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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동물농장 - 스노볼의 귀환
존 리드 지음, 정영목 옮김 / 천년의상상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지금까지 우리가 아는 유일한 생명체는 지구 생물이기 때문에 외계의 생명체도 지구의 생명체와 같은 생물학적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가정 아래 그들에게도 우리의 생물학을 적용해왔다. 이 가정이 옳았는지 아닌지 또한 밝혀질 것이다. 우주 어느 곳에 산소 대신 암모니아를 호흡한다거나 물대신 술을 마신다거나 광물을 먹고 산다거나 하는 생물이 있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pp10-11) …… "우주에서 유일하게 생각을 하는 존재가 우리 인간만이 아닐 가능성은 매우 높다."(p123)
- 프랑수아 롤랭 著, 「외계 생명체를 찾아서」중, 알마 刊, 2009.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이다'란 (전 좋아하지 않는, 허나 어느덧 별 이의없이 받아들여지게까지 된 이) cliche가, 현실적 측면에선 반박불가(irrefutable)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 할지언정, 그러한 지위가 이 문구의 정당성, 그리고 당위성까지를 보장하는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강하다'와 '옳다'는 분명 다른 개념이니까요. 헌데, 이에 대한 어리숙한 착각이 기어이! --- 상대와의 대결에서 '살아남은', 그러니까 그저 '살아남은 자'일 뿐인 존재가, 스스로를 '강한 자'라, 더 나아가 '유일하게 옳은 자'라 간주하고, 그렇게 행동하는 현실을 낳았다라는 게 문제가 되는 것이지요. 그리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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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의 가장 나쁜 점이 무엇인지 아니? 더럽고 추잡한 빨갱이들의 사상? 아니, 그건 두번째에 불과해. 뭐니뭐니해도 가장 용서할 수 없는 건 나와 맞먹는 힘을 가지려 드는 것이란다. 그건 정말 위험한 일이지. … 내가 가진 힘 … 그건 이 지구를 송두리째 파괴할 수 있는 것이란다. 그러니까 나 외의 존재가 그런 힘을 가져서는 안 되는 거야. 나라면 안심할 수 있지. 왜? 내가 곧 이 세계의 '정의'니까.
- 박민규 作, 「지구영웅전설」중, 문학동네 刊, 2003.
지금 살고 있는 현실은, 위와 같은 '억지'를, 그저 소설 속 설정이라고만 여겨버릴 수 있게 해주지는 않습니다. 물론! 소설에서와 같은, "내가 곧 이 세계의 '정의'니까"와 같은 말을 우리가 대놓고 들어야 하는 건 아니겠으나,
"진보는 항상 서구화의 기준에서만 정의된다. 따라서 서구는 개념상 가장 서구화된 사회이기 때문이 인류 발전의 정점을 항상 차지하는 반면, 다른 사회는 서구화의 정도를 기준으로 진보의 정도가 평가된다."
- 마틴 자크 著,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중 p26, 부키 刊, 2010.
누가 봐도 억지이고 불합리한 기준에 의한 판단의 기준이, 너무도 자연스레, 강자와 약자 모두에게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그리하여 마침내 --- '미국 VS 소련'으로 현시되었던 '(미국식) 자본주의 VS (소련식) 공산주의'의 대결에서 살아남은 '미국'과 '(미국식) 자본주의'에게 '강한 자'의 칭호 뿐 아니라 '옳은 자'의 영예까지 모두 허여(grant)되는, 또한 미국 스스로도 그 칭호와 영예를 당연한 자신의 소유로 인식하게 되는 결과가 보여지게 된것이지요. 하지만!
조심해야 합니다. 이러한 착각이 안겨준 영광이, 스스로를 몰락하게 하는 단초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검치호랑이가 사라진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명이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암컷들의 유전자에 '수컷의 이빨이 길수록 사냥물을 더 많이 가져온다'는 법칙이 새겨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암컷들은 수컷을 선택하면서 '긴 이빨'이라는 유전적 특징에 힘을 실어 주었다. 짧은 이빨을 가진 수컷들은 암컷을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졌다. 암컷들의 부추김에 따라 이런 추세는 더욱 강화되었고 급기야는 너무나 길어서 먹이를 입안에 넣을 수조차 없게 하는 이빨이 나타나기에 이르렀다. 진화의 방향을 거꾸로 돌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 베르나르 베르베르 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중 p85, 열린책들 刊,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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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내용을, 그러니까 개인 블로그의 일 포스트로나 올려질 만한 수준의, 따지고 보면 그다지 새롭거나 한 내용도 아닌 것을, 굳이 ---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어, 기어이 출판까지 해놓은, 하물며 이게 또 뭐라고 심지어 우리 글로 번역까지 해놓은 것이 바로 이 작품, 「자본주의 동물농장」입니다. 제목에서도 당연히! 알 수 있듯,
나는 생각했다. 왜 저들이 우리한테 이러는 걸까? 쌍둥이 타워 공격은 우리 체제에도 뭔가 문제점이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p203)
작가 존 리드는, 위와 같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함에 있어,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속 메타포(metaphor)를 빌어왔거늘. 작가가 이 작품에서 차용하고 있는 그 메타포란 게 고작...
■ '접시로 고꾸라져 죽고, 시트를 덮고 자다가 죽고, 욕조에서 익사하고, 위스키를 들이마시다 부은 간에 희생되고, 담배로 인한 폐암으로 죽기도 하고' --- (혁명) 권력의 부패
■ "모든 동물은 평등하게 태어났다. 무엇이 되느냐 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 결정한다.(p57) …… "불가능한 꿈을 꾸시오"(p82) …… "우리는 꿈을 살고 있소! 따라서 이제, 우리는 꿈을 더 꾸어야 하오!" (p169) ……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것의 크기는 오직 우리가 원하는 것의 크기에만 제한을 받는 거요!"(p170) --- American Dream!
■ "신입들은 걷는 법과 옷 입는 법을 배웠다. … 신입 동물 대부분이 열심히 일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실제로 그들 대부분은 구체적으로 말해서 원래의 농장 동물들이 이제는 하지 않으려는 일들을 하러 왔다. 인간의 욕실을 치우고 위생처리 하는 일, 큰 축사의 창을 닦는 일..."(p115) --- 3D 업종의 미국내 이민자들 (주로 멕시칸)
■ "최선의 일은 자기 걱정이나 하는 것이라고, … 그들이 가장 잘하는 것을 하고, 다른 동물들은 다른 동물들이 가장 잘하는 것을 하면 되었다. 그러면 그들 모두 나누어 갖게 될 터였다."(p142) --- 유혹 멘트 of 신자유주의
■ "유독한 물과 갈색 공기 … 점점 많은 원주 농장 동물들이 기침을 하며 떠났다."(pp163-164) --- 심각한 환경오염
■ "슈가캔디 로드스타라는 아주 비뚤어진 관념 … 슈가캔디 마운틴이라는 거룩한 계시와 완전히 어긋나는 것"(p187) --- 이슬람교 VS 기독교
대충, 이 정도 수준입니다. 이걸 놓고, '통쾌한 비판'이니, '철학적 은유' 등의/따위의 표현으로 칭찬하는 것은 각자의 자유이겠으나 ---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이 단지 그 절묘한 매칭만으로 유명해진 것이 아닌, 그의 메타포가 향하고 있는 권력의 구조/속성이란 게, 21세기에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에 그러하다라는 걸 미처 깨닫지 못한, 마치 '산토끼'의 반대말로 고작 '집토끼'의 답안을 내놓는 수준인, 뭐 어디 인터넷 동호회 같은데서 조회수나 많이 받아볼까하고 올리는 제목의, 당연히 내용은 아무 가치도 없는, (심지어, 이것이 정영목C의 번역이 정말 맞긴 한건가,의 의문도 가져보게 해준...)
따악! 그런 수준의 이야기라고 전 평하겠습니다. 역자의 '일러두기' 중 하나인, "원제 Snowball's chance는 스노볼의 기회라고 해석되지만, a Snowball's Chance in Hell의 줄임말이기도 합니다. 뜨거운 지옥에서 snowball(눈뭉치)은 만들어질 수 없다, 곧 전혀 가망 없는 희망을 뜻하기도 합니다."가, 책값 12,800원의 지불에 대한 유일한 소득이었던, 그러하기에, 이 표현, 언제 어디서든 한 번쯤은 써먹어 봐야 억울하지 않을텐데... 하는 남다른 각오(!)만이 남는, 뭐 그런 독서였었었네요. --;;
※ 조지 오웰의 위대한 원작 : 「동물농장」
※ 원작 VS 원작에 대한 불만 VS 원작의 시대적 변주 : 「로빈슨 크루소」 VS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 VS 「마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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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에 대한 해설격의 글에도 역시 "리드는 이 얇은 책에서 미국 정책과 그에 대한 이슬람 세계의 반발을 생생하게 포착한다. 소설 전체에 걸쳐 경제적 불평등, 제국주의적 억압, 이민 정책, 선거 부정, 시만권 박탈, 초재벌을 모두 만나볼 수 있다." (p204)라 쓰여져 있습니다.
- WASP.
- 이 문제를 냈던 라디오 DJ에 의하면, "집토끼 - 바다토끼 - 죽은 토끼 - 판 토끼 - 알칼리토끼"의 순으로 고급스런 정답이라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