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의 원가 - 세계 No.1 이익을 창출하는 비밀!
호리키리 도시오 지음,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 옮김, 구자옥 감수 / 한국경제신문 / 201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조업이 단순히 제품만을 파는 산업이라는 생각은 애진작에 버렸어야 했나 봅니다. "'예판1'도 판다"란 (찬사 아닌) 찬사까지 들었던 Sony의 경우를 넘어, 팀 쿡의 아이폰이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과 아예 다른 제품으로 느껴진다라는 것2이 그러하며, 또한


"우리는 공장에서 제품을 만든다. 하지만 매장에서는 희망을 판다." (화장품 회사 레브론의 창업자 찰스 레브슨)

- 강민호,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중 p222, 와이비, 2017.​

'화장품'이라는, 단지 화학적 합성품에 지나지 않는 제품으로 여성의 욕망을 이끌어 내는, 뭔가 마케팅의 끝판왕스런 문구에서도 보여지듯, 이젠 '굴뚝'으로 상징되었는 제조업 또한 기업의 문화 또는 제품의 아이덴티티 자체마저도, 무형의 제품으로 함께 판매하고 있지 않나 싶기 때문이지요. 이러한 관점에서 보아 --- 이 책 「도요타의 원가」는, 단지 자동차를 제조·판매하는 기업으로만 알고 있던 도요타(Toyota)가 (그들의 생산·경영 방식 중 일부인) '원가 산정 방식'까지도 세계를 향해 세일즈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예가 아닐까 싶습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도요타'를 검색하니, 수많은 책들이 살벌하게 쏟아지더군요. 도대체, 사람들이 그리고 기업들이 '기업 도요타'에서 배우고/알아 내고 싶은 것은 무엇인걸까요? 크게 보아 이 책은, 다음의 두 가지 측면을 소개하고 있다 생각됩니다.


………………………………………………………………………


【 원가 그리고 원가의 절감 】


경제학은 '한계수입(marginal revenue)과 한계비용(marinal cost)이 같아지는 생산량'을 생산할 때, 기업의 '(총)이윤 극대화'가 달성된다라 가르칩니다. 논리적으로 생각해봐도, 그래프로 그려봐도, 수학으로 계산해봐도, 이 명제는 말 그대로 '반박 불가(irrefutable argument)' 이지요. 이토록 아름다운 아담 스미스의 세상에 살던 제게 --- 원하는 수준의 이윤을 미리 결정하고, 그 이윤을 달성해주는 생산량을 계산한다라는 '손익분기점(BEP)' 분석3은, 그러니까 논리 전개의 전후를 아예 바꿔버렸다라는 점에서 정말로 놀라운 개념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이 책 역시,


시장 가격은 도요타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 즉, 고객이 결정하는 것이다. (p36) 

라는, 경제원론의 초반부에 등장하는 것과 비슷한 이야기4의 뒤에, "기업은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원가 절감을 한다"(p39)라는, 즉 <판매 가격 ≡ 원가 + 이익>이 아닌, <이익 ≡ 판매 가격 - 원가>라는, 우리의 상식에 경종을 울리는 상수(constant)와 변수(variable)의 도치(倒置)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책이 소개하고 있는 원가의 개념 설정은 (제조업에 몸담고 있는 저의 경험에 비추어 보아도) 매우 정확하며, 그렇게 설정한 개념의 '원가'를 절감하기 위한 도요타의 실제 노력은 예의 무지하게 살벌합니다. 우선 --- (서비스업이나 금융업의 경우에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제조업에서 '회계상의 원가'와 '실제의 원가'는 전혀 다른 개념이라는 저자의 설명5은, 현실에서 '(제조) 가'를 계산하려 할 때 부딪히게 되는 장벽을 정확하게 지적해주고 있지요. 예를 들어 '감가 상각'의 경우,


금형의 실제 평균 수명은 4년이므로, 2년이 아니라 4년에 걸쳐 계산하는 것이 맞지만, 기업 회계상에서 2년차까지는 금형과 치구 비용이 포함되어 실제보다 높아진다. 반대로 3년차가 되면 금형과 치구 비용이 기업 회계상에서 한 번에 제로가 된다.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데, '원가가 절감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때마침 한창 원가 절감을 추진하던 중이었다면, '절감 효과가 나타났다!'라고 착각하여 잘못된 판단으로 연결될 수 있다. (p65)

(약간의, '의도된 통계적 착시'를 가미한) 분식 회계란 건 이처럼, 외부적으로 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오용/악용되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허나 현실에서는, 그러려는 의도가 정말로 전혀 없다해도 어쩔 수 없이! 다양한 종류의 '수치 왜곡'을 용인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왕왕 발생합니다. '영업 이익'의 산출 같은 경우가 그렇죠. 각종 비용의 정확한 산출을 해내지 못하니, '안분(按分)'이라는, 스스로 공정하다라 위로해낼 수 있는 방식으로 처리하긴 하나 이건 분명, 각 부서별 실적의 왜곡을 초래하게 되니까요.


원가를 정확히 파악하려면 예외를 두어서는 안 된다. 작업자별, 라인별로 소모되는 비용 등을 끝까지 철저하게 파악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회사에서는 자잘한 비용은 '비용 배분'이라는 처리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주먹구구식 계산이다. 즉, 재료비는 생산라인의 생산량에 비례해서 부담하고, 전기료는 라인의 인원수에 따라 배분하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으로는 상품별 원가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p54) ​

이걸 몰라서 못하는 게 아니죠. '현실적으로~'라는 문구가 지닌 엄청난 장벽이 이를 막고 있는 것이거늘, --- 도요타는 이 장벽을 무너뜨려냈으며, 바로 "이런 것이 타사는 흉내낼 수 없는 도요타만의 가장 큰 저력"(p51)이라 저자는 소개하고 있습니다.


5월 9일, '이 상품의 작업에는 장갑 8개, 수건 13개를 사용했다'라고 기록했을 때 비로소 상품별 원가를 계산할 수 있다. 어느 상품의 작업에 사용했는지 일일이 기록하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이것을 습관화하지 않으면 상품별 원가를 계산할 수 없다. 도요타 공장의 원가 관리는 반드시 '상품별, 부품별, 조별'로, 무엇을 얼마나 사용했는지 일일이 기록하고 분류하고 있다. (p52)​

정말 정말 놀랍고, 정말 정말 부러운 부분이지요. 이같은 원가의 개념 설정과 그 설정된 개념의 원가를 절감해나가는 도요타의 '시스템'을 배울 수 있다라는 게, 이 책 「도요타의 원가」가 지닌 장점의 모든 것이라 해도 심한 과장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다만,


·

·

·


 정주영 회장의 그 유명한 '해봤어?'라는 인용구를 저는 참 싫어합니다. 이 문구 자체가 싫다라는 게 아닌, --- "서구의 근대화는 … 토론과 대화로 정신을 설득하는 관념론적 과정이 아니라, 감시와 처벌의 채찍으로 신체를 길들이는 유물론적 과정이었다"란 미셸 푸코의 설명을, 앞뒤 다 잘라낸 뒤, "서구의 근대화도 어차피 감시와 처벌, 군대식 훈육의 결과였다"라는 오역으로 치환시켜, 박정희로 상징되는 '근대화의 폭력성'을 옹호하는 논리를 만들어 내었던 한국의 보수가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이게 뭔 소리냐하면,

본인의 직관력이 정주영 회장의 그것에 훨씬 미치지 못하기에 해보면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나름의 계산조차 하지 못한 채, 또한 직원들의 수준이 '해보면 해낼 수 있는' 당시 현대그룹의 직원들 수준과도 많은 차이가 있다라는 것마저 고의로 무시한 채, '해봤어?'란 질문을 너무도 당연하게 '까라면 까!'의 대용으로 삼고 있는 (저보다 15~20년쯤 위의) 세대들의 무지함 때문이죠. 마찬가지로!


"진 코치는 '일본에서 포수 수비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며 '일본 포수들은 한 번 실수하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집착하고 파고든다. 결국, 비슷한 실수를 줄이는 효과가 있더라'고 떠올렸다."


- 연합뉴스 '진갑용 국가대표 코치 감개무량 … 좋은 포수 찾아야죠' 중, 2017.08.29. Internet copy.

대한민국 기업의 문화가 과연 직원의 실수에 대해 그것을 거울 삼아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기회로 용인하여 주는가, 위와 같은 철저한 원가 분석이 가능하게 해주는 현실적 지원 등을 갖추고는 있는가 등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지 않은, 그저 '도요타식 원가 절감을 도입하라!'라는 지시만으로 그것이 이루어질 수는 없다라는 것 또한 반드시 인식되어야 한다라 생각합니다. 예를 들자면, 이 책을 읽은 경영자가 직원들에게 이 책 속 도요타의 원가 절감 방식을 우리 회사에 도입하는 방안을 강구하여 제출하라,라 지시할 것이 아니라, 회사가 직원들에게 이러한 원가 절감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교육과 지원 및 환경에 대한 고민을 먼저 해주어야 한다라는 것이죠. (뭐, 걍 제 생각입니다... --;;)


암튼! 여기까지는, 이 책이 지니고 있는, 뭐랄까, 신입 사원일지라해도 읽고 배울 수 있는 무언가가 담겨져 있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고 봅니다. 허나 --- 이후의 내용은, 좀 심각합니다.


 

【 '일'의 개념 】


도요타는 '이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행동은 일이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p13) … ​'이익을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있는 행동' 이것이 도요타가 생각하는 '일'에 대한 개념이다.(p23)

학교에서 가르치는, 우리의 상식이 떠올려주는, 그런 '일'의 개념과는 다릅니다. 그 범위가 훨씬 좁지요. '일'이나 아니냐의 판단 기준이 오로지 이익창출여부6에 달려 있다보니, 예를 들어 사무직의 경우 "같은 메일이라도 사내 업무 처리를 위해 발송하는 것이라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일'이라고 할 수 없지만, 고객의 상품 문의에 대한 회신이라면 '이익을 창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일로 판단해도 좋다"(p26)와 같은, 뭔가 우리 회사에 출근한 순간 이후는 다 전쟁이야~라 말하는 것 같은 빡빡함이 숨막혀 죽게 할 것 같기만 합니다. 뭐, 백 번을 양보하여 --- 아무리 학교라는 공간과 회사라는 공간이 다르고, 교과서가 말해주는 진리와 보고서가 말해주는 진리라는 게 얼마든지 차이날 수 있다라 생각한다 하여도, 그리하여! 


설계자가 말한 대로, 상사에게 지시받은 대로만 '일'하는 것은 '일을 처리하고 있는 것'일뿐 거기에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없다. '일' 하나하나에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진정한 '일'인 것이다. (p193) 

'자본'의 요구에 따라 위와 같은 내용으로 육체적 노동인 '일'이란 것이 정의(define)된 것에 맞추어 그 '일'을 한다 할지라도, 이게 뭐 '노력'에 '노력'까지를 더해야 한다라는 요구/지시임을 알고, 어쩔 수 없이 그 요구/지시에 따른다 할지라도, --- 기업 도요타는 "개개인이 '스스로 보람을 느끼면서 일을 해낸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사업장 곳곳에서 일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p24)라 생각한다라는, 고등학교 국민윤리 교과서로부터 배우고 외웠던 내용에 대해,   


매출 증가는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해 기대한 대로 실현되는 데 한계가 있지만, 원가 절감은 전 직원이 추진하고 노력과 개선 연구를 통해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p47)

​급기야 - '매출 증가'라는 외부적 요인은 통제가 불가능하므로 - '보람'이라는 정신적 부분에까지 특정 포인트로 한정되어야 한다라는 통제를 하고 있다는 자백, 다시 말해 도요타 직원의 '보람'은 자존감, 개인과 회사의 발전 등등으로부터 느끼는 것이 아닌, 단지 '원가의 절감'으로부터만 받아야 한다라는 설정이 존재한다라는 수준에까지 이르러 있다라는 걸, 이 책은 이처럼 자랑스럽게 설파하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어쩌면 --- (이 책을 기획하고 출판한 곳의 성격이 말해주고 있듯) 그러한 설파를 대한민국의 자본도 또한 원하고 있는듯도 싶지요.  

………………………………………………………………………


​도요타의 원가 절감은 JIT system과 LEAN production으로 상징되는 재고 및 생산의 합리화에 주안점이 맞춰져 있다고만 어렴풋이 알고 있었었거늘, 이 책은 설계 단계에서부터의 원가 절감 노력등을 소개함과 동시에, 현실적으로도 적용할 수 있겠는 적용 해보고 싶은 몇몇 유용한 정보 등도 담고 있는, 유용성의 측면에서는 꽤 좋은 평가를 줄 수 있습니다만, 반면 2010년 발생되었던 도요타의 대규모 리콜 사태에 대해 "과잉 생산에 의한 낭비 사례"(p199)라 간단히 돌려놓는 등, 원가 절감이 초래할 수 있는 문제점이라든가 원가 절감에 있어서 한계의 설정 등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하려 했다라는 (뭐 어쩔 수 없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 아쉬움을 남겨 주기도 합니다. Plus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책이 철저하게 '자본'의 관점에서 쓰여졌을 뿐 아니라 또한 '갑'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책이라는 점입니다. 도요타의 원가 절감을 위한 협력업체들의 (글자 그대로) '협력'이란 것이,


 

협력업체에서 제조한 부품을 '부당하게 가격 인하'하는 것이 아니라 타사와 경쟁할 수 있는 만큼의 적정 가격으로 외주 부품을 구매해서 최종 상품이 적정한 금액으로 팔린다면 협력업체도, 도요타도 이익을 낼 수 있다. (p97) ​…… 비싼 가격의 외부 부품을 조합해 차량을 만들었더니 시장 가격보다 비싸서 팔리지 않으면 도요타뿐만 아니라, 협력업체까지 타격을 입게 된다. (p95)

도요타의 패배는 곧 협력업체의 도산을 의미한다 식의 당위로 연결되고 있는, 심지어 --- 도요타의 요구에 잘 따르지 않던 특정 부품 납품업체가 있었는데, 원가 절감의 일환으로 도요타가 아예 해당 부품 제작 회사를 설립해버렸다라는 (협박성) 사례는, 어쩌면 대한민국의 (설마 그런 이유로 이 책을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가 번역하지는 않았겠지만) 현대/기아 등 자동차 회사의 수많은 협력업체 사장님들의 간담을 오싹하게 만들어 버리는 메시지로 작용할 수도 있겠다란 생각을 갖게도 해줍니다. 그러나 그 어느 것/무엇보다,

​도요타의 철저한 원가 절감 노력을 보여줌으로써, 스티브 잡스의 철학이 안겨다 주는 애플의 막대한 이익 뒤에 그 철학의 물화(物化)를 위해 애플이 정해준 육체적 노동과 정신적 보람에 시달리는 중국의 노동자들이 있음(  "Inside One of the World’s Most Secretive iPhone Factories") 을, 레브론 공장에서 만들어진 화학 제품이 매장에서 '희망'으로 둔갑해 팔리기 위해 수많은 동물들이 실험실에서 죽었어야 한다라는 사실(​"A Bunny would never wear Mascara") 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었다라는,그런 잔향을 남겨준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라는 점, 글쎄 이걸 뭐랄까, '인상적'이라 해야할지, 혹시 '고마움'이라 표현해도 될... 까요? --;; 


...금연 134일째 

 

 

 



 

  1. '예약 판매'.
  2. "스티브 잡스는 … 자신만의 확고한 기준과 철학을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했던 대표적인 경영자입니다. 고객은 그가 추구하는 디자인과 철학에 공감하고 또 열광했습니다. 고객들은 단순히 아이폰과 맥북이라는 기계가 아니라, 스티브 잡스의 철학을 구매한 것입니다. 아이폰과 맥북은 그가 추구하는 철학의 부산물일 뿐입니다." - 강민호,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중 p24, 와이비, 2017.
  3. 저는 이런 과정으로 배웠습니다만, 이 책의 설명은 "손익분기점이라고 하면 문자 그대로 '손익이 분기하는 지점'이라고 이해하기 쉬운데, 원래는 '불황에 대한 강도·저항력'을 보는 지표로 사용하는 것"(p80)으로 조금 다르더군요.
  4. 즉, 소비자와 생산자(공급자)는 모두 price-taker라는 가정.
  5. "기업 회계의 원가 계산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이는 법인세를 정확히 내기 위한 원가 계산이다."(p70)
  6. "이익을 창출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이 두 가지가 있다. ①외부적으로 매출을 늘리고 이익을 창출하는 내용인가? ②내부적으로 원가 절감으로 연결되는 내용인가?"(p4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