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수 없는 여자들 - 공부한 여자들은 왜 밀려나는가 북저널리즘 (Book Journalism) 31
최성은 지음 / 스리체어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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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을 만난 것은 진짜 우연이였다.

도서관에서 책장 속을 지나던중에 우연히 발견한 책이었다.

무심결에 책을 꺼내 대충 훑어보니 가볍기도 하거니와 한 때 관심있었던 임금격차에 관한 이야기라 그 시간 이후로 자리로 돌아와 읽어갔다.


저자는 여성·아동정책 분야의 연구자로서 저자가 연구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고 자기 자신이 여성 노동자로서 직접 경험했던 것을 토대로 오늘날 한국 여성이 어떤 노동환경에 직면해 있으며 왜 소외될 수 밖에 없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얇지만 알차게 기록한 책이다.  


1만 5000명 대 454명. 500대 한국 기업의 임원 성별을 조사한 결과는 우리 사회의 성비 불균형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

 노동 시장 구조를 연구한 저자는 이런 현상이 축적된 불평등의 결과라고 지적한다. 여성은 가사와 육아를 이유로 노동 시장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높은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기업은 언제든 회사를 떠날 수 있는 여성들을 교육하지 않았고, 여성들은 고숙련 노동자를 중심으로 하는 핵심 노동에서 소외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진다. 결국 여성의 일은 임금이 낮은 직무에 한정되고, 아이를 위해 경력 단절을 택한 여성은 다시 사회로 복귀하지 못한다. 여성은 아무리 배워도 일할 수 없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p. 104)


기사를 찾아보니 18년에는 여성임원이 518명으로 책에서 인용한 수치인 17년보다 64명이 늘었다. 퍼센트로 보자면 3.0%에서 3.6%로 0.6%포인트가 상승했다. 사실 3.6%도 매우 갈길이 멀다. 어쨌든, 이 책의 주된 내용은 오늘날 뉴스에서 쉽게볼 수 있는 커다란 성별 임금격차라던가 성비 불균형의 원인이 축적된 불평등의 결과라고 보았다. 예전에 성별 임금 격차에 관한 논문을 읽은 적이 있었다.


임금격차가 있는 건 맞는데. '격차'를 세밀하게 나눠보니 그 격차의 일부는 '차별'이 아니라 생산성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 정확한 판단이야. 그 격차를 무조건 차별이라고 하면 안되지. 생각보다는 높다고 할 수 없어.


이런 식으로 적혀 있는 경우가 많았고 노동 경제학에서도 이렇게 가르치고있다. 그럼 좋다. 이것을 받아들이더라도 그 생산성의 '차이'는 왜나는 걸까?


흔히 한국은 여성의 경력단절현상이 뚜렷한 나라다. 그 현상을 보여주는 근거로 여성의 연령대별 경제활동참가율을 보면 전형적인 M자 커브다. 다시말하면, 남성의 경우 어릴때부터 올라가기 시작해 40대에서 정점을 찍고 나이듦에 따라 참가율이 내려가는 역U자 커브인데 반해, 여성도 어릴때부터 올라가다가 40대 이전에서 팍 떨어졌다가 다시 조금 올라가다가 결국 나이듦에 따라 떨어지는 자연 감소로 이어진다. 이 M자 커브는 모든 나라에서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선진국들도 70-80년 경에는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남자의 형태와 비슷한 형태로 바뀌어갔지만 여전히 M자 커브가 남아있는 나라는 OECD국가중에선 일본과 한국정도다.


이 내려가는 구간인 20대-40대 시기에 여성들이 겪게되는 출산과 육아때문에 퇴사 혹은 휴직으로 인해 노동경제학적으로 볼때 가장 경력을 많이 쌓아야할 시기에 경력단절이 일어나 인적자본의 축적면에서 남성에 비해 불리해지고 이는 곧 임금의 격차와 연결이 된다.


생산레짐을 연구하는 대표적인 여성학자 마가리타 에스테베즈 아베는 생산 체제를 구성하는 제도적 맥락이 젠더 격차를 만들고, 성별 직종 분리 현상을 강화시킨다고 분석했다. 에스테베즈 아베는 남성과 여성의 생물학적 차이, 가사 노동의 불평등으로 인해 여성이 떠안게 되는 부담을 여성 특정 위험women-specific risk이라는 말로 설명한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여성은 결혼과 출산, 양육 등의 이유로 해고당할 수 있다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 동시에 꾸준히 기술을 키울 기회를 누리지 못하거나 습득한 숙련의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위험도 안고 있다.

(p. 32)


여기서 나온 것처럼 성별 직종 분리도 중요한 젠더 임금격차의 이유가 된다. 여성이 경력 단절후 다시 노동시장으로 재진입시 제한된 취업기회로 인해 들어가는 직종들이 단순 노무직이나 서비스업쪽으로 몰리게 되며 남성과 여성간의 직업군이 나뉘게 되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적인 노동시장의 특성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의 기업 내부 노동 시장은 남성 중심의 생계 부양 모델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대기업에서 형성되고 발전했다. 기업은 남성을 충원해 가족 부양을 위한 연공 임금과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해 왔다. 내부 노동 시장으로 진입이 제약된 여성은 비정규직이나 영세 기업에 취업해 외부 노동 시장을 채워왔다. 한국에서는 성별에 따라 노동 시장이 분절되고, 고학력 여성의 취업 유인이 약화됐기 때문에 미국처럼 일반 교육으로 여성 고용 프리미엄 효과가 높을 수 없었다. 양질의 일자리에서 여성을 배제하거나 승진에 있어서 여성을 장벽에 부딪히게 하는 구조적 기제가 작동했다.

(p. 40~41)


현대의 어느나라에든 마찬가지겠지만 한국은 경제 발전시기에 가부장제하에서 남성임금노동자-여성전업주부 시스템이 가지는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이 시기에는 남성중심의 내부 노동시장과 - 여성중심의 외부 노동시장으로 이분화되는 구조였다. 

그렇다면 학력의 차이가 거의 없어진 오늘날에는 달라졌을까?


남성 중심의 핵심 노동 시장과 여성 중심의 외부 노동 시장이라는 이중 구조는 한국 경제를 지배해 온 시스템이다. 그렇다면 중화학 공업화 시기가 끝나고, 화이트칼라라 불리는 사무직이 주류가 된 한국 사회는 과거와 다를까. 노동 시장에서 여성의 어려움을 논할 때 '여성 차별은 옛말이고, 요즘은 여성이 더 좋은 대우를 받는다'거나 '여성이 일자리를 가지지 못하는 이유는 경제 불황으로 남녀 가릴 것 없이 어려운 시기이기 때문'이라며 여성만의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회피하려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핵심 노동과 주변 노동이라는 이중 구조는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지위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p. 42)


아쉽지만 당연하게도(?) 이중구조는 오늘날에도 다른 형태로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히려 옛날과 다르게 여성에게 우대하는 시대라던가 장기 불황시기라는 이유로 여성이 겪는 문제들을 은폐하고 있다. 


좋은 일자리를 얻고 승진하는 기준이 명확하다면 여성은 더 공평한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여성들이 학력 증명이나 자격증, 전문 학위로 노동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직종을 선호하는 이유다. 여성 교사의 비율이 월등히 높은 현상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여성들은 지원자들이 같은 시험을 치르고, 점수에 따라 합격 여부가 갈리는 것이 더 공정한 방식이라고 여긴다. 의학전문대학원, 법학전문대학원 등에서 자격증을 취득해서 전문직, 관리직으로 진출하려는 여성들이 많은 현상도 같은 이유로 설명할 수 있다. 여성이 특정 전문직에 몰리는 현상은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확대되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성 평등한 일자리가 적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p. 17~18)


과거와는 다르게 전문직종에 진출하는 여성들이 늘어난 것은 사실인데 이것을 여성들의 활발한 사회 진출이라고 보기보다 성 평등한 일자리가 적다는 의미로 해석해야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한국 사회의 발전주의 체제는 노동 시장의 이중 구조화를 가속화하고, 남성 중심의 내부 노동 시장과 정규직 중심의 제한적 사회 복지를 발달시켰다. 남성 노동자를 선호하는 대기업중심의 숙련 흡수현상으로 고등 교육이 과잉 팽창됐지만, 한국의 여성은 미국의 여성들처럼 고등 교육에 따른 고용 프리미엄도 얻을 수 없다. 한국은 수직적인 성별 분리뿐 아니라, 수평적 성별 분리도 강하게 나타나는 사회다.

(p. 87)


이렇게 수직적인 성별 분리뿐 아니라, 수평적 성별 분리도 강하게 나타나는 사회인 한국에서 여성의 일자리문제의 해결을 위해 저자는 여성운동의 조직화, 성 주류화에 대한 사회전반의 인식제고, 동등한 위치에서의 경쟁등을 말했다. 


그렇게 견고할 줄만 알았던 남자임금노동자-여성 전업주부의 시스템은 오히려 신자유주의의 가속화와 함께 세계적인 장기 불황의 여파로 인해 이성부부하에서 남성만이 임금노동자인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그리고 사회전반에서 여성의 일자리확대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 같지만 이러한 흐름이 자연스럽게 성평등한 사회로 가고 있다고 묻는다면 그 것은 아닌 것 같다.

오늘날에는 여전히 존재하는 가부장제의 사회하에서 기존과 또다른 복잡한 차별이 자행되고 있는 것 같다.


앞서 내가 읽었던 책들 속에서 느끼고 이 책에서도 느끼지만 가부장제는 변신의 변신을 통해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한다. 

이 견고한 가부장제를 어떻게 부술 수 있을까. 균열이 보일듯 하면서도 보이지 않는 오늘을 살고 있으면서 고민이 다시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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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08-20 06: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 언급된 내용일 수 있지만, 건강에 대한 인식도 여성의 경력 단절의 다른 원인입니다. 고용주는 늘 건강한 근로자를 원해요. 그러나 여성 근로자가 만성 질환에 시달리면 고용주는 퇴사를 권유합니다. 고용주 입장에서는 근로자의 병결을 좋아하지 않거든요. 아프더라도 참으면서 일하는 남성 근로자를 선호하는 편이죠. 물론, 만성 질환에 시달리는 남성 근로자 역시 (아픈) 여성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취업/재취업 기회가 적습니다. 건강하지 못한 사람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편견이 문제입니다. 그러한 편견이 건강하지 못한 사람뿐만 아니라 장애인의 취업을 어렵게 만듭니다.

블랙겟타 2019-08-20 17:54   좋아요 1 | URL
맞아요. cyrus님 말대로 건강에 대한 부분도 고용주의 선호에 따른 선입견에 의한 차별이라고 봐야죠. 여기서 상대적으로 여성은 불리합니다. 이 책에서는 또 말하는 것이 보통 장시간 근로가 회사에 대한 충성심으로 평가받는다는 풍토가 사회적으로 일 가정 동시에 지켜야 한다는 압박을 가진 여성들에게 특히 불리한 환경일 수 밖에 없다고도 지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