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로 산다는 것
시사저널 전.현직 기자 23명 지음 / 호미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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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인터넷 포털 뉴스에서 종종 눈에 띄는 '시사저널 사태'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기자들이 책을 냈다. 한국 언론에서 시사저널이 차지하고 있는 독특한 위상을 고려하면 이런 책이 이제야 나온 건 늦은 감이 있다. 그러나 기자들이 파업으로 손이 비어 원고 쓸 시간이 생기지 않았다면 출간되기도 어려운 책이었다니, 씁쓸할 뿐이다.

시사저널 사태는 2006년 6월19일, 삼성 이학수 부회장의 인사 전횡 의혹을 다룬 경제면 기사를 발행인이 삭제한 것에서 비롯됐다. 이후 이에 저항하는 기자들에 대한 감봉과 징계, 노조 출범, 그리고 회사측의 각종 명예훼손 고소로 이어지고 있다.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며, 언제 마침표를 찍을지 모른다.

다만 회사측은 직장폐쇄를 단행했음에도 비상근 편집위원들을 통해 여전히 잡지를 발간하고 있다... 물론 예전과 전혀 다른 잡지를 만들고 있다.

시사저널 사태, 그리고 89년 창간 이후 시사저널이 걸어온 길에 대한 전현직 기자들의 회고는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이해하는데 많은 정보를 준다. 어느 정도 자화자찬도 담겨 있지만 넘어갈 수 있는 이유다.

일간지와 경쟁하면서, 그러나 한편으로는 차별화하기 위해 기자들이 한 사안을 취재하고 기사를 작성하는 방식, 그것을 검증하는 과정 등은 언론 매체라는 '공장'의 공정 시스템을 다각도로 보여준다. 1994년 7월 김정일 주석 사망 이후 후계자 김정일이라는 인물을 다루는 법(김정일은 '미친' 사람인가? 아니면 열강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교묘한 방법으로 권력을 승계받고 지켜나가는 영리한 자인가? 현장의 현실과 부정확한 편견의 차이 속에서 기자는 무엇을 써야 하는가?), 김대중 정권 시절 여당의 언론대책 문건 보도를 통해서 보는 기자의 가치판단 문제(무엇을 보도해야 하는가?) 등등.  이 과정에서 나오는 취재 뒷얘기는 쏠쏠한 이야깃거리다.

물론, 파업에 직장폐쇄에 기자들이 빠진 채 잡지가 버젓이 발간되어 나오고 있는 현실의 씁쓸함을 잊게 하기에는 부족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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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주나무 2007-07-17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Angel 님//안녕하세요. 저는 알라디너(승주나무)이자 시사서포터스 운영진을 맡고 있는 안일이라는 사람입니다. 시사저널 사태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책도 읽고 리뷰도 남겨주셔서 사합니다. 이렇게 글을 올리는 것은 의향을 여쭙고자 함입니다. 직접 카페에 가입해서 글을 남기셔도 되고, 허락을 해주시면 제가 직접 퍼나르겠습니다. 답변을 기다리겠습니다.

Angel 2007-07-18 05:08   좋아요 0 | URL
퍼가셔도 됩니다. ^^
 
네이키드 런치 책세상문고 세계문학 31
윌리엄 S. 버로스 지음, 전세재 옮김 / 책세상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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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말할 필요가 없는 걸작.  크로넨버그가 나름으로 원작의 분위기를 살리며 스크린에 옮겨놓았지만 독자적인 영상의 내러티브를 구축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작의 참조물? (크로넨버그는 이후 '크래쉬'에서 드러났듯, 원작을 지나치게 고지식하게 옮기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별을 다섯 개가 아닌 네 개 주는 것은 번역본에 대한 다소의 실망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90년대 중반에 나온, 정성호라는 이름의 썩 신뢰가 가지 않는 역자를 거쳐 나온 <벌거벗은 점심>과 비교할 때 책세상의 번역본은 너무 점잖은 느낌이 든다. 죽 훑어본 뒤에 차라리 아마존에서 원서를 주문해다 볼 껄 그랬나 싶었다. 그러나 현재로선 구해볼 수 있는 유일한 번역본이니 추천하긴 해야겠다.

버로우즈의 작품세계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끔 하는 <버로우즈 소설론>도 추천하고 싶지만, 이미 절판되었고 다시 나올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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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달리아 1 밀리언셀러 클럽 53
제임스 엘로이 지음, 이종인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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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핀천도 그렇게 말한 것으로 기억하지만, 가장 감동을 주는 이야기는 자신의 경험에 기초한 진솔한 이야기다. 허구의 산물인 소설도 그와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블랙 달리아>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살해당한 이후 상처를 안고 살았던 제임스 엘로이의 자전적인 작품. 곳곳에서 스스로의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찍어 쓴 문장들이 발견되고, 그래서 매혹적이다. 

까마득한 예전에... 엘로이의 인터뷰를 잠깐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는 기자에게, 자신을 'Dog'이라고 불러달라고 주문한다. 기자가 'Mr.dog'이라고 부르자 미스터라는 말도 빼 달라고 한다. <블랙 달리아>를 읽어보면 작가의 그런 태도는 단순한 괴팍함이나 자기 치장에서 오는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그가 창조한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은 살아남기 위해 생존본능에 굴복하길 택하며, 사실 그것이 50년대 LA의 삶임을(그리고 우리의 삶이 원래 그러함을) 잘 알고 있다.

포우는 <로제 마리 살인사건>에서 당대의 유명한 미제 사건에 나름의 추리를 제시했다. 엘로이는, <LA컨피덴셜>에서도 그랬지만 <블랙 달리아>에서도 실제 사건에 대해 가공의 해답을 내놓는다.  결론은, 진실은 잔인하다는 것. 그리고 우리의 삶에는 진실을 밝히는 것보다도 좀 더 중요한 것이 있을 수 있다는 것. 사실 우리는 진실이 뭔지도 잘 모른다는 것. 작품 전반에 어린 절망적인 온기는 그렇게 이해가 된다.

서점에서 보자마자 알라딘에 주문을 했다. 꼭 읽어보고 싶었는데 절판이 되어 아쉬웠던 차였다. <LA컨피덴셜>도 다시 발간되어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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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고든을 사랑한 소녀 밀리언셀러 클럽 50
스티븐 킹 지음, 한기찬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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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 극한 상황에서 살아남는 법칙>이란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산에 익숙한 노련하고도 건장한 사내들도 대자연 속에서 어이없게 길을 잃고 죽거나 죽을 뻔하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는 내용의, 실제로 일어난 에피소드들을 담은 생존법에 대한 내용이었다. 인생이란 것이 그렇듯, 조난을 당하는 이유는 대개 이렇다 : 길을 잃었음을 알면서도 되돌아가지 못하는 것. <톰 고든을 사랑한 소녀>에서의 트리샤도 그렇다.

그런데 <생존>에서는 조난을 당해도 어른보다 트리샤와 같은 10살 미만의 어린애들이 더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고 있다. 고정관념과 집착보다도 본능을 더 따르기 때문이라나. 킹은 <톰 고든...>에서 조난에 이어 어린 소녀가 생존 본능을 터득하고 삶의 공포와 맞서는 데까지 성장하는 과정을 정밀하게 그려나간다. 사실 킹의 작품 상당수가 성장소설 아니던가? <그것IT> 같은. 야구란 스포츠 자체가(킹은 레드삭스의 팬으로 알고 있다) 항해를 시작해 '고향Home'으로 돌아오는 여정을 상징하는 것이듯.

<샤이닝>의 하권 클라이막스 부분이 대표적이지만, 킹의 소설 주무대인 메인 주는 변덕맞고 궂은 날씨가 공포소설의 배경으로 딱 맞는 것 같다. (어쩌면 킹이 그려낸 메인 주와 실제 메인 주는 천지차이일지도 모르겠지만) 킹은 자신에게 익숙한 공간 속에서 능수능란하게 소녀를 곤경과 절망에 빠뜨렸다가 건져내는데... 킹이 이 작품을 낸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유명한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건 아이러니하다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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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 1 밀리언셀러 클럽 51
스티븐 킹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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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스티븐 킹의 작품 배경은 대부분이 메인 주다.  (그래서 미국에 간다면 대체 메인 주가 어떤 곳인지 가보고프다) <셀>의 출발이 뉴욕에 버금가는 대도시 보스턴이라는 사실, 그리고 소설의 전개가 킹의 익숙한 배경인 메인 주를 향한 여정이라는 점은 <셀>이 911 테러 이후 미국의 정신적 풍경을 탐색하는 일종의 로드 무비임을 시사하는 것 같다.

<셀>은 스티븐 킹의 전작 여러 편을 연상케 하는 대목들로 짜여져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그의 단편집에 수록된 중편 <안개>일 터이고. 인류가 멸망에 가까운 재앙을 당하는 일은 <스탠드>, 결말 부분에서 주인공의 '시도'는  (내 개인적으로는) <애완동물 묘지>를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조지 로메로와 리처드 매드슨을 비롯해 다양한 공포/SF물들을 '참조'한다. 

재난을 다룬 작품들의 초점은, 우리의 인간성을 시험대에 올리는 것이다. (이것을 잘한 작품은 성공작으로 평가받고 실패한 작품은 '현란한 특수효과가 돋보였으나...' 등등의 혹평을 받기 마련이다) 킹처럼 극단적인 상황을 다루는 작가의 작품에서는 늘 발견할 수 있는 점이다. 킹은 과연 <셀>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것일까? 이건 읽는 사람 나름대로 평가할 일이겠지만 썩 만족스럽진 않다. 오랜 와병 생활에서 기지개를 켠 작품처럼 보인달까. 2권 중반 이후부터는 앞에서 벌여놓은 이야기들을 충분히 매듭지어 놓지는 않은 것 같다. 그래도 읽을만한 책이라는 데서 킹의 공력을 느낄 수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갠적으로 역자가 역자 후기에 써놓은 말이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영화를 지향한 소설쓰기의 첫번째 작품이라니. 펄스에 사람들이 괴물이 되어가는 서두 장면때문에 그런가. 킹의 작품은 늘 디테일 묘사가 손에 잡힐 듯 풍부하고 감정의 동선이 치밀해 영화로 만들면 좋을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물을 보면 그렇지가 않다. 아마 셀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그나저나 새로 생긴 휴대폰을 빨리 써봐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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