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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이야기 - 현란하게 변화하는 금융기법의 비밀 ㅣ 홍익희 교수의 교양 화폐경제학 시리즈
홍익희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11월
평점 :
록펠러는 당시 열병처럼 번지던 석유탐사 흥분에 휩싸이는 대신 다른 미래를 그렸다. 그는 '진짜 돈'은 석유 채굴이 아니라 운송과 정유를 담당하는 중간상인임을 간파했다. … 솟구쳐 오르는 검은 액체도 정제하지 않으면 끈적끈적한 구정물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pp50~51)
돈 버는 소질이란 건 따로 있다,라는 말이 확실히 맞긴 맞나 봅니다. 19세기 중반, 미국에서의 골드 러쉬때 진짜 돈을 번 사람들은 금을 캐러 미 서부로 몰려가 땅 파느라 개고생했던 사람들이 아니라, 그들에게 청바지를 팔았던 사람들이었다는 예처럼, 록펠러의 성공 스토리 역시 약간의 과장을 가미해 본다면, 중요한 것은 '본질'일 수 있겠으나, 달콤함은 결국 --- 본질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으로부터 나온다라는 (일종의) 처세술스런 교훈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지 않을까 싶지요. 마찬가지로,
자본집적도의 급격한 증가 … 이는 신자유주의 이후 세계의 산업자본주의를 금융자본주의가 대체했음을 의미했다. 또한 부의 분배가 기업가와 노동자에게서 주주와 은행 등 금융자본가에게로 쏠리고 있음을 뜻한다. (p89)
너네 작년에 얼마나 잘했는지 함 보고 싶어라는 이유로, 일종의 계량화된 성적표의 작성을 위해 고안되었던 '경제성장률'이란 개념이 어느덧, 올해엔 반드시 달성해야만 하는 절제절명의 '목표'가 되어버린 것처럼 --- 화폐란 기실 '재화/서비스의 교환을 원활하기 해주기 위한 수단'이라는 일종의 도구로서 탄생되었고, 그러하기에 당연히 '교환의 수단'이란 것이 화폐가 지니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기능임에도 불구하고, "돈이 돈을 버는 금융산업의 속성"(p121)은 신자유주의가 더해진 자본주의 하에서 그 날개를 마음껏 펼쳐내었고, 결국엔 산업자본주의 시대에 종말을 고해주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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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금융시장이 어떻게, 얼마나 빨리 변신해 가고 있는지 이 책을 통해 알아보자. (p7) …… 지피지기다. 과연 자본이 어떤 면에서 악의 근원인지 또 어떤 면에서 인류의 진보에 기여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또 금융산업과 금융기법의 발전 과정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도 금융 산업을 도약의 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으며 그 해악에 대한 대책을 세울 수 있다. (p285)
이 책을 읽어낸 독자로서 과연, 이 책이 위와 같은 미션을 어느 정도/제대로 수행하고 있다 생각하느냐란 질문에 'Never!'라 대답하겠습니다. 일단, --- 저자 스스로가 이 책에 담겨져 있는 내용에 대해, 과연 웍(wok) 속 야채들을 자유자재로 뒤집고 섞고해내는 중국집 주방장처럼 완벽하게 알고 있는 상태에서 이 책을 썼을까?하는 의문이, 책을 읽는 내내 가시질 않았습니다. 그렇게,
자신이 완벽하게 지배하고 있지 못한 내용에 대한 책을 썼기에, --- '자세하게, 그리고 반복적으로 설명해주는 것'과 '한 말 또하는 것'은 분명 다른 경지의 교수법일진데, 저자는 이 둘을 똑.같.다.라 생각하고 있음이란 거의 확신에 가까운 의심을 가져보게 되었을정도로, 저자의 서술은 방향성이라든가 통일성이라 불리울 만한 것이 전혀 없습니다. p577에서 끝나는 이 책은, 그런 '한 말 또하는 것'만 빼도 절반으로 줄어들 수 있을 듯.
두번 째, 이 책 속 모든 수치들을 다 외워서 써내었길 바라는 걸 결코 아닙니다만 그렇다고 --- 도대체 몇 퍼센트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신문 과 잡지의 기사들로부터 가져온 내용들로 채워놓은 이 책을, 정녕 저자 홍익희의 저작이라 볼 수 있을까하는 의문도 좀 심하게는 해보게도 됩니다. 진짜 궁금해서, 인용되어 있는 몇몇 기사들을 검색해봤더만 이건 뭐... 거의 통째로 옮겨온 것들도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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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렇게 경제금융 전발을 깊이 있게 다룬 훌륭한 책이 한국에서 나온다는 것 자체가 크게 놀라웠다. …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의 저서 <21세기 자본>에 비교해도 전혀 손색없으며, 한국인의 관점에서 쓰인 책이라는 점이 장점이다.
- <추천사> 중
이 책에 대해, 이런 추천사를 용기 내어 썼다라는 사실 자체가 전 더 '크게 놀라웠'... --;;
※ 이 책을 읽을 시간에, 다음 책을 ---「불편한 경제학」·「의장! 이의 있습니다」
...금연 315일째
- "세계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2009년 성장률 8.8%를 달성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통화량을 팽창시킨 결과 부동산의 재버블과에 성공하고, 그 결과 건설경기를 활성화시킬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 중국에서 성장률 8%에 이토록 집착하는 이유는 연간 2,000만 명의 신규 일자리를 보장하는 마지노선이 성장률 8%이기 때문 … 중국은 공산당 일당독재체제입니다. 중국이 민주화 요구를 억누르면서 지금까지 공산당 일당독재체재를 성공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지속적으로 높은 경제성장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 모든 불만을 무마하며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는, 높은 경제성장 덕분이었습니다. 경제성장이 무너지면 중국 공산당의 지배체제도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은 체제수호 차원에서 성장률 8%에 매달리는 것입니다." - 세일러,「불편한 경제학」중 pp413~415, 위즈덤하우스, 2010.
-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가 맹위를 떨치면서 전 세계적으로 급격히 퍼져 나갔음에도 세계적으로 물가는 그리 뛰지 않았다. 우리는 이를 '골디락스(Goldilocks)'라 불렀다. '뜨겁지도 차지도 않은 알맞은 온기'의 경기가 계속되었다. 이 모든 것이 중국의 저렴한 제조업의 힘이었다. 유동성이 늘어나 물가 상승의 압력을 저렴한 공산품이 상쇄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서 저렴한 공산품을 풍부하게 제공하여 세계 '근원물가지수'를 크게 억제할 수 있었다. (pp154~155) --- 뭔가, 제조업이 그 마지막 사력을 다해 새로운 지배자의 연착륙을 도와주었다란 느낌이 들기도 하는 문장이었습니다. 더해, 과연 우리가 중국의 공해 등에 대해 욕만 해도 되는걸까,란 질문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