항복한 태사자는 손책과의 약속을 지켜 3천 여명의 부하들을 이끌고 돌아왔다. 수많은 전쟁으로 가득한 삼국지이지만, 의외로 젊고 잘 생긴 꽃미남의 1:1 결전은 드물다. 많은 폐인들을 양성할 정도로 팬들을 열광시키고 있는 코헤이의 진삼국무쌍을 모르고 삼국지를 읽는다 하더라도 젊은 강동의 제왕 손책과 젊고 강한 무사 태사자의 만남은 정말 반가운 마음이 불쑥 들 정도로 아름다운 만남이라고 할 수 있다. 태사자는 후에 적벽대전의 주역이 된다.
납치에서 사랑으로 - 이교 자매와의 만남
삼국지를 통털어 가장 로맨틱한 장면을 꼽자면, 손책과 주유가 강남 최고의 미녀 자매인 대교와 소교 자매와 합동 결혼식을 올리는 장면일 것이다. 정말 훈훈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손책이 그녀를 얻기까지 ''납치''라는 조금은 재미난 방법이 사용되었는데 이조차 손책의 생애를 더욱 풍요롭게 해주는 일화로 남는다. 이교자매와 손책, 주유의 합동 결혼은 오늘날로 보면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 데이비드 베컴과 빅토리아 베컴 등의 셀레브리티의 유명세와 절대 뒤지지 않을 정도의 화제를 모은 결혼이었다. 여기서 손책 어록이 나오는데 대교와 소교를 각각 아내로 맞아 오나라로 오면서 손책은 절친한 친구 주유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공근(주유의 자), 우리 아내들은 고향을 떠나서 슬프겠지만, 그런 것쯤은 우리 같은 신랑을 얻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스물 네살에 결혼한 손책은 2년후 세상을 떠나고 말지만, 삼국지 최고의 로맨틱가이의 영예를 주고 싶다.
강동의 호랑이 손견과 아버지를 닮아 조금은 오만했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남자, 손책의 짧은 생애의 뒤를 이은 것은 손권이다. 이후 손권은 오나라의 군주로 적벽대전을 기점으로 삼국지에 비틀림없이 깨끗한 한 획을 그으며 요절이라는 가문의 운명을 벗어나 오래도록 장수한다.
글 : 칼럼니스트 조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