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빛
로맹 가리 지음, 김남주 옮김 / 마음산책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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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불친절한, 그래서 이야기 속에 빠져들기 참 힘든 소설이었습니다. 그리 길지 않은, 고작(?)158 페이지 뿐인, 시간적 배경 역시 고작(!) 하룻밤 뿐인 이 소설에서 --- 작가는 (프랑스 이름에 대한 무지, 무관심으로 기인된 무의식적 판단이 안겨주었던, '미셸'은 당연히 여성의 이름일 것이란 저의 판단관 달리) '미셸'이 남성의 이름이란 것을, 그의 나이는 마흔다섯 살이며, 직업은 항공기 조종사라는 것을 무려(!) p71가 되어서야 (명시적으로) 알 수 있게 해주고 있죠.1 뿐만 아니라,  


여자는 내 또래로 보였다. 차이가 난다 해도 기껏해야 몇 년일 듯했다. 젊음과 매력적인 이목구비로 윤곽만 잡힌 그 무엇이 흰머리로써 완성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 그런 얼굴이었다.(p7) 

여자가 나이 들었다는 건지, 젊은 축에 속한다는 건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 서술로, 소설 속 중요한 또 한 명의 등장인물을 소개해주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리곤 --- "여자는 흰머리를 어깨까지 기르고 있었다. 그런 머리형을 하고 있는 이유가 자신이 여전히 젊다고 생각해서인지…"(pp14-15)라며, (추리소설도 아닌 것이) 그 궁금증을 저~ 뒤에 가서야 풀어주지요.2 오! 이런 (스타일의) 소설, 전혀 좋아하지 않습니다.


………………………………………………………………………………………


  "이건 사랑의 이야기 … 나는 한 여자를 너무나 사랑했고, 그래서 그건 사라질 수가 없다오."3(p64)

VS

"그를 더는 사랑하지 않는데, 아니 그렇기 때문에 그의 곁에 머물러야 하는 건가요?"(p108)

남자 미셸과, 그가 정의하는 '사랑'에 동의하지 못하는 여자 리디아가, 우연히 만나 보내게 된 '하룻밤 동안의 이야기'4입니다. 이 둘 사이에 존재하는 '사랑'에 대한 인식의 차이, 그리고 미셸의 부인인 야니크와 미셸 간의 특별한(!) 사랑 등을 통해 작가는 '대체 사랑이란 게 뭘까?'를 이야기하고 있지요.5


【 남자, 미셸 】

​"늙은 피부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아. 그건 사랑이 없을 때의 이야기야."(p40) …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지? 그렇게 많은 세월이 흘렀는데 어떻게 여전히 흠 없이 처음 같지? 모든 게 퇴색하고, 모든 게 깨지고, 모든 게 진력이 난다고들6 하던데 …"(p41)

타고난 로맨티스트라 해야 할까요? 스스로도 놀랄 만큼, 부인 야니크에 대한 (성욕도 포함하여) 사랑이 변하지 않은 미셸 말입니다. 이런 남편과 사는, 자신을 변함 없이 사랑해주는 남편과 사는 아내 야니크는 분명 행복하겠죠? 그런데 말입니다. --- 이런 고백(같은 질문)을 하는 남편에게 건네어지는 부인 야니크의 설명은 사뭇 냉철하기만 합니다.


"누군가를 만나면 그의 본모습을 보는 대신 그를 흥미로운 인물로 만들려고 애쓰지. 완전히 새로운 인물로 만드는 거야. 머리부터 발끝까지 좋은 것 덧입히지. 그를 멋있게 보려고 두 눈을 감는 거야. … 당신의 젖가슴이 처진 것을 보고 그는 개성적이라고 여겨. 그가 촌스럽게 여겨지기 시작하면 당신은 그를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해. 그가 무식하게 여겨지면 당신은 자신에게 두 사람 몫의 교양이 있으니 괜찮다고 생각해. 그가 줄곧 그걸 하고 싶어 하면 당신은 그가 당신을 사랑한다고 생각하고, 그가 그걸  별로 잘하지 못하면 당신은 그건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해. … 명백한 진실을 부정하기 위해 그런 식으로 갖은 애를 다 쓰는 거야. 너무나도 명백한데도 말이야. … 그러다가 서로 거짓을 꾸며내는 게 더 이상 불가능해지면 슬픔, 원한, 증오7가 되는 거야. 아이들 때문에, 혹은 그저 다시 혼자가 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치욕 속에서 함께 사는 편을 선택8해 패잔병이 되는 거라고. "(41-42)

야니크는 알고 있었습니다. 사랑 없이 사는 삶을 견뎌내지 못하는 사람9이 바로 자신의 남편 미셸인 것을, 하지만 자신은 이제 곧 죽을 수 밖에 없다는 것10을 말이죠. 그리하여, 유언 비슷한 다음의 말을 남편 미셸에게 남깁니다.





​"난 누군가를 갉아먹는 존재가 되고 싶지 않아. … 나는 당신을 떠날 수 밖에 없어. … 전혀 다른 여자에게 가. 그 여자를 찾아. 내가 당신에게 남겨놓은 걸 그 여자에게 줘. … 그건 나를 잊는 게 아니야.  … 오히려 그런 축하할 일이야. … 나는 곧 지상에서 사라지겠지만, 여자로 남고 싶어."(p25) …… "나를 사용해. 날 다른 사람에게 주라고. 그러면 그 일을 해내는 거야. 나는 여자로 남을 수 있어."(p117)……  "나를 잊어버리는 가장 잔인한 방식은 바로 당신이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거야."(p125)

"재혼해도 괜찮으니까, 꼭 재혼해!"와 같은 의미가 결코 아니라 생각합니다. 남편을 너무도 사랑했고, 그 남자가 "여성성11 없이 … 이 시간, 이 세월을 살아낼 수 없"(p25)다는 걸 알고 있기에 남긴 단호함이지요. 그 남자 미셸은 그리하여, 그래서!12


"나는 … 그녀와 함께 죽을 수도 있었소. 하지만 그녀는 내가 살아서 행복하기를 원했소. 다시 말해 지금처럼 당신과 함께 있기를 바랐소."(p68)

길에서 우연한 일로 알게 된 여인, 리디아에게 그녀가 지닌 "여자의 빛"(p126)을 자신에게 비추어 달라 간청13하지요. 한 마디로! --- 저로선 당췌 이해 불가!!!



【 여자, 리디아 】

교통사고로, 실어증에 걸린 남편, 그리고 딸을 잃은 리디아는 "행복해질 권리가 없다는 걸 자신에게 증명"(p81)하는 것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여인입니다. 여기서, --- 그녀는 남편의 실어증보다 딸을 잃었다는 것에 더 커다란 슬픔과 상실감을 느끼는 듯 합니다. 그리하여, 지난 10여 년 간, 남편을 향해있던 자신의 사랑이 (딸의 죽음으로 인해) 예전과 같지 않다라는 사실14에 괴로워하지요. 그리곤 결국,


"그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데, 아니 그렇게 때문에 그의 곁에 머물러야 하는 건가요?"(p108) … "한데 무엇을 위해서 그래야 하죠? 무엇을 위해서 그래야 하느냐고요."(p111)

사랑을 바라보는 이러한 관점을 지닌 리디아에게, 죽은 부인이 자신에게 안겨 주었던 "여자의 빛"을 다른 여자인 자신에게 간청하는 미셸의 사랑은 이해될 수 없었습니다. 미셸의 청에 그녀는 단호하게 대답하지요. --- "나는 추억을 되새김질하기 위한 당신 수단이 되고 싶진 않아요."(p119) … "인공호흡으로 급할 때 목숨을 구할 수 있지만 계속 그런 식으로 숨을 쉴 순 없어."(p130)



【 대체, 사랑이란? 】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엔 상반된 사랑관(觀)을 가진 부부가 등장하지요. 남편 덕훈은 "사랑에서 낭만을 빼면 남는 게 뭐가 있단 말인가"15라 생각하는 반면, 아내 인아는 "사랑하지 않는 사람하고도 같이 잘 수 있다"16라 말하는 여자17입니다. 이러한 차이에서 시작하여, 작가는 결국 '사랑의 도착점이 반드시 결혼이어야 하는 것인가'란 질문을 던졌더랬죠. 다시 말해 --- 수단과 목적의 (혹은 원인과 결과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대체 결혼이라는 건 (사랑하기에 결혼하고 싶어졌다와 같은) '사랑의 목적/결과'이냐, 아니면 글자 그대로 사랑을 이어가기 위한 '제도적 수단//원인'이냐라는 겁니다.18 이와 비슷하게,

작가 로맹 가리의 이 작품 「여자의 빛」에선 --- '사랑이, 그 자체로 하나의 목적이 될 수 있느냐'란 질문이 담겨 있다 생각합니다. 미셸에게 사랑이란 (대체적으로) 그 자체로 목적이었던 것 같습니다.19 하지만! 리디아는 딸의 죽음과 남편의 실어증 이후, 사랑이란 대체 무엇인가하는 회의 담긴 의문이 들었고, 그녀가 내린 결론은 바로,


​"신자들이 그저 자신의 믿음만으로 살아가는 경우도 있어요. 예배 자체가 목적20이 되는 거죠. 그러면 종교는 신 없이도 지속될 수 있답니다.21"(p146)

이처럼, '사랑'이 없어도 '사랑한다라 생각하는 관계'는 지속될 수 있다는, 하지만 '사랑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것'은 '예배 자체가 목적이 되는, 그리하여 신 없이도 지속될 수 있는 종교'와 같인, 아무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라는 것이었습니다.22 --- 이 소설 속 미셸(과 야니크)의 사랑에 대해 전, '사랑이 목적'이었던 것이 아닌, '사랑한다는 것 자체가 목적'이었던 거라 생각합니다.

역자의 다음 표현, "누구든 삶의 어떤 시기에 내가 상대를 위해 태어났고 상대가 나를 위해 지상에 있다는 성스러운 착각에 놓일 때가 있다"(p161) 역시, 이 착각으로부터 벗어나길 의식적으로 거부하는 미셸과, 그 착각에서 벗어나기 싫어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끊어버리는 야니크에 대한 관계를 말하고 있지요. 다만! 역자는 이에 대해 "그게 한 번 이상이라면 단언하건대 축복"(p161)이라 생각하는 반면, 

 

신이 그를 사랑해 나를 만드셨대요.

그가 혼자 외롭게 두지 않으시려구요.

So I belong to him. I belong to him

 

신이 나를 사랑해 그를 만드셨대요 
내가 혼자 울도록 두지 않으시, 않으시려구요 
So you belong to me 
You belong to me

I believe, I belive, I believe in destiny

 

신이 그를 사랑해 나를 만드셨대요

신이 나를 사랑해 그를 만드셨대요


- <신이 그를 사랑해>, sung by 심규선 중

이런 착각, (목적으로서의 사랑이란) 관계의 시작과 현재까지 모두를 하나의 운명이라 생각하는 것23은 분명 착각이며, 스스로의 선택으로 그 착각에서 깨어나지 않으려는 것은 예의 그가 감당해내어야 할 당연한 몫24이라 생각하는 전, "사랑 없이 살 수 없다는 걸 나도 알아. 다만 사랑 없이 살기가 불가능하다는 그 사실 역시 하나의 삶의 방식이야"(p155)와 같은 말장난에 관심이 없는 전, --- (이런 스타일의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것과 더불어) 이런 내용의 사랑 이야기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네요.

제 아무리 "문학은 개인적인 것이며 점점 더 개인적이 되어가고 있다"25란 말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저 역시 그에 동의한다 하더라도, 이런 류의 개인적 사랑 이야기26는 그저 --- "좋은 책만 읽는 우(愚)를 범하지 말라"는 괴테의 충고를, "좋아하는 책만 읽는 우를 범하지는 말자"로  다시 한 번 되새겨 보게 해줄 뿐이었.

 

 



 

  1. pp39-42에 나오는 미셸과 야니크 간의 대화를 이해하려면, 최소한 미셸이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알아야 하는데, p10의 첫 줄을 매우 신중하게 읽지 않았었다면, p71까지는 그냥 어리둥절하게 갈 수 밖에 없는 겁니다.
  2.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면 --- 작가는 느닷없이 어느 장면에선가부터 한동안 '미셸'로 생각되는 인물을 '미셴코'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예의 몇 페이지를 그렇게 어리둥절하게 읽다 보면 이내, "사람들의 이름을 모조리 러시아식으로 발음하는 거"(p86)란 이해의 key를 발견하게 되지요.
  3. 영화 <봄날은 간다> 속 주인공 유지태의 대사,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와 같은 의미겠죠?
  4. 뭐 그렇다고 흔히 예상되는 바, 둘 간의 섹스같은 것이 명시적으로 등장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5. "이 소설 역시 '사랑'에 관한 것이다."(p161) - <옮긴이의 말> 중.
  6. "나는 여자의 그 무엇을 갈구하고 있는 것이다. 유미코는 좋은 엄마다. … 그렇지만 이제 그녀는 나의 연인은 아니다. … 지금 함께 사는 이 여자는 예전에 내가 사랑한 여성과는 다른 누군가이다. 아마도 세상의 많은 남자들, 결혼한 대부분의 남자들은 나와 같은 처지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더는 옛날과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평생 그대로 살아가기로 결심한 사람들이다. 그것이 아마도 좋은 남편, 좋은 아버지가 되는 길이리라." - 히가시노 게이고 作, 「새벽 거리에서」중 p274, 재인 刊, 2011.
  7. "아주 짧은 시기가 지나가고 나면 … 정작 사랑했던 사람들은 서로를 미워하게 된다" - 박현욱 作 「아내가 결혼했다」중 p282, 문학동네 刊, 2014.
  8. <각주 6>의 마지막 부분.
  9. "여자 없는 남자, 남자 없는 여자는 삶의 절반을 고통 속에서 보내야 할 거요. … 사랑 없이 살 수 있소. 다만 그게 몹시 지루하다는 거요."(pp68-69)
  10. "장기들이 고약하게 병이 들었다오. 너무 늦게 발견되어서 말이오."(p37)
  11. 솔직히, 이 '여성성'이란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섹스의 상대'로서의 여자도 분명 포함되어 있을 것이고, 물론 '인생의 동반자'같은 좀 더 넓은/일반적인 의미도 포함되어 있겠지만, 또한 그 두 가지를 넘어서는 뭔가가 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12. "우리를 비참하게 만들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네. 그녀는 누군가의 뜻에 따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로 살고 싶어 하지 않았네. 물론 좀 더 버틸 수도 있었네. … 둘 다 극도록 고통 받으면서 말일세. 하지만 … 그녀는 기개 있는 여자일세. 그래서 나는 카라카스로 떠나고 그녀는 자기 길을 가기로 합의할 걸세."(p52)
  13. "나를 사랑해달라는 게 아니야. 동료애를 가져달라는 거지. 불행이 넘실거리는 상황에서 내 곁에 있어달라고 청하는 거라고."(pp129-130)
  14. "난 10년 동안 그를 정말 사랑했어요. 그리고 더는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선 이전보다 더 사랑하려고 노력했어요."(p107) … "내게 그는 문제의 사고를 낸 당사자일 뿐이에요. 그를 원망하는 마음이 커지면 커질수록 그를 더 사랑하려고 노력했어요."(p111)
  15. 박현욱, 위의 책 p32.
  16. 박현욱, 위의 책 p73.
  17. 인아의 이러한 사랑관에 대한 가장 정확한 해석은 - "화폐는 원래 상품의 가치를 나타내기(represent)위한 수단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모든 상품은 그것과 교환됨으로써만 가치가 있음을 입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화폐로 교환되지 않는 모든 것은 가치가 없습니다. … 마찬가지로 사랑을 나타내기 위한 수단이었던 결혼이나 성교가 이제는 그것으로 표현되지 않는 모든 사랑은 의미가 없는 것으로 간주되기에 이릅니다."(류동민 著, 「마르크스가 내게 아프냐고 물었다」중 pp178-179, 위즈덤하우스 刊, 2012.)
  18. 제 생각에, 작가 박현욱이 「아내가 결혼했다」를 통해, 한 번쯤 생각해 보시죠~라 던져낸,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다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 "제도라는 거, 인간이 만드는 거잖습니까. 일부일처제가 인간 사회를 유지시켜주는 제도일진 몰라도 인간의 본성에는 맞지 않습니다.(p181)" …… "어쩌면 문제는 일부일처제가 아니라 결혼 자체인지도 모른다.(p398)"
  19. 세뇨르 갈바와 그의 경호견 마토의 관계, 리디아의 남편과 시어머니 간의 관계 또한 그 자체로서의 목적인 사랑으로 표현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반면, 그의 아내, 야니크에게 과연 사랑이란 무엇이었을까는, 저로선 뭐였다라 알아낼 수가 없습니다.
  20. 이러한 착각은 권력에도 또한 유사한 형태로 작동되지요. 지배에의 복종, 복종에의 지배가 아닌, 지배와 복종 자체가 각기 하나의 목적이 되어버리는 겁니다. - "권력을 갖는 자는 실상은 다른 사람들이 그의 권력을 인정해 주기 때문에 비로소 권력을 갖는 것입니다.… 그러나 권력의 인정이 일상화하면, 권력을 가진 자는 자신의 권력이 스스로의 내적 특성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착각합니다. … 반대로 권력에 지배당하는 이들은 스스로가 그 권력을 부여한 원천임을 깨닫지 못하고 일상적으로는 권력을 두려워하고 그에 기꺼이 복종합니다." (류동민, 위의 책 p69.)
  21. 종교에서 신(神)이 과연 중심적 개념인가에 대한 의문은 다음의 구절에서도 보여지지요. - "세상이 무자비하고 종잡을 수 없는 자연의 폭력에 맡겨져 있다고 믿는 것보다는 제사로 그 노여움을 달랠 수 있고 찬미와 기도로 축복을 빌 수도 있는 신의 질서에 의해 다스려진다고 믿는 쪽이 저들에게 얼마나 더 큰 위로와 희망을 줄 것인가. 우리가 한 일은 다만 그 같은 저들의 믿음을 가로막거나 깨뜨리지 않은 것 뿐이었다."(이문열 作, 「사람의 아들」 중 p142, 민음사 刊, 2012.)
  22. 따라서, 리디아는 그런 사랑을 원하지 않았고, ​"당신은 대성당의 건축가인데, 나는 침실 두 개짜리 80제곱미터의 공간에서 살고 있는 여자일 뿐이야."(p154)란 말로 미셸의 청을 당연히/끝내 거절합니다.
  23. "삶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 삶을 운명으로 받아들일 것을 선택할 수는 있다." - 박주영 作, 「고요한 밤의 눈」중 p123, 다산북스 刊, 2016.
  24. "삶은 정해져 있는 대로 흘러가는 것 같아도 실은 하나의 우연이 쌓여 필연이 되는 과정이라고, 불가피한 상황이 우연이라면 행동은 사람의 명백한 의지" - 백가흠 作, 「마담뺑덕」중 p45, 네오북스 刊, 2014.
  25. 박주영, 위의 책 p278.
  26. "로맹 가리, 곧 에밀 아자르 작품들 중 나로서는 네 번째 번역이다. 친구의 말을 알아듣듯 그가 쓰는 단어들이 익숙하고, 이 소설을 발표한 1977년 그가 어떻게 살고 있었는지, 진 세버그와 이혼한 후에도 왜 그녀에게서 그렇게 자유로울 수 없었는지, 진지 변사체로 발견된 지 1년여 후인 1980년 유서를 대신해 남긴 글에서 그가 왜 '진 세버그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라고 썼는지 알 것 같다."(p162 - <옮긴이의 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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