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2월 한남동의 '테이크아웃드로잉'에서 있었던 사건.
  • 2016년 7월 강남 가로수길의 '우장창창'에서 있었던 사건.


두 사건의 공통점은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일컷는 사회현상으로 읽을 수도 있겠고, '연예인'인 건물주와 '일반인' 세입자의 분쟁이기도 했다. 그리고 두 사건 모두 인터넷에서 누구의 잘못인가를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졌었다. 누가 갑질이네, 을질이네를 떠나 일단 여기서는 두 사건에서 공통적으로 벌어진 폭력적인 '강제 집행'에 대해서만 생각해보았다. 


강제 집행을 하는 '용역업체'라고 불리는 무리들은 뉴스에서 자주 접한다. 이 사건과 같이 임대차 갈등에서도 용역이 투입되고, 노점상 철거에도 동원이 되며, 사회적 갈등, 노동 억압에도 용역들이 사용이 된다. 이러한 용역들의 폭력이 난무하는 현장에 경찰은 있지만 그들은 방관자적 태도를 취한다. 왜 이런일들이 벌어질까? 















이 책의 저자도 이러한 물음에 답하고자 한국에서 정치인, 경찰, 조직 폭력배 등을 직접 만나며 공권력과 폭력 조직 사이의 관계에 대해 연구하였다. 


어째서 한국 사회, 그러니까 전투적으로 민주화 투쟁을 벌여왔고 또 문민 통치를 확고히 지지해 온 사회가 제 손으로 선출한 지도자들과 경찰에게 그런 행위를 묵인한 책임을 묻지 못하는 것일까. 아니 정확히 말해 물으려 하지 않는 것일까? 국가는 왜 자국 시민에게 범죄적 폭력을 수행하는 집단들과 협력할까? 다름 아닌 민주주의 국가에서, 그것도 대낮에? 이 현상은 한편으로 국가의 정당성이라는 개념과 또 한편으로 범죄적 폭력에 관여하는 집단들의 부당성과 모순을 일으킨다. 이 책은 이런 복합적 현상을 이해하려는 시도다. (p. 8~9)


한국에서는 해방 이후 시간의 흐름에 따라 국가와 사적 폭력 집단의 관계가 변화해 왔다. 국가 형성 과정에서 정치권의 여려 권력자들이 세력을 확장하고자 사적 폭력 집단들과 손을 잡아 왔으며 이후 이승만 정권에서 박정희 정권 초반까지 정권차원에서 적절히 사적 폭력 집단들과 협력하였다. 유신을 선언한 뒤 박정희 정권은 사적 폭력 집단과의 협력관계를 끊어 버렸는데 이는 유신 이후 강력한 권력으로 직접 폭력을 휘두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10.26 사건으로 영원할 것 같았던 박정희 정권이 무너지고 전두환 정권으로 넘어가면서 다시 사적 폭력 집단과 손을 잡게 되었는데 이 시기에 성장하고 있는 중산층의 열망에 충족시키기 위해선 필요했기 때문이다. 


한국사에서 주목할 만한 함의 하나는 국가와 비국가 폭력 전문 집단이 강제 철거와 노동 억압 시장에서 협력한 것이다. 왜 유독 강제 철거와 노동 억압인가? 그 답은 이 둘 모두가 중산층의 사회경제적 안녕과 관계있다는 것이다. 강제 철거는 무엇보다, 주택 공급을 늘릴 뿐아니라 강력한 경제 성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사회 기반 시설을 증진하는 대규모 재개발과 [도시]미화 사업의 일부이다. 또한 노동 불안은 국가의 경제적 활력을 위협한다. 그런데 그런 사업에서 국가의 폭력 행위는 정치화 요인으로 작용한다. 국가가 개입해야 했던 사례들에서 중산층은 결집했다. 그러나 그런 사업 대다수에서 국가의 폭력에 연루되지 않을 수 있다. 즉 실제로 폭력을 수행하는 행위자가 아니라 폭력의 관리자로 행동하는 것이다. 그런 사례에서 중산층은 뚜렷이 침묵을 지킨다. (p.21~22)


1983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재개발 과정에서 국가가 직접 강제 철거를 통한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는데, 목동 재개발 과정에서 강제 철거를 민영화하면서 달라지게된다. 사적 폭력집단이 재개발과정에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사회적 압력이 증가하자 국가는 민주화의 서곡이 되는 1980년대 중반에 정치적 반발을 피하면서도 질서를 유지하고 늘어나는 중산층의 요구를 충족하고자 기존과는 다른 전략들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그런 전략 가운데 하나는 비국가 폭력 전문 집단과 협력하는 것이다. (p.120~121)


이후 노동자대투쟁(1987~1989)시절에는 노동자, 중산층이랄 것도 없이 힘을 모아 거리로 뛰어나와 민주주의투쟁을 외쳤었다. 그러나 6.29 선언으로 선거 민주주의를 이끌어 냄과 동시에 도시 중산층은 빠르게 거리에서 자기 자리로 돌아갔고 이를 통해 서서히 중산층과 급진적인 사회집단의 분열이 시작되었다. 


 1987년 이전에는 노동을 포함한 시민사회의 다양한 부분과 중산층 사이의 동맹은 권위주의 통치 체제를 제거하는 목표를 공유했다. 정치문제가 해결되자 중산층은 흩어졌다. 노동자와 학생의 급진적 집단들이 잠재적으로 국가와, 더 중요하게는 자신들의 지위에 유해하다고 본 것이다. 이 분열은 연이은 정부들이 흔히 민간 대리인을 통해 경제를 발전시키고 질서를 유지하는 능력을 가질 수 있었던 핵심 요소 하나였다. (p.120)


중산층은 주택 공급과 도시 미화라는 이유로 사적 폭력집단의 행동을 암묵적으로 용인하게 된다. 그리고 국가는 이를 근거로 사적 폭력 집단을 적절히 사용하였다.  


현대 한국의 무력 시장에서 국가와 비국가의 협력에 관한 주목할만한 함의는 사회의 선호를 무시할 수 있는 국가의 능력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달리 말해 무력의 하청 현상은, 권위주의적이기 때문에 사회의 자유주의 세력으로부터 처벌당할 수 있는 행위와 거리를 두려는 국가의 계산된 시도이다. (p.166)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우장창창'과 '테이크아웃드로잉'사태는 이러한 흐름 속에 어떻게 설명이 될까?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확실한 재산증식은 지대를 통한 이윤획득이라고 알려져있다. 그리고 장기적인 저성장 구조로 들어가면서 더욱 더 노동소득이 안정적이지 않게 되었고 이는 곧 투자들이 부동산으로 몰리게 되었다. 최근에는 특히 건물을 통한 임대사업이 유행이 되었다. 중산층부터 해서 너도나도 몰려들었고 그리고 건물주인 유명연예인들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이 불안한 시대에서 그나마 확실한 재산 증식의 방법으로 유행처럼 퍼져가면서 건물 매입자가 무리한 대출을 하여 매입한다는 상황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이는 곧 건물주가 이익추구의 강박에 빠지게 되고 이를 위해 무리해서 기존의 임차인을 쫒아버리는 사태도 벌어진다. 이 과정에서 법대로라는 명분이 있지만 강제 집행이라는 명목으로 용역업체가 개입 되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은 철저히 강압적이고 폭력적일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사건들이 최근에는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용어로 하나의 사회 문제까지 되었고 과정에서 비록 법대로 했음에도 폭력적인 상황이 나오기 때문에 이러한 분쟁들이 계속 이어지는 것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누가 잘못이고 누가 잘한것을 구별짓는건 이러한 사태를 원천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 현 제도가 임차인을 효과적으로 보호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법에 있어서도 분쟁을 조장하는 법을 벗어나 갈등이 일어나지 않는 방향의 법 개정이 이루어 져야할 것이다. 


오늘날 한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의 용인 속에 용역, 다시말해 사적 폭력집단들은 성장해왔다. 국가는 방관자적 태도를 취하고, 법적인 폭력사태는 곳곳에서 벌어진다. 과거에는 불법으로 저질러졌던 폭력이 이제는 법의 미명 하에 당당하게 폭력이 자행되고 있고 사람들은 이를 둔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이 현실이 올바른 방향인가는 개인적으로 의구심이 든다.


한 경찰관은 이렇게 설명했다. 과거에는 경찰이 "깡패"였고 그들이 하는 위협이 훨씬 확실히 먹혔지만 민주화 이후에는 권위주의시대에 쓴 방법을 더는 쓸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서울 시민들은 과거에 자신들이 원했던 것(개발과 향상)을 지금도 원했지만 그것들에 필요한 방법들은 이해하거나 용납하지 않았다. 민간 회사를 사용하게 되면서 경찰의 잔혹성에 대한 고발을 피하면서도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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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07-15 11: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저 책 읽어봐야겠어요. 페이퍼도 좋고, 좋은 책 소개해 주셨네요.

블랙겟타 2016-07-15 13:57   좋아요 0 | URL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네. 책도 한번 읽어보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