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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달리아 1 ㅣ 밀리언셀러 클럽 53
제임스 엘로이 지음, 이종인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12월
평점 :
토머스 핀천도 그렇게 말한 것으로 기억하지만, 가장 감동을 주는 이야기는 자신의 경험에 기초한 진솔한 이야기다. 허구의 산물인 소설도 그와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블랙 달리아>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살해당한 이후 상처를 안고 살았던 제임스 엘로이의 자전적인 작품. 곳곳에서 스스로의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찍어 쓴 문장들이 발견되고, 그래서 매혹적이다.
까마득한 예전에... 엘로이의 인터뷰를 잠깐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는 기자에게, 자신을 'Dog'이라고 불러달라고 주문한다. 기자가 'Mr.dog'이라고 부르자 미스터라는 말도 빼 달라고 한다. <블랙 달리아>를 읽어보면 작가의 그런 태도는 단순한 괴팍함이나 자기 치장에서 오는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그가 창조한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은 살아남기 위해 생존본능에 굴복하길 택하며, 사실 그것이 50년대 LA의 삶임을(그리고 우리의 삶이 원래 그러함을) 잘 알고 있다.
포우는 <로제 마리 살인사건>에서 당대의 유명한 미제 사건에 나름의 추리를 제시했다. 엘로이는, <LA컨피덴셜>에서도 그랬지만 <블랙 달리아>에서도 실제 사건에 대해 가공의 해답을 내놓는다. 결론은, 진실은 잔인하다는 것. 그리고 우리의 삶에는 진실을 밝히는 것보다도 좀 더 중요한 것이 있을 수 있다는 것. 사실 우리는 진실이 뭔지도 잘 모른다는 것. 작품 전반에 어린 절망적인 온기는 그렇게 이해가 된다.
서점에서 보자마자 알라딘에 주문을 했다. 꼭 읽어보고 싶었는데 절판이 되어 아쉬웠던 차였다. <LA컨피덴셜>도 다시 발간되어 나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