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달에 발간한 시사in 에는 눈에 띌만한 기획기사가 있었다. 최근 몇년간 꽤 주목(?)받는 '20대 남성'에 대한 분석 기사였다. 당시 SNS상이나 커뮤니티상에서 크게 이슈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주제가 핫한 만큼 나중에 챙겨봐야지 했던게 최근에 다 읽게되었다.
이 기사는 604호~606호에 걸쳐 소개된 것으로 여론조사 전문기업 한국리서치와 함께 '20대 남자 현상'을 주제로 심층 조사했다.
지난해부터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유난히 빠졌던 집단으로 지목되었던 '20대 남성'은 정치권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지난해부턴가 정치권이든 뉴스에서 20대 남자 남자 하길래 이게 어떤 특징을 가진 집단이 있기는 있는건가? 실체도 명확하지 않은데 어차피 기존의 남성세대에게도 대체적으로 퍼져있는 것이 온건(?)적이든 극단적이든 여성 차별적 생각들을 많이 하는 걸로 아는데 너무 과대포장해주는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쨌든 우리나라에서 진보적인 쪽이거나 리버럴 쪽의 사람이든 방송계에서는 20대 남자들을 달래줘야지 너무 여성쪽으로(?) 가면 안된다라는 식의 목소리는 있었던 걸로 기억하고 지금도 그러는 것 같다.
기사를 한번 살펴보자.
20대 남성은 여성 차별 문제를 가볍게 평가한다는 점에서는 특별하지 않다. 이 대목에서 20대 남성은 기성세대 남성과 일치한다. 20대 남성이 진정으로 특별한 집단이 되는 것은 남성 차별 문제를 무겁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차별받고 있다는 인식은 일관된 분노와 강한 결집력과 지치지 않는 지구력을 만들어낸다. 이것은 기성세대 남성에게서 찾기 어려운 인식이다.
(제 604호, p.32)
기사에 따르면 나도 알고 있듯 20대 남성도 기성세대의 남성과 크게 다르지 않게(?) 여성 차별에 관해서는 가볍게 인식한다. 하지만 기성세대와는 다른 점은 남성차별에 대해 더 무겁게 느끼고 있어서 이쪽으로 분노가 가득하다는 것이다.
20대 남성에게 페미니즘은 무엇보다 권력의 문제였다. 이들에게 페미니즘이란 남성을 권력의 약자로 만드는 기획이다.
(제 604호, p.40)
그렇기 때문에 어느 세대의 남성보다도 페미니즘이라면 경기를 일으키고 달려드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원래 남성들이 늘 누리는 지위가 있었고 지금도 알게 모르게 여전히 누리고 있는 것이 있지만 (사실과는 별개로) 우리를 약자로 만드는 것이 페미니즘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20대 남성은 페미니즘을, 그 어떤 긍정적인 표현('여성 지위 향상')과도 연결시키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결심한 것처럼 보인다. 분석을 총괄한 한국리서치 정한울 연구위원은 이렇게 말했다. "반(反)페미니즘이랄까, 그런 인식이 강력하게 내재화되어서, 어떤 질문을 받더라도 그걸 기준으로 일관되게 답하는 집단이 20대 남성 중에 두드려져 보인다. 20대 남성의 응답이 튀는 젠더 관련 문항 거의 대부분은 이 집단이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
(제 604호, p.42)
몇년 전에 학교도서관에서 빌린 록산게이의 『나쁜 페미니스트』책 날개에 쓰여진 '페미나치'라는 것을 처음 봤을때 응? 싫거나 동의 안할 수는 있는데 왜 굳이 책에다 낙서를..? 이라며 당시에 이해 못했던 적이 떠오른다. 페미니즘 자체를 극도로 싫어하며 그건 좀.. 이라던지 관심이 없다던지 정도의 수준을 넘어선 단어에 대한 혐오가 있는 듯하다. 이 기사에서도 20대 남성층은 페미니즘에 관한 질문 만큼은 다른 집단과 다르게 더 적극적으로 강한 부정적인 답변을 내었다.
하지만 진보나 리버럴쪽에서 우려하듯 정치적 보수화의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고는 했지만 이것은 개인적으로 보수정치권이 이런걸 잘 포착해 여성 혐오를 부추긴다거나 젠더이슈에 대해 퇴행적인 포퓰리즘적 제안을 한다면 안 바뀐다고는 보장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젠더이슈에서 만큼은 강한 부정을 가지고 있는 이 20대 남성층의 특징은 무엇일까?
기존 해석들은 20대 남자가 공정성에 유난히 민감하고 불공정에 대해 반대하는 성향과 특히 경쟁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였다.
이 기사에 따르면 이런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세대들도, 성별을 떠나 비슷하게 발견할 수 있는 차이가 없는 특징이라고 한다.
20대 남자는 기회가 축소되고 있다고 느낀다. 하지만 20대 여자도 마찬가지다. 토양이란 이런 의미다. 공정과 경쟁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권력이 결과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려는 시도를 혐오하면서,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고 느껴 소수자 보호에 덜 관대해지는 토양이다. 여기에 젠더와 권력의 조합이 씨앗으로 뿌려지자, 20대 남자들 사이에서 남성 마이너리티 정체성 집단이 공고한 블록을 형성했다. 이들을 핵심 동력으로 해서 20대 남자 현상은 꽃을 피운다.
(제 605호, p.50)
그러나 20대들의 눈으로 보기에 (저성장 시대로 진입함에 따라) 미래는 밝지 않은게 보이고 기회가 축소되고 있다고 느끼는데 권력에서 인위적으로 개입해 그 그나마 없던 기회마저 여자쪽으로 빼앗아가버리는 것으로 느끼고 있다. 오랫동안 걸쳐 사회적 권력의 남성에 비해 하위에 늘 있었던 여자의 역사따윈 중요치 않고 지금 눈앞에 보이는 경쟁을 왜 공정하게 하지 않고 있냐라는 분노가 그들에겐 자리잡고 있다.
이 20대 남자들이 유일하게 여성정책에 동의하는 부분이 있었다.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여성 지원과 보상정책에 동의하는 지에 대한 질문이 그 것이다. 왜 동의했을까? 이들에게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은 어떤 기준으로 보아도 여성의 잘못이라고 주장하기 어렵기 때문에 즉, 여성의 사회적, 생물학적으로 진 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지원과 보상은 '그럴 수 있지..'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내부 원인이면 본인이 책임지고, 외부 원인이면 돕는데, 그 내부와 외부를 가르는 경계를 가혹하게 잡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다시 말해, 환경과 사회구조의 힘을 고려해주지 않고 그 사람의 내재적 특성 탓("게으르고 멍청해서 가난해")을 하는 경향이 강해지면 어떻게 될까. 명백히 외부에 해당하는 극소수 사례(육아 경력단절)를 제외하면, 모든 문제가 내부로 간주된다. 그러면 모든 우대정책이 부당하고 불의한 것이 된다.
(제 606호, p.29~30)
하지만 이들이 판단하는 여성을 향한 내부/외부 원인을 가르는 선이 극도로 치우쳐져 있기 때문 출산과 육아를 제외하고는 다 내부의 원인이라고 인식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특히 국가나 사회가 나서서 조정해줘야 하는 것이 아닌 개인의 문제이기때문 공정한(?) 게임으로 경쟁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들은 또 기성세대(특히 앞서 특권을 더 누려왔던 남성)에 의한 착취와 여성에 의한 착취로 인한 이중의 착취를 받는다고 느낀다. 이러한 이중 마이너리티라는 현실에서 기성세대 남성의 점잖은 훈계는 먹혀들지 않는다. 이 전선에서 기성세대 남성은 애초의 자신들의 편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경쟁을 피곤해하면서도, 경쟁의 가치를 건드리는 시도에 크게 반발한다.
(제 606호, p.40)
이런 세계에서, 상호 신뢰에 기반을 둔 호혜적 관계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외상 거래, 그러니까 어떤 영역에서 좀 손해를 보더라도 나중에 다른 형태로 돌려받는 거래는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
(……)
바로바로 손익계산을 맞추는 방법밖에 없다. '맥락이 제거된 공정'이라는 잣대는, 이 즉시 현금거래의 원리에 최적화되어 있다. 이것이 우리가 도달한, '20대 남성 마이너리티'의 마음이다.
(제 606호, p.41)
경쟁에 누구보다도 노출당한 20대 남성은 아이러니하게도 경쟁자체를 피곤하게 여기지만 경쟁을 떠나 살아본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그나마 경쟁이 유일한 공정한 경기 룰이라고 믿는지도 모르겠다. 이전의 세대의 남성처럼 군대갔다와서 나중에 가산점으로 보상해주거나 나중에 맞이 하게될 밝은 미래를 봐서라도 지금은 참자.. 가 안통한다. 지금 당장 내놓거나 눈에 바로 보일때만 호응해줄 것이 20대 남성 마이너리티의 마음이라고 이 시리즈 기사는 마무리 짓는다.
사실 3편의 시리즈 기사를 읽으며 그런 거 같기도 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해해주자라고 까지는 마음이 안간다.
그들이 비록 지금 이중의 착취받고 있다고 믿는 것들이 실제 조금이라도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다른 한편에 이 20대 남성 이슈가 불거지기 이전에도 늘 자리 잡고 있는 여성의 역사를.. 오늘도 마주하고 있는 실상을 알아볼려고 노력했던 적은 있었나? 그 점에 있어서 넓게 보지못하는(보지 않으려고 하는건지) 그들의 좁은 시야가 안타까울 뿐이면서 나 같은 윗세대 남성들도 잘못도 크기에 뼈아프게 느껴진다.
'사실, 그들의 분노와는 별개로 역사적 흐름은 성 평등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진보하는 길목에 늘 반동의 움직임이 있었다. 예전같이 어떤 집단이 마음에 안든다고 물리적 힘으로 폭동이든 혁명이든 해서 현 체제를 전복시킬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한다. 결국 이들도 함께 살아가는 구성원이기 때문에 말로 설득하든 치열한 언쟁을 벌이든 하다못해 꿀밤을 주든(?) 해서라도 이끌고 가야할 텐데 이러한 것은 너무나도 지지부진한 과정일거라는 것도 알고 있기에 지금 당장은 어디서부터 풀어가야할지... 참으로 어려운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