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에 수놓은 이야기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구병모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묵직한 글이다. 정말 심장을 수놓는 이야기다.
얇아도 가볍지 않다.

읽는 사람에 따라 맴찢일 수도 있고 섬뜩일 수도 있다.
.
. '시미'라는 50대 여성 아들이 있지만 남편에게 탈출하기 위해 아이를 버렸다. 하지만 늘 아이는 평생의 짐이고 죄다. 한시도 잊은 적 없고 만나려고 시도도 했지만, 남편의 거부로 무산되고, 결국 군대를 다녀온 후에 아들을 어렵게 어렵게 만났지만, 엄마가 필요할 때 혼자 버텼다고 이제 와서 엄마 노릇 하지 말라고 한다. .
.
'화인'은 폭력적인 아빠와 둘이 산다. 엄마는 견디다 못해 탈출하면서 딸인 화인도 떠나간다. 화인은 혼자 아빠의 폭력을 견디며 살아간다.
결국 아빠가 사고로 죽고 경찰의 조사에 의해 밟혀진다.

시미와 화인은 같은 직장동료이며, 시미는 화인을 보며 버린 아들이 생각나며 죄책감에 시달린다.

화인에게 문신이 있다 본인을 지켜주는.. 시미도 문신을 새기는 충동으로 화인이 추천한 문신샵에 가는데... 이후는 스포일 수 있으니 스킵하고.. .
.
🔖p.69 해가 거듭할수록 시미는 자신이 낳은 아이로부터 왜 스스로 물러나 있어야 하는지, 누구 좋으나고 거리를 두어야 하는지 알 수 없어졌다. .
.
🔖p.76 제가 필요로 했을 때 있어주지 않으셨거든요 옆에, 일일이 말씀은 안 드리는데 제가 다 혼자 견뎠고 아버지를, 그래서 지금은 뭐랄까요, 이렇게 말이에요 뒤늦게, 옷이니 밥이니 엄마 노릇하려고 좀 안 하셨으면 좋겠거든요. 그냥 노릇으로 보이는 게 아니라, 행세처럼 여너겨지거든요. .
.
🔖p.138 실은 피부에 새겨진 건 자신의 심장에도 새겨지는 겁니다.

구병모는 구병모다. (역시....) 가슴 한곳이 적적하다.. (맴찢)
.
.
.
추천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트] 설민석의 삼국지 1~2 세트 - 전2권 - 누구나 쉽게 시작하고, 모두가 빠져드는 이야기 설민석의 삼국지
설민석 지음 / 세계사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말 감탄밖에 안 나옴.
이래서 설민석 설민석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듦.

나 역시 학창시절 나관중이 쓴 삼국지연의를 읽는 둥 마는 둥 기억 하나도 안 나게 억지로 꾹 읽었던 기억이 난다. (다 읽었다는 건 아니고, 읽다 말았을 거고... 읽었더라도 책장만 넘기는 수준이었다.) 그나마 등장인물들은 게임 속에서 나오는 캐릭터로 더 기억 남는 정도였다.

이 설민석이란 선생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왜 학생들이, 아니면 독자가 삼국지를 어려워하고 끝까지 완독할 수 없는지.. 그 이유를 딱 찾아서 쉽게 썼다. .

삼국지 한 천 번 읽은 사람이 처음 읽는 사람한테 어떻게 하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지를 정확히 알려주는 것 같다.

일단 기본적으로 너무 많은 등장인물로 인해 등장인물 검색만 하다 집어치우게 되는 삼국지를 인물을 과감히 축소해서 필요 없는 인물은 등장 안 시킨다. 그러니 덜 혼란스럽다.

두 번째는 유비였다가 현덕이었다가 관우였다가 운장이었다가 하는 성인이 돼서 부르는 이름(자)과 우리가 기억하거나 널리 알려진 이름으로 통일했다. .
거기에 설민석 특유의 음성지원이 된다. 신기하게 책을 읽는데 강연을 듣는듯한 음성지원이 되니, 집중력이 생긴다.

1권당 400페이지가 넘지만, 순삭이고 이렇게 뒤가 궁금해서 빨리 읽고 싶다 한 책이 없다. .
2020년 무조건 베스트 책이다.
정말 너무 재미있고 이해하기 쉽다. 꼭 추천이다. 삼국지 읽어본 사람도 추천이고 안 읽어본 사람은 무조건 추천이다.

학창시절 설민석 같은 분이 선생이라면, 정말 역사와 지리에 흥미를 가지고 공부를 열심히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면서, 그래도 안 했겠지 답을 내지만, 그래도 선생이 정말 중요하다 느낀다.

책에 대한 내용은.... 삼국지를 뭐 글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이 책은 무조건 소장하고 읽어야 함.

1권
🔖p.146 손자병법에 이르기를, 하수는 공성전, 상수는 외교전, 최고수는 싸우지 않고 이긴 자라 하였거늘. 어찌 유비 장군은 최고수의 능력을 가졌단 말인가. .
🔖p.207 하루에 천릿길을 가는 영물을 주셨으니, 이제 저희 형님이 어디 있는지만 알면 언제든 바람처럼 달려 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조조가 관우의 마음을 얻고자 적토마를 선물하였지만, 관우는 유비만을 생각하는 대목) .
🔖p.377 내가 천하를 버릴지언정, 천하가 날 버리게 놔두진 않으리. (조조) 백성이 날 버릴지라도, 나는 결코 백성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유비) -둘은 정말 다르다.

2권 .
🔖p.322 옥을 깨어 부서지게 할 수는 있어도, 그 빛을 변하게 할 수 없소. 대나무를 태워 없앨 수 있어도, 그 절개를 절대 꺾을 수 없을 것이오. (관우를 투항시키려는 손권에 대한 관우의 대답. 이 대답 후 참수 당한다.) .
.
🔖p.466 천하의 대세는 나누어져 오래 지나면 반드시 합쳐지고, 합쳐진지 오래면 반드시 나누어진다. 세상에는 영원한 강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집에 혼자 있을 때면
이석환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첫 장을 펴는데 우울하다. 애정결핍이 느껴질 정도이다.
어릴 적 부모님이 헤어져서 작가는 아빠와, 동생은 엄마와 살고 그렇게 네 식구는 깨졌다.
가세는 기울고 당구장을 운영하는 아빠와 당구장 안에 조그만 사무실에서 생활하다 새엄마가 생기고 새엄마 집으로 들어가서 다시 가족이 생겼다. 새엄마에게는 '새'를 빼고 엄마라고 불렀고, 그 이윤 '새라는 말로 엄마가 상처를 받을 가봐였다. 따뜻하고 배려하고 착한 사람이라는 게 느껴졌다.

그러고 나서 글들은 사랑했을 때와 이별 중 느낀 감정에 대한 이야기다.
후회는 아니고 그리움과 추억? 애잔함 같은 것 같다.

나도 모르게 책장이 훅훅 넘어가는데, 굉장히 감수성이 풍부하고 풍부하다 못해 예민함도 조금 느껴지는 운동선수 출신 같지 않은 감성이다. .
.
.
작가는 테니스 선수였다. 수많은 운동선수들은 어릴 적 종목 선택으로 삶이 많이 바뀐다. .
예를 들면 우리 대학에는 씨름부가 있다. 대학까지 씨름으로 입학한 친구들은 정말 밥만 먹고 씨름만 했다. 요새는 씨름을 살리지 위해 많은 방송도 하고 하지만 10년 전 15년 전만 해도 씨름이 우리나라 국기이긴 했지만, 비인기 종목이었다. 씨름선수 친구가 그랬다. 초등학교 때 유도를 할까 씨름을 할까 하다 씨름을 했는데 차라리 유도를 했으면 유도장이라도 차려서 먹고살면 되는데 씨름장을 차리면 누가 오냐고 했던 기억이 난다.ㅋㅋ .
.

여하튼 테니스 선출이면 라켓 운동 중에서도 평생을 먹고 살 수 있는 종목이다. 우리 대학에 테니스부가 있어서 아주 잘 알고 있다.ㅋㅋ
심지어 반 평생 테니스만 쳤는데 글을 잘 써서 책을 냈다.(부럽군..) .
글을 잘 쓴다는 건 사실 창의적이 어떻고 글의 문맥이 어떻고 어휘력이 어떻고 보다 내 감정이 풍부한 것이고, 그 감정을 잘 표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산문집은 더 그런 것 같다. 그 말은 실로 어렵지 않을 수 없다. .
.
결론은, .
.
운동선수 출신 작가의 흥행을 기대하고 응원한다. ... 우린 또 느낌 아니까~^^ .
.
.
🔖p.33 별 거 아닐 수 없는 별 거 아닌 것 (이 책 중에 가장 기억 남는 부분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
.
🔖p.86 사랑이 변했다면 당신은 애초에 사랑한 적이 없는 겁니다. .
.
🔖p.107 친구 녀석이 연애 이야기로 한탄을 하길래 그러니까 너를 외롭게 하고 사랑해 주지 않는 사람을 왜 만나냐고 물어봤더니, '그러게 시팔 나도 그걸 모르겠어'란다. .
.
🔖p.123 고작의 나를 고작에서 머물지 아니하게 하는 힘에, 버려도 아깝지 않을 만큼 하찮을 거라 넘겨짚었던 오늘을 값지게 살았습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으면 좋을까 고민해봅니다. 당신과 닮은 사람이 되어 당신이 이토록 멋진 사람이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좋겠지요. .
.
🔖p.196 누구나 한 번쯤 마음을 꺼내서 보여주고 싶을 때가 있지 않을까 싶다. 가령 누군가에게 엄청나게 큰 오해를 샀을 때라던가 누군가를 엄청나게 사랑할 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따뜻한 냉정 - 난폭한 세상에 맞서는 우리의 자세
박주경 지음 / 파람북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따뜻한 냉정
기자 출신 앵커가 대충 사회 이슈 몇 자 끼적이겠다 생각했는데, 아니다. 생각보다 괜찮았다.

최근 이슈를 가지고 글을 쓴 것은 맞지만, 내용이 알차고 미쳐 생각 못 했던 부분들이 있다. 물론 나와 맞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보행자 우선, 양보를 받는 것이 보행자의 권리라는 말은 동의할 수 없다.) 전체적으론 괜찮은 책이다.

요약해서 간략히 주제들을 나열하자면,

꼰대와 갑질은 다르지만, 한 끗 차이고, 아프니깐 청춘은 개나 줘버려..아프면 병원 가.. 청춘은 안 아프고 보낼 수도 있어.

요즘은 언택트(un+tact) 시대로 사람과의 접촉이 사라진 무인 서비스의 확산이 늘고 있다. 사람한테 주문하는 것보다 키오스크가 훨씬 편하다는 의견이 더 많다. 나 역시도 쓸데없는 말 안 해도 되니 키오스크 주문이 편하고, 요즘 같은 코로나 세상에선 비대면이 상호 좋다.

언론의 중요성과 공정성에 대해 이야기하며 본인도 기자지만 기레기라 욕먹어도 싼 행동들을 기레기가 하고 있으니 정신 차리자고 한다.

독서토론이나 모임에서 주제 삼아 이야기하면 할 말이 많을 것 같은 책이다.

기억 남는 문구들이 되게 많은 책이다.
추천도서다. .
.
🔖p.24 꼰대질이 무서운 건, 거기서 한 발짝만 더 나아가면 갑질이 되기 때문이다. 사실 꼰대질과 갑질은 한 끗 차이일 뿐이다. .
.
🔖p.31 나도 아파봤는데 너희만 유독 칭얼댄다. 그저 버텨내야지 무슨 답이 있겠는가? . .
.
🔖p.51 남을 억울하게 만든 사람들이 되레 억울함을 토로하는 게 대표적인 한국병입니다. 이 병을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나라 망합니다. (역사학자 전우용 교수) .
🔖p 117 '용서'란 피해 당사자가 라는 것이다. 제3자 누구에게도 용서의 권한이 없다.(위안부 할머니를 제쳐놓고 일본 정부와 합의한 미친 정부) .
.
🔖p.136 서로에게 별다른 구원이 되어줄 힘이 없다면 같이 더 바닥으로 떨어져 주는 게 사랑과 위로의 또 다른 방식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영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
.
🔖p.157 아무리 좋은 사이라도 늘 한 데 어울려서 치대다 보면 범속해질 수밖에 없다. 습관적인 만남은 진정한 만남이 아니다. 너무 가까이도 아니고 너무 멀리도 아닌 알맞은 거리에서 서로를 애틋하게 바라보고 그리워할 수 있는 그런 은은함이 있어야 한다. (법정 스님) .
.
🔖p.198 여러분(기자들)은 제게 '불편한' 질문을 자꾸 해야 합니다. 아첨꾼은 언론인의 역할이 아니죠. 그것(불편한 질문과 답변)이 우리 관계의 핵심입니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
.
🔖p.233 아름다움을 아름다움으로 알아보는 건 추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착한 것을 착한 것으로 알아보는 것도 악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노자 스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김약국의 딸들 - 박경리 장편소설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름만 들어도 후덜덜한 박경리 거장의 장편소설이다. 나중에 내가 더 책을 많이 보게 되면 박경리 <토지>를 꼭 한번 읽어보고 싶다.

김약국의 딸들은 무슨 드라마 제목 같다. 가볍고 유쾌한 느낌의 재미있는 드라마 제목.. 다 읽고 난 이 책은.. 비극이다. 비극이고,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시대고, 여자로, 딸로, 며느리, 어미로 사는 것이 인간의 삶이 맞나 싶을 정도로 어처구니없는 시대의 글이다.
이런 시대적 상황도 아마 박경리 작가가 아니면 쓰지 못할 것이다.

박경리 작가의 고향인 통영을 배경으로 썼다.
제목 그대로 김약국이라 불리는 집안의 5명의 딸을 가진 집안의 이야기이다.
용숙, 용빈, 용란, 용옥, 용혜.. 이 다섯 딸의 비극이 연쇄적으로 시작된다.
씁쓸하고 서글프고 속상하다. 한 개인의 불행이 가족의 불행이 되고 나아가 사회의 불행이 된다.
여인의 비극적 운명을 다룬 박경리만의 감성으로 다룬 책이다.
꼭 한번 읽어봤으면 한다. .
요즘 시대의 젊은 작가들의 글과는 매우 다른 무게감이다. 감히 흉내낼 수도 없을 정도다. .
.
🔖 p.231 겨울이 지나면 더욱 화창한 봄이 온다는 것을 생각해요. 더 많은 가지를 뻗은 나무가 행인들을 즐겁게 해주는 일을 생각해봐요.
모든 일을 너를 위하여 있는 시련이라 생각하구... .
.
🔖p.359 외롭다는 말과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냐고 되묻는 말은 상반된 대화다.
'사람이 사는 곳에 외로움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