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방 - 신경숙 장편소설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9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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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편의 책들을 만나보았던 2016년.

되돌아보니,

딱히 '알찬 독서'를 했던 한 해였다라 말해질 수 있는 시간은 아니었던 듯 합니다.

특정 흐름이 있는 독서를 했던 것도 아니었으며,

그렇다고 ​ 양으로라도 뿌듯해 할 수 있는 한 해도 아니었던,

무엇보다

저 스스로 책 읽는 것보다는 다른 것들에

시간을 빼앗겼고, 시간을 빼앗았었다란 자책을 없앨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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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다' 그리고 '감상문을 써본다'라는 행위는

그것이 특정한 목적을 지니지 않은 채 시작되었음에도

예의 커다란 즐거움과 배움을, 저에게 남겨 준다라는 사실 자체는

2016년에도 변함이 없었었지요.


이처럼!

"인생을 좌우하는 중요한 결단이 항상 충격적인 사건을 통해 내려진다는 법은 없다. 날마다 일어나는 대수롭지 않은 일들이나 접했던 말들이 어느샌가 인간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훗날 돌이켜봐도 무엇 하나를 콕 집어 원인이라 말하기는 어렵다. 삶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 야마다 무네키 作, 「백년법 下」중 p62, 애플북스 刊, 2014.

저 스스로도 특정한 목적을 내세우지 않은 이 행위가, 또한 특정한 목적을 저에게 강요하지 않는 책들을 만나 제 안에 쌓여가며 그렇게 --- 저 스스로도 어느 시점을 특정해낼 수 없이, 그렇게 저를 변화시켜주고 성장시켜주는 것이겠지요. 그러한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가다 보면,


​"인간은 DNA의 산물이 아닙니다. 인간은 기억의 총합입니다."

- 박주영 作, 「고요한 밤의 눈」중 p36, 다산책방 刊, 2016.

저의 직접적 경험, 그리고 그것들을 해석해낼 수 있는 단서 혹은 길잡이가 되는 간접 경험들이 어울어져 '기억의 총합'으로 정의(define)되는, 특정 시점 - 예를 들어, 1969년 6월 17일부터 시작되어 오늘 2017년 1월 1일까지의 총합인 '저'라는 사람의 생(生)을 조각해 세상에 내놓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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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총합'의 시간적 배경은 어쩔 수 없이 그 '총합' 자체에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됩니다. summation의 시간적 배경이 '1969~2017'인 저와, '1942~2017'인 제 어머니에게 기록되어 있는 내용물 자체가 다르기에, 그 총합의 결과물 역시 다른 모습을 띠게 될 수 밖엔 없으니까요.


자신이 운동권이 되고 안되는 것이 전적으로 우연에 달려 있었다는, 어느 날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 한때 그를 어리둥절하게 만든 적이 있었다. … 그러나 생각해보니 모든 인생이 그렇지 않나 싶었다. 하룻밤의 방황이 창녀와 부랑아를 만들고, 한번 발각된 도둑질이 전과로 점철된 인생을 부른다. 편재하는 우연이 새처럼 날아들면 그 순간 인생은 단박에 뒤틀린다.

​- 권여선 作, 「레가토」중 p390, 창비 刊, 2013.

'1969~2017'이란 제 삶의 기간동안, 제 삶에 개입되지 않았던/못했던 '독재에의 항거'라는 시간적·사회적 배경을 이야기 한 권여선의 「레가토」는 그런 점 - 제 삶에 기록되지 않은 부분들에, 관심도 없었으며, 관심이 없었기에 굳이 알려고 하지도 않았던 저의 습성에 '그러하면 아니된단다~'란 메시지를 매우 매우 극적으로 깨닫게 해주었던 소설이었노라 기억됩니다.


​"모든 독자는 자신의 일상적인 경험과 상상력에 기초해 문학작품을 읽는다. … (또한) 모든 독자는 문학작품에서 자기가 일상에서 느껴온 것들을 찾고 싶어 한다. … 만약 이 작품이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였다면, 분명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 있던 어떤 생각과 감정을 일깨웠기 때문일 것이다."

- 「허삼관 매혈기」 한국어판 개정판 서문 중 작가 위화의 글

​지나칠 정도로 여러 번 인용했었던, 소설을 접할 때면 항상 제 마음 속에 자리잡고, 그 이야기를 이해하는 제 시선을 shaping해주는 문구입니다. 문학에 대한 이러한 시선은 단지 중국 작가 위화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 "문학은 개인적인 것이며 점점 더 개인적이 되어가고 있다."1라며 동일한 견해를 보여준 작가 박주영은, 그러나 일견 충돌되는 듯 보여지는, 지금과 같은 시대에 작가의 역할에 대해 "제대로 된 관찰자라도 되어야겠다, 생각해"2란, 사뭇 (개인적이 아닌)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는 듯한 견해를 또한 밝히고도 있었죠. 바로 이 지점!

문학의 개인적인 면과, 사회를 향한 제대로 된 관찰자로서의 작가라는 두 가지 면을, 거의 완벽하게 구현해 낸 작품이라 생각하는 소설이 바로 --- 예의 지극히 개인적인 주관이 개입되어 있을 수 밖에 없는, 제가 <올해의 딱 한 권 : 2016>으로 꼽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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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소설이나 가상소설이라고 처음부터 작정을 해둔 게 아니면 글쓰기는 결국 뒤돌아보기 아닌가. 적어도 문학 속에서는 지금 이 순간 이전의 모든 기억들은 성찰의 대상이 되는 거 아닌가. 오늘 속에 흐르는 어제 캐내기 아닌가. 왜 내가 지금 여기에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 지금 내가 여기에서 무얼 하려고 하는지 알기 위해서."

- 신경숙 作, 「외딴방」중 p81, 문학동네 刊, 2014.

그녀 스스로 "사실도 픽션도 아닌 그 중간쯤의 글"(p11,p511)이라 표현한 이 작품은 --- 작가 신경숙이 살았(내었)던 특정 시대, 누군가는 생물학적 혹은 사회적으로 살아보지 못했던 그 시대의 개인적 서사를 통해, 독자에게 특정 방향의 사고(思考)를 굳이 강요하지 않으며 그 시대에 대한 제대로 된 관찰자 역할을, 더 이상 담담할 수 없는 문체3로 그려내고 있다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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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 일러주었네. 나는 난쟁이보다 더 크지 않고, 거인보다 더 작지 않음을, 나는 모든 사람이 만들어지던 똑같은 재료로 만들어졌음을." - 칼릴 지브란


"자신만큼은! 특별한 재료로 만들어진 인간이라 생각했었던 지도자들을 가졌었던/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과거를 살아왔었고 또한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건네어 주는 작가 신경숙의 "우리가 그 집에 살았을 때라든지, 혹은 옛날에 우리가 닭을 길렀을 때,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은 행복해 보인다. 이 글 속에 그런 행복이 잠겨 있었으면, 하는 희망이 생긴다."(p471)는 소박한 바램은 정녕!!! --- 지난 일년 여간의 제 개인사(史)와 어울려, 심각하게 뭉클한 무언가를 제게 안겨주었더랬습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저 역시! 'OO했었던 그때와 이때'를 행복하다라 말할 수 있을만큼 행복해질 수 있을 꺼라 믿어봅니다. 하루하루의 생활이 마치 전쟁과도 같고, 어쩌다보니 그 전쟁에서 날마다 지기만 해왔었다 해도, 결국엔 참아낸 '그때 그 시절의 그들'처럼, 저 역시... 참아내고 참아내다보면 언젠간, 이기는 순간의 보람을 맛볼 수 있겠지,하는 희망을 예의 굳건히 믿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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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8개월 여전, 이 작품을 읽고 썼던 감상문의 마지막입니다. 뭔가 많이 힘들었었던 그 때의 저 믿음이 있었었기에 다행히도! --- "참아내고 참아내다보면 언젠간, 이기는 순간의 보람"을 조금이나마 맛보고 있노라, 스스로 말할 수 있는 2016년의 마무리를 만들어내었노라 생각합니다.



"모든 기록은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 아닌 타인을 위해서 한다."4



제 아무리, 저 스스로의 기억을 (완전히까진 아니더라도) 대신해주는 수단으로서의 기록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글이라 하더라도 이것이 타인들에게 보여지는 것을 스스로 알면서 쓰는 한, 제가 쓰는 감상문들이 혹여라도 '타인을 위한' 글일 수도 있다라는 염려를 항상 지니고 있습니다. 염려로도 막아내지 못한, 그리하여 때로는 솔직하지 못했을 수도 있는 글들 읽어주신, 읽고 댓글 달아주신 노동을 기꺼이 마다하지 않으셨던 많은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드리며, <2016> folder를 닫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Happy 2017!이길~ (제가 또... 닭띠! ^^)


<올해의 딱 한 권! : 2015>

<올해의 딱 한 권! : 2014>




  1. 박주영, 위의 책 중 p278.
  2. 박주영, 위의 책 중 p265.
  3. "단문. 아주 단조롭게. 지나간 시간은 현재형으로, 지금의 시간은 과거형으로. 사진 찍듯. 선명하게."(p46)
  4. 박주영, 위의 책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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